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5.21 즉문즉설(21) 서울 광진구
“생활비 안 주는 남편에게 울화가 치밀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광진구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저녁에 강연장으로 향하기 전 아침 일찍부터 평화재단에 머물며 빡빡한 일정을 보냈습니다.

아침 7시 회의, 9시 회의에 이어서 12시부터는 미국에서 알던 워싱턴 D.C 특파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평화재단의 상근자와 봉사자들이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특파원들은 최근에 보도되고 있는 북한 식량난에 대해 스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UN에서 북한을 제재하는 품목에 식량도 들어가나요?”

“식량은 제재 품목에 안 들어가는데 운반 수단 때문에 식량을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식량을 지원하려면 트럭으로 운반을 해야 하는데 트럭이 못 들어가요. 그래서 소달구지로 퍼포먼스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모두 웃음)

“달구지를 구하기가 더 힘들 것 같은데요.”(모두 웃음)

“북쪽에서 7월에 햇감자가 나오기 전까지 어렵다고 시급히 식량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는데 아직 얼마 못 보냈어요. 다음번에 보낼 때는 UN제재를 면제해 달라고 신청하려고 해요. 여기저기 알아보니 미국에 제재 전문 변호사가 있더라고요. 북한 제재 때문에 밥 먹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웃음)

이번에 북한에 가보니 수출과 관련 있는 광산촌 노동자 가족들이 제재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사람들이 오히려 취약계층일 수 있겠네요.”

“네. 광산촌에 가서 유치원을 둘러봤는데 마침 점심을 먹는 시간이더라고요. 옥수수로 만든 국수와 떡이 나왔어요. 떡을 맛봐도 되겠다 싶어서 한 아이에게 ‘떡 하나 먹어도 되겠니?’라고 물어보니까 대답을 안 해요. 떡을 딱 집으니까 애가 눈물이 글썽글썽한 거예요. 차마 못 먹겠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어요."

“매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겠죠.”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문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등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 특파원들을 배웅한 후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의 방북 보고회를 듣기 위해 70여 명의 정토회 활동가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국 지부 국장, 팀장, 행정처, 대의원회, JTS 등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한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모금 운동’과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스님의 보고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북한에 다녀오자마자 이런 자리를 가졌어야 했는데, 연이어 일정들이 있어서 오늘에서야 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보고회를 마칠 무렵에는 “탄광촌과 같은 수출 기업소 노동자들의 가족과 어린이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라고 하면서 “감자를 수확하는 7월 전까지 옥수수 1만 톤을 신속히 보내자”라고 말했습니다.

“모금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어때요? 할 만해요?”

“네.”

“목소리가 신통치 않네요.”

“네!”

대중들은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다시 한번 모금 운동을 독려했습니다.

“배부른 사람이 배고픈 사람을 도와야 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서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이 일을 안 하겠다는 사람이야말로 비정상적인 사람입니다. 엊그제 새터민들이 ‘스님은 무슨 철학과 이념으로 북한 주민을 한결 같이 돕느냐’라고 묻길래 ‘나는 정상인이기 때문에 돕는다’라고 대답했어요.(모두 웃음)

정신에 병이 들면 배고픈 사람을 돕는 일을 두고도 비난할 수가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땅히 배고픈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보고회를 마친 후 오후 4시부터는 행복시민학교 교육프로그램에 사용할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행복시민학교는 행복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에 지역 사회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활동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스님은 행복시민의 역할과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지 설명한 후, 시민사회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마음이 평화롭게 위해서는 마음 알아차리기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마음 나누기 방법에 대해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2019년 상반기 21번째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팻말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만석입니다. 서울에서 다음 강연은 6월 11일 강동구민회관입니다.”

오후 2시부터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더니 4시에 이미 좌석 숫자만큼인 600여 명이 왔다고 합니다. 그 뒤로 온 160여 명은 바깥에서 모니터로 강연을 보고 400여 명은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강연장에 들어온 600여 명은 안도하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은 강연 전에 성악 교수인 박수정 님이 ‘꽃밭에서’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러주었습니다. 박수정 님은 행복학교 졸업생입니다. 스님을 만나 행복해진 삶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무대에 섰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가사와 감미로운 소리가 강연장을 휘감았습니다. 이어서 사회자와 몸과 마음을 풀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재치 있는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힘껏 박수도 쳐보고, 함성도 질러보았습니다.

