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1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행복캠프
“성질 더러운 아내를 닮아가는 딸이 걱정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국 행복학교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입니다. 또한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동남아 스님들이 정토회를 방문한 지 6일째 되는 날입니다.

새벽 4시. 문경 정토수련원에 도량석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스님은 여주로 출발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이항진 여주 시장님과 약속을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여주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을 때 시장님을 잠깐 차담을 나누었는데, 그때 시장님이 ‘스님과 함께 꼭 한 번 강변길을 걷고 싶다’는 요청을 했었습니다. 스님은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지만, 오늘 새벽에 잠시라도 보기로 했습니다.

5시 30분에 여주에 도착한 스님은 여주 시장님과 함께 섬강과 남한강을 따라 난 강변 둑길을 2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환경운동 단체 출신의 기초단체장이라 그런지 시장님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지역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환경 보존을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8시가 되었습니다. 새벽 찬 공기가 뜨거운 햇살로 바뀌었습니다.

여주를 출발한 스님은 청주로 향했습니다. 1시부터 청주시 상당구청 대강당에는 전국에서 200여 명의 행복학교 참가자들이 모여 스님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영상으로만 뵙던 법륜 스님을 직접 모시고 행복학교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등장하자 아이돌 콘서트에 온 것처럼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환한 웃음을 머금은 스님도 인사를 건넸습니다.

“행복학교 다니면서 좀 행복해졌어요?”

“네!”

“행복해진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스크린 안에 갇혀 산다고 굉장히 갑갑했는데, 오늘 스크린 밖으로 나오니까 아주 좋네요. 여러분들이 더 예뻐 보입니다.” (모두 웃음)

행복학교는 단순히 법문만 듣는 것이 아니라 법문을 듣고 나서 그 법문을 직접 실천해 보는 ‘행복연습’도 함께 합니다. 즉문즉설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행복연습도 함께 해보는 과정이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즉문즉설을 하기에 앞서 한 줄 쓰기를 해보았습니다. 사회자가 “내 아내나 남편이 원수 같을 때는?”라고 묻자 스케치북에 한 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술 쳐먹었을 때!”
“자기 말이 맞다고 으름장 놓을 때!”
“밤에 잠자리할 때 내 마음을 몰라줄 때!”

한 줄 한 줄 낭독이 되자 청중석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공감이 간다는 뜻입니다. 워밍업을 마치고, 이어서 아내가 정말로 원수 같아서 괴로워하고 있는 남자분이 일어나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성질 더러운 아내를 닮아가는 딸이 걱정이에요

“자꾸 아내를 닮아가는 딸아이가 걱정됩니다. 아내가 3살 무렵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할머니께서 키워주셨다고 합니다. 아내는 자기 주관과 에고가 강하고 지고는 못 사는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남성에 대한 열등감과 피해 의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를 냅니다. 화가 나면 분노조절을 전혀 못 합니다.

저희 집은 아버지가 저 어렸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드시고 주사를 부리셨습니다. 어느 날은 심한 가정 폭력을 행사하셔서 아직도 제게 생생하게 충격과 공포로 남아있습니다. 얼마 전 심리검사를 받았는데 정상 범주에는 들어가나 약간의 우울증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두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고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해서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지옥이 있다면 살아있는 생지옥이 여기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올 초에 우연히 스님 법문을 만나고 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딸에게 잘못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딸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유치원에서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틱 증상과 불안증으로 심리상담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이런 모습을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는 저를 닮아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이런 제가 아이를 위해 무조건 아내에게 맞춰주고 살아야 하는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내나 남편이 원수 같이 미워서 힘들다고 저한테 물으면, 제가 뭐라고 대답할까요?”

“...”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웃음)

진지한 질문이었지만 스님의 한 마디에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기도를 이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따라 해 봐요.

‘천국에 가서 혼자 사는 것보다는 지옥에 가서 둘이 사는 것이 낫다.’

그래서 질문자가 지금 지옥에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천국보다 좋은 줄 알아야 돼요.”

“알겠습니다.”

