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4.9. 여성 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 즉문즉설 (4) 고양시
“남편의 욱 하는 성질,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여성 독립운동가, 미래를 여는 100년의 기억’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을 관람한 후 경기도 고양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오전 내내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12시에는 평화교육원 조민 원장님을 비롯해 찾아온 손님들과 독립운동사 복원을 주제로 오찬을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에도 손님이 찾아와 미팅을 한 후 4시 20분에 여성 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을 관람하러 고양시에 위치한 국립여성사 전시관으로 향했습니다.

얼마 전 기계형 국립여성사 관장님으로부터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여성 독립운동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특별기획전을 하고 있으니 스님께서 꼭 와주었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마침 오늘 저녁에 고양시에 강연이 있어서 스님은 이곳에 온 김에 기획전도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관장님은 반갑게 스님을 맞이하며 전시관 곳곳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대한독립 여자 선언서라고 들어보셨어요? 2.8 독립선언서와 3.1 독립선언서 사이에 나온 여성들이 만든 독립선언서예요. 기미독립선언서는 국한문 혼용이어서 일반 국민들이 읽기가 어려웠지만, 이 선언서는 여성들이 순우리말로 독립선언서를 만들어서 누구나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한독립 여자 선언서. 1919년 2월에 선포. 3.1 독립선언서보다 먼저 만들어졌으며 여성 자신이 독립의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줌.
▲ 대한독립 여자 선언서. 1919년 2월에 선포. 3.1 독립선언서보다 먼저 만들어졌으며 여성 자신이 독립의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줌.

그러면서 스님에게 이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며 1927년 시대일보라는 신문에 난 기사를 보여주었습니다. 여성 독립단이 국경에 출몰했는데, 변장을 너무나 잘해서 신출귀몰하게 국경을 다니면서 군자금을 모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기독교 쪽 여성들의 활동만 세상에 알려지고 천도교와 불교 쪽 여성들의 왕성한 활동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관장님은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의 독립운동을 앞으로도 계속 발굴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획전은 5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에서 5부까지 차례대로 둘러본 후 스님도 소감을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특히 스님은 전시 자료 중에서 조금 더 보완하면 좋을 내용을 제안했습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조사한 내용을 보니까 조선족의 비율이 70% 정도 되었다고 나와 있었어요. 인구는 중국 사람이 더 많은데,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은 조선족이 훨씬 더 많았던 겁니다. 그중 여성들은 300여 명 중에 4명 빼고 전부 다 조선족 여성이었다고 자료에 나와 있었어요. 남성도 다른 민족에 비해 많이 참여했지만, 여성 독립운동가의 비율은 월등히 높았다는 겁니다. 다른 민족은 여성이 독립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조선족 여성들은 독립운동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한국사에서 중요한 여성으로 고주몽의 어머니인 유화 부인과 고주몽의 둘째 부인인 소서노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두 여성은 고구려를 일으켜 세운 영웅이었어요. 역사에서는 단순히 왕의 어머니나 부인이라고 기록했지만, 이런 여성들이야말로 새로운 이상을 갖고 실제로 고구려를 만든 사람들이에요.

옛날에는 여성이 남자에 종속된 한 부분으로 여겼기 때문에 여성 독자적으로는 이름이 없었어요. 어려서는 아버지의 딸로서, 결혼하면 남편의 아내로서, 남편이 죽으면 아들의 어머니로서 살아야 했거든요. 자신의 주인이 세 번 바뀐다고 해서 이것을 ‘삼종지도’라고 표현했잖아요.

그런데 무려 2600년 전에 부처님이 비구니를 허용했다는 것은 남자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여성이 존재할 수 있게 한 최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구니는 누구의 딸이나 아내라는 수식어가 없는 완전히 하나의 독립된 존재였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여성 차별은 조선 시대에 주자학이 성행하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신라시대나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왕이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함께 중요했습니다. 모계 사회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여자는 재혼을 못한다거나 남편이 죽었다고 수절을 지켜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그때는 없었어요. 얼마든지 여성도 다시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여성을 차별했다고 보면 안 되고, 유교 중에서 주자학이 들어오면서 여성 차별이 심해진 것이라고 봐야 해요.”

