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5.27 군법사님들과 미팅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게 진짜 공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군전법을 하고 있는 군법사님들과 함께 점심을 같이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침 7시에 평화재단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기획위원들과 오전 내내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12시부터는 군법사님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며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식사를 나누며 요즘 군인들의 모습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젊은 사람들 상대하기가 많이 어렵죠?”

군법사님들은 웃음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과 지내는 노하우가 많이 늘었겠어요? 정토회도 청년 수가 갈수록 점점 줄어들어요. 요즘 청년들이 살기가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친 후에는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군법사님들은 군법당에 나온 청년들이 전역 후에도 불교와 계속 인연을 맺어갈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군전법을 하면서 생긴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수많은 젊은 청년들이 군대에 와서 절에 처음 나오게 되거든요. 군법당에 열심히 나오는 병사들은 수계까지 받지만, 전역을 한 후에 불교와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공간이 없어요.”

“옛날에는 초코파이를 주느냐 햄버거를 주느냐가 절에 나오는 병사의 수를 결정했는데, 이제는 먹을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법회 콘텐츠를 보여줄 것이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전역을 하고 살아갈 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스님도 군법사님들의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9사단에 가서 병사들과 즉문즉설을 했는데,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한 병사가 질문하기를,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밖에 있으면 교수한테 물어볼 수 있었는데, 군대 안에서는 그걸 못 물어본다고 어떡하면 좋은지 묻더라고요. 첫 질문이 그래서 처음엔 당황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는데, 군대 문화가 매우 빠르게 달라지고 있음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 관계에서 비핵화 문제와 평화협정 문제만 어느 정도 타결이 되면 전쟁 위험은 거의 없어질 거예요. 대부분의 나라가 기본적으로는 군인이 나라를 지키지만, 전투를 위해서 긴장을 하면서까지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거든요. 앞으로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의무병 수는 줄어들고 점점 모병제로 전환되어 가지 않을까 싶어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은 2시간 동안 빠르게 변하고 있는 군대 문화에 발맞추어 군전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전국에 있는 장병들을 모두 모아서 내년 봄이나 가을에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소풍을 가면 좋겠다는 제안이 가장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스님이 _“군인이 영외로 나가는 것이 허용이 되는지 잘 몰랐다”_고 하자, 군법사님은 “기독교에서도 큰 규모로 일 년에 한 두 차례 영외 행사를 열고 있다며 합법적인 절차를 밟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내년 봄에 스님이 청년들과 경주역사기행을 가는데 그 때 군장병들도 함께 갈 수 있게 해보자고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군법사님들에게 책을 사인해서 선물한 후 포교를 위해 애쓰시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대중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작년 가을에 9사단에서 열렸던 군장병 즉문즉설 중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지 못했던 내용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전역하면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걱정입니다

“군대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 군대라는 공간 때문에 공부가 막힐 때마다 쉽게 해결하지 못해서 답답합니다. 나중에 복학하게 되면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군대에 있으면 군대 생활을 해야지, 군대에 있으면서 공부를 한다고요?”(모두 웃음)

“개인 정비 시간이나 취침 시간에 연등 신청을 해서 전공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런 사람은 군대에서 좀 색출을 해야겠네요.(모두 웃음) 군대에서는 군대 생활에 집중을 해야죠. 공부는 학교 가서 할 일이지, 군대에서 무슨 학교 공부를 한다고 그래요? 요즘은 군대가 좋아져서 저렇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나 봐요. 그렇게 시간을 허락받아서 공부하다가 막히면 물을 데가 없다는 거죠?”

“예, 맞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에 인터넷은 검색하게 해줘요?”

“야간 연등을 할 때는 그냥 책으로만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걸 메모를 해두면 돼요. 막히는 부분은 메모를 해두었다가 휴가 나갔을 때 선배들이나 교수님한테 물어보든지 인터넷에 검색하든지 하면 됩니다.

뭘 꼭 알아야만 공부가 아니에요. 공부의 핵심은 내가 무엇을 모른다는 것을 자각하는 거예요. 최고의 공부는 내가 무엇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공부를 하게 되면 ‘아, 내가 이것을 모르는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 정상인데, 여러분의 문제는 모르는 것이 큰 병인 줄 안다는 거예요. 무엇을 모르는지를 앎으로 해서 나에게 그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즉문즉설을 할 때 제가 여러분한테 뭐든지 물어보라고 하면 여러분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스님도 모르는 걸 물어보면 어떻게 답변하려고 스님은 저런 소리를 할까?’

