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3.3 제6차 통일특별위원회 의병 대회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통일특별위원회 제6차 의병대회에 참가하여 법문을 듣고, 함께 회의를 하였습니다. 오늘 의병대회는 전국 곳곳에서 행복학교와 즉문즉설 강연, 캠페인, 행복캠프 등의 활동을 진행해온 270여 명의 통일특위 의병들이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하반기 활동을 준비하는 자리였습니다.

아침 햇살이 따스합니다. 스치는 바람에도 봄이 묻어 있습니다. 새벽부터 도시락을 싸들고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오랜만에 만난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과 정답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전 10시, 먼저 지난 3년 간의 활동을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꽁꽁 언 얼음과 차디찬 눈보라에 숨 막혔던 한 시대가 가고, 부드러운 바람과 따뜻한 볕에 기운이 돋는 새 시대가 오는구나!’

아리랑 노래와 함께 독립선언문으로 시작한 영상은 평민 의병을 거쳐 통일의병으로 이어졌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의 모습과 지금 통일의병들의 모습이 서로 다르지만 또 같아 보여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이어서 기조법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통일의병을 시작했던 초발심에 대해 이야기하며 법문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짚어보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일의병이 되려고 처음 교육을 받을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떠했는가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내는 마음을 ‘초발심(初發心)’ 또는 ‘초심’이라고 합니다. 이 초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초심이 계속 유지되면 결과도 성공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법성게에도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처음 낸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면, 그것이 곧 정각(正覺)을 이룬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이 통일의병이 되고자 처음 교육을 받을 때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나라는 발전하고 국민은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세계를 둘러보면 나라는 발전했지만 그 속에 사는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도 있고, 국민은 만족도가 높지만 나라의 발전이 정체된 경우도 있습니다.

나라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국민은 더 행복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나라가 더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평화’입니다. 이 평화가 공고히 유지된 상황에서 남과 북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평화’와 ‘통일’이 현재 우리 나라가 발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현재도 대한민국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한 나라에 속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도는 매우 낮은 편입니다. 나라 발전도는 상위국에 속하는 반면 국민 행복도는 하위국에 속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국민이 행복하려면, 첫째, 민주주의가 발전해야 합니다. 둘째,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합니다. 셋째, 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 속에는 인종, 성별 등 우리가 놓인 조건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째,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과거 100년 동안 민(民)이 만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나라 이름은 대한민국이지만 민(民)이 주인이 아니다!’며 분연히 떨쳐 일어났던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중항쟁, 촛불 혁명... 스님은 “민(民)의 힘으로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룬 것”이라며 “모든 힘의 원천은 국민에게 있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통일의병들이 지속적으로 나라의 주인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하였습니다.

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어 안타까워하는 대중들의 질문에 스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해서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의 북미관계를 진단해 보면, 최소한의 기본합의는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요구는 북한이 핵무기를 먼저 신고하라는 것인데, 북한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신뢰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무기를 모두 신고하게 되면, 미국이 중간에 마음을 바꿀 경우 결국 공격 목표점만 제공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처지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북한이 아무 것도 안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협상카드로 내놓은 것이 영변 핵시설 폐쇄입니다. 북한의 입장은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가 있다면 그것은 그냥 두고, 그걸 만드는 시설은 폐쇄하겠다는 거예요. 이는 앞으로 더 이상의 핵무기는 만들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숨겨둔 핵무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있을 수도 있다고 의심되는 것이지, 있다거나 없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일단 북한은 상호가 모두 알고 있는 검증 가능한 핵시설을 폐쇄하겠다는 거예요. 이것이 북한으로서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이 상황에서 핵무기를 모두 신고하라고 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미국이 이 조건을 계속 고집한다면, 그건 협상을 이어나가기보다 그만두자는 쪽에 가깝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내부의 여론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제재도 풀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과거에 행해진 제재들은 주로 북한이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제재였는데, 지금 실행 중인 제재들을 보면 북한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제재입니다.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미국 내의 여론은 이러한 제재들을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 전까지는 풀어주지 말자는 것입니다. 민주국가인 미국에서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그런 여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데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북한 여행에 대한 제재를 풀어주는 것과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것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내의 여론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이 이상 내놓기는 어려운데, 북한에서는 그 정도로는 생존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과 맞바꾸기는 어려운 입장입니다. 그나마 한국과 협상해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 그리고 원산갈마지구 개발에 도움이 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정도가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미국 여론이 너무 안 좋아 이것도 남한 정부가 북한에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입니다.

