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3.11 방송 영화 연극 예술인들을 위한 즉문즉설
“아내의 말투 때문에 화가 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송·영화·연극 예술인들을 위한 모임인 길벗에서 주관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상암동 JTBC 방송국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두북에서 하룻밤을 머문 스님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정토회 해외활동가수련을 마치고 남은 해외사무국과 국제국 임원들과 회의를 하였습니다. 10차 천일결사 때부터 외국인을 상대로 한 국제 포교를 확대할 예정인데, 교포를 상대로 한 해외포교와 어떻게 협조하여 그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새로운 개척 사업을 할 때는 조직 안에서 어떻게 서로 협의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스님의 경험담을 예로 들어주며 해외사무국과 국제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었습니다.

오후 5시에는 지난 9일 별세한 민주화 운동가이자 민중 신학자인 문동환 목사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습니다.

문동환 목사님은 형 문익환 목사님과 함께 민중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으셨고 민주화와 통일의 꿈을 위해 헌신하신 분입니다. 스님은 미국에 계실 때 여러 번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고인과의 인연을 기억했습니다.

문 목사님은 미국 워싱턴에서 목회 활동을 하면서 통일운동을 하셨고, 이후에 뉴저지에 거주하면서 워싱턴과 뉴욕에서 스님을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스님이 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운동에 대해 많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고인의 넋을 기리고 헌화를 한 후 빈소를 나왔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상암동 JTBC 방송국 1층 대강당에서 방송·영화·연극 예술인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길벗은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방송·영화·연극 예술인들의 모임입니다. 길벗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법륜스님 초청 강연을 열고 있는데요. 어느덧 23회째 강연입니다.

연예인, 배우, 방송국 PD, 작가 등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올해가 3.1 운동 100주년이라고 언급하며 3.1 운동 정신과 민(民)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어 온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해방 이후 좌우 이념 대립 때문에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역사 속에서 묻혀버렸습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독립운동사는 실제 역사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무수한 애국지사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이 그 잊혀진 역사를 밝혀야 하지만, 비밀리에 했던 독립운동의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렇게 잊혀지고 덜 알려진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인 백용성 스님의 삶을 재조명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대중들은 새로운 사실에 놀라는 한편,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친 용성스님의 삶에 감동하였습니다. 영상을 본 후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즉문즉설은 질문자가 많아 보통 7~8명을 강연 직전에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번 강연에서는 현장의 질문을 더 많이 받기 위해 1명만 사전 질문 신청을 받고 나머지 질문은 강연 도중 손을 들고 질문할 수 있도록 진행해 보았습니다. 질문자가 없어 일찍 집에 갈 수 있겠다는 스님의 농담과는 달리 청중들은 공백 없이 손을 번쩍번쩍 들었습니다.

예술인들을 위한 강연이라 그런지 ‘행복을 주는 배우가 되려면 어떡해야 하나요?’, ‘성공한 음악가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행복하게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다가 나중에는 ‘욕망 없이 어떻게 사랑할 수 있나요?’, ‘성인이 된 딸과 같이 살기 힘들어요.’라는 질문까지 2시간 내내 흥미진진하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또 남편과 아내, 부부가 번갈아 가며 자신의 고민을 질문하기도 했는데요. 스님은 남편의 질문에는 남편의 입장에서 가져야 할 관점을 이야기해 주었고, 아내의 질문에는 아내의 입장에서 가져야 할 관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양쪽 입장이 함께 공유가 되면서 청중석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먼저 아내의 말투에 화가 난다는 남편과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결혼 3년 차입니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아닌 것 같은데요.”(모두 웃음)

“결혼해보니까 저한테 없었던 면들을 발견하게 됐어요. 아내가 운동선수였어요. 그러다 보니 선배가 후배에게 말하는 투로 저한테 말을 합니다.(모두 웃음)

평소에는 다소곳하고 다정하게 말하는데 피곤하거나 급할 때는 그런 말투가 툭 나와요. 예를 들면 ‘양말 거기 벗는 거 아니야!’ 이러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야 하면 갑자기 ‘아니야, 오빠! 오른쪽으로 가야 해! 오른쪽이야! 이리 와!’라고 해요. 그러면 화가 0에서 갑자기 10이 될 정도로 치솟습니다. ‘내가 뭐가 아냐!’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결혼 전에 그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거든요. 물론 그런 모습이 제 안에 있었겠죠.