부처님이 비구니를 허용했다는 것이야말로 여성 독립의 시작이었다는 말씀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스님은 1시간 가까이 자세한 설명을 해준 관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격려의 말도 전했습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료를 정말 잘 모으셨네요. 저도 독립운동사에서 여성들의 참여에 대한 자료를 발견하게 되면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관장님도 스님에게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강연을 통해 많이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증언과 자료들을 애타게 찾고 있으니 스님께서도 국립여성사 전시관을 많이 알려주십시오.”

국립여성사 전시관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저녁 강연이 열리는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고양시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바람에 꽃잎이 떨어지고 궂은 날씨였는데도 천여 명의 시민이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어울림극장을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강연 전 고양 시장 이재준 님과 차담을 나눈 후 함께 강연장에 들어섰습니다. 강연장 안에서는 사전 프로그램으로 사회자가 청중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행복하신가요?’, ‘즉문즉설을 듣고 내 삶이 바뀌신 점이 있나요?’ 등이 대화의 주제였습니다. ‘매일 아빠와 싸우던 엄마가 즉문즉설을 보더니 집이 조용해졌다.’며 가족과 강연을 들으러 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린 손자와 함께 온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손자가 즉문즉설 전단지를 보고 스님을 좋아하는 자신에게 전화를 해주어 울산에서 경기도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귀여운 손자와 기뻐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청중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재준 고양 시장님도 ‘누에가 제 자신의 입으로 실을 풀어 만든 고치에 갇혀 괴로워하듯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가 지은 생각, 욕심으로 괴로워한다. 오늘 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 괴로움을 내려놓는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스님은 청중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날씨가 좀 궂죠? 저는 지난 주말에 봄을 맞아서 농사 준비를 했습니다. 요즘 봄 가뭄이 심해서 농작물에는 비가 꼭 필요합니다. 강원도에 산불 방지를 위해서도 비가 필요하고요. 그런데 도시에 사는 내 입장에서 보면 궂은날이 별로 안 좋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비가 오는 것이 큰 보배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놀러 가야 한다’ 이런 자기 입장만 생각하면 이 보배 같은 비가 재앙처럼 느껴집니다.

이것이 사람의 한계라고 볼 수 있지요.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내 좁은 입장에서만 보면 소중한 사람이 미워지기도 하고, 소중한 것을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강연 전에 여성 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을 보았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남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립여성사 전시관에는 370여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의 행적에 대해 자세하게 쓰여 있었어요. 관장님은 ‘남자 독립운동가 1명 있으면 보이지 않는 여자 독립운동가가 3-5명은 있다’고 했습니다. 비유하면 ‘나’라는 존재가 있기 위해서 얼굴뿐만 아니라 손, 발이며 보이지 않는 내장, 세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이는 건 늘 얼굴이잖아요. 그처럼 한 사람이 독립운동을 하면 그를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독립운동하는 자식을 뒷바라지했던 어머니, 남편 없이 아이를 키워야 했던 아내가 있었습니다. 얼굴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처럼 우리는 드러난 부분만 알고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잘 모릅니다. 그뿐 아니라 직접 독립 투쟁에 나섰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그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 드러난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을 산업화하고 민주화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어요. 세상에 드러난 사람만 부러워하지 마세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와 같습니다. 내가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한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고, 남을 미워하고, 자기 운명을 한탄하며 자기 존재를 초라하게 여깁니다. 내가 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오늘 대화를 통해서 발견해보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살며 자신을 소중하게 여겼던 순간이 얼마나 될까요. 하루가 저물어가는 저녁, 스님의 말씀은 따뜻한 봄바람 같았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욱하는 남편의 성질 때문에 힘들다는 아내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욱하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요

“저는 다섯 살, 세 살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는 스님의 강연을 듣고 모든 것이 다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친구, 아이, 부모님과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남편과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남편은 작은 일에 욱하여 언성을 높입니다. 그러면 며칠 동안 괴로워요. 남편이 욱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는 것도 싫고, 저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남편이 크게 언성을 높이는 건 아니지만 저는 큰 소음 없이 자랐기 때문에 조금만 언성을 높여도 강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결국 제 마음가짐을 바꿔야 할 것 같은 데 그게 잘 안 됩니다.”