결국 이번 협상은 미국도 북한도 이런 국내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둘 다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협상은 이루어져야 하니까 실무회담에서는 이 정도 선에서 합의를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는 이 정도 협상을 해서 돌아가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국내 정치상황이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히 어렵게 흘러가고 있어요. 아주 좋은 협상 결과가 아니고서는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방안이 있었어요. 북한에게서 획기적인 양보를 얻어가서 ‘봐라, 내가 이 정도를 얻어냈다’라고 자랑할 정도가 되든지, 아니면 판을 깬 다음에 ‘봐라, 만족스럽지 않으면 나는 언제든 일어서는 사람이다.’라며 자랑을 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북한이 추가로 무언가 내놓기는 어려우니까 결국 미국은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협상은 둘의 사이가 틀어져서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합의는 이루어졌지만 국내 정치까지 고려했을 때 더 큰 것을 얻든지 결렬시키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자를 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은 이렇게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든 경제 제재를 풀려는 북한 입장에서는 아주 답답한 상황입니다. 북한이 풀어달라는 제재들은 주로 민수 제재입니다. 군사 제재는 이미 과거로부터 시행되어왔고, 북한이 이번에 풀어달라고 요구한 제재들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민생경제와 관련된 제재들이었어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민수 제재를 풀어달라는 북한의 요구가 꼭 모든 제재를 다 풀어달라는 것처럼 들리는 거예요. 북한 입장에서는 군사제재 해제를 요구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릴 수 있으니까 민수제재만 풀어달라고 한 것인데, 애초에 군사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의 요구가 마치 모든 제제를 풀어달라는 것으로 들렸던 거예요. 겉으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 겁니다. (모두 웃음)

북한 입장에서는 군사제재 해제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니 부분 해제를 요구한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이 결국 모든 해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이것을 언론 브리핑할 때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현재 상황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이 갖는 단점은 우선 남한 정부가 준비하던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과 북한이 이번 협상을 계기로 경제적 발전계획을 도모하고 있었는데 그 계획이 지연되었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거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역량이 된다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버티는 전략으로 가면 되지만, 버틸 역량이 안 된다면 더 큰 것을 내어주고 경제 제재를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놓고 무엇을 주고받을지 선택하면 됩니다.

북한은 100년이라도 버틸 수 있다고 큰소리쳤으니까 그때의 패기를 가지고 있다면 이번에 조금 연기된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도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당장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 큰 문제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됩니다. 진행되던 협상이 조금 정체된 것이지 뒤로 물러난 후퇴는 아닙니다.

물론 협상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연기되었으니까 조금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빠 보이는 것에도 잘 살펴보면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번 협상 결렬이 가져다준 좋은 점은 다시 남한 정부의 역할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미국과 북한이 오해로 인해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남한 정부의 역할이 컸어요. 남한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요구를 전달해서 이 둘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냈습니다. 북한에 가서는 트럼프와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전하고, 미국에 가서는 김정은이 과거 리더들과는 다르게 협상하려고 한다며 소위 중매를 붙인 상황이었어요. 미국도 요구가 있고, 북한도 요구가 있으니, 중간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득해서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까지 남한 정부가 큰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는 남한 정부의 역할이 크게 없었습니다. 북한이 ‘이제 미국이 협상할 수 있다고 했으니 남한이 미국에 가서 우리 이야기를 전해달라’라고 해서 미국에 갔는데 트럼프 반응이 별로 안 좋았어요. 오히려 ‘남한은 미국과 동맹인데 왜 북한 편을 드냐’며 오히려 트럼프가 ‘남한이 미국과 동맹이라면 북한에 가서 이런 것들을 요구해보라’라고 했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다시 북한에 가서 뭔가 해보려고 하면, 북한에서는 또 ‘남한은 우리 민족인데 왜 미국 입장을 대변하느냐’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같은 민족이면 우리끼리 뭉쳐야지 왜 외세의 말을 듣고 여기 와서 요구하느냐고 한 겁니다. 이렇게 양쪽에서 욕을 먹었어요. 한쪽은 동맹을 내세워서 압박을 했고, 다른 한쪽은 민족을 내세워서 압박을 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남한 정부가 중재할 때 북한이 잘 받아들이면 남한 정부가 미국에 도움이 되고, 북한 입장에서도 남한 정부가 중재할 때 미국 정부가 잘 받아들이면 남한 정부가 북한에 도움이 되는데, 지금까지 둘 다 여의치 않으니 미국과 북한이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고 해서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는 남한 정부의 역할이 크게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몇 개월 동안 한국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역할이 없더라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협상만 잘 이루어진다면 꼭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에 담판을 지으려던 두 당사자가 직접 만났는데 이야기가 잘 안 됐어요. 그러니 남한 정부의 역할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모두 웃음)