그런데 아내는 제가 그럴 때 화가 나서 소리 지르는 걸 너무 싫어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각자의 트라우마가 만나게 돼서 울고불고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왜 행복하다고 해요?”(모두 웃음)

“그럴 때 말고는 행복합니다. 신혼 초에 그렇게 많이 싸웠다면 3년 차인 지금은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줄긴 했지만, 서로 ‘나는 왜 이렇게 헐크처럼 될까’ 싶을 정도예요. 제가 분에 못 이겨서 벽을 칠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주위의 제 또래 남편들에게 상담을 해보면 ‘야, 나는 텔레비전 다 부쉈어’, ‘야, 나는 문 다 부쉈어’라고 해요. 제가 제일 약하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위안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평화를 지키고 싶습니다.” (모두 웃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행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질문자가 딱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되는데, 할 수 있을까요? 아주 쉬운데요.”

“전기충격기요?”(모두 웃음)

“아뇨, 그것까지 필요도 없고 그것보다 더 쉬운 거예요.”

“예.”

“아내가 뭐라고 하면 ‘예, 선배님!’ 이렇게 말하세요.(모두 박수) 그때는 아내라고 생각하지 말고요. 무조건 뭐라고 큰소리가 나면 ‘예, 선배님!’이라고 하세요. 그러면 바로 아내의 화가 수그러들어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청중석은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그렇게 해본 적이 있긴 한데 아주 악에 받쳐서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했어요.”(모두 웃음)

“그건 억지로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지 말고요. 사람에게는 자기도 모르는 무의식 세계란 게 있어요.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결혼한 사람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있어요. 남자가 평소에는 굉장히 남자답고 든든한 장부 같았는데 술을 마셔서 취하면 잠잘 때 꼭 어린애처럼 아내의 가슴속에 파고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여자가 볼 때는 징그러워요.(모두 웃음) 조그마한 아기면 귀엽지만 덩치 큰 사람이 그러니까요.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을 못 받은 경험이 있으면 술을 마시고 취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는 거예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잘난 척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돼요. 그럴 때 아내가 징그럽다고 쳐내거나 하면 그 순간은 아이의 마음이기 때문에 상처를 입어요. 덩치가 커도 어린애나 아들처럼 생각해서 등도 두드려주고 꼭 껴안아줘야 다시 잠이 들거든요. 이건 성질이 더러운 것도 아니고, 괴팍한 것도 아니고, 무의식 세계에서 일어나는 작용이에요.

노인들이 나이가 들고 치매에 걸리면 자꾸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잖아요. 의식을 잃고 무의식에서 어릴 때의 생각만 계속 흘러나오니까 했던 얘기를 반복하는 거예요. 노인이 되면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하는 게 하나의 특징입니다. 우리 어머니만 그런 게 아니고, 우리 아버지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노인들의 특징이 그래요. 안 그런 사람은 백에 한두 명밖에 안 됩니다. 또 치매에 걸리면 어린애 같은 얘기를 하죠. 그래서 늙으면 다시 어린애가 된다고 하잖아요. 그것은 무의식 작용 때문이에요. 무의식은 대부분 어릴 때의 경험이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질문자의 부인도 청소년기나 대학 시절에 운동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때의 습관이 무의식에 배여 있는 거예요. 일상적으로는 이성이 작용하니까 아내의 역할을 하는데, 마음이 급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말이 확 튀어나오는 겁니다. 그럴 때는 마치 후배한테 그러듯이 ‘그러지 마!’라고 말이 튀어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후배가 ‘왜!’ 이러고 덤비면 선배가 어떻겠어요? ‘뭐 이런 게 다 있어!’ 이렇게 되잖아요. (모두 웃음)

