스님의하루

2019.2.26 불교TV BTN 인터뷰
“승려의 도성 출입 금지가 해제되자, 용성스님은 가장 먼저...”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3.1운동 100주년 기념 불교계 학술대회 준비를 했고, 오후에는 잠깐 불교TV BTN과 용성 스님에 대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불교계 학술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스님은 내일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독립운동가 백용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역사학자들과 토론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발표 때 상영할 영상, 자료집,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점검하고 최종 리허설을 해보았습니다.

오후 2시에는 BTN에서 3.1절 100주년 특집으로 기획한 다큐 ‘민족이여, 독립 자존하라! 용성 대선사’에 넣을 인터뷰를 촬영하러 왔습니다.

BTN에서는 용성스님에 대해 스님에게 네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께선 청년들을 데리고 만주 등지로 역사기행을 매년 하시는데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며 민족정신을 일깨운 용성스님과 오버랩되는 부분입니다. 식민치하에서 보인 용성스님의 민족정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용성스님의 민족정신은 ‘나라’와 ‘백성’이라는 두 가지를 갖고 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뒤에 용성스님은 전국을 다니면서 백성들이 너무나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나라를 빼앗김으로 해서 그 고통이 더 심해진 겁니다. 그래서 첫째, 빼앗긴 나라를 되찾자는 것이 용성 스님의 독립 정신입니다.

그러나 빼앗긴 나라를 돼 찾는다 하더라도 또다시 사대부가 주인이 되고 왕이 주인이 되는 나라라면 백성들의 고통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둘째, 대한제국 부흥운동이 아니라 백성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나라인 ‘대한민국’ 수립 운동을 하자는 것이 용성 스님의 독립 정신입니다.

용성 스님의 독립사상의 핵심은 첫째, 나라가 자주적으로 독립되어야 된다는 것과 둘째, 그 나라의 주인이 ‘민(民)’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방향을 제시하신 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용성스님께선 한글 역경을 비롯해 찬불가와 부인선원(여성들의 선수행 지도) 등 불교의 현대화를 이룬 선구자이셨는데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에서 용성스님이 이룬 불교 현대화여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용성 스님의 불교 현대화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불교가 현대화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법당에 피아노를 놓는다고 현대화라고 할 수 없듯이요. 용성 스님이 하신 일을 불교의 현대화로 평가하려면, 용성 스님 당시의 불교가 어떤 불교였느냐를 봐야 합니다. 당시 불교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탄압을 받은 왜곡된 불교였습니다. 스님들이 천민처럼 천시당했고, 그러다 보니 부인들이 그저 복을 비는 불교로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유생들이 불교를 배척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는 해악이 많은 아주 나쁜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근래에 들어서는 기독교에서 불교를 미신 취급했습니다. 그래서 용성 스님은 ‘불법은 그런 것이 아니다, 불법은 진리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가르침이다’라고 하시며 ‘귀원정종’이라는 책을 쓰셔서 바른 불교를 제시하셨습니다. 이것은 ‘불교의 지성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불교라고 하더라도 일반 백성들이 그것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되는데, 전부 한문으로 되어 있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경전을 번역하고, 의식을 간소화하고,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이해하도록 지도를 하셨습니다. 이것은 ‘불교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불법을 배운 것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도록 했고, 또 스님들이 대중의 보시만 받아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하는 활동을 하도록 했고, 불법을 삶 속에서 구현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화과원이라는 농장도 운영하시고, 선농당을 운영하면서 선농일치를 가르치셨습니다. 이것은 ‘불교의 생활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성 스님의 불교 현대화는 첫째, 불교의 지성화, 둘째, 불교의 대중화, 셋째, 불교의 생활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일합방이 되자 용성스님은 지리산 칠불사에서 상경해 종로에 대각사를 창건하셨습니다. 산중 포교가 도심 한복판으로 들어온 첫 번째 사례인 것 같습니다. 용성스님의 도심포교 의지와 그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조선시대에 불교를 탄압하면서 마을이나 도시에 있는 절은 다 강제로 없애버렸습니다. 그래서 깊은 산속의 절들만 남아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한 500년이 지나다 보니 ‘아, 불교는 산속에 있는 거구나’ 하고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불교가 잘못 인식되게 된 거죠. 부처님 당시부터 정사는 마을로부터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대중이 오기에 멀지 않아야 되고, 또 너무 번다해서는 안되니까 마을에서 너무 가까워도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죽림정사도 성에서 한 500미터, 기원정사도 성에서 한 500미터밖에 안 떨어져 있었습니다. 즉 도시의 근교에 있어야 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절은 도시나 마을로부터 수십 킬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용성 스님께서는 승려의 도성 출입 금지가 해제되자 시내 한복판, 종로구에 민가를 사서 포교당을 냈습니다. 어쩌면 우리 근대 불교의 1호 포교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용성 스님은 ‘대중이 생활하는 가까이에 절이 있어야 된다. 거기서 불법을 배우고, 거기서 생활 불교를 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도심 포교는 용성스님이 근대에 와서 처음 시작하신 것이지만, 원래 부처님 당시부터 도심 포교를 하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글 역경이나 도심포교 등 새불교 운동이 모두 용성스님의 대각 사상에서 나온 것일 텐데요. 용성스님의 대각 사상이 무엇인지 좀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용성스님의 대각 사상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불교사상입니다. 불교사상이라는 것은 어리석은 중생이 깨달아서 부처가 되자는 것 아닙니까. 부처가 된다는 것은 삶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고, 주인이 되어서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당시의 불교는 왜색 불교라고 불릴 정도로 불교의 이미지가 아주 나빴습니다. 그래서 ‘불 즉 대각이다’라고 해서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로 ‘대각교’를 창시하신 겁니다.

