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3. INEB 조계사 안내, 전체 소감 나누기
“제가 얻은 자격증은 행복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INEB(국제 참여 불교 네트워크) 스님들과 함께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전에는 조계사와 동국대학교를 안내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에서 정토회의 대중부 대표들을 소개한 후 저녁에는 정토회를 방문한 소감을 들었습니다.

5시 예불, 6시 청소를 마치고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INEB 스님들은 이제 발우공양이 꽤 익숙해진 모양이었습니다.

공양을 마친 뒤 스님은 발우공양의 정신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장소가 비좁기 때문에 스님들을 호텔에 모시면 스님들도 편하고 여러분도 편했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 오신 취지가 모든 것을 함께 경험해본다는 것이기 때문에 좁으면 좁은 대로 조금 불편을 감수하면서 함께 보내게끔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그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발우공양 시간이 조금 소란했어요. 준비할 때 말이 조금 많았고요. 이건 발우공양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발우공양은 ‘법공양(法供養)’이라고도 할 정도로 명상과 똑같이 깨어있는 자세로 하는 공양입니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자신의 동작과 모든 행위에 깨어있는 것이 발우공양입니다. 시끄럽고 소란하다는 것은 깨어있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여러분이 손님을 접대한다며 방석을 이렇게 깔았다가 저렇게 깔았다가 하고, 사람이 몇 명인지 물어보는 모습을 보면, 이미 마음이 당황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여러 사람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면서 소란했던 겁니다.

밥 먹는 시간이 아니라 명상하는 시간이라는 관점을 갖고 발우공양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소심경(小心經)을 읊을 때 다른 건 다 괜찮은데, 한두 군데에서 반 박자 가량 고무줄 늘어나듯 늘어났어요. 이걸 조절하지 않은 채 1년 지나고, 2년 지나고, 3년 지나면 서울 공동체와 문경 공동체의 곡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렇게 수십, 수백 년을 내려오다 보니 지금 해인사와 통도사의 예불 곡조가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우리가 발우공양을 아예 안 한다면 몰라도, 하기로 했다면 100명이 함께 하더라도 박자와 곡조가 같아야 해요.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 점검을 해야 합니다. 대중이 많다 보면 박자가 자꾸 늘어나기 마련이거든요.

‘박자가 좀 늘어나면 어때?’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면 마하야나가 되는 거예요. (모두 웃음)

‘늘어나면 안 돼. 똑같이 해야 해!’

이러면 테라밧다가 됩니다. 그래서 오늘 함께 자리한 테라밧다 스님들은 부처님 때 입었던 옷을 가능하면 그대로 입고 다닙니다. 한국 불교는 중국을 거치면서 좀 바꿔 입었고, 한국에 와서 또 바꿔 입다 보니까, 이젠 완전히 옷이 달라져 버렸잖아요. (모두 웃음)

변화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변화할 만한 이유가 없이 그저 부주의해서 바뀌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추워서, 더워서, 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변화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아무 이유 없이 우리가 부주의하게 살다 보니 습관적으로 바뀌어버렸다면 이건 알아차림이 없다는 뜻이에요.

여러분은 서울에서 지내면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알아차림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렇게 술집이며 온갖 유흥업소가 모여 있는 번화한 거리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안개비에 옷 젖듯이 물들게 됩니다. 깨어있지 못하면 아무리 ‘나는 수행자이다’라고 되뇌어도 나도 모르게 물들어요. 항상 깨어있어야 세속에 살아도 물들지 않고 수행자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심자는 문경 공동체에서 살아야 합니다. 어느 정도 수행이 되어서 문경 공동체를 나온 여러분은 이런 세속 한가운데에 있어도 물들지 않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물들지 않는 존재에 그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본받아 우리의 수행 문화를 닮아가도록 물들여야 해요. 그렇게 물들이는 수준까지는 못 되더라도 물드는 수준은 극복해야 합니다.

은행 직원이 업무상 필요해서 돈을 셀뿐이지, 그 돈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돈을 만지더라도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우리가 세속의 한가운데에 있어도 그와 같이 세속에 물들지 않아야 합니다.

매일 새벽마다 이렇게 예불하고 기도하고 발우공양 하는 게 조금 번다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이거라도 지키지 않으면 세상에 금방 물들게 됩니다. 살다 보면 금방 세속 사람하고 똑같은 생활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 이것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됩니다. 적어도 예불하고 기도하고 발우공양 할 때는 마치 명상하듯 깨어있는 자세로 임해야 해요. 그래야 여러분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녀도 물들지 않을 수 있어요. 물들었다가도 아침에 싹 청소하고, 또 물들었다가도 아침에 싹 청소해서 자기를 지켜낼 수가 있습니다.”

