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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43년동안 불행했어요”

2019.4.11 즉문즉설 (6) 부산 남구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농사지을 논밭을 둘러본 후 오후에는 부모님 산소를 찾았습니다. 저녁에는 부산 남구에서 시민들과 함께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도 봄기운이 완연한 화창한 날씨입니다. 파란 하늘 위로 참새들이 짹짹 하는 소리도 정겹습니다.

“이 좋은 봄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스님은 논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논에 도착한 스님은 얼마 전 비닐하우스에 물탱크를 설치하고, 논에 물을 댈 수 있게 양수기를 설치했는데, 가동이 잘 되는지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양수기에서는 물이 아주 잘 뿜어져 나왔습니다.

비닐하우스 옆에는 큰 물탱크를 놓았습니다. 타이머를 설치한 후 사람이 없어도 매일 정기적으로 물이 공급될 수 있게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밭고랑마다 호스가 잘 들어갔는지, 물은 잘 나오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지난주에 공동체 실무자들이 내려와 호스를 잘 설치해 놓아서 그런지 물공급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실무자들이 재주가 좋네!”

비닐하우스 안에는 고추를 심기로 했습니다. 지줏대를 밭고랑 전체에 빼곡이 심었는데요. 지줏대가 굉장히 높아서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열매가 달리는 옆쪽으로 힘을 받을 수 있게 해서 열매가 많이 달리게 하는 거예요.”

지난 5년 동안 비닐하우스가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추 모종을 심기 전에 땅속에 물을 충분히 공급해 주기로 했습니다. 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모습을 확인한 후 스님은 점심을 먹으러 돌아왔습니다.

오후에는 부모님 산소를 찾아갔습니다. 주변에 잡목과 잡풀이 많이 자라서 어수선했는데, 톱과 낫으로 깨끗이 정돈을 했습니다. 낫질을 하느라 스님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조용히 산을 내려와 땀으로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은 후 곧바로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봉사자들은 3시부터 도착해 대강당에 350석의 의자를 깔았습니다. 자리가 부족할 것을 대비해 바로 옆 구내식당에서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준비도 했습니다. 흐릿한 날씨와 다르게 봉사자들은 밝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예상대로 준비한 좌석의 두 배가 넘는 780여명이 남구청을 찾았습니다.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은 서서 듣기도하고 일부는 봉사자가 나눠준 깔개를 깔고 앉아서 들었습니다.

남구청 청장 박재범 님도 함께 참석하여 청중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박재범 청장님은 “여러분도 저처럼 많이 설레시죠?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길 바랍니다. 제가 오래 마이크 잡아봐야 인기가 없다는 것 압니다. 법륜스님에게 빨리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고 짧게 인사하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서서 듣고 있는 청중을 살피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서 듣는 분들 불편하죠? 저도 서있어요. 듣다가 다리가 아프면 살살 빠지세요. (모두 웃음)

저는 농촌 출신이라 봄이 되면 항상 농사를 준비하는데, 올해 봄 가뭄이 심했어요. 요 며칠 비가 와서 도시 사람은 불편했겠지만 농민에게는 하늘에서 보배가 떨어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또 강원도에 잔불이 다 꺼졌겠죠. 제가 사는 시골에서도 이장님이 강원도 산불 재해를 돕자고 방송을 했습니다. 모든 국민의 관심으로 힘든 사람들의 고통이 덜어지면 좋겠습니다. 서론이 길어지면 대화시간이 부족하니까 바로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스님은 짧게 인사를 하고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 했습니다. 질문자들은 마음을 짓누르던 돌덩이를 하나씩 꺼내놓았습니다. 착하고 성실했던 딸의 죽음, 사위의 자살로 힘들 딸에 대한 걱정, 괴롭혔던 동생에 대한 미안함, 억울한 누명 등… 그중 청중을 가장 많이 웃게 했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질문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대화를 할수록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43년의 결혼생활이 불행했어요

“저는 결혼생활 43년차 주부입니다. 남편은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폭언과 폭행을 했습니다. 퇴직 후에는 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날렸어요. 남편은 그것도 다 제가 정성을 안 쏟아서 그렇다고 저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부터 쓴 일기를 가정 법원에 제출하니까 남편에게 6개월 동안 접근을 못하도록 처벌해줬어요. 그래서 지금 2개월째 딸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오직 애들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67세인데, 이제는 자식도 다 키웠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자신을 못살게 굴었는지 한참 이야기를 했습니다. 곳곳에서 ‘아휴’하는 한숨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네. 그런데 뭐가 문제에요? 질문자는 옷도 입었고 말도 잘 하고 결혼도 했고 애도 다 키웠습니다. 67세면 저하고 동갑인데, 저는 장가도 못 갔고 애도 없고 재산도 없는데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질문자는 할 거 다 해 봤는데 뭐가 문제에요?”