“남편이 안 되는 거예요, 본인이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안 됩니다.”

“남편이 욱하는 것은 자기 엄마도 어떻게 못하는데 질문자가 어떻게 고치겠어요. 욱하면 맞대응하지 말고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

“신랑이 화가 났을 때 계속 똑같이 화를 내면 크게 싸울 것 같아서 제가 참고 물러나긴 해요.”

“참으면 안 돼요. ‘아유, 저 성질 또 나오는구나’하면서 ‘미안해’라고 하든지 도망을 가든지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합니다.”

“사실 그 순간에 도망을 가요. 신랑이 화가 가라앉고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면, 그때 제가 한 이틀간 엄청 열이 받아서 말을 안 해요.”

“미안하다고 하면 ‘아이고, 착하네’ 이렇게 말해줘야죠. (모두 웃음) 이틀간 말을 안 한다니 질문자가 신랑보다 더 못된 사람이네요. 남편이 욱하면 ‘아이고 무서워라’ 하고 도망을 가든지, 안 그러면 ‘아이고 미안해’ 하든지 하세요. 한 번 따라 해 보세요. (모두 웃음) ‘욱’ 하면 어떻게 하라고요?”

“미안해.
아이고, 무서워라”

“미안하다는 것은 내가 너의 욱하는 성질을 또 건드려서 미안하다는 거예요. 무섭다고 하는 건 네가 화내면 나는 너무 무서우니까 도망간다는 의미예요. 내가 너를 화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남편의 화가 가라앉습니다. 또 내가 ‘아이고 무서워’ 하고 도망을 가면 남편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에 화가 가라앉아요. 그래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돼요.”

“예전에 연애할 때는 ‘헤어질 거면 헤어져!’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싸웠는데,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까 그렇게도 못하겠어요. 그래서 좀 분합니다. 매일 지는 것 같아서요.”

“‘진다, 이긴다’ 이렇게 생각하면 같이 못 살아요. 그러면 질문자가 자꾸 참게 됩니다. 참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참지 말고 남편의 성질이 원래 더럽기 때문에 남편하고 상대해 봤자 내가 손해라고 생각하세요.”

“남편이 아이들 앞에서도 화를 내요. 저는 아이에게 화나는 일이 있어도 끝까지 좋은 말로 다독이는 편인데 신랑은 세 살짜리 아기에게도 작은 일로 언성을 높이거든요.”

“그건 자기 아이에게 하는 일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모두 웃음) 아빠가 아이를 야단칠 때 엄마가 간섭해도, 엄마가 아이를 야단칠 때 아빠가 간섭해도 안돼요. 싸우는 부모가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거든요. 나중에 남편을 따로 불러서 ‘그러면 안 된다’ 이야기하지 아이가 보는 앞에서 간섭하면 안 돼요. ‘네 자식은 네가 알아서 해라’ 이렇게 남의 일 보듯이 해야 합니다. 성질은 못 고쳐요.”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성질이라는 것은 원래 못 고치기 때문에 성질이라고 하는 거예요. 고치면 성질이라는 말을 안 써요.”

“그럼 저도 노력해도 안 고쳐지나요?”

“안 고쳐지지요. (모두 웃음) 그래서 제가 자신을 인정하고 생긴 대로 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노력할 것도 없습니다. 남의 성질이든 내 성질이든 못 고치는 것을 붙들고 고치려니까 괜히 힘이 드는 거예요. 그래도 내 성질은 남의 성질보다는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요. 고치려면 자기 성질이나 고치지 남의 성질은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자기 것도 못 고치면서 계속 남의 것만 고치려고 하잖아요.

남편이 욱하는 성질이 있으면 가능하면 성질을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도 욱하면 내가 잘못해서 건드렸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면 돼요. 미안하다 그래도 욱하면 도망가면 됩니다.”

“성질을 건드리는 줄 모르고 건드릴 때가 많아요.”

“질문자가 무지한 거예요. 남편이 낚싯밥인 줄 모르고 물었고 쥐약인 줄 모르고 먹은 건데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계속 살아보면 남편이 무슨 말을 하면, 무슨 행동을 하면 화내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결혼한 지 몇 년 됐어요?”

“5년 차입니다.”