발우공양의 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INEB 스님들은 발우공양을 마치고 간단하게 세면을 한 뒤 조계사로 출발했습니다. 조계사에 도착하니 초하루를 맞아 많은 사람이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곳은 조계종의 총 본산인 조계사입니다. 선불교는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중국에서 신라로 건너왔습니다. 한국불교는 경전을 중심으로 하는 교종과 선을 중심으로 하는 선종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합해졌습니다. 선을 중심으로 교까지 합한 종파가 조계종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백 년 전에 유교국가인 조선왕조가 들어서고 불교를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시내 사찰을 못 짓게 하고 스님은 서울 안으로 못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러다 1895년에 불교탄압정책을 폐지했습니다. 그 때 지방에 있던 불교인들이 돈을 모아서 서울 시내인 이곳에 절을 지었습니다.”


대웅전 안과 밖으로 많은 사람이 기도를 하고 있어, 대웅전 앞에서 선 채로 삼배를 드리고 탑을 참배했습니다.

“이 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탑입니다. 1913년에 스리랑카의 다르마팔라 스님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셨을 때 부처님의 사리를 세 개 가져와서 용성조사님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여기 조계사와 서쪽 백양사에 모셨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통일을 발원하면서 한반도 동쪽에 모실지, 통일 이후에 북한에 모실지 아직 결정을 못 했습니다.”

탑을 참배한 후 템플스테이관에 들렀습니다. 자윤스님이 INEB 스님들을 위해 차를 준비해주었습니다. 자윤스님이 운문사 출신이라고 소개하자 INEB 스님들은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INEB 스님들은 시원한 오미자차를 마시며 잠깐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이 절에는 매일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옵니까?”

“전통적으로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사람이 많이 옵니다.”

“다른 절들도 다 이렇습니까?”

“네. 전통적인 절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여기는 전통적인 마하야나 절이군요. 전통적인 조계종에서는 정토회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처음에는 비판했지만 지금은 좋게 봅니다. 미래에 불교가 가야할 희망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좋게 보니까 이렇게 차도 주죠.” (모두 웃음)

“스님께서 전통적인 불교와 충돌 없이 꾸준히 하셨으니까 그들의 시각이 변했군요. 좋은 사례입니다.”

스리랑카에서 오신 스님은 새로운 불교운동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잠깐 쉬었다가 조계종 총무원과 한국불교역사문화 기념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기념관과 국제회의장은 월요일이라 문을 닫았지만, 총무원에 사정을 말하자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스님은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주려고 하고, INEB 스님들도 한 곳, 한 곳 꼼꼼히 둘러보았습니다.



조계사를 둘러본 뒤에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설립한 대학인 동국대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동국대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동국대학교 행정직원의 설명을 듣고 학교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INEB 스님들은 불교계 대학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INEB스님들이 동국대를 둘러보는 사이 법륜스님은 술락박사님과 함께 BTN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평화재단에서 정토회 대중부 대표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간은 정토회의 재가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입니다. 집에 살면서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정토회 활동의 대부분은 재가수행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재가수행자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정토법당이 전국에 160 여개가 있습니다. 지역 법당에는 공동체 실무자나 법사가 한 명도 거주하지 않습니다. 모두 그 지역에 사는 재가수행자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토회의 대표도 재가 수행자가 맡고 있습니다.

행정처장과 국장님들, 그리고 대중부 출신 법사를 대표하여 향광 법사님이 무대 위에 자리하자 INEB 스님들은 모두 큰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도록 안내했습니다.

“대중 활동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참석한 분들이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캄보디아 스님이 신기한 듯 질문했습니다.

“왜 다 여성분들만 계신가요?”

한 명씩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 사회는 여성들이 더 진보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남자에 비해 여성이 직장생활을 덜 합니다.”

“한국에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을 우대하고 여자를 하대하는 남존여비 문화가 있습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란 남성들은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내기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INEB 스님들은 가정이 있지만 주 5일 이상 정토회에 나와서 봉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듯 어떤 계기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지 가장 궁금해 했습니다.

“어떻게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어떤 계기로 상근 활동까지 하기로 결정했나요?”

