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5.17 결사행자회의
“저를 스님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안녕하세요. 스님과 법사님들은 어제 전국 법사단 회의를 마치고 오늘은 정토회 결사행자들과 함께 하루 종일 회의를 했습니다. 법사님들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다 함께 밭으로 나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해가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 심은 고추 모종이 무릎까지 자라 있었습니다. 밭고랑 사이로 잡초가 많이 자라 있어서 한 고랑씩 자리를 잡고 잡초를 뽑았습니다. 시골의 아침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해 주었습니다.

오전 8시부터는 법사단 회의의 마지막 안건으로 정토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공유하고, 이후 대책을 의논했습니다. 법사단 회의를 마치자마자 결사행자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정토회의 정회원은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로 나뉘는데, 결사행자는 정토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일 동안 함께할 것을 서원한 최고 계위에 해당하는 정회원입니다. 오늘 결사행자회의에서는 10차 천일결사 사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주요 안건입니다.

먼저 법사단장인 묘수법사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정토회의 정체성을 지킬 사람들이 우리들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우리들이 모여서 1차 만일결사를 잘 마무리하고 2차 만일결사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오늘 이 회의가 열렸습니다. 정체성을 놓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때로는 일상에 빠져서 지낼 때도 많은데요. 오늘 회의를 통해 출발점을 다시 살펴보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살피면서, 어떤 부분에 더 주력할지,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봄날에 함께 모인 것에 대해 기뻐하며 박수로 서로를 환영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결사행자회의 입재 법문을 했습니다.

“저는 청소년기에 불교중흥과 민족중흥이라는 원이 있었지만, 그 내용은 막연했습니다.”

스님은 청소년기에 세웠던 불교중흥과 민족중흥이라는 원이 사회변화와 함께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들려주었습니다. 그 변화가 곧 정토회의 역사였습니다. 이어서 30년 전 처음 정토회를 시작할 때 세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강조한 후 결사행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정토회가 1차 만일결사에서 집중하기로 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붓다의 가르침인 ‘수행’을 사회 운동화시키는 것입니다. ‘수행’은 불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모든 사람이 다 해야 할 운동입니다. 부처님께서 알려주신 새로운 길인 ‘수행’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된다면 이게 바로 불교중흥입니다.

둘째, 평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는 전쟁 위기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것은 세계 평화를 이루는 길임과 동시에 우리 자신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길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과거 100년의 식민지 한을 풀고 진정으로 자주독립 국가가 되는 길입니다. 또한 이 일은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를 극복하고 전쟁 위험지역을 평화지대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이렇게 정토회는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수행’과 ‘평화와 통일’을 과제로 삼았습니다. 평화와 통일은 민족중흥의 구체적 내용이고,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인 수행을 대중화시키는 것은 불교 중흥의 구체적 내용입니다. 이런 목표를 세운 후 1993년에 제1차 천일결사를 시작하면서 대중적인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정토회는 회원 중에는 수행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갖는 정회원이 있고, 정회원에는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가 있습니다. 발심행자는 자기의 고뇌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 고뇌가 누구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자신의 무지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정진해가는 사람이 발심행자입니다. 서원행자는 나만이 아니라 타인도 함께 이 좋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이 땅에 정토 세계를 이루겠다는 서원이 분명한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발심행자는 자신이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갖는 사람이고, 서원행자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이 땅에 정토 세계를 이루겠다는 발원까지 한 사람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이런 활동을 영원히 하라는 게 아니라 최소 3년은 해보고 다시 입재하고 회향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결사행자는 이번 생애는 이런 원을 죽을 때까지 갖고 가겠다고 발원을 한 사람이에요.

‘나는 출가수행자이며 나의 일생은 부처님의 법과 우리가 세운 원을 실천하는 데에 삶의 중심을 두겠다. 이미 맺어진 부부의 인연은 적절하게 맺어 나가고, 사회에서 이미 맡은 역할도 적절하게 해나가지만, 그건 내 삶에 있어서 아주 부차적인 문제다.’

이런 입장을 분명히 갖고 살아야 우리가 정토회의 많은 수행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귀의처가 될 수 있습니다. 정토회가 신뢰할 만한 모임이 되려면 법륜스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바깥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사행자야말로 정토회의 핵심 중에 핵심입니다. 이런 자세로 우리가 정토회 속에 자리매김을 해야 합니다.”

스님의 분명한 어조에 결사행자들은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는 듯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호칭에 대해서도 제안을 했습니다.

"바깥에서 세상의 용어로 ‘법륜 스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정토회 내부에서는 법륜 스님보다는 ‘지도 법사님’, ‘법륜 법사님’으로 호칭을 부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님이라는 겉모습은 어쩔 수 없지만, 명칭은 ‘법사’로 통일해서 부르자는 겁니다.