“5년 차인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연구를 안 하네요.”

“조금 알아서 피하고 있기는 한데요. 미안해보다 도망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미안해가 더 좋아요. 도망가려면 저만큼 걸어가야 돼서 힘들잖아요. 미안해하는 것은 아무 힘도 안 들어요.” (모두 웃음)

“네.” (질문자 웃음, 모두 박수)

“남편이 막 화내고 있을 때 ‘여보, 당신 건드려서 미안해’하세요. 빈말로 그렇게 하면 돼요.” (모두 웃음)

“엄청 약 올라 하던데요.”

“괜찮아요. 남편이‘약 올리는 거야!’ 해도 ‘미안해’ 하면 돼요. 무조건 미안해하면 돼요. 남편이 ‘뭐가 미안해!’ 하면 ‘당신 화나게 해서 미안해’ 하면 돼요. 그래도 자꾸 물으면 ‘당신 성질 더러운 건 천하가 다 아는데 내가 바보 같이 괜히 건드려서 미안해.’ 이렇게 이야기하면 돼요.” (모두 웃음)

“네. 저희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씀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모두 웃음)

“그래요. 시어머니 말씀이 부처님 말씀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부부가 싸우는 것이 아이들 심리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알면 ‘미안해’하는 것은 쉬워요. 성질이 대단한 부부가 싸우면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나쁜 영향을 줍니다.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부모가 아이를 보호해줘야죠. 남편이 욱하는 성질이니까 불을 떼지 말아야 해요. 질문자가 자꾸 옆에서 장작을 때면 불이 커집니다. 질문자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에요. 성질을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스님은 실감 나게 싹싹 빌면서 ‘미안해’하고 오들오들 떨면서 ‘무서워’하는 연기까지 곁들여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청중석에서는 대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지만 부부싸움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뜨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즉문즉설을 듣고 남편과 관계가 좋아졌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입니다.
  • 망상장애와 의처증 남편과 별거 중입니다. 이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직장을 다니며 살을 빼는 것도, 만화를 공부하는 것도 잘 안돼요, 포기해야 할까요?
  • 6살 아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빠져 살아요. 남편과 의견이 다른데 어떻게 하죠?
  • 가난하게 자란 남편, 너무 돈만 벌려고 합니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 대학원 다니다가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집에서 쉬고 싶은데 저를 이해 못하는 아버지와 우울증이 더 심한 동생과 함께 살기 힘들어요.
  • 저를 진정으로 사랑해줬던 남자 친구와 헤어져서 너무 힘들어요.
  • 삼수생입니다. 제가 실패자로 느껴져서 괴로워요.
  • 현실, 진리, 진실은 어떻게 다릅니까? 예술가로서 잘 쓰이는 길은 무엇입니까?

오늘 강연장은 극장이었습니다. 즉문즉설 강연 또한 삶을 그린 연극의 한 무대 같았습니다. 살아있는 고민들을 나누며 사람들은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스님은 현실과 진실, 진리의 차이를 물은 마지막 질문에 답한 후 지금 여기가 바로 극락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 밥 먹고 똥 누고 성질내는 여기에 진실이 있고 진리가 있습니다. 그 밖에 어떤 새로운 세상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꿈속의 이야기예요. 다른 사람과 갈등이 있을 때 ‘왜 싸울까’를 살펴보세요. 싸우는 게 좋으면 싸우면 됩니다. 갈등은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데 나를 고집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싸우기 싫으면 ‘너는 그렇게 보는구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네 성질은 그렇구나’ 이렇게 사실대로 인정하면 갈등이 없어져요. 갈등이 없는 세상은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이 보는 눈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갈등이 있지만 나는 갈등이 없을 수 있어요. ‘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구나’ 이렇게 보면 나는 시비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편이 성질을 내는 것은 자기 성질을 못 이겨서 그러는 겁니다. 거기에 나도 덩달아 성질을 내면 갈등이 생겨요. ‘아, 우리 남편 성질이 저렇구나’라고 생각하면 상대는 성질을 내도 나는 괜찮을 수 있어요. 진리는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늘 일상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옛 선사들이 ‘평상심이 도다’라고 말한 거예요. 바로 여기가 극락이고 천당인 거지요.