“더 할 말 있으면 해 봐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한 마디만 듣고도 마음이 밝아지자 청중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청중을 위해 보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본인이 얘기하듯이 아내가 가정환경이 불우한 데서 자랐잖아요. 질문자도 가정환경이 불우한 상태에서 자랐습니다. 저렇게 가정환경이 불우한 상황에서 자란 아내가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을 만났으면,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아내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울 거예요. 또, 나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는데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내를 만났으면, 아내가 나의 모습을 보고 금방 ‘못 살겠다. 이혼하자’ 이렇게 나왔을 거예요.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자라서 힘드니까, 상대라도 좀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잘 자란 사람이 다른 사람하고 살지 뭣 때문에 나하고 살겠어요. 서로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만나서 의지하고 사는 겁니다. 나는 부족하면서 자꾸 상대는 부족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실망이 큰 거예요. 내가 부족하듯이 아내도 부족한 존재예요. 그 부족함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두 사람이 함께 만난 것이 좋은 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남편이나 아내에게 지금 이렇게 바라고 있죠?

‘지금보다 인물이 조금 더 잘났으면 좋겠다.’
‘돈을 조금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성격이 조금 더 좋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되면 정말 좋겠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정말 좋을까요? 만약 남편이나 아내가 지금보다 인물이 낫든, 돈이 많든, 지위가 높든, 성격이 좋았다면 애초에 나와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여자나 다른 남자를 만났겠죠.

지금이라도 조금 더 좋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이라도 다른 여자, 다른 남자가 쳐다봅니다. 지금 이 정도 수준이니까 안 쳐다보죠.

그것보다 더 나아지면 어떨까요? 내가 화를 내도 항상 감싸주는 부처님 같은 존재가 되면 좋겠죠. 그렇게 되면 출가해 버립니다. 집을 나가버려요. 집에 아예 살지 않는다 이런 얘기예요. 부처님만큼 수준이 안 되는 법륜 스님도 집에 안 살고 출가해 버리잖아요. 만약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어떨까요? 내가 남편이나 아내를 버려 버립니다. (모두 웃음)

그러니 이렇게 둘이 사는 것은 지금이 적당하다는 겁니다. 딱 맞아서 적당한 거예요? 서로 부족한 가운데 적당한 거예요?”

“서로 부족한 가운데 적당합니다.”

“처음부터 부처가 되겠다는 욕심을 내면, 죽을 때까지 열등의식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혼자서는 부처처럼 되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천 명이 모이고, 만 명이 모이면 가능할 수 있어요. 부처님을 만 개의 조각으로 내서 그중에 만 분의 일만 내가 부처님처럼 닮자는 것은 실현 가능하니까요.

‘다른 건 못해도 나는 보시는 하겠다’
‘나는 보시는 못 해도 봉사는 하겠다’
‘나는 봉사는 못 해도 어떤 경우에도 화는 안 내겠다’

이렇게 한 개씩만 닮아서 그걸 모자이크로 만들면 우리도 부처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개인은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개인이 천 명, 만 명이 모인 단체가 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부처님 같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것을 알고 부족한 사람끼리 모여서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잘난 사람은 자기 혼자 해도 됩니다. 우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능력이 안 되니까 서로 협력을 해야 해요. 이런 마음 자세로 여러분들이 생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내가 화를 내는 것은 아내의 본심이라기보다는, 아내가 자란 환경 속에서 형성된 정신적인 반응입니다. 개구리가 울면 ‘개굴개굴’ 소리가 나고, 닭이 울면 ‘꼬끼요’ 소리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서로 까르마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운다는 것은 똑같은데, 까르마는 서로 다릅니다. 아내는 그렇게 개구리처럼 까르마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울면 개굴개굴 소리가 나고, 나는 닭처럼 형성되었기 때문에 꼬끼요 소리가 나는 겁니다. ‘어떻게 개구리 소리를 낼 수 있느냐’ 이러면 안 됩니다. 서로 똑같은 일을 겪어도 반응은 서로 다를 수 있어요.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남편을 더 닮았는지 아내를 더 닮았는지를 놓고 서로 다툰다고 했는데, 육체는 엄마 아빠를 반반씩 닮고, 정신적인 것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조금 더 많이 닮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아이에게 조금 더 가까이 있으니까 엄마를 더 많이 닮습니다. 여성이라서, 엄마라서 많이 닮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을 더 닮게 됩니다.

한 집에서 엄마와 아빠가 같이 사는데 엄마만 닮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 닮는데 그래도 아이와 조금 더 근접해 있는 사람을 더 닮게 됩니다. 나도 부족하고 아내도 부족한 상태에서 서로 만났지만 지금 이렇게 잘 살 듯이, 우리 아이도 여러 가지로 보면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살 겁니다. 이런 믿음이 있어야 해요.