스님의 한 마디에 강연장이 웃음바다로 변했습니다.

“예. 제가 다 해봤는데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그만하면 행복한 거예요. (모두 웃음) 마약한 것처럼 기분이 싸하고 좋은 게 행복인 줄 아세요?”

“아니 스님 제가 집을 나왔는데도 남편이 계속 주식을 합니다.”

“자기 돈으로 자기가 주식하는데 그걸 어떻게 하겠어요. 질문자가 남의 일에 간섭을 하니까 행복하지 않지요.”

“제가 간섭을 해서 그렇습니까?”

“지금 간섭하고 있잖아요. 자기 퇴직금을 가지고 주식을 하든지, 자기 자식에게 돈을 빌려서 주식을 하든지 그건 남편의 권리에요.”

“스님, 저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죽기 전에 제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스님에게 위안을 받고 싶었는데, 스님이 그렇게 말하시니까 답답합니다.”

질문자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말을 하는데 청중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무 문제없어요. 지금 이게 제가 위안을 하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자신이 뭐가 부족해서 행복하지 않냐고 물으니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잔소리를 하는 거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저는 말도 잘 안 하는 사람입니다.”

“주식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했습니다.(모두 폭소) 집도 다 팔아서 주식을 하는데 누가 그걸 보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겠어요?”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이 많지요. 증권 회사 직원은 고객이 집을 팔아서 주식을 하면 말리지도 않고 아무 말도 안 합니다.”

“남편이 집 밖을 나가지 마라는 등 저의 모든 걸 간섭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질문자도 간섭을 안 하면 되지요. 그래도 살만하니까 43년이나 살았겠죠. 저 같으면 하루도 같이 못 살 겁니다.”

“부처님 말씀, 법륜스님 즉문즉설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저는 맞아가면서 살라고 즉문즉설한 적이 없어요. (모두 웃음) 누가 때리면 바로 신고하라고 얘기했지 맞고 살라고 얘기 한 적이 없어요. 남편이든 부모든 누구든지 나를 때리면 그 사람은 폭력범이에요. 폭력범은 사회 정의 차원에서도 고쳐야 해요, 내버려둬야 해요?”

“고쳐야 해요.”

“누구든지 때리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여기 폭력범이 있습니다. 잡아가세요.’ 이렇게요.”

“젊었을 때는 신고한다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착한 게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입니다. 신고도 못하고 원망만 하잖아요. 남편이 나를 때리면 바로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 때는 남편이 아니라 폭력범이기 때문에 신고를 해야 하는 거예요. 다음날 구치소에 면회를 가는 건 폭력범에게 가는 거예요, 남편에게 면회를 가는 거예요?”

“남편에게요.” (모두 웃음)

“자기중심을 잡고 결정을 탁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딱 신고하고, 이튿날은 면회 가 주고. 꺼내달라고 하면 ‘폭력범은 꺼내주면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하고요. ‘신고해놓고 왜 면회 왔어?’ 라고 하면 ‘남편이니까 면회 왔다’ 이렇게 딱 얘기를 해야지요.”

“남편이 지금 저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데, 애들은 절대로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합니다. 고생을 시켜서 아빠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한다고요.”

“남편을 접근금지 시켰으면 질문자가 집에서 딱 살고, 남편이 집에 못 들어오도록 해야지요. 본인이 딸집으로 도망가 있는데 그게 무슨 접근금지에요?”

“집에 들어가기 싫습니다.”

“남편이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내가 들어가기 싫어서 집에도 안 가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문제는 뭐에요? 다시 남편과 같이 살까 말까를 묻는 거예요?”

“마음이 자꾸 흔들립니다.” (모두 웃음)

“왜 흔들리는데요? 매일 욕 하고 때린다면서 남편에게 뭔가 좋은 점이 있다는 거네요.”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그렇지 좋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도 없으면 딱 끊어야지요.”