그런데 그건 하나도 걱정할 게 없어요. ‘모른다’라고 답하면 돼요. 질문자가 물었는데 제가 모르면 저한테는 큰 공부예요. ‘아, 내가 이걸 모르고 있었구나’ 이걸 알 수 있잖아요. 즉문즉설이 끝난 뒤 그걸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그러면 제가 더 발전할 수 있잖아요. 또 제가 아는 걸 물으면 제가 질문자에게 도움이 돼서 좋아요. 모르는 걸 물으면 제가 알게 되니까 좋고요. 그래서 저는 즉문즉설을 할 때 아무런 부담이 없어요. 몰라도 괜찮고, 알아도 괜찮아요. 알면 남한테 도움이 되고, 모르면 나한테 도움이 되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도 공부할 때 모르는 것이 생기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마세요. ‘아, 이걸 내가 모르는구나’ 하는 게 있으면 메모를 딱 해놓으세요. 그러면 다음에 그걸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학습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예습을 먼저 하는 거예요. 공부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데도 성적은 안 올라가요. 반면, 공부를 영리하게 하는 사람은 적당히 놀면서도 성적이 올라가요. 공부에는 요령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예습을 좀 해야 합니다. 수업 내용을 미리 다 알아서 가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무엇을 모르는지를 미리 알고 가는 게 예습의 핵심이에요. 오늘 배울 분량이 10페이지라면 그 10페이지를 한 10분 만에 쭉 읽어보고, 모르는 부분에 줄을 딱딱 그어놓는 거예요. 그걸 다른 데서 찾아보고 모두 알아서 가는 게 예습이 아니에요. 그런 건 독학이지 예습이 아닙니다. 뭘 모르는지를 체크하고 가는 게 예습이에요. 수업시간에 내가 뭘 모르는지를 딱 아는 상태에서 선생님 얘기를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와요. ‘아, 이게 뭐지?’ 하고 모르는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바로 딱 알아져 버려요.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를 때 들으면 기억을 거의 못합니다. 반면에 내가 뭘 모르는지 궁금해 하는 가운데 그 설명이 탁 들어오면 기억력이 열 배 더 높아져요. 질문자는 지금 군대에서 그런 예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네. 잘 알겠습니다.”

“둘째, 수업 시간에는 수업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수업 중에 모르는 것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질문을 해야 해요. 수업 시간에 바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자기가 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질문을 하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질문할 게 없어요.

셋째, 수업이 끝나면 바로 복습을 해야 해요. 한 번만 본 사람하고 그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한 사람은 기억력이 2배 이상 차이 납니다. 수업만 끝나면 바로 책을 덮어 놓고 나가서 노는 사람은 나중에 기억을 회복하려면 몇 시간을 공부해야 하는데, 수업이 끝나자마자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리뷰하면 기억이 굉장히 오래 가요. ‘아, 이거구나’ 이렇게 복습해두면 굳이 나중에 복습을 따로 하지 않아도 돼요. 시험 칠 때만 잠깐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됩니다.

이렇게 학습을 효과적으로 하면, 질문자가 군대 안에서 모르는 게 있어도 하등의 문제가 안 됩니다. 시간이 주어져서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메모를 딱 남겨놓고, 밖에 나가서 기회 있을 때 자료를 찾아보거나 동료들한테 물어보면 돼요.

제가 학원에서 수학 선생을 조금 했어요. 그 학원은 선생님들이 다 일류대학을 나오고 쟁쟁했습니다. 그런데 가르치기는 제가 더 잘 가르쳤어요. 아는 건 다른 선생님들이 훨씬 더 많이 알아요. 제가 늘 뭘 몰라서 다른 선생님한테 ‘김선생님,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러면 그 선생님이 설명해주고 ‘아니, 선생이 이것도 몰라서 어떡해?’라고 했거든요. 이런 소리 들어가면서 배워서 가르쳤는데, 애들은 저를 더 좋아했어요. 이유가 뭘까요?

일류대학을 나온 선생님들은 애들이 뭘 모르는지를 잘 몰라요. 자기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잘 몰라서 연구를 해가야 가르칠 수 있다 보니까, 애들이 뭘 모르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더 잘 알았어요. 그랬기 때문에 지식을 많이 아는 분들보다 제가 애들을 훨씬 더 잘 가르칠 수가 있었던 거예요. 애들은 제 얘기를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했어요. ‘선생님은 우리가 뭘 모르는지를 너무 잘 아세요. 어떻게 그리 잘 아세요?’ 그러면 제가 웃으면서 그러죠.