그러면서 서로 화의 단계가 막 올라가는 거예요. 질문자는 자기가 남자라는 생각에 화를 내지만, 그럴 때 아내의 무의식에는 상대가 남편이라는 생각은 없고, 후배가 대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화를 더 내게 됩니다. 그때는 무조건 받아 주세요. ‘예, 선배님!’ 이렇게 조폭 후배처럼 행동하면 해결이 아주 쉬워요.(모두 웃음)

‘어, 또 시작이네’ 이러면서 거기에 끌려가지 말고 ‘예, 선배님!’ 이렇게 받아주세요. 아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내라고 부르지도 말고, 선배라고 불러주세요. 선배라고 불러주면 아내도 딱 제정신이 돌아올 거예요. 그게 뭐 어려워요? 전기충격기 사용하는 것보다 쉽잖아요.”(모두 웃음)

“만약에 ‘예, 선배님!’이라고 했는데, 아내가 ‘나 비꼬는 거야?’라고 하면 어떡하죠?”

“그러면 ‘선배님,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세요. ‘진짜 당신 왜 그래!’ 이러면, 법륜 스님한테 물었더니 아내가 성질이 나거든 무조건 ‘예, 선배님!’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하세요. ‘그래서 나도 지금 노력하고 있는 거야’ 이러면서 웃어주면 돼요. 아기는 있어요?”

“아직 없습니다.”

“부부가 이렇게 서로 성질을 내고 싸울 때 아기가 있으면, 아이가 이 성질을 닮게 돼요. 그래서 부모가 되면 정말 조심해야 해요. 만약 아내가 질문했다면, 남편이 어떻게 하든 아내가 받아줘야 한다고 했을 거예요. 질문자는 남편이니까 아내가 어떻게 하든 아내의 성질을 받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아이가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은 성인이니까 성질냈다가 화해했다가를 반복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지만, 아이는 그 성질낸 걸 고스란히 닮게 됩니다. 부모가 화를 잘 내면 화를 못 참는 아이의 성질도 갈수록 증폭됩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성질을 100을 냈다고 하면 그 아이는 성질을 150을 냅니다. 그 밑으로 가면 200을 내게 되는 거예요. 화를 못 참는 성향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이걸 낮추려면 부모가 먼저 수행을 해야 합니다.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져버려요. 나쁘고 좋고의 개념이 아니에요. 자기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에요. 질문자도 지금 자기 통제가 잘 안 되는 상태인데, 그러다가 아이가 그런 성향이 더욱 심해지면 어떡해요? 자녀들은 질문자보다 덜해야 하지 않을까요? 덜하려면 질문자가 무조건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예, 선배님.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는 가벼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바로 옆에서 남편의 즉문즉설을 보던 아내도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운동선수였던 아내인데요. ‘아니야’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게 제 말버릇이기는 해요. 예를 들어 ‘오빠, 이쪽 길이 아니야. 저쪽이 주차장이야’라고 하고요. 맞는 말을 하는 것이긴 한데, 남편이 ‘아니야’라는 말을 굉장히 민감하게 들어요. 그냥 좋게 ‘오빠, 그게 아니야’라고 해도 남편한테는 ‘아니야!’ 이렇게 들리나 봐요. 그래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어요. ‘하지 마’ 이런 것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남편이 빨래를 하려 할 때 ‘오빠, 하지 마. 내가 할게’라고 부드럽게 말해도, ‘하지 마’를 굉장히 예민하게 듣더라고요.

그런 게 제 말투일 수도 있겠죠. 결혼 생활하면서 이런 트러블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남편과 싸울 때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도 제가 울면 화를 안 내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도 울고, 그 뒤에도 또 울었더니, 이제는 남편이 우는 것에 익숙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다음번에는 저도 화를 냈더니, 남편이 같이 또 화를 내게 됐어요. ‘아, 이건 아니다’ 싶어서 화를 안 내려고 해도 잘 안 돼요.