“이웃 노인도 불쌍하면 돌봐주잖아요. 자식들까지도 남편을 안 본다고 하니까 불쌍해서 그렇지 같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 바로 이혼을 해서 딱 남남이 된 후에 그래도 불쌍하면 그 때 가서 도와주면 됩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이혼을 못할 것 같네요.” (모두 웃음)

“제가 마음이 너무 약해서 남편에게 독한 말도 못 해요.”

“독한 말은 하면 안 됩니다. 독한 말을 하면 재판에 불리해요. (모두 웃음) 폭력으로 6개월간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으면 이혼 사유가 됩니다. 그러니 질문자의 첫 번째 선택은 이혼 신청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집에 가서 ‘법륜스님이 이혼하라고 하더라’ 이렇게 얘기하지는 마세요. (모두 웃음) 제가 살아라 말아라 그런 얘기를 왜 하겠어요. 제 말은 가정폭력은 정당한 이혼 사유가 되니 내 권리로써 이혼 신청을 하면 된다는 거에요. 이혼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더 이상 접근이 안 되는 겁니다.

만약 이혼 후에도 남편이 찾아온다면 ‘나는 전 남편이 무서우니 영원히 접근을 못하게 해 달라’ 이렇게 신청을 하면 돼요.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는데도 접근을 하면 바로 신고를 해야합니다. 나는 마음이 약해서 신고를 못 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런 말을 하면 그건 질문자가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이지, 남편 잘못이 아닙니다. 남편은 질문자를 보고싶어서 찾아왔지만, ‘나는 싫다’ 라고 확실하게 표현해야 됩니다.

두번째 선택은 남편과 같이 사는 건데, 그러려면 잔소리를 딱 멈춰야 합니다. 남편이 와서 싹싹 빌면 43년 살은 옛 정이 있는 데다가 질문자의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집에 들어갈 확률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두 번째 선택을 할 확률이 더 높아 보여요. 집에 들어가서 같이 살려면 폭언을 듣거나 폭력을 안 당하는게 낫겠지요?”

“예.”

“그러려면 잔소리를 안해야 됩니다. 남편이 무슨 얘기를 하든지 ‘네 그러세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남편이 의견을 묻더라도 말하면 안 돼요. ‘여보, 제가 뭘 알겠어요’ 이렇게 말하고 입을 딱 다물어요 (모두 웃음) 침묵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침묵하면 상대가 화를 더 내요. 무조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이렇게 하고 살면 됩니다. ‘오늘 외출하지 마라’ 그러면 ‘알겠습니다’ 이렇게 하고, 남편이 밖에 나가면 외출해버리면 돼요. 저녁에 들어와서 ‘왜 외출했냐?’ 이러면 ‘죄송합니다’ 이러면 돼요. 남편은 자기 견해에 반하면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언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대응하는 것은 바보에요. 대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남편의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으면 하면 돼요. 남편이 저녁에 와서 왜 나갔냐고 막 화를 내면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만약 남편이 한 대 때리면 ‘죄송합니다’ 하면서 전화기를 돌려서 경찰에 신고를 하세요. (모두 웃음)

이렇게 두세 번만 경찰서에 잡혀갔다 오면 절대로 폭행을 안 합니다. 아내를 만만하게 여기고 폭행을 하는 거거든요. 구치소에 가서 고생해보면 다시는 폭행을 안 해요. 지금은 입으로는 안 하겠다고 하지만, 같이 살면 또 폭행을 합니다. 같이 살려면 경찰서에 가는 걸 세 번쯤 반복할 각오를 하세요. 질문자는 같이 살려는 미련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그러려면 이런 입장으로 사세요. 그렇게는 못 하겠다면 이혼을 하시면 됩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청중에게 한 번 물어볼게요. 질문자가 이혼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별로 없네요.

질문자가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도 남편이 와서 빌면 같이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모두 웃음)

청중은 이혼하지 않을 거라는 쪽에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아요. 뭐든지 내가 선택하면 내가 주인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알겠죠?”

“네.”

질문자는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통일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남북관계가 많이 좋아졌는데도 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색한지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스님은 방금 67세 할머니와의 대화를 다시 인용했습니다.

“방금 67세 아주머니 얘기 들으셨잖아요. 여기 있는 모든 청중이 저하고 질문자가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더니 저 분은 이혼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쪽에 전부 손을 번쩍 드는데, 정작 본인은 ‘그 사람하고 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본인이 그렇다는데 어떡해요?