남한 정부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지와는 별개로 우선 남한 정부한테 중재하는 역할이 다시 돌아온 거예요. 미국과 북한이 이번에 합의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논의된 내용과 같은 내용으로 다시 합의를 하게 된다면 ‘이럴 거면 지난번에 하노이에서 합의하지 왜 지금까지 시간을 끌었느냐’ 하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러니 미국과 북한이 지금 이대로 다시 만나기에는 조금 서먹한 게 있습니다. 그래도 언론 앞에서는 서로 비난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자는 것을 보면 다시 만날 마음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은 다시 남한 정부가 나서서 이 둘을 붙여줘야 해요. (모두 웃음)

이렇게 우리나라 정부에게 다시 중재자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물론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 대해 잘 모를 때보다 중재하기가 더 어려워진 점이 있습니다. 서로 잘 모를 때에는 이쪽에 가서 저쪽 이야기를 좋게 하고, 저쪽에 가서 이쪽 이야기를 좋게 하면, 만남을 성사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했으니까 서로의 속내를 어느 정도는 아는 단계예요. 여기서는 중재자가 조금 좋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양쪽에 신뢰가 쉽게 쌓이지 않습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네가 잘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한다’라는 말을 듣기 쉬워요. 그렇지 않으면 ‘네가 책임질 수 있냐?’ 이렇게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때 중재자가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그래, 그 부분은 내가 책임질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파는 쪽은 100원에 팔겠다고 하고, 사는 쪽은 50원에 사겠다고 하는데, 이 둘 사이의 거래를 꼭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재자가 50원을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내가 내는 50원과 거래가 무산되어서 생기는 손실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거래가 무산될 때의 손실이 50원보다 크다면 기꺼이 50원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비용 안에 주한미군 주둔비 등이 거론되고 있는 거예요. 이번에 협상이 결렬되고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다시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로 재개하기 어렵다’라고 솔직하게 답을 했습니다. 협상을 깨는 정치적인 행위는 신뢰를 떨어뜨리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큰 장점이에요. (모두 웃음)

만약 전쟁이 난다면 최대 피해자는 우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적어도 전쟁은 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그것만 해도 큰 성공입니다. 이번에 큰 기대를 했다면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전쟁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만 해도 아주 큰 수확입니다. (모두 박수)

물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참 좋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빨리 나아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협상의 결렬로 인해 우리 정부에 다시 역할이 주어졌는데,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다시 역할이 주어졌으니 적어도 북한이 방향을 돌리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방향을 튼다면 중국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면 평화는 찾아올지 모르지만, 통일의 기회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통일의 기회가 찾아오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 속에서 중국이 개입할 기회를 주지 않고 신속하게 통일로 나아가서 끝을 맺어야 하는데,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오고 간 내용이 모두 다 공개가 되어버려서 중국이 북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있기 때문에 그걸 지렛대 삼아서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이런저런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 측면도 큽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문이라도 열어두어야 미국과 협상이 잘 안 될 때 사면초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어요.

이것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최근에 일어난 일입니다. 평화가 유지되고 통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남한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설령 미국이 방향을 바꾸려고 해도 전체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것은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남한 정부가 역할을 아주 잘 해내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도록 유도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남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거나 통일에 반하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기가 쉽습니다. 물론 남한 정부가 뒷걸음질 치더라도 만약 미국이 자기 필요에 의해서 평화와 통일로 밀고 나가면 이 일은 성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그런 방향으로 밀고 나갈 국내적 동력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문제가 아주 큰 이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을 할 때도 우리는 모든 방송사가 앞다퉈 생중계를 내보냈지만, 미국은 오히려 마이클 코언(Michael Cohen) 변호사의 청문회 증언이 언론을 도배할 정도였어요. 북미 정상회담은 청문회 중간중간에 소식을 조금씩 전하는 정도였다고 하니, 미국 국민들은 이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번에 합의가 되었다면 한반도 전체에 좋았겠지만, 합의가 잘 되지 않아서 남한 정부가 다시 판에 끼어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일이 잘 되었다면 떡고물은 떨어졌겠지만 우리가 주도적으로 자리를 만들 기회는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일이 잘 진척되지 않으니까 비록 떡고물은 없어서 아쉽지만 대신 우리가 주도적으로 무언가 만들어 볼 기회는 생긴 거예요. 이렇게 보면 장점과 단점이 반반이어서 아직 크게 실망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여기서 만약 판이 깨지고 뒷걸음질 친다면 실패라고 볼 수 있지만, 이건 미국과 북한 둘 다 원하지 않고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원하지 않는 방향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에게는 우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행복학교를 확산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 그저 행복학교만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복학교의 확산이 나라의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통일의병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 후 법문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이어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참석한 통일의병 전원이 참여하는 총회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논의할 안건은 통일특위 운영위원회 신설과 운영위원 승인 건 및 통일특위 구역 개편(안)이었습니다. 안건의 내용에 대해서 특위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자세히 설명한 뒤 질의응답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때때로 보충 설명을 덧붙여주었습니다.