그런데 남자들은 꼭 화를 낼 때도 1, 2, 3, 4, 5단계로 가는 게 아니라 1단계에서 갑자기 5단계로 가더라고요. 너무 화를 내기에 ‘그런데 그게 그렇게 화를 내면서 할 얘기야?’ 이렇게 어조를 낮춰서 물어봤더니 거기에 또 화를 내고, 끝까지 화를 다 낸 후에야 가라앉는 거예요.”

“그건 약 올리는 얘기죠. 화내는 사람한테 ‘그게 화낼 얘기야?’라고 하면 그것보다 더 약 오르는 게 어디 있어요?”(모두 웃음)

“아니, 좀 차분하게 얘기하면 좋겠으니까...”

“화가 나서 지금 정신이 없는 사람한테 ‘그게 화낼 얘기야?’라고 하면 ‘뭐야, 내가 미쳤다는 얘기 아니야?’ 이렇게 들려요. 차라리 ‘너 미쳤어!’라고 하는 게 낫죠.”(모두 웃음)

“어떻게 해서든 잘 살아보려고 하고, 싸움도 좋게 풀어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는 하는데, 다 통하지는 않더라고요. 이렇게 싸울 때 제가 조금 좋게 풀어갈 방법이 있을까요? 아예 말을 하지 말고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할까요?”

“그러면 안 돼요. 말을 안 하는 건 ‘너 하고는 말하기 싫다’ 이런 뜻이거든요. 말하는 것보다 말 안 하는 게 사실은 상대를 더 힘들게 합니다. 상대에게 물었는데도 상대가 말을 안 하면 화가 더 나요. 그러면 질문자는 이럴 거예요. ‘대꾸하면 대꾸한다고 화를 내고, 말 안 하면 안 한다고 화를 내고, 나 보고 어떡하라는 얘기냐!’ 이렇게 될 수가 있어요.

질문자도 남편이 뭐라고 하면 무조건 ‘예, 그래요’ 이렇게 얘기하세요. 남편이 이리로 가자고 하면 ‘예, 이리로 갑시다’라고 하고, 저리로 가자면 ‘예, 저리로 갑시다’라고 하세요.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삐친 것밖에 안 되니까 그러지 말고 ‘예’ 하세요. 어떤 경우에도 ‘아니야!’라는 말은 하지 말라는 거예요.”

“저는 싸우는 시간도 줄이고 잘해보려고 그런 건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게 나아요? 시간 줄이려다가 싸우고 성질내는 게 나아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게 낫죠.”

“특히 아기를 가지게 되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에요. 배 속에 아기가 있으면 질문자가 한 번 성질낼 때마다 아기가 깜짝깜짝 놀라고, 아기가 태어난 뒤에는 아기의 성질이 더 험해져요. 임신 초기에 엄마가 부부 갈등 때문에 자꾸 성질을 내면 더욱더 안 좋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처음엔 세포 하나였다가 그게 분열이 돼서 점점 눈도 되고 귀도 되면서 분화하고 발달하잖아요. 이 때는 엄마가 조금만 신경을 써도 세포가 영향을 크게 받아요. 그러면 아이에게 유전적 장애가 아닌데도 신체에 장애가 생기기 쉽습니다. 엄마가 화를 내든 슬퍼하든 태아에게는 다 신경이 긴장되는 걸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이에게 신체적인 영향을 크게 주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부모의 짜증이 아이에게 정신적인 영향을 줍니다. 무의식 세계에 트라우마가 생기는 거예요. 큰소리만 나면 애가 깜짝깜짝 놀라서 막 넘어가게 되거든요. 어릴 때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누가 큰소리만 치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져요. 결혼만 안 했으면 성질을 내도 괜찮지만, 결혼을 했다면 두 사람 사이에 예의가 있어야 하고, 아이에 대한 예의도 있어야 해요. 두 사람 사이의 예의가 50% 정도로 중요하다면, 아이에 대한 예의는 500% 정도 중요하다고 봐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그만큼 파급 효과가 큽니다. 부부 두 사람이야 자기들이 좋아서 선택했으니까 자기 선택에 대해 어떤 과보가 와도 내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선택한 게 아니잖아요. 엄마 아빠 둘이서 한 행동의 과보를 아이가 받는 거잖아요. 부모로부터 그런 과보를 일방적으로 받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하죠. 부부는 자기가 선택을 했지만, 아이는 자기가 선택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아이에게는 부모가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한 여자로서는, 또는 한 남자로서는 이 성질을 못 고친다 하더라도, 아기 엄마로서는, 혹은 아기 아빠로서는 이 성질을 고쳐야 합니다. 아기를 위해서요.”