다만 치료를 좀 받아야 합니다. 눈이 안 보이면 점자를 배우는 것처럼, 귀가 안 들리면 수화를 배우는 것처럼, 만약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상태라면 치료를 좀 받아야 해요. 치료를 해서 완치가 되면 좋지만, 완치가 안 돼도 부족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눈이 보이는 사람만큼 편리하지는 못해요. 그러나 점자를 배우면 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도 세상을 알고 살아갈 수 있어요.

만약 아이가 틱 장애가 있다면,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라는 관점을 갖고 아이를 격려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하면 되고, 치료를 했는데도 안 되면 ‘그러니까 안 된다’라고 할 게 아니라 부족한 것을 감수하고 살아가면 돼요. 이것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겁니다.

‘천국에 가서 혼자 사느니 지옥에 가서 둘이 살겠다.’

스님은 ‘지옥에 가서 둘이 사느니 천국에 가서 혼자 살겠다’ 이렇게 선택했지만, 질문자는 ‘천국에 가서 혼자 사느니 지옥이라도 둘이 사는 게 낫다’ 이렇게 선택한 겁니다. 그러니 ‘생지옥이다!’ 이러지 말고,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또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천국에 가서 할 일 없는 것보다는 지옥에 가서 할 일 있는 게 낫다.’

같이 사냐 안 사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여러분은 지옥을 선택하고 저는 천국을 선택했지만, 일거리가 있냐 없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저는 지옥이 낫다고 봅니다. 길에서 선교를 하는 사람이 저한테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래서 제가 ‘감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물었습니다.

‘뭐가 감사해요?’

‘당신이 나를 지옥에 보내준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감사하지요.’

‘지옥에 가는 게 뭐가 감사해요?’

‘천국에 가면 살기 좋다면서요.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 청할 일이 없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천국은 제가 가서 할 일이 없잖아요. 지옥에 가면 사람들이 다 괴롭다고 아우성 칠 텐데, 그러면 저는 할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혹시 천당에 가게 될까 봐 약간 걱정을 했습니다. 좋은 일을 하면 천당에 가고, 나쁜 일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논리대로 하면, 저는 천당에 가도록 되어 있거든요. 저는 늘 지옥을 가고 싶어 했는데, 당신이 나를 지옥에 보내준다니 아주 고마운 일이에요.’ (모두 웃음)

저는 천국에 가서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지옥에 가서 봉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옥을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지옥에 가면 고통이지만, 지옥을 기꺼이 선택해서 가면 그에게는 지옥이 지옥이 아니에요. 제 삶을 보면, 저는 벌써 지옥에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생에 자기가 사는 대로 가거든요. 제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미국이나 영국이나 독일에 가서 주로 일을 해요? 인도나 필리핀, 민다나오 이런 곳에 가서 주로 일을 해요?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열악한 곳에 가서 봉사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지옥에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두 웃음) 경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없다면 나는 천국도 마다하며,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지옥도 기꺼이 가겠다.’

이 사람의 기준은 지옥이냐 천당이냐가 기준이 아니라,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나 없나가 기준입니다. 부처님의 법문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과 자유로 인도해주기 때문에, 나는 지옥에 가서 자유로운 것이 좋지 천국에 가서 속박 받기는 싫다는 겁니다. 나는 지옥에 가서 행복한 것이 낫지, 천국에 가서 괴로운 건 싫다는 겁니다.

우리의 괴로움과 즐거움은 꼭 환경에 의해서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주어진 환경에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내 아이도 장애가 있으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애를 낳았냐’ 하면서 괴로워하는데, 수녀님은 자기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부모가 버린 장애아 3~4명을 모아서 보살피지 않습니까. 장애는 괴로움이 아니에요.

수녀님은 장애아를 한 명도 아니고 서너 명을 보살피며 기뻐하는데, 나는 내 아이 한 명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이 괴로움이 어떻게 장애에서 생기는 것이겠습니까.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 이게 중요한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뭐라고 외워야 되겠습니까?”

“천당에 가서 혼자 사느니 지옥에 가서 둘이 살겠습니다.” (모두 박수)

질문자의 얼굴도 한층 밝아졌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이제 행복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과제는 방금 스님이 이야기한 ‘천당에 가서 혼자 사느니 지옥에 가서 둘이 살겠어요’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카톡 문자를 보내는 것입니다. 모두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천당에 가서 나 혼자 사느니 당신과 함께라면 지옥에 가서라도 살겠습니다.’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답장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답장 온 내용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답장도 많았지만, 어떤 분은 “뭔 소리야? 미친 거야? 왜 그래?”라고 답장이 왔다고 이야기해서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스님의 좋은 말씀도 듣고, 직접 실천도 해보니, 어느덧 마음이 충만해졌습니다.