그것처럼 우리는 ‘통일이 되면 좋고, 평화가 지켜지면 좋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생각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북한은 망해야 되고, 북한 사람과는 대화하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인간은 이성만 갖고 사는 게 아니라 감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북미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죽고 사는 문제인데, 미국은 북미관계가 틀어져도 조금 손해보는 수준이기 때문에 입장이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까지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잘 아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국민 중에는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폐기할 리가 없다.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서 항복을 받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됩니다. 또 절반은 ‘어쨌든 전쟁이 나면 안 되니 먹을 것을 주고 살살 달래서 이 문제를 풀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에게 또 속으려고 그러냐.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다고 싸울 거냐. 어떻게든 달래서 풀어나가야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우리 안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됩니다. 상황이 이러니 질문자가 볼 때는 답답하겠지요. 아직은 북미관계가 파탄나지 않았어요. 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냉전 국면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아니에요.

제가 2017년에 전쟁을 막기 위해 반전 운동을 했을 때 ‘스님이 너무 과장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때 전쟁 준비가 진행됐고 거의 전쟁까지 갈 뻔했다는 증언들이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도 전쟁 준비를 했다는 증언을 했는데, 그렇게 전쟁의 위험이 높았는데도 국민들은 ‘전쟁은 무슨’ 하는 분위기였지만, 실제로 2017년에는 거의 전쟁이 날 뻔 했습니다. 2018년에 이 분위기가 뒤집어졌어요.

지금 남북 관계가 미온적인 상태에 있지만, 전쟁 위험은 많이 낮아졌습니다. 저는 이것만 해도 잘 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정부가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너무 기대를 높인 면은 있습니다. 기대한만큼 잘 안 되니 국민들이 실망해서 실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실패는 아니에요. 전쟁 위험은 많이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오랜 불신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질문자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좀 이해를 해야합니다. 반대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됩니다.

첫째,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둘째, 남북이 협력해야 합니다. 남북이 협력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생깁니다.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데, 남북 간에 경제 협력이 되면 북한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남한에도 이익이 됩니다. 중소기업들이 좀 살아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에 공장을 지으려고 했던 기업이 북한에 들어가면 인건비가 동남아보다 싸고 노동의 질은 더 좋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위험이 없어지면 우리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따지면 도움이 많이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불신하는 겁니다. 방금 질문하신 67세 아주머니가 남편과 평생 싸웠듯이 남한과 북한도 워낙 서로 싸워왔기 때문이에요. 집에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면 또 욕하고 덤빌 거 아니냐’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남한 국민들 중에는 심리적으로 지금 안심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생각을 골똘히 하면 ‘남북 관계를 풀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이 들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렇게 하기 싫은 겁니다.”

스님은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인 불신에 대한 차이를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해주었고 청중은 크게 공감했습니다.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왜 인색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던 질문자는 명쾌하게 이해되었다며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어렸을 때 동생을 괴롭혔던 게 마음에 걸려요.
  • 교장이 욕을 하고, 부당하게 업무 지시를 해서 교육청에 민원을 신청했다가 오히려 이사장에게 징계를 받고 아동학대죄라는 누명을 씌워 퇴직을 당했습니다. 지금 재판 과정 중인데 너무 억울합니다.
  • 사위가 자살했어요. 딸이 많이 힘들텐데 친정 식구들도 멀리해서 걱정이에요.
  • 2년 전 둘째 딸을 췌장암으로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아직도 슬프고, 딸의 유품을 버려야 할 지 고민이에요.
  • 이혼을 하고 1살 된 아기를 남편이 키우고 있는데, 아기에게 미안해요.
  • 일반적인 불안과 불안장애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 36년 동안 부모님과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아왔는데 앞으로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요.

두 시간 넘게 강연을 했지만 신청한 질문을 다 받지 못했습니다. 스님은 질문을 하지 못한 세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다음에 인근 지역 강연에 오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질문했던 분들이 차례로 일어나 소감을 짧게 말했습니다. 질문자들의 표정이 밝아보였습니다.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자식이 죽은 사람도 있고, 남편과 헤어진 사람도 있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도 있고, 온갖 사람이 다 있죠? 얘기 들으니까 ‘내 고민은 고민도 아니다’ 이런 생각도 들죠? 그런데 이런 고민이 있는 사람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없어요?”

“있어요.”