옛날에 큰 스님에게 ‘어떻게 하면 극락에 갑니까’ 하고 물었더니 ‘사립문 밖 한 길이 장안을 향했도다’라고 대답하셨어요. 대문을 열고 나가면 길이 있잖아요. 장안이란 서울이란 뜻이에요. 네가 문밖으로 내딛는 한 발자국이 이미 서울을 향해 있다는 거예요. 지금 일으키는 한 생각에 극락을 가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는 겁니다. 따로 어디에 극락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남편이 성질을 버럭 내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그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해요. 남편이 원래 성질이 더럽잖아요. 그 더러운 걸 내가 모르고 건드린 겁니다. 벌집을 건드려서 벌에게 쏘이면 그게 누구 탓이에요. 벌 탓이에요?(모두 웃음)

왜 벌집을 건드려요. 벌이 쏘는 성질이 있는 줄 알면 조심해서 다루면 되죠. 꿀을 빼먹으려고 꼭 벌을 건드려서 쏘여야 돼요, 아니면 살살해야 돼요? 살살해서 꿀만 뜯어오면 되죠. 그리고 꿀을 빼먹어서 벌이 먹을 것이 없으면 설탕물이라도 좀 넣어 줘야죠. 여러분은 꿀도 못 먹고 벌한테 쏘이고 그래서 신세타령이나 하고 있어요. 전생에 죄가 많아서 저 인간을 만났나 하면서요.

제 이야기의 핵심은 ‘지혜롭게 살자’는 겁니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전생의 죄도, 하느님의 벌도, 사주팔자 때문도 아니에요.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지혜롭지 못해서 괴롭게 사는 거예요. 뱀은 뱀의 성질을 보고 다루고, 전갈은 전갈의 성질을 보고 다뤄야 합니다. 뱀도 전갈도 잘 다루면 이익이 됩니다. 그 성질에 맞게끔 대응을 하면 돼요. 그 성질을 모르면 뱀한테 물리기도 하고 전갈한테 물리기도 합니다. 요즘 봄나물을 잘못 먹고 막 붓기도 하잖아요. 죄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 나물의 성질을 몰라서 그래요. 독성 있는 나물이 나쁜 게 아니에요. 독성도 잘 쓰면 약이 됩니다. 약이란 전부 독으로 만드는 거예요. 여기에 지혜가 필요한 겁니다. 이처럼 여러분이 어리석어서 인생이 고달픈 거지 사주팔자가 나쁘거나 개인이 부족해서 괴로운 게 아니에요. 지혜로우면 누구나 다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성질을 알아서 적절하게 지혜롭게 대응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러면 누구나 자기가 가진 조건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소중하다는 말로 시작한 강연은 지혜롭게 살자는 말로 끝났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욱하는 남편의 성질로 힘들다고 질문했던 분을 만나보았습니다.

“유투브로 즉문즉설을 볼 때는 ‘스님 말씀이 맞아’하고 들렸는데 막상 제 이야기를 들으니까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 들고 계속 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스님께서 웃으시면서 도망가는 것보다 ‘미안해’하는 게 쉽지 않냐고 하신 게 많이 와 닿았어요. 사실은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기 싫어서 도망가려고 했거든요. 그것도 어리석은 짓이구나 돌아봐졌어요.

남편이 욱했을 때 화가 나면 벌을 떠올리려고요. ‘내가 벌집을 건드렸구나. 쏘이기 싫어.’하고 빨리 깨달을 거예요. 그렇게 쏘이는 게 애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치니까 남편이 화를 내면 깊이 생각 하지 않고 더 큰 싸움이 되지 않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참지 않고요.”

질문자는 벌 이야기를 하면서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궂은날이 아니라 보배가 내리는 날입니다.

내일 스님은 종교인 모임, 수행 법회 법문, 장수군청 초청 강연, 남원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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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다그치고 몰아세우고 그리고 자괴감느끼고...한심해하고
나도 상대도 막대하고 막 질르고...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말씀 정말 맘 한켠이 따뜻해지내요 감사합니다 꾸벅^^

2019-04-17 22:31:38

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4-16 22:22:11

백은정

벌집을 건드리지 않고 꿀 빼먹기 참 지혜롭네요

2019-04-13 05: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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