이 외에도 약 2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질문자의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게 정성껏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조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 결혼 준비 중에 시댁에서 요구사항이 많아서 파혼을 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어떻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 12살 때 친오빠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엄마에게 말했으나 저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어요. 오빠가 용서를 여러 차례 빌었지만 지금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됩니다.
  •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나니 너무 힘듭니다. 어떻게 마음을 추슬러야 할까요.
  •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입니다. ‘나는 길 옆에 핀 들풀과 같다’와 ‘나는 소중한 존재다’, 이 두 가지 말이 간극이 큰 것 같아요.

강연을 하는 도중 INEB 동남아 스님들이 도착해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INEB 스님들은 법륜 스님이 행복학교 참가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를 나누는지 지켜보며 함께 웃기도 하고, 틈틈이 메모도 꼼꼼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무지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어둡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 어두움을 밝히는 것을 ‘지혜’. 또는 ‘깨달음’, 또는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쉬워요? 어려워요?”

“쉬워요.”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것이 진리이지 진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네요. 어떤 상황에 처해도, 어떤 환경에서 자랐든, 어떤 경험을 했든, 살아있는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학교를 개근한 사람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꽃 전달은 스님이 직접 해주었습니다.

장미꽃을 받아든 행복학교 참가자들은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기뻐했습니다. 무대에 장미꽃을 든 참가자들이 꽉 찼습니다.

청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장미꽃을 든 참가자들을 큰 박수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을 나오며 참가자들과 눈을 맞추며 악수도 나누었습니다.

행복캠프를 마치고, 바로 청주 정토법당으로 이동하여 INEB 스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주 정토법당은 도심 속에 위치한 법당입니다. 전국 시군구에 위치한 정토법당은 대부분 청주 법당처럼 도심 한가운데에 3층 내지 5층 건물에 한 층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INEB 스님들은 그동안 문경수련원과 두북수련원에 머물며 주로 수련원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도심 속 지역 법당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청주 법당 활동가들이 동남아 스님들을 위해 시원한 수박 주스를 준비해주었습니다.

모두 둥글게 모여 앉자 스님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시간 좋았어요?”

“네!”

INEB 스님들은 오전에 문경 수련원에서 무변심법사님으로부터 정토회의 교육 연수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태국에서 온 스님은 오전에 무변심 법사님과 함께 했던 시간이 좋았다며 기쁘게 말했습니다.

“법사님은 스스로를 싫어했는데 불법을 통해 마음이 변화된 경험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어떤 가식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태국에서는 불법을 마치 자신을 장식하는 도구로 쓰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관찰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불교를 성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님도 어떤 일정을 보냈는지 가볍게 공유해 주었습니다.

“네. 저는 새벽 5시 반에 서울 근교에서 약속이 있어서 오전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원래는 문경으로 가서 저녁도 같이 먹고 해야 하는데, 제가 저녁에 또 서울에 급한 일이 생겨서 청주 법당에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오늘 대화하고 내일 아침 6시에 뵙겠습니다.”

스님이 밤에 서울에 갔다가 내일 새벽에 문경에서 만나자고 하니 다들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네? 잠은 언제 주무시나요?”

“차에서 자요.” (모두 웃음)

“평소에도 이렇게 바쁜 일정으로 사시나요? 저희 INEB가 방문했기 때문에 특별히 바쁘신 건가요?”

“평소에도 비슷한 일정입니다. 시간이 남으면 농사를 짓습니다.” (웃음)

법륜 스님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습니다. 이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대화해보겠습니다.”

스님들은 지난 3일간 보고 겪은 것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다녀온 행복캠프가 인상적이었는지 행복학교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행복학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이들을 위한 행복학교도 열리는지, 행복학교를 마친 후 행복지수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참가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등 행복학교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즉문즉설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에 대해 묻기도 했습니다.

“즉문즉설 강연에서 사람들이 굉장히 개인적인 일도 드러내놓고 질문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스님께서 어떤 질문에도 잘 설해주시던데, 온전히 부처님 가르침에만 기반한 것인지 심리학이나 다른 분야 지식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학문은 다 우리 인류가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기독교인과 대화한다면 저는 주로 성경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불법의 지혜입니다. 지식이 구슬이라면, 그것을 하나로 꿰어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가장 뛰어난 심리학입니다.