“저도 모르게 자꾸 ‘아니야!’가 나와요.”

“자꾸 연습하면 돼요. 무슨 말이든지 항상 입에 ‘예’를 붙이는 연습을 해보세요. 남편이 뭐라고 해도 ‘예!’ 하고 해 보세요. 소를 몰고 지붕 위에 올라가라고 하면 ‘말도 안 돼!’ 이러지 말고요. 질문자는 지금 수행으로 하는 거니까, 소를 몰고 지붕 밑에까지 가서 ‘여보, 여기서부터는 못 올라가는데 어떡하면 돼?’ 이렇게 물어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만둬’라고 하면 ‘예’라고 하고요.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남편이 뭐라고 해도 ‘예, 알았어요’라고 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자꾸 연습해서 입에 익으면 저절로 말이 나오게 돼요. ‘아니오’라고 하는 건 부정적 사고거든요. 질문자는 부정적으로 사물을 받아들이는 게 정신세계와 몸에 배여 있습니다. 아마 어릴 때 그렇게 자란 환경이 있을 거예요. 질문자의 잘못이 아니라 어떤 환경이 질문자를 그렇게 만든 거예요. 그걸 긍정적 사유 체계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급할수록 그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거든요. 그러니 자꾸 연습하세요. 뭐든지 그냥 ‘예’ 하는 거예요. 좋고 나쁘고, 되고 안 되고를 따지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 아기한테는 내가 짜증을 내느냐, 안 내느냐가 중요해요. 차가 좀 늦게 가고 돈이 얼마 벌리는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렇게 가치관이 바뀌면 됩니다. 세탁이 한 시간 늦거나 방이 지저분한 게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에게는 엄마의 짜증이 최고로 중요합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지저분한 게 널려 있든 말든,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가든, 그런 걸 신경 안 쓸 수 있어요. 관점을 바꾸면 이게 가능해져요.

그런데 자꾸 효율을 생각하니까 이게 안 고쳐지거든요. 효율을 높이면 좋다는 의견이 틀렸다는 게 아니에요. 내 말은 틀리고 남편 말이 다 옳다는 것도 아니고요. 자꾸 갈등을 일으킬수록 더 큰 피해가 나기 때문에, 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작은 손실은 그냥 감수해야 한다는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딱 바꿔야 해요.

‘남편이 옳지가 않은데 어떻게 ‘예’라고 해요?’ 자꾸 이렇게 접근하면 안 돼요.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짜증을 내면 나한테 큰 손실이 따르니까 무조건 ‘예’하고 해보는 겁니다.

이건 비굴한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남편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내 습관을 고치는 거예요.

‘나의 이런 부정적 사유체계를 바꾼다.’

관점을 이렇게 딱 잡아야 해요. ‘이렇게 해주면 남편이 좋아한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남편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 참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중에 폭발합니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게 진짜! 자기가 잘나서 ‘예’ 해주는 줄 아나?’ 이러면서 팍 터져버려요. (모두 웃음)

그게 아니라 내 습관을 바꾸기 위해 해 보는 거예요. 안 되면 ‘아, 내가 또 놓쳤구나’ 하고, 안 되면 ‘또 내가 놓쳤구나’ 하면서 항상 자기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남편을 자꾸 개입시키지 말고요.”

“예,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과제를 하나씩 받았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다 됐지만 질문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대중들의 요청으로 한 사람만 더 질문을 받고 지혜롭게 살 것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우선 지혜롭게 사는 게 필요해요. 괴로움은 지혜롭지 못할 때 생기고, 지혜롭게 대응할 때 사라집니다. 이건 전생의 죄도 아니고, 하나님의 벌도 아니고, 사주팔자도 아니고, 어리석기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쥐가 쥐약을 먹고 조금 있다가 떼굴떼굴 굴렀다고 해봅시다. 쥐가 왜 괴로울까요?

