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5.28. 즉문즉설(24) 인천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인천 계양 문화회관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1시간 연착되어 강연 시간에 늦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 바깥까지 5분 만에 달려 나왔습니다. 바로 차를 타고 인천 계양 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계양 문화회관에는 9백여 명이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스님이 탄 비행기가 연착되어 강연 시작이 늦다고 알렸는데도 돌아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환경음악가인 김평부 님이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판소리와 대금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청중은 북소리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며 공연을 즐겼습니다.

8시경 사회자가 스님이 도착했다고 안내하자 청중은 무척 기뻐하며 환호했습니다. 스님이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서자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긴 변명 하지 않겠습니다. 그제는 중국에서 폭풍이 불어서 3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타고 있다가 그냥 돌아왔어요. 그래서 오늘 강연하기 전에 무리해서 갔는데 오는 비행기가 또 늦어졌어요.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자, 그러면 짧고 굵게 하겠습니다.”

스님이 머리 숙여 사과하자 청중은 큰 박수로 답했습니다. 이어서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8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짧아진 만큼 청중은 오히려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은 아들과 관계가 안 좋아 울먹이던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들만 보고 살았는데, 아들과 사이가 안 좋아요.

“아들과 같이 살고 있는데, 서로 대화가 오고 가지 못하여 제가 너무 힘듭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고 싶습니다. 제가 대화를 시도하면 아들은 저를 피합니다. 손으로 사인을 주기만 하고 도통 입을 열지 않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대화로 풀지 못하다 보니 점점 힘들어지고, 이제는 서로가 말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취직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고, 저도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들다 보니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해답을 찾고 싶습니다.”

“질문자는 올해 몇 살이에요?”

“62살입니다.”

“아들은요?”

“37살입니다.”

“남편은요?”

“사별했습니다.”

질문자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면 늙은 남자 친구 한 명 사귀면 어때요? 나이 많은 남자는 싫어요? (모두 웃음)

사별한 지 얼마나 됐어요?”

“22년 됐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 뭐 한다고 그렇게 혼자 살았어요? 옛날 같았으면 혼자 사는 게 이해가 되지만요.”

“자식만 보고 살았습니다.”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심리적으로 보면 질문자의 무의식 세계에는 아들이 남편이에요. 그래서 아들이 장가를 가기 어려워요. 장가를 가더라도 결혼생활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래요, 독립을 시킬래요?”

“독립시키고 싶습니다.”

“그러면 질문자가 아들에 대한 정을 끊어 줘야 합니다.”

질문자는 받아들이기 힘든 듯 크게 한 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들이 벌어 놓은 돈이 없어요.”

“그런 거 따지지 말고 정을 끊어야 해요.”

“독립을 시키고 싶은데...”

“정을 끊으면 저절로 독립이 된다니까요. 독립을 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아직 정을 못 끊었다는 뜻이에요. 정을 끊어버리면 독립이 돼요. 정을 끊으면 담배 끊을 때 명현 현상이 오듯이 엄청나게 힘든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걸 이겨내야 해요. 그래야 질문자가 20년 동안 하나뿐인 아들을 열심히 키워낸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어릴 때 돌봐준 것은 아들에게 참 고마운 일인데, 지금은 질문자가 아들의 미래를 막는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어요.

만약 저희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법륜 스님이 혼자 사는 것을 걱정하고, 계속 따라다니고, 울고불고하면, 저희 부모님이 법륜 스님의 미래에 장애가 되는 거예요? 도움이 되는 거예요?”

“장애가 되는 것이죠.”

“부모의 생각이 자식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니에요. 스무 살 이전에 자식을 도와주는 것은 자식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스무 살 넘어서도 계속 도움을 주는 것은 자식의 인생을 망칠 위험이 높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식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늙은 남자 친구 하나 사귀라고 하는 거예요. 아들은 자기 남자가 아니에요. 아들은 다른 여자의 남자예요. 질문자가 아들에 대한 정을 끊어줘야 아들이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어요. 지금 질문자는 아무리 정을 끊으려고 해도 잘 안 되니까 마음을 둘만한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도저히 정을 끊는 것이 안 되면 집을 나와서 절에 있든지 하세요.