심리학자들이 저에게 ‘언제 그렇게 최신 심리학 이론을 공부했냐?’라고 물을 때도 있습니다. 심리 상담을 하면 6개월이 걸릴 일을 스님은 즉문즉설을 통해 5분 만에 해결하기도 한다고도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묻습니다. 저는 돈을 안 받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모두 웃음) 심리 상담사는 돈을 받기 때문에 손님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저는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솔직하게 바로 얘기한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정신 질환 환자들에게는 병원에 가라고 권유합니다. 오늘도 질문자 중에 두 명에게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권유했습니다. 오늘 한 사람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했는데요. 어렸을 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분노와 우울증 속에서 산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도 이런 얘기까지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물론 질문자가 그 문제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저는 그분이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도와줘서가 아니라, 질문자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아픔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이미 절반의 치유가 된 것입니다.

붓다께서는 사람을 99명이나 죽인 앙굴리말라도 아라한이 될 수 있게 교화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살인자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돌을 던져 죽였습니다. 그는 후회 없이 편안하게 죽었습니다. 아무리 잘못을 범했더라도 누구나 열반을 증득할 수 있습니다.”

정토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제 문경 수련원에서 대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아침 법사님과의 시간을 가지면서 계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어요. 태국에 이런 예언이 있습니다.

‘미래에 미륵불이 이 땅에 오면 모든 사람이 똑같이 지혜를 얻고 계율을 지킬 것이다.’

정토회를 보면서 미래가 아니라 지금 그런 세상이 이루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웃으며 정토회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내 마음이 청정하면 그곳이 바로 정토입니다. 저기가 아닌 여기, 미래가 아닌 지금, 정토를 이루자는 뜻으로 이름을 ‘정토회’라고 지었습니다. 죽어서 정토에 가기를 바라거나, 미래에 올 정토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우리 스스로 붓다의 세상으로 만들어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마음만 닦는 게 아니라 이 세상도 정의롭게 만들겠다는 원입니다. 화엄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보살에게 있어서 정토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세계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서 보살이 활동하는 세계다’

우리는 완성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우리 각자는 아직 완성된 인격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완성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해나가는 지금이 수행자에게는 정토입니다.”

요 박사님도 공감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정토의 의미에 대해 말해 주셔서 기쁩니다. 틱낫한 스님께서도 항상 강조하기를 정토란 지금 여기라고 했습니다. 또 미래에 미륵불이 오시면 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상가(수행공동체)의 모습으로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3일 동안 정토회를 둘러보면서 정토회가 바로 그 상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도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토회는 테라밧다, 마하야나, 바즈라야나를 구분하지 않지만, 테라밧다 경전을 가장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테라밧다의 경전에는 붓다의 인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하야나는 말이 아름답고 사상도 좋지만, 붓다의 구체적인 실천이 보이지 않습니다. 실천적 인격이 없습니다. 그냥 신 같은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스님은 정토회의 기초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 후 정토회의 재가 수행자들은 어떻게 수행하고 봉사하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남북 관계, 위안부 문제, 대학생의 사회 참여 등 다양한 질문이 오갔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스님이 서울에 다녀와야 해서 대화를 마쳤습니다.

INEB 스님들은 손수 방석을 치우고 뒷정리했습니다. INEB 스님들의 행동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답게 인사를 나눈 뒤 INEB 스님을 태운 버스는 문경수련원으로 향하고, 스님은 서울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INEB 스님들에게 합장하고 인사했습니다.

“내일 새벽에 뵙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밤새 서울까지 다녀온 후 내일은 새벽 6시에 경전반 특강을 하고, 10시부터는 하루 종일 외국인 노동자들과 나들이를 하고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6월4일(화) 10시 법륜스님도 함께 합니다.
▲ 6월4일(화) 10시 법륜스님도 함께 합니다.

전체댓글 32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6-27 13:53:16

정지나

스승님에 모습속에 한결같이 닮고싶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다시 넘어져도 또 일어나 조금씩 조금찍 움직여 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6-13 22:56:32

문민혁

우리 청주법당에도 오셨었네요. 익숙한 장소가 나와 정말 반갑네요. 바쁜 일정에 스님 몸상하지 않고 하루하루 건강하시길 바래요!

2019-06-09 00:57:3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