스님은 강연 시작 전 김선갑 광진구청장님과 차담을 나눈 후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청중은 기다리던 스님이 입장하자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습니다. 구청장님도 함께 입장하여 청중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참으로 귀중한 시간입니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가 4억이 넘은 바쁘신 스님을 오늘 광진구에 모셨는데요. 저는 작년에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광진구청장을 수행하게 되었지만 이전 선거에서 3번 떨어졌었습니다.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스님 말씀이 참 많이 와 닿았었습니다. 오늘 여러분께서도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좋은 해답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질문함에는 질문지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아이고, 질문이 많네요.” 하고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9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요. 그중 남편과 재혼을 했는데, 남편이 돈을 안 벌고 놀고 있어서 고민인 사람의 질문을 소개합니다.

“저는 10년 전에 재혼했어요. 저는 아이가 없었고 남편은 아들이 하나 있었어요. 재혼해서 딸을 낳고 현재 네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고민입니다. 지금껏 남편에게 생활비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남편과 함께 가게를 했는데 남편은 흥청망청 돈을 쓰고 밖으로만 돌았습니다. 빚도 지고, 가게도 잘 안 되고, 남편 건강도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요, 퇴근하고 저녁 준비할 때는 가끔 울화가 치밀어요.

큰아이는 대학 중퇴 후 집에서 놀고 있는데 생활비 안 주는 남편과 빈둥거리는 큰애를 보면 속이 터집니다. 저만 나쁜 사람이 되고, 남편이나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사이가 좋아요. 제가 바뀌어야겠다 싶어 불교대학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많이 편해지긴 했지만, 노력하지 않는 남편이나 큰애를 보면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나만 나쁜 사람 만드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가족을 넉넉히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스님의 좋은 말씀 듣고 싶습니다.”

“네, 혹시 애완용 동물 키우세요?”

“네, 강아지 키우고 있습니다.”

“강아지가 돈 벌어다 줘요?”(대중 웃음)

“아뇨.”

“그럼 청소를 해줘요?”

“아뇨.”

“그렇다면 강아지를 볼 때마다 억울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강아지는 퇴근하고 가면 반겨줍니다. 엄청 반겨줘요.”(모두 웃음)

“가끔 남편이 안아줍니까? 아니면 전혀 안 안아줘요?”

“가끔 안아줍니다.”(모두 웃음)

“그러면 그 정도만 해도 밥 먹을 자격이 있지 않아요? 강아지는 두 발만 들어도 밥 먹을 자격 있는데, 그 정도면 남편이 밥을 먹을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남편에게 잘하려고 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예전에 남편이 친구들과 어울려 밖으로 돌고, 노래방 가서 도우미 불러서 놀고, 그런 일들이 생각나서 화가 나요.”

“그게 그 사람의 성격인데 어떡해요. 그럼 잘해주지 말지 왜 잘해주고 나서 성질내고 그래요?”

“딸을 생각해서요.”

“딸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제가 엄마니까 딸한테 잘해줘야죠.”

“딸한테 잘해주는 것은 괜찮은데, 남편한테는 무엇 때문에 잘해주는 거예요?”

“남편한테 안 좋게 하면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아져요.”

“그렇다고 일부러 잘해줄 것은 없잖아요. 돈도 못 벌고, 자기 혼자 놀러 다니는데, 뭐 하러 잘해줘요? 한 집에 살면서 밥은 같이 안 먹을 수가 없잖아요. 빨래도 요즘은 세탁기가 다 하니까 빨래 좀 더 집어넣는다고 손해날 것은 없고요. 밥은 본인이 해요. 밥통이 해요?”

“밥통이 해요.”(웃음)

“그러면 밥할 때 쌀 좀 더 집어넣으면 되잖아요. 강아지도 밥 주고 다 하듯이 남편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고 가볍게 생각하세요. 강아지한테는 아무 기대도 안 하니까 피곤하게 생각이 안 되잖아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남편한테 아무 기대도 안 하면 아무 문제도 없어요. 항상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안아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면 돼요. 강아지가 매일 나한테 와서 두 발 드는 것처럼 그래도 남편이 한 달에 한 번 나를 안아준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없어요.”(웃음)

“그런데 모르겠어요, 남편을 보면 속에서 화가 올라와요.”