아들이 뭘 먹든지, 빨래를 어떻게 하든지, 이런 생각을 딱 끊어야 해요. 본인 머릿속에는 37살 된 아들이 아직도 8살짜리 아들처럼 걱정이 되는 거예요. 밥은 어떻게 먹고, 건강은 어떻게 하고, 취직은 왜 안 하고 집에서 노는지 사사건건 걱정을 하잖아요. 그렇게 어린애 취급을 받으니까 집에서 노는 거예요. 질문자 머릿속에서 아들이 계속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아들이 나이 50이 되어도 계속 걱정할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가 집에서 나오는 것이 좋겠어요. 아들을 내보내든지요. 아들을 내보내는 것이 제일 좋은데, 아들이 못 나가면 본인이 나와야 해요. 절에 가서 2~3년 사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하기 어려우면, 한 집에 살더라도 오늘부로 일체 간섭을 안 해야 해요. 밥을 먹든지 안 먹든지, 빨래를 하든지 안 하든지, 청소를 하든지 안 하든지, 일체 간섭을 안 해야 해요.

대화가 안 되는 이유는 질문자의 얘기가 아들한테는 엄청나게 귀찮은 잔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밥 먹어라’ 이 말도 듣기 싫은 거예요. ‘이불 개라’, ‘씻어라’ 이런 말도 다 잔소리처럼 들리는 거예요. 질문자가 입을 딱 다물어야 합니다. 아들이 싫어서 입을 다물라는 것이 아니라 잔소리를 안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본인도 살고 아들도 삽니다.

같이 죽을래요, 같이 살래요?”

“같이 살겠습니다.”

“그러려면 첫째, 아들을 집에서 내보내는 것이 제일 낫습니다. 둘째, 그게 안 되면 본인이 집을 나와야 해요. 셋째, 그것도 안 되면 일단은 한 집에 살면서 ‘내 남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지내야 해요. 남의 집 젊은 애가 방을 얻어 있듯이 입을 딱 다물고 간섭을 안 해야 합니다. 밥을 해 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밥을 준비해놓고 ‘밥 준비됐다’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돼요. 먹고 안 먹고는 누구의 자유예요? 그 젊은이의 자유예요. 이렇게 일체 간섭을 안 해야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간섭을 안 할 수가 없다면, 아이에게 집을 나가라고 하든지, 질문자가 집을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정을 끊으세요. 그래야 살 길이 열리지, 안 그러면 갈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저 젊은이는 남이다.’

매일 아침 절을 하면서 ‘남이다, 남이다, 남이다..’ 이렇게 기도를 하세요. 남처럼 봐야 해요.”

“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질문자의 얼굴에 눈물이 마르고 엷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울먹이던 목소리는 다부지게 변했습니다. 비슷한 연배의 청중들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보험을 해약하고 우울증 약을 먹었는데 다시 보험에 가입하기가 어려워졌어요.
  •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친구에게 어떻게 상처를 안 줄 수 있을까요? 친구 뺨을 때렸는데 어떻게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 아는 스님이 제 이름에 돈복이 없다고 개명을 하라고 합니다. 남편 사업이 어려워서 개명을 해야 할지 고민돼요.
  • 29살 직장인입니다. 엄마랑 둘이 살고 있는데 서로 의지를 많이 해요. 정신적 독립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왕년에 사랑했던 아내가 이혼을 요구합니다.
  • 남편이 검소하고 가정적이라 좋은데, 아들에게 부와 지위 같은 세속적 가치를 너무 강조해서 불편합니다.

어느덧 아홉 시가 넘어 질문을 그만 받고, 질문한 사람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가볍게 소감을 말하는 질문자 한 명 한 명에게 청중은 크게 박수 쳐주었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속이 시원해요.”
“집착을 끊겠습니다.”

친구에게 상처 주지 않는 법을 물었던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에게 스님은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법은 없어요. 누구나 상처 받고, 상처 주며 살아요. 괜찮아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질문자가 친구의 뺨을 때린 적도 있다고 고백하자, 스님은 단호하게 남을 때리는 일은 잘못된 일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불교의 오계만 지키고 그 나머지는 눈치 보지도 말고 남을 간섭하지도 말로 자유롭게 살면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어린이는 개운한 얼굴로 “속이 시원해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오늘 질문자 중에는 미리 써낸 질문과 질문하는 목소리를 듣고 스님이 정신과를 가보도록 권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질문자는 더 묻지 않고, 바로 병원에 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질문자는 소감도 가볍게 이야기했습니다.

“스님, 너무 감사합니다.”

“병원 갈 거죠?”

“네.”

“오늘 제일 잘하신 분이에요.”

스님은 크게 칭찬하며 질문자를 격려해주었습니다.