조성숙 사무처장님이 웃음을 보이며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31살 때 회사 사장님이 깨달음의 장에 가보라고 해서 정토회와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기독교 모태신앙이라서 불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집안의 3대가 기독교였기 때문에 모든 친척들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 사업이었습니다. 문화적으로 불교는 너무 생소했기 때문에 다가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구절이 있는데, 무엇이 정말 나를 자유롭게 하는지 찾고 싶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그것을 확연하게 느꼈고, 그래서 바로 정토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15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도 가능했기 때문에 전 세계인도 가능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의 꾸밈없는 이야기에 INEB 스님들은 눈빛이 초롱초롱해졌습니다. 돈을 받지 않고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를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로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인데, 돈을 받지 않고 자신이나 가족을 어떻게 부양하시나요?”

무대에 오른 활동가들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향광 법사님을 모두 바라보았습니다. 법사님은 편안하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정토회 활동을 남편이 반대하는 걸로 정토회에서 아주 유명합니다. 거의 핍박 수준이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였기 때문에 지금은 후배들에게 남편이 활동을 반대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관련된 강의도 하고 다닙니다. (모두 웃음)

제가 정토회에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수행이었습니다. 남편은 저와 결혼하기 전에 경제는 본인이 책임을 지고 아내인 저는 가정을 지킬 줄 알고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화가 많이 날 때는 집에서 쫓겨날 때도 있었습니다. (모두웃음)

그 때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화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었습니다. 머리를 숙였습니다. 정토회에 나가는 것 외에는 모두 남편의 뜻에 따랐습니다.”

“그래도 정토회 활동을 멈추지 않으셨다는 거죠?”

“한 번도 안 멈췄습니다.”

INEB 스님들은 매우 놀라워했습니다. 또 다른 스님은 봉사활동을 했다는 확인증을 받는지 물었습니다.

“정토회의 원칙에 대해 궁금합니다. 첫째,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지 않나요? 둘째,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어떤 증명서나 자격증을 주나요?”

통일특위에서 일하는 백기순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히려 제 돈을 쓰고 있고요. 자격증은 내가 행복한 것입니다.” (모두 웃음)

자격증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에 모두 감탄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이 외에도 INEB 스님들은 활발하게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오늘 참석한 활동가들이 다시 일을 하러 가야해서 1시간 정도만 대화를 나누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을 자랑스러워하며 활동가들이 어떻게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지 그 동력에 대해 정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숫제 공동체에 완전히 들어와서 사는 게 오히려 쉽습니다. 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직장생활도 하는 가운데 정토회에 나와서 봉사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은 들어올 때만 크게 결정해버리면 되잖아요. 가족들과 연을 끊고 공동체 안에서 살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 분들은 가족과 직장과 돈을 늘 곁에 두면서 봉사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습니다.

이 분들이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거냐’에 대한 방향성이 그만큼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매일 아침 수행을 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가다가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스님을 추종하기만 해서는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할 수 없어요.

셋째, 사업 결정권이 자기들에게 있는 것도 큰 원인이에요. 자기들이 이 사업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사업을 결정합니다. 이것은 돈을 받는 것 이상의 큰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맡은 책임 때문에 못 그만 둡니다. 그만두고 싶은 고비를 넘어가다 보면 계속 하게 되는 겁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활동가들은 일을 하러 돌아갔습니다.

이어서 해외 현장을 오가며 국제구호를 도맡고 있는 JTS 대표님도 초청해서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INEB 스님들은 어떻게 정토회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와 북한 사업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잠깐 휴식을 한 뒤 법륜스님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라며 정토회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을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정토회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멤버들이 깨달음의 장을 통해서 큰 변화를 겪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의 핵심 가르침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행정처장님은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 삶이 변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경전이나 불법을 그냥 지식으로만 받아들입니다. 아니면 겉멋으로만 받아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불법이 내 삶에 어떻게 작용하느냐 입니다. 욕심을 내지 마라고 할 때 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하느냐는 겁니다. 우리는 욕심을 내지 마라고 배워도 실제로는 다 욕심을 내고 삽니다. 그래서 ‘욕심을 내지 마라’, ‘욕심을 내면 나쁘다’ 이렇게 가르치면 안 됩니다. 그렇게 가르치면 하나의 의무가 될 뿐이어서 인생을 사는 게 무거워집니다.

욕심을 내든, 내지 않든, 어떤 것도 좋고 나쁜 것은 없습니다. 욕심이 일어났다면, 실제로 행동을 할지 안 할지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임을 안 지려고 합니다. 저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자각시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것을 해도 좋아요. 그러나 그 행동이 자기에게 손해가 난다면 지혜로운 사람은 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손해날 행동을 왜 합니까?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지혜롭게 살라고 저는 가르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토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스님을 추종하거나, 죽어서 좋은데 가고 싶어서 봉사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이렇게 사는 게 나한테 이익이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는 그런 것을 자각하게 해줄 뿐입니다.