더 이상 어떤 모양과 형식 때문에 스님은 더 높고 법사는 낮다는 인식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원래 불교에서 ‘법사’라는 용어는 법의 스승을 뜻하는 말이에요. 자기의 스승을 지칭할 때 ‘저의 법사 스님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거거든요. 내가 그분에게서 법을 계승했을 때 ‘그분은 저의 법사님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원래는 법사가 스님보다 훨씬 더 높은 용어예요.

정토회에서는 승려냐 아니냐가 이제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서 출가 승려가 될 수도 있지만, 공동체 소속 법사는 이미 출가 승려와 같아요. 이미 집을 떠나 공동체에 들어와 살고 있기 때문에 당장 내일이라도 머리를 깎자고 하면 다 깎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서 머리를 안 깎고 있을 뿐이에요. 머리를 깎은 사람이 좀 더 높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도록 정토회 내에서는 모두 법사로 통일해서 불렀으면 합니다. 이렇게 모두가 평등해야 됩니다.

방석을 깔 때도 스님 자리라고 해서 무조건 맨 앞에 놓지 말고, 법사 수계를 받은 순서대로 방석을 깔아야 해요. 세상의 문화가 계속 정토회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정토회는 그런 세상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에요. 우리는 이런 원칙을 갖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해요. 기존의 종교에 자꾸 주눅이 들거나 그걸 쳐다보고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대승불교가 일어났을 때도 승려 역시 발심을 해야 보디사트바가 될 수 있었어요. 발심을 안 하면 보디사트바가 될 수 없었습니다. 또 부처님 당시에 가장 높은 신분이었던 브라만도 출가를 해야 비구가 될 수 있었지 출가를 하지 않으면 비구가 될 수 없었어요. 지위가 높은지 낮은지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출가를 했냐 안 했냐를 기준으로 본 겁니다. 그것처럼 대승불교에서는 비구가 높은 지위처럼 자꾸 인식이 되니까 발심을 했나 안 했나 이것을 갖고 평가한 거예요. 그래서 정토회 안에서는 승려냐 아니냐 이런 걸 갖고 평가를 해서는 안 됩니다. 승려 중에도 발심을 하면 법사가 될 수 있고, 아무리 승려라고 해도 발심을 하지 않으면 법사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님은 1차 만일결사의 목표 달성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희망적으로 법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가 1차 만일결사에서 세운 원이 점점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이를 토대로 2차 만일결사를 어떻게 준비할 거냐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오늘은 2차 만일결사의 구체적인 준비보다 1차 만일결사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토론해보고자 합니다. 1차 만일결사의 마무리가 2차 만일결사의 준비와 이어지니까요. 이런 방향으로 오늘 진지한 대화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먼 길 오셔서 수고하셨고요. 함께해서 기쁩니다.”

법문을 마친 후 스승의 날 행사를 조촐하게 진행했습니다. 수련원 운동장에 핀 꽃으로 꽃다발을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결사행자들은 꽃다발 속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에게 전달했습니다.

케잌이 책상 위에 놓이자 다 함께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가르침대로 부지런히 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를 올렸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자 스님이 웃으며 답했습니다.

“걱정 안 끼치고 잘 살겠습니다.”

스님도 활짝 웃고, 결사행자들도 활짝 웃었습니다. 손에 든 꽃보다 환한 웃음이 더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이어서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법사단 회의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몇 가지 의결해야 할 부분이 나오면 곧바로 거수로 의결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초에 스님이 북한을 방문하고 와서 모두들 그 결과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스님은 약 1시간에 걸쳐 JTS가 지원한 식량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니터링을 한 결과, 주요 문화재 유적지를 둘러본 내용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한 후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스님이 설거지를 담당했습니다. 행주로 싱크대에 물기 한 방울 남기지 않게 깨끗이 닦은 후 설거지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제10차 천일결사 사업 방향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4가지 사업 방향에 대해 각 모둠별로 흩어져서 열띤 토론이 펼쳐졌습니다.

모둠 토론이 끝나고 다시 모여 모둠별 토론 결과를 공유하면서 의문 나는 점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토론이 길어져서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늦은 저녁 7시에 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최말순 보살님이 오늘도 국수를 맛있게 삶아 주었습니다. 다들 서울, 대전, 부산, 대구로 갈 길이 바빠서 국수를 후루룩 먹은 후 스님께 인사를 하고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일부 법사님들은 남아서 수련원 곳곳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스님은 급하게 떠나는 차량마다 가는 길에 먹으라고 참외를 나눠주었습니다.

“다들 조심히 가세요.”

내일은 문경 선유동연수원에 정토회 거사님들이 전국에서 모여서 체육대회도 하고 즉문즉설도 듣는 봄나들이가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6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6-08 18:20:25

지나가던이

스님 멋있습니다. 아름답습니다.

2019-05-31 19:18:30

조혜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합니다

2019-05-28 19:40:5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