어머니와 서로 너무 많이 의지하는 게 고민이었던 질문자는 소감을 말하려고 일어섰다가 울컥해서 흐느끼며 소감을 말했습니다. 질문자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눈물을 함께 훔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눈물) “오길 너무 잘한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소감을 다 들은 스님은 다시 한번 청중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다시 한번 늦어서 사과 말씀드립니다.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를 위한 중요한 일이라서 잠시 다녀왔는데, 어쨌든 여러분과 약속을 어겨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 즉문즉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며 청중에게 “영리하게 살아라.”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세상에 특별하게 뛰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다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자기 이익을 고집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하죠.

‘걔는 꼭 자기 필요할 때만 전화한다’ (모두 웃음)

그런데 원래 전화기는 필요할 때 하라고 만들어 놓은 물건이잖아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은 필요할 때 전화해요, 그냥 심심해서 전화해요?”

“필요할 때요.”

“원래 전화기의 기능이 그런 거예요. 그리고 어떤 사람의 흉을 볼 때 면전에서 흉을 보는 게 좋아요, 뒤에서 보는 게 좋아요?”

“뒤에서요.”

“법륜 스님에 대해 흉을 볼 때 이 강연장에서 손을 들고 흉을 보는 게 좋아요, 강연 끝나고 나갈 때 흉을 보는 게 좋아요?”

“나갈 때요.”

“흉을 뒤에서 본다는 것은 나한테 예의가 있다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 정도면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니 ‘그 사람이 너 흉을 보더라’라고 하면 ‘걔는 참 예의가 있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알았죠?”

“네.”

“술 먹고 취했을 때는 뒷방에 가서 자는 게 좋아요, 떠드는 게 좋아요?”

“뒷방에서 자는 거요.”

“그런 사람들은 다 예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것처럼 가만히 들여다보면 특별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도 여러분들은 자기 남편이나 아내나 자식을 너무 특별한 사람이 되라고 요구해요. 한마디로 예수나 부처가 되어달라고 바래요. 만약 남편이나 아내가 부처가 되면, 가족을 두고 집을 나가버려요. 너무 훌륭하면 그렇게 돼요. 우리 아들은 그렇게 안 하니까 얼마나 다행이에요? (모두 웃음)

이것이 사실이에요. 사실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인생은 특별히 문제가 없어요.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사물을 볼 때 부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긍정적인 면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엄마가 자식을 도와주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것이 아이의 독립을 막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것이 ‘진리’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우리들의 고뇌가 사라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진리가 너희들을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하셨어요. 진리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넘어졌을 때 넘어졌다고 아는 것이 진리입니다. 화가 났을 때 ‘어, 내가 화났구나’ 하고 아는 것이 진리입니다.

사실을 왜곡해서 아는 것이 ‘무지’입니다. 오늘날 ‘진리’라는 이름으로 오류를 범하는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는 삶의 진실을 봐야 합니다. 진실을 보는 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에요. 그냥 내가 욕심이 나면 ‘아, 내가 욕심을 내고 있구나’, ‘내가 욕심이 있으니 상대도 욕심이 있겠네’라고 알면 그게 진실을 보는 겁니다.

욕심과 욕심이 부딪히면 갈등이 생겨요. 갈등이 생기면 둘 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욕심을 조금 절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욕심은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나도 내 의견이 있고, 상대도 자기 의견이 있어요. 서로 자기 의견만 주장하면 충돌이 생겨요. 그러면 서로에게 손해예요. 충돌을 막으려면 약간의 양보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양보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양보를 안 하면 나한테 손해가 생기니까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헌신적인 인간이 되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자기 이익을 챙길 줄 아는 영리한 인간이 되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알았죠?”

“네!”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는 바보 같은 인간이 되지 마세요. 우리는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무대 위에서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무대 아래까지 길게 줄이 이어졌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봉사자들과 기념사진까지 찍은 후 스님은 드디어 한 숨 돌렸습니다. 비행기에서부터 오후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스님은 차 안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서초 정토 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내일 문경에서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스님들과 발우공양을 하려면 새벽 4시에 출발해야겠어요.”

5월 27일부터 6월 4일까지 INEB(국제참여불교연대)의 동남아시아 스님 20여 분이 정토회를 견학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스님은 내일 문경 수련원에서 발우공양을 INEB 스님들과 함께 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문경 수련원에서 발우공양을 하고 INEB 스님들에게 ‘깨달음의 장’을 맛보기로 안내한 후 저녁에는 구미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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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 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6-23 18:40:28

정지나

넘어지면 넘어질것을 아는게 진리입니다
아~내가 화가났구나! 다시 살피고 자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6-08 22:45:56

무지랭이

스님이 하시는 일이 원만하게 성취되기를_()_

2019-05-31 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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