“네, 그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다 될 수가 없어요. 물론 남자가 인물도 잘생기고, 돈도 잘 벌고, 친절하고, 나만 사랑하면 정말 좋겠죠. 그게 좋은 줄은 나도 알고 이 세상 사람이 다 알아요. 그런데 그렇게 다 될 수가 없는 것이 이 세상이에요. 남편 같은 남자도 없어서 시집 못 가는 여자들도 많이 있어요. 한 번도 못 가는 사람도 있는데, 본인은 두 번이나 갔잖아요. 두 번까지 가놓고 불만이라고 하면, 조선시대 여자들이 들으면 욕합니다.(모두 웃음)

남편이 집에서 행패 부리고, 난동 피우고, 집안 살림 때려 부수고, 폭력을 행사하고 그래요?”

“예전에는 했는데, 지금은 안 해요.”

“간섭할 때 그렇게 해요, 간섭 안 할 때 그렇게 해요?”

“간섭할 때 그렇게 해요.”

“그러니까 강아지처럼 내버려 두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는 고생해서 이렇게 돈을 버는데, 남편은...”

“그렇다면 본인도 돈을 안 벌어버리면 되죠.”

“그러면 애 아빠는 더 가정일에 신경을 안 쓰거든요.”

“그러면 같이 굶으면 되죠.”

“그러면 집안이 어떻게 돼요?”

“그러니까 본인이 필요해서 돈 벌어 살면서 남편 탓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게 억울하면 질문자도 돈을 안 벌면 돼요. 남편은 돈을 안 벌고도 잘 살고 있는데, 본인은 돈을 안 벌고는 못 살잖아요. 그것은 본인 문제입니다.”

“네, 맞아요. 남편은 돈을 안 벌고도 잘 살아요.”

“그래요. 남편은 일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데, 질문자는 일을 안 하고 가만히는 못 있잖아요. 그러니까 답답한 사람이 돈을 버는 거예요. 본인 문제이지 남편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면 저도 행복하게 살고, 우리 가족도 행복하게 살 방법이 있을까요?”

“그러고 싶으면 그냥 자기 나름대로 살면 돼요. 옛날에 조선시대에는 여자가 사람 취급을 못 받았기 때문에 땅을 남자한테만 줬어요. 남편이 죽고 없으면 여자는 땅을 배분받지 못하기 때문에 과부는 가난한 삶을 상징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여자도 일하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래서 질문자가 혼자서 먹고살겠다고 하면 이혼하고 혼자 살면 돼요. 그런데 밥을 조금 나눠 먹어야 하고 빨래를 같이 돌려야 하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안고 살고 싶다면, 제비 한 마리 키우는 셈 치고 데리고 있으면 돼요. 제비라는 것은 원래 노는 거예요.(모두 웃음)

남편이 어떻다고 불평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강아지가 밥만 축내지 직장 갔다 오면 두 다리만 번쩍 든다 해서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나 싶으면, 다른데 갖다 맡기면 됩니다. 강아지가 두 다리만 들어줘도 위로가 된다면 키우면 되는 거예요. 그것은 자기 선택입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 게 아니라 계산을 해보니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라고 판단해서 내가 선택을 하면 돼요. 그러면 문제가 저절로 없어져 버려요.”

“제가 아침마다 108배를 하는데, 기도할 때 새길 명심문을 부탁드립니다.”

“남편은 애완용 동물이다.”(모두 박장대소)

“남편한테 좀 못마땅한 것이 있는 데다가 큰애도 요즘 놀고 있어서 같이 못마땅하거든요.”

“못마땅하다는 것은 내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농담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남편이 애완용 동물이다’라는 말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그러니 질문자 나름대로 사세요.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먹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주고, 빨래하는데 옷 하나 집어넣어주는 것뿐이에요. 강아지한테 일절 기대를 안 하듯이 기대를 안 하고 살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과 같이 안 살아도 되고요, 그런데 안 살기 전에 기대 안 하고 사는 것을 먼저 해봐야 해요. 왜냐하면 지금 이혼을 해버리면, 나중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안을 사람이 없어서 찾으러 다녀야 해서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에요.(모두 웃음)

지금 남편은 그래도 10년 정도 점검이 됐으니까 안전하잖아요. 도움은 안 되지만 손해는 특별히 안 나잖아요. 그러니 헤어지기 전에 먼저 남편이 아니라 남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보세요.

‘나 혼자 사는 것보다는 허수아비 같아도 남편이 하나 있는 것이 낫다. 남들이 나를 남편 없다고 깔보지도 않고, 가끔씩 외로울 때 안아도 주니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아무 문제없어요. 아무 문제없이 살아지면 ‘아, 이렇게 살 바에야 이혼하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 이혼하면 돼요. ‘굳이 이혼할 거 뭐 있나. 이렇게 살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면 그냥 같이 살면 되고요. 그래서 별 문제가 아니에요.