“‘자식이 말을 안 들어서 괴롭다’, ‘남편 때문에 괴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렇게 핑계를 대고 괴롭게 살아요. 제가 ‘안 괴로워도 된다’라고 얘기해도 ‘아니에요. 저는 괴로워야 돼요!’ 이렇게 악을 씁니다. 그럼 제가 뭐라 할까요? ‘그래 실컷 괴로워해라’ (모두 웃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자꾸 남을 핑계 대지 말고 자기부터 먼저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아까 통일에 대한 질문도 있었듯이 나만 행복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되겠죠?”

“네.”

“그렇지만 사회를 정의롭게 만든다고 너무 악을 쓰면 안 됩니다. 우리는 정의롭지 못한 사람도 이해하면서 평화를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질문하지 않은 사람들도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듣고, 또 ‘어떤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 무게가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나가는 청중 사이에서 오늘 소개해드린 67세 질문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질문자는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평생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살았었는데 스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제 문제는 별로 큰 어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젊었을 때 딱 신고를 안 하고 여태까지 바보처럼 살았냐고 했을 때 제일 뜨끔했어요. 근데 제가 간섭을 했다는 건 몰랐어요. 어느 여자가 그런 남편을 가만히 보고 있겠냐고 생각했죠.

남편하고 지금 당장 합칠 마음은 없는데 남편이 좀 뉘우치면 6개월 후나 1년 후라도 남편을 불러서 살고 싶어요. 빨래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해주고요.” (웃음)

강연은 끝이 났지만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닙니다. 봉사자들은 청중이 모두 빠져나간 후 의자를 정리하고 뒷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책 사인회를 한 뒤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주간 활동가들과 문경에서 나들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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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2019-04-23삭제
감사합니다!!!^_^
정지나|2019-04-20삭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권리가 나에게 있습을 다시 자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이지은|2019-04-15삭제
감정과 이성의 차이가 많이 공감갑니다. 인간관계부터 북한관계까지 적용됩니다. 큰마음 내는 길밖에 없는것같아요
송미해|2019-04-14삭제
네 행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민정|2019-04-14삭제
감정과 이성의 차이점으로 북한문제를 말씀해주시니 이해가 갑니다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통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Coco|2019-04-14삭제
마약한것처럼 기분이 싸한것이 행복이라고 아는 우리. 그만하면 행복~~
한라산|2019-04-13삭제
아래 지리산님, 전쟁 참 쉽네요.. 북한보다 님같은 분들이 더 무서워요.. ^^
지리산|2019-04-13삭제
남북의 평화는 없습니다 2017년 완벽한방어태새로 북이 도발을 감행했다면 평화적인 통일은 이루었을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 선동하시면 안됩니다 북과의 평화는 좌파정권을 청산하고 김정은을 무너트린뒤에 가능할듯 합니다
정명 데오|2019-04-13삭제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착한 게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은손|2019-04-13삭제
이 시댜에 스님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너무나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자웃자|2019-04-13삭제
저마다의 괴롭고 힘든 사연으로 강연장을 찾은 이들이 스님과의 대화중 표정이 밝아지고 가벼워지는것을 보면 제 마음도 함께 밝아지고 행복해지는듯 합니다 함께 하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김혜경|2019-04-13삭제
스님, 참으로 명쾌하십니다. 덩달아 행복합니다. 건강하소서.^^
보리수|2019-04-13삭제
네, 우리 부모님들이 하실 만한 질문인 것 같아요. 근데 나는 간섭하는 줄 몰랐다며 즉문즉설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내시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상황에서건 주인된 자세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선택하고 책임지라는 뜻으로 알아듣습니다. 고맙습니다~^^
무량덕|2019-04-13삭제
정말 재밌고 유익했어요. 남북관계를 앞의 질문자 경우와 비교해서 설명하시니 참 이해가 쉽네요. 두 봉사자님의 분홍색 윗옷과 미소가 봄날과 잘 어울려요. 감사합니다
이마음|2019-04-13삭제
스님의 하루 넘 재밌고 유익하네요~ ㅎㅎ 스님부터~글쓰고 사진촬영하고 글올리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박경자|2019-04-13삭제
함께 행복해지는 그길에~ 서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보각심|2019-04-13삭제
스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립니다. 따뜻하고 감동입니다. 스님의 하루 제작팀, 참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광명심|2019-04-13삭제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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