그 당시의 일본 불교는 승려가 결혼을 하고, 가족을 거느리고, 술을 먹고, 고기를 먹었는데, 이런 것을 한국 불교에서 하도록 조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수행자가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하시면서, 그런 불교와 구분 짓기 위해서 ‘대각’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대각교를 세운 것입니다. 대각교는 바른 불교와 쉬운 불교를 주창하면서, 경전을 번역하고, 의식을 간소화하고, 재가신자들에게도 선방을 열어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일요 불교 학교를 열어 가르치셨습니다. 직접 풍금을 한 대 사서 풍금을 연주하며 찬불가를 가르치기도 하셨어요. 그리고 생활 불교를 주창하시면서 농사지으면서 수행하는 화과원을 만들기도 하셨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불교의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활동입니다.

‘대각 사상’은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만 간추린 스님의 짧고 간명한 대답에 촬영도 금방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인터뷰한 내용은 3.1운동 100주년 기념 BTN 특집 다큐멘터리 <민족이여, 독립 자존하라! 용성 대선사>라는 타이틀로 3월1일(금) 오전7시30분, 3월2일(토) 저녁9시, 3월3일(일) 낮11시30분에 BTN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촬영한 PD님에게 스님의 새 책 ‘스님, 왜 통일을 해야 하나요’를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인터뷰 후에도 스님은 내일 있을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 스님은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독립운동가 백용성 : 잊혀진 백 년의 진실>을 주제로 열리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불교계 학술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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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데오

?"부처가 된다는 것은 삶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고, 주인이 되어서 사는 것을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03-13 19:53:00

혜등명

불교의 지성화 대중화 생활화를 위해 힘쓰신 용성스님~
존경합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2019-03-03 16:09:54

WeWantPeace

이런 숨은 일들이 사실로 판명되고 우리의 독립운동사가 채워질수록 후손들의 자긍심과 당당함은 높아질 것입니다. 정부나 해당 지자체의 적극적인 발굴지원이 있어야겠습니다.

2019-03-02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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