이것은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사주팔자가 나빠서 그런 것도 아니고, 하느님이 벌을 줘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돈도 벌어다 주고, 나를 아껴주고, 집안에 관심도 가져주는 남편을 질문자가 기대하기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이에요. 내 기대와 그 존재가 안 맞기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이지 남편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이 아니에요. 남편은 지금 아무 문제의식을 안 느껴요. 왜냐하면 직장을 안 나가도 밥을 얻어먹을 수 있고, 노래방 가서 놀고 와도 집에 오면 방을 청소해 놓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뭘 알았는지 얘기해 보세요.”

“남편에게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아침마다 절하면서 ‘남편은 우리 집 강아지입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알았죠?”

“네, 알겠습니다.”

“강아지 치고는 그 정도면 똥오줌도 자기가 알아서 가리고 아주 똑똑해요.”(모두 웃음)

“네. 정말 그렇네요.”

“제 말을 농담으로 듣지 마세요. 내가 내 필요에 의해서 강아지를 키우듯이 이 남자는 지금 누구를 위해서 키우는 거예요?”

“내가 필요해서요.”

“네, 내가 필요해서 키우는 거예요. 특별히 손해는 안 끼치지요?”

“네, 손해는 안 끼칩니다.”

“요새 손해 끼치는 남자들이 많은데, 그 정도면 됐어요. 그 정도면 아직 버리지 말고 좀 붙여놓아요. 그렇게 살아도 세상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가 함박 웃음을 머금고 자리에 앉자 청중은 큰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질문자는 스님의 말을 알아듣고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스님은 청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할 때는 ‘아이고, 그런 남자라면 이혼해 버리지 무엇 때문에 같이 살까’ 이런 생각이 들죠? 그런데 저분이 지금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남편과 이혼할 상황이 안 됩니다. 그런 분에게 조언을 한답시고 ‘이혼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입니다. 질문자의 남편은 돈을 못 버는 것 빼고는 그래도 아직 쓸 만해요. 질문자는 남편이 도움이 안 된다고 괴로워했는데, 스님이 ‘아직 남편이 쓸 만하다’라고 말해 주니까 질문자에게는 위로가 되는 거예요.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쓸 만한지 천천히 점검해 보세요.(웃음)

괴롭지 않으려면 계산을 잘해야 해요. 내가 100의 남자를 원했는데 이 남자가 30밖에 안 됐을 때 엄청난 실망을 하지요. 그런데 버리고 나면 30이 없어서 후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리는 것보다는 30이라도 챙기는 것이 나아요. 물론 마이너스가 된다면 버려야 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마이너스까지는 안 간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씩 안아주는 것도 굉장한 거예요.(모두 웃음)

제가 질문자에게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것은 부처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 성인이 되라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희생하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좀 영리해지라는 얘기일 뿐이에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네 것 네가 챙길 줄 알라는 이야기입니다. ‘결혼했으니 계속 살아라’, ‘이혼해라’, ‘이혼하지 마라’ 이런 얘기는 간섭이에요. 왜 제가 간섭을 하겠어요. 결혼하는 게 그렇게 좋으면 나부터 해버리지 왜 제가 결혼을 안 했겠어요?”(모두 웃음)

스님의 시원시원한 이야기에 청중석은 곧잘 웃음바다가 되곤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와 사연이 대화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 가족을 일찍 잃었습니다. 전생의 업 때문에 이렇게 불행한 걸까요?
  • 인간은 쉽게 죽으면 안 되나요?
  •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공허하기도 해요. 어떻게 돈을 다뤄야 할까요?
  • 남편이 술을 매일 마셔서 괴롭습니다.
  • 산악자전거 타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데 남편과 아들이 위험하다고 그만하라고 말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천주교 신자였는데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교로 개종하고 싶어 졌습니다. 진정한 불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24살 아들이 9살 연상의 여자 친구와 혼인신고를 한다고 합니다. 아들의 나이 많은 여자 친구가 마음에도 안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18살 고등학생입니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언니가 그 충격으로 정신질환이 생겼어요. 언니는 엄마와 저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서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아직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제일 가벼운 고민이었네요.”
“어리석은 질문에 잘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돈을 안 벌고 놀아서 고민이었던 질문자도 한 마디 했습니다.