의결은 삼의제에 의한 만장일치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삼의제는 소수의견이 무시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소수의견을 세 번 개진할 기회를 제공하는 불교의 전통적이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입니다. 두 가지 안건 모두 삼의제를 통해 승인한 후 특위 의병들은 큰 박수로 회의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이 되자 통일의병들은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들고 삼삼오오 모였습니다.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고, 문경의 따뜻한 햇살도 느끼며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에는 사무처장 조성숙 님의 진행으로 2019년 활동방향 및 상반기 중점 활동 브리핑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행복시민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행복센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2019년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은 어떻게 진행할지, 경청 리포터와 통일의병 활동은 어떻게 할지, 다양한 의견이 제안되고 수렴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중 프로그램 기획단에서는 대상별로 다양한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데요. 중년 남성 분과에서는 ‘내 아내 연구 보고서’ 프로그램을, 직장인 분과에서는 ‘알고 보니 최고일세’ 프로그램을, 교사 분과에서는 ‘00해도 괜찮아’ 프로그램을, 돌싱 분과에서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해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스님도 대중들 가운데 한편에 앉아서 대중들의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2019년에는 시민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통일의병들의 국민 행복 운동이 더욱더 신나고 힘차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토론을 모두 마치고,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4명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즉문즉설이 끝나고 오늘 대회를 마무리하며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간절한 원(願)이 되어야 이 일이 자기 일이 됩니다. 그저 법륜스님의 일을 도와주는 수준으로 해서는 안 돼요. 또 역사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 장관들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보면 재능은 있지만 가슴속에 평화와 통일에 대한 뚜렷한 염원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현 정부가 평화로 방향을 잡은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가슴속에 진정한 원(願)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진력과 정교함,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반대자들에 대한 포용력은 부족해 보입니다.

이 부족함을 우리 통일의병이 채워주어야 합니다. 정부가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생기면 우리가 뒷받침을 해주어야 합니다. 우리도 능력이 부족하긴 하지만요. (모두 웃음) 우리는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도록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의지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우선 행복학교를 통해 그들의 괴로운 삶이 행복해지면, 자기를 괴롭히는 데 사용하던 에너지를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쓸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도 자기를 괴롭히는 데 사용하던 에너지가 줄어드니까, 그 에너지를 이제 세상을 위해서 쓰잖아요. 우리 각자가 그런 경험이 다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에 대해서도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에게 그런 경험이 없다면 그들이 그렇게 바뀔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되었으니 세상 사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어!’ 이런 희망을 줄 수 있어요. 자, 그렇게 해나갑시다.”

통일의병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스님의 말씀에 화답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통일의병 선서를 하는 시간입니다. 선서를 하기에 앞서 용성 스님의 독립운동에 대한 영상을 한 편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가슴이 먹먹해진 사이 곧바로 통일의병선서가 진행됐습니다.

아주 늠름하고 씩씩한 목소리에 행사장은 순간 숙연해졌습니다. 100년 전 독립의병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듯이, 100년 후 오늘 통일의병들은 완전한 독립인 평화 통일을 향해 부지런히 나아갈 것을 맹세했습니다.

대회를 모두 마치고 내려가는 길, 오늘 대회에 참석하느라 하루 종일 앉아서 고생한 통일의병들을 위해 진행 측에서 증편을 나눠주었습니다.

통일의병들은 증편을 맛있게 먹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저녁에 외부 일정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다시 밤늦게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부터 7일간은 정토회 해외 활동가 수련이 진행됩니다. 전 세계에서 정토회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모두 문경으로 모일 예정입니다.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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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데오

"초심이 계속 유지되면 결과도 성공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 감사합니다.~~^^

2020-03-19 22:51:15

정명데오

"법성게에도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처음 낸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면, 그것이 곧 정각(正覺)을 이룬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03-19 20:32:37

이건 아닌듯해요

정토회를 한국불교의 한 단체중 하나라고 해야할지, 수행단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요지는\'수행\'과 깨달음이 아니었던가요? 사회참여도 좋겠지만 이렇게 특히 정치적, 이념적으로 편향될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스님께서 개인적인 강연 (?)을 하신다는것은 특히나 스님께서 끼치시는 영향력이 막강하신 만큼, 자칫 그 말씀을 듣는 모두에게도 그런 생각, 이념,정치적 판단을 갖게할 우려를 할수있을것 같습니다.
이 게시판은, 말 그대로 인생의 선배이자 수행의 선배로써 스님께서 질문들에 조언해주시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9-03-15 00: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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