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5.16 전국 법사단 회의
“지금 가장 큰 시대적 과제는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전국에서 모인 정토회 법사단과 함께 회의를 했습니다. 정토회 법사단은 매년 초파일 다음 주에 스님을 모시고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40여 명의 법사님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주제로 의논을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법사님들은 오전 10시에 모두 두북 정토수련원에 모였습니다. 회의에 앞서 삼귀의 반야심경을 한 후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의 만일결사 목표가 무엇인지 강조하며 법사단 회의의 문을 열었습니다.

“초파일 잘 보내셨습니까? 신록의 계절 5월이라고 하는데, 이상 기온인지 봄이라고 하기보다는 마치 한여름 같은 그런 날씨네요.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네요. 낮에 조금 덥긴 하지만 두북 수련원에서 수련을 하기에는 가장 적당한 날씨 같습니다. 두북 수련원이 겨울에는 좀 춥고 여름에는 더운데 지금은 적당한 기온인 것 같아요.

오늘 전국 법사단 회의에서는 법사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를 집중해서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법사단을 구성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이미 구성되어 있는 전문 법사단에서 법사 교육을 진행하여 대중 법사가 많이 배출되었고, 지역 정토회까지 담당 법사가 배정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법사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대의원회는 사업을 결정하는 단위이고, 행정처는 사업을 집행하는 단위이며, 법사단은 사업을 감사하는 단위입니다. 서로 협력해서 사업을 잘 추진하고자 이렇게 역할 분담이 되었으나, 그동안은 법사단이 제대로 구성이 안 되어서 법사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었고, 법사가 행정에 관여 안 하도록 되어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이번에 명실상부하게 전국 법사단이 구성되었고, 지부별로도 법사단이 구성되었기 때문에 이제 법사단의 역할이 무엇이고, 권한은 어떠하며, 책임은 무엇인지가 더욱더 분명해져야 합니다.

출가해서 공동체에 들어왔기 때문에 가정사가 없고 오직 하는 일이 정토회 활동밖에 없는 분들이 공동체 소속 법사입니다. 대중 법사는 똑같은 법사인데 소속이 대중부이고, 세상살이에 몸을 걸치고 있으면서 법사 역할을 하는 분들입니다. 주로 대중들과 만나 상담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중부 소속이든 공동체 소속이든 동일하게 법사로서 역할을 해 나가야 됩니다. 그동안 전문 법사단으로 불리던 정토회 법사단은 22년 이상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한 법사를 구성원으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 같은 결사행자 멤버인데 ‘전문’이라는 용어가 합당치가 않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회의를 통해 법사단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같이 공유하고 책임 의식도 함께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회의의 중요한 의제는 정토회의 활동 방향입니다. 공식적으로 정토회 천일결사가 시작된 1992년으로부터 27년이 지났고 앞으로 3년만 더하면 30년 만일결사를 회향하게 됩니다. 이 경험을 딛고 이제 2차 만일결사를 출발해야 합니다. 향후 1차 만일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2차 만일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가 지금 우리에게 놓인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 만일결사의 목표는 2가지입니다. 첫째,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절이나 불교라는 울타리에 가둬놓지 말고,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중화하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대중화하는 것입니다. 그 대중화가 지역적으로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느냐, 대중들이 살고 있는 읍면동에 수행 도량을 하나씩 마련해서 바른 가르침을 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에요.