“남편을 강아지로 생각하고, 기대 안 하고 살겠습니다.”(모두 박수)

아들이 9살 연상의 여자 친구와 혼인신고를 하려고 해서 걱정이라던 여성도 밝은 얼굴로 소감을 말했습니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나이 많은 여자 친구가 아들을 데려가서 잘 키워줄 것 같습니다.”(모두 박수)

“아주 잘 생각하셨어요.”

언니가 폭행을 일삼아서 힘들다며 울먹이던 18살 여고생도 또박또박 소감을 말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존하려면 치러야 할 대가가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런 것을 보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라고 합니다.”(모두 박수)

스님은 18살 여고생을 크게 칭찬했습니다. 스님의 대답을 금방 이해했는지 눈물을 닦고 밝은 얼굴이 된 여고생이 참 대견해 보였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원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지식은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를 알고 둘을 가르치면 둘을 알아요. 그런데 이 깨달음이라는 것은 하나를 가르치면 100을 알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한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 스스로가 어느 순간 여러 가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정답을 주면 그거밖에 생각을 못 하는데, 이렇게 대화를 하면 자기 스스로 많은 깨달음을 순간순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질문한 사람들만 뭔가 얻어 가는 것이 아니고, 듣는 사람도 자기에게 비춰보고 ‘아, 이 문제는 이렇게 해야 하겠구나’, ‘저 문제는 저렇게 해야 하겠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입니다. 법륜 스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스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하는 내용을 맹목적으로 믿기만 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스님의 노예가 됩니다. 즉문즉설은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 ‘내가 저렇게 해야겠다’ 이렇게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내가 술 먹는 남자하고 살고 있든, 돈 못 버는 남자 하고 살고 있든, 그 남자한테 내가 억지로 매여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래도 그게 나한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니까 같이 사는 거예요. 내가 선택한 겁니다.

항상 ‘내가 선택했다’라고 생각해야 내가 그것을 감당해 내지, 억지로 산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불쌍해져요. 왜 자기 인생을 불쌍하게 만듭니까. 여러분들 기준으로 보면 스님은 불쌍하죠. 나이가 예순일곱이 되도록 장가도 못 가고 얼마나 불쌍합니까. 그런데 스님이 나이가 예순일곱이 되도록 장가를 안 간 것은 자랑스러운 거예요. 똑같은 일인데 묘한 도리 아닌가요?

존재는 천한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습니다. 불쌍한 것도 없고, 훌륭한 것도 없어요. 다만 그것일 뿐이에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본래는 ‘공(空)’이에요. 그러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성스럽다고 바라보면 성스러워지는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스스로를 불쌍하게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알았죠?”

“네.”(모두 박수)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그런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잘 안되면 행복학교에 다녀보세요. 관점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져요. 여러분들 인생이 비참한데 부처님 법을 공부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에요. 본래 괜찮은 존재인데, 자기가 비참하다고 잘못 생각한 것을 약간 걷어내면 ‘어! 나 괜찮네’ 이렇게 되는 거예요.

‘결혼을 두 번이나 했는데, 전에 남자도 그렇더니 이번 남자도 또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굉장히 불쌍한 존재가 됩니다.

‘스님은 결혼을 한 번도 못 했는데, 나는 그래도 두 번이나 해봤다.’

이러면 내가 굉장히 행복한 존재가 되는 거예요. 이것을 ‘관점 바꾸기’라고 해요. 행복학교는 이렇게 관점을 바꾸는 공부를 하는 곳이에요. 막 기분 좋은 행복이 아니라 관점을 바꾸면 괴로움이 사라져 버리는 체험을 하는 곳이 행복학교입니다. 행복학교에 오셔서 그런 공부를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말씀에 청중은 활짝 웃으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2시간의 강연이 끝나고 1층에서는 바로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오늘도 준비된 모든 책들이 20분 만에 소진되었고, 스님과의 짧은 만남을 책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자 많은 분들이 긴 줄을 섰습니다. 한동안 로비가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감사히 여기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강연을 마친 스텝들과 짧은 담소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넨 후 강연장을 떠났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부천시청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대전 서구청에서 ‘새로운 백 년을 여는 통일의병’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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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6-11 02:18:02

정지나

억울하고 짜증나고 열받고 있는 나를 살핍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는 순간임을 다시 자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5-30 22:04:14

김의철

누군가에게 말할 용기는 타자가 아닙니다.

답을 구한다고 답을 주면 현안이 아닙니다

2019-05-29 10: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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