‘그래, 선생님도 몰라서 어젯밤에 헤맸어. 나도 모르는데 너희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웃음)

그리고 애들이 문제집을 가져와서는 ‘이거 어떻게 해요?’하고 물어요. 저도 모르는 게 있으면 ‘몰라!’ 이래요.

‘에이, 선생님이 이것도 모르면 어떡해요?’
‘야, 선생님이라고 다 아니?’
‘그럼 우리도 몰라도 돼요?’
‘안 돼!’
‘왜요?’
‘너희는 시험 치러 가니까. 나는 선생이지, 시험을 치는 학생이 아니잖아. 나는 오늘 모르면 가서 배워 와서 내일 너희들에게 가르쳐주면 되지, 내가 그걸 다 알아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런데 너희는 나하고 달라.’

그러면 애들이 한편은 말이 맞고 한편은 좀 이상해서 어리둥절해 해요. 선생은 몰라도 되고 자기들은 알아야 한다니까요. 이렇게 농담을 하면 애들이 저한테 질문할 때 어려워하지 않고 굉장히 편하게 질문해요. 이렇게 대화를 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애들더러 모른다고 면박을 주거나 애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해서 얼굴이 벌게지면 애들이 선생님한테 질문하는 것을 겁냅니다. 물었는데 선생님이 모르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아니면 선생님을 골탕 먹이려고 아주 어려운 걸 가져와서 질문하는 애들도 있어요. 그러면 저는 편안하게 ‘어, 나도 몰라’라고 합니다. ‘선생님이 모르면 어떡해요!’라고 하면 ‘선생님이 모르는 건 시험에 안 나온다. 걱정하지 마’ 이런 식으로 농담을 합니다. 그러니 인생을 너무 경직되게 살지 마세요. 약간은 유머러스하게 보내는 게 필요해요.

모르는 걸 메모하세요. 그리고 메모해 놓은 것을 계속 연구하세요. 그 자리에서 정답을 보고 아는 건 별로 효과가 없어요. ‘그게 왜 그렇지?’ 이렇게 좀 궁금해 하고 스스로 연구하다가 찾아낸 결과여야 기억력이 오래 가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절에 들어왔어요. 그런데도 제가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대학이며 대학원 나온 사람들도 역사든 과학이든 저보다 훨씬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의 중학교 수준이에요. 여러분은 중학생에게 전 과목을 못 가르치죠? 저는 중학생도 전 과목을 가르칠 수 있어요. 왜 그럴까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절에 들어왔으니까 내가 궁금해서 공부를 했지, 시험 치기 위해서 공부한 게 아니어서 그래요. 시험 치기 위해서 공부하는 건 일회용이에요. 지식을 기억했다가 시험 치고 나면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버리고 또 공부해서 집어넣잖아요. 그런데 저는 일회용이 아니라 일상용이 될 수 있게 공부를 했어요. 시험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하거나 궁금해서 공부를 계속 하기 때문에 훨씬 더 기억력이 높죠. 학벌은 낮지만 일상적으로 아는 건 더 많아요.

‘금방 답이 주어져야 한다’ 이런 태도는 별로 좋지 않아요. 궁금한 걸 좀 놔두었다가 다음에 찾아보면 훨씬 더 좋아요. 알았죠?”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군대에 있을 때는 공부하지 마시란 권유를 하고 싶어요. 군대에 있을 때는 군대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좋습니다. 체력 단련을 하거나 여러 친구들과 사귀는 게 더 좋아요. 같이 술 마시러 가는 게 사귀는 게 아니에요. 청소할 때 내가 좀 더 해주는 게 친구와 사귀는 것이고, 이게 리더십이에요. 청소할 때 내가 얼른 해놓고 ‘야, 좀 도와줄까?’라고 하면, 사귀자는 말을 굳이 안 해도 저절로 사귀어지고 리더십이 생기는 거예요. 밥 먹으러 갔을 때 먼저 자리 정돈 싹 해서 숟가락도 나눠주세요. 그러면 그 사람이 리더가 되는 거에요.

‘걔가 있을 때는 숟가락을 싹 놓아주더니 걔가 없으니까 아무도 안 놓네. 야, 다음에 걔 데려오자.’

이게 리더십이에요. 과거의 리더십이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리더십이었다면, 미래의 리더십은 그 속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군대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질문자가 주인이 돼서 자꾸 해야 해요. 군대에서 만난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헤어지면 나중에 안 보게 되니까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생활하면 군대 친구도 사회 나갔을 때 사회 친구로 연결될 수 있어요.