특히 종교적 형식, 불교적 용어와 의례 등에 갇혀서 관념화하고 형식화하고 권위주의화되어 있는 것을 타파해서 쉬운 언어와 일상적인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예요. 불교를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정토불교대학이라면, 일상적인 용어로 더욱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곳이 행복학교입니다. 숫자로는 목표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취지와 방향은 이제 거의 잡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시대적 과제에 관한 목표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이라고 하는 울타리에만 가둬놓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모든 문제의 해결에 역할을 해서 세상에 빛이 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국에 인연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큰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본다면, 분단 이후에 우리나라의 첫 번째 과제는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라고 하는 산업화가 큰 과제였어요.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었지만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우리도 좀 자유롭게 살아보자’라고 하는 민주화였습니다. 이것도 현재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어느 정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과제는 ‘우리가 좀 더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보자’라고 하는 평화와 통일입니다. 정토회는 이 평화와 통일을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습니다. 이 목표에 따라 동북아 역사기행도 해 왔고, 북한 동포 돕기도 해 왔고, 평화 운동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역할을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가 아직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완성은 안 됐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가시적인 데까지는 이르렀다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100%는 아니더라도 목표에 근접하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오늘내일 이틀간 회의를 하면서 그 방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날씨도 좋고 경주까지 왔는데, 남산 산책도 하고, 울력도 하면 좋은데, 일정을 같이 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서 식사 시간을 전후로 간단하게라도 산책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입재 법문이 끝나자 법사단 단장인 묘수 법사님이 지난 3일 동안의 공동체 소속 법사단의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받았습니다.

질의응답까지 마치자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3일간 공동체 소속 법사님들은 오전에 농사 울력을 하고 오후에는 회의를 했습니다.

지역 법당에서는 법문을 하시거나 상담을 주로 하시지만, 오늘은 모두 법사님들만 모였기 때문에 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까지 모두 법사단 안에서 역할을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스님도 음식물과 그릇 나르기를 함께 했습니다.

“자, 식사합시다.”

지난 공동체 소속 법사단 수련 3일 동안 스님과 법사님들이 농사 울력을 하며 직접 캔 쑥으로 맛난 떡도 만들어 내놓았습니다. 한 입 베어 물자 향긋한 쑥 향기와 콩고물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졌습니다.

식사 후 스님은 설거지를 맡았습니다. 스님이 앞치마를 입고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로 그릇을 씻자 법사님들은 행주로 그릇을 닦고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멀리서 오느라 피곤하실 텐데, 대중 법사님들은 쉬세요. 제가 설거지를 할게요.”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일 동안의 법사단 논의 결과에 대해 하나씩 이의가 있는지 물어보고 의사결정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전국 정토회 법당에서 초파일 행사가 열렸는데, 법사단 모두가 지역을 하나씩 맡아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한 명씩 차례대로 지역 정토회를 방문하고 온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공통적인 소감으로 “행사가 물 흐르듯이 안정적으로 진행되었고, 참여자도 작년보다 전반적으로 늘었으며, 가족 단위 참석자도 많았고, 영상으로 시청한 스님의 봉축 법문에서 북한 식량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모두 모금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크게 내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활동가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회원들을 정성껏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법사님들 모두가 법당 활동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고 뿌듯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내년 초파일 행사를 위한 개선점에 대해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초파일 행사가 내부 회원들에게조차 홍보가 많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봉축법요식 이후에 하는 천도재를 더 간소하게 하되 의미를 살리면 좋겠습니다.”

“봉축 의식을 할 때 장소가 비좁아서 서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앉아서 의식에 참여할 수 있게 안내를 하면 좋겠어요.”

예불 의식에 대한 제안에 대해서는 전통 의식을 하자는 의견과 의식을 간소화하자는 의견에 대해 토론이 있었습니다. 토론 끝에 전통적인 예불을 할 사람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아침 9시에 와서 미리 하도록 하고, 대중이 참여하는 10시 행사부터는 간소하게 하되 의미를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최말순 보살님과 수행팀이 국수를 맛있게 삶아 주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회의가 계속되었습니다. 지난 3월부터 5월 초까지 선주 법사님이 해외에 있는 정토법당을 순회하며 수련을 진행하고 왔는데, 자세한 보고를 들었습니다. 이어서 저녁 늦게까지 성도재일, 정초기도, 정초 순회법회, 출가열반재일, 천도재 등 각 법당에서 진행되는 불교 행사의 장단점에 대해 평가하고, 65세 이상 활동가들의 정토회 수련 참여와 봉사활동 문제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논의가 부족한 안건에 대해서는 TF팀을 구성하여 초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법사단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전국에서 결사행자 모두가 두북 정토수련원에 모여 결사행자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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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6-08 18:09:04

김충균

모든 것이 공부가 되어 감사합니다. _()_

2019-05-21 09:30:05

이미정

행으로써 살겠습니다.

2019-05-20 09: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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