1번. 사주가 나빠서 그렇다.
2번.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렇다.
3번. 하나님 안 믿는다고 벌 받아서 그렇다.
4번. 쥐약인 줄 모르고 쥐약을 먹어서 그렇다.

쥐가 왜 쥐약을 먹고 괴롭게 되었을까요?”

“4번.”

“쥐한테 적용할 때는 이게 분명한데, 왜 사람한테 적용할 때는 안 될까요? 부부 사이가 안 좋다면, 궁합이 안 맞아서 그럴까요? 교회를 안 다녀서요? 전생에 사이가 나빠서일까요? 아니에요. 인간관계에 대한 무지 때문이에요. 상대의 심리 작용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긴 거예요. 남 탓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그러니 지혜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같이 살 건지 안 살 건지, 같이 살면 어떻게 살 건지, 상대가 성질을 낼 때 어떻게 대응할 건지, 이걸 지혜롭게 대처해야 해요. 그래서 옛날부터 나를 알고 남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여러분은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남을 알기 전에 우선 나부터 좀 알라는 거예요. 현재에 정토회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중에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자기를 자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깨달음의 장’입니다.

나를 알고 난 뒤에는 그런 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해요. 지속적으로 자기 까르마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내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깨어있어야 해요. 그래서 놓치면 ‘아차, 놓쳤구나’하고 알아야 해요. ‘너 때문이다’가 아니라 ‘아이고, 내가 놓쳤구나. 또 올라오는구나’ 이렇게 자기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가 생깁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얼굴이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늙었든 젊었든, 혹은 신체장애나 직업 유무에 관계없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또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여러분들도 행복해지고 싶다면 길벗 모임에 참여해서 수행정진을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모두 박수)

즉문즉설을 마친 후 스님은 깜박 잊은 게 있다며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길벗에서 매년 어린이날과 연말에 거리모금을 하고 있는데요. 스님은 “모금해준 돈으로 로힝야 난민들과 곤궁한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는데 잘 썼다”며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여러분이 모금해주신 돈이 일상적으로 인도와 필리핀에서 학교 운영, 원주민 지원에 잘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특별히 이 두 곳에 후원금이 잘 쓰여져서 감사 말씀을 드린다는 게 제가 깜빡했습니다. 거리모금에 함께 해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매년 거리모금을 이어오고 있는 길벗 활동가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스쳤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길벗 봉사자들은 다 함께 스님과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던 부부 두 분을 만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오늘 즉문즉설은 거의 저희의 부부 클리닉이었네요.(웃음) 스님께서 아내가 ‘아니야!’라고 하면 바로 ‘예, 선배님!’ 하라고 하셨는데, 처음엔 되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충분히 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자꾸 해봐야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저는 질문할 생각이 없었는데 남편의 이야기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욱 했나 봐요. 그래서 갑작스럽게 질문하게 됐는데요. 질문하기 전에는 제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님의 말을 들으면서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지?’ 하고 돌아보게 됐어요. 저는 제가 부정적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순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면서 남편에게 미안했어요. 스님 말씀대로 해보겠습니다.”

아내가 소감을 말하며 눈물짓자 남편은 꼭 안아주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대중부 활동가, 사회활동위원회 활동가들과 하루 종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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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데오

"인간관계에 대한 무지 때문이에요. 상대의 심리 작용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긴 거예요. 남 탓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감사힙니다.~~^^

2020-03-30 22:59:39

김재홍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019-03-16 08:27:51

보리수

괴로움은 지혜롭지 못할 때 생기고, 지혜롭게 대응할 때 사라진다!!는 말씀 새깁니다. 부부크리닉 즉문즉설 참 좋았어요. 저도 우리 남편에게 안되는 부분을 내 공부 삼아 조금씩 연습해 보겠습니다~^^

2019-03-15 16: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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