제가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쳤지만 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인생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주니까 학원 선생인데도 스승 대접을 받아요. 졸업하면 학교 선생도 잘 안 찾아가는데, 학원 선생인 저한테는 애들이 대학 들어간 뒤에도 찾아왔습니다. 연도별로 그룹을 만들어서 체육대회도 하고, 나이가 벌써 예순이 됐는데도 저더러 늘 ‘우리 선생님’이라고 할 정도예요. 학원에서 과외하는 사이로 만났는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어떤 인간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합니다. 군대에서는 대부분 상하관계로만 인간관계를 맺다 보니까 상하관계가 끝나면 헤어집니다. 사단장, 경찰서장, 세무서장을 지내신 분들이 저한테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라고 한탄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자기가 서장으로 있을 때는 자기 부하들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서장님, 서장님’ 했는데, 퇴직을 하고 나니까 아들이 결혼식을 하는데 한 명도 안 온다는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하기에 제가 그랬어요.

‘그게 당연합니다. 사람들이 서장이라는 직책에 굽실굽실했지, 당신이라는 사람을 보고 굽실굽실한 게 아니잖아요. 당신의 직책이 없어졌는데 무엇 때문에 당신을 쳐다보겠습니까?’

그러면 그 사람들하고 어떤 관계를 맺어야 직책이 끝나도 찾아올까요? 서장이란 직무를 수행할 때는 상하관계로 행동하더라도 직무와 관계없는 식사 자리나 술자리, 혹은 바깥에서는 서장이라고 내세우는 것 없이 친구로 지내면 됩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그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든 뭐가 됐든 친구끼리 모였을 때 예의를 안 따지잖아요. 저도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약간 쭈뼛쭈뼛해요. ‘말을 놔야 하나, 경어를 써야 하나’ 하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고, 스님 왔어요?’ 이러다가, 조금만 대화가 오가면 ‘야’ 이런단 말이에요.(모두 웃음)

이런 수평적 관계가 친구입니다. 직위는 물론 필요합니다. 사단장이 사단장 직위를 수행하지 않고 전부 친구처럼 대해버리면 사단장 자격이 없어지잖아요. 조직 운영을 할 때는 자기 직분에 충실하더라도 사석에서는 친구로 지내면 나중에 직위가 없어져도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여러분도 그렇게 군대에서 친구를 사귀어 보세요. 사회에 나가서 따로 친구 사귈 필요 없이 여기서 만난 친구도 굉장히 좋은 친구예요. 학교 친구와 똑같습니다.

그런데 왜 군대 친구는 친구가 잘 안 될까요? 주로 상하관계로 만나기 때문에 상하관계가 끊어지면 끝나버리거든요. 그러나 상하 개념을 떠나서 상대를 대하면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청소를 하거나 힘든 일을 할 때 도와줘 보세요. 그러면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도 다 좋은 친구가 돼요.

자산은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재물만 자산이 아니에요. 인적 자산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학교 다니는 게 필요한 이유도 인적 자산 때문이에요. 지식만 자산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은 거의 인적 자산이 안 됩니다. 상하관계로 억지로 맺어져 있다가 해체되니까 만남이 이어지지 않아요. 여기 있을 때는 ‘끝나고 우리 꼭 만나자’라고 해도 나가면 다 없어져버려요. 서로 진정어린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군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공부보다 더 중요합니다. 공부는 언제든 해도 되고, 제대해서 해도 돼요. 여기서 공부 좀 해봐야 머리에 들어가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허락되어서 공부를 한다고 하면 방금 얘기한 방법대로 해보세요. 모르면 쭉 메모해놨다가 밖에 나갔을 때 한 번씩 확인하는 식으로 하면 좋습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현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살아야 해요. 수학 시간에는 수학을 공부하는 게 효율적일까요, 선생님은 수학을 가르치는데 나는 눈치 봐가면서 수학책 밑에 영어책 펴놓고 공부하는 게 효율적일까요? 수학 시간엔 수학을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에요. 그 시간에 영어 공부하면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이걸 수행에서는 ‘현재에 집중한다’라고 해요. 항상 현재에 집중할 때 가장 효율적입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내일은 인천시 계양구에서 시민들을 만나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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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

감동적인 강연입니다

2020-02-15 11:55:18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6-23 18:12:06

정지나

영어공부할땐 영아공부!!!
지금여기서 나를 자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19-06-07 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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