길을 가다가 음식을 구걸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봅시다. 이 때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안 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고 안 주고는 내 선택입니다. 그런데 주는 게 나한테 좋을까요, 안 주는 게 나한테 좋을까요?

여러분도 여러 번 실험을 해보세요. 주는 게 나한테 좋은 사람은 주면 됩니다. 주면 칭찬을 받는다던지, 다음 생에 복을 받는다던지, 이런 것들이 선택을 하는 데에 개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옥에 간다고 두려워할 것도 없고, 천당에 간다고 좋아할 것도 없습니다. 죽으면 다시 태어나니 안 태어나니, 천당을 가니 안가니, 이런 것들은 수행과는 아무 관계없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금강경을 읽으면 복 받는다’ 이런 마음으로 금강경을 읽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전을 읽지만 불법을 체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복을 빌고 있을 뿐입니다. 깨달음의 장에서는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 ‘뭐를 하면 복 받는다’ 이런 환영은 꿈같은 것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내가 밥 먹고, 화내고, 자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상에서 불법이 작용하도록 해줍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갖고 왜 괴로움이 일어나는지 깊이 원인을 규명해보면 ‘괴로움이라고 할 것이 없구나’ 하고 자각할 수 있습니다. 사성제, 중도, 팔정도, 12연기, 이런 것들을 지식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이 일어났을 때 괴로움을 사라지도록 하는데 작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방금 정토회 활동가들이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말이 그렇지 항상 행복하지는 않아요. 집에 갔는데 ‘남편이 왜 늦게 왔냐?’라고 화내면 또 마음이 괴롭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일어나는데 옛날보다는 낫다는 것이에요. (모두 웃음)

종교가 다 그렇지만, 불교에서도 깨달음이니 아라한이니 붓다니 하면서 너무 신비화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여기 있는 우리들 모두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욕심을 조금 많이 내고, 조금 적게 내는 차이 밖에 없어요.

화를 조금 잘 내는 사람, 조금 덜 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에요. 차이가 아주 적습니다. 그게 뭐 머리를 깎는다고 달라지겠어요? 옷을 다르게 입는다고 달라지겠어요? 다만 이런 스님 옷을 입으면 좀 억누르고 살 수는 있습니다. (모두 웃음)

조금 더 삶을 직시하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와 사명으로부터 해방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계율에 대해서도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면 됩니다. 자꾸 억누르거나 위선 떨지 말고 솔직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가끔 이렇게 묻습니다.

‘너는 매일 사람을 때리고 사는 게 좋겠니, 매일 남을 도와주면서 사는 게 좋겠니?’
‘너는 매일 나무를 죽이고 사는 게 좋겠니, 매일 심으면서 사는 게 좋겠니?’

매일 반복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좋겠느냐는 겁니다. 죽이는 것보다는 살리는 게 낫고, 남의 것을 훔치는 것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는 것이 나한테 좋잖아요. 붓다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은 힘들지 않아요. 그렇게 사는 게 더 쉽습니다. 그렇게 사는 게 나한테 더 좋습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저는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다른 사람과 아무런 특별한 차이점이 없어요.”

특별할 것 없다는 스님의 말씀이 무척 특별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치, 무슬림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더 받은 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을 마쳤습니다.

저녁식사를 한 뒤에는 5월 27일부터 오늘까지 일주일 간 정토회를 방문한 소감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INEB 스님들은 “이번 INEB 프로그램에서 느낀 것, 가장 좋았던 활동 3가지, 개선하면 좋을 점”을 적은 후 돌아가며 발표를 했습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며 자신이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나누고 나머지 분들은 발표하는 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서로를 향해 열린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가장 좋았던 활동으로 발우공양을 꼽는 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출가한지 30년이 넘었지만 발우공양은 처음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깨어서 먹는 것은 무척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깨끗이 닦아먹는 발우공양이 참 좋았습니다. 돌아가서 저희 단체에도 적용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그릇을 씻어먹는 건 힘들어 할 것 같아요.”(모두 웃음)

아직 비구니 제도가 없는 동남아 국가의 스님들은 운문사가 무척 인상 깊었다고 꼽았습니다.

“운문사에서 실제 한국 비구니 스님들을 만나고, 실제로 생활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운문사나 정토회에서 여성들에게 불법이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테라밧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불교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정토회의 활동가들이 종교지도자를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불법을 깊이 이해하고 자기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열 입곱에 출가해서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이 실용적이지 않고 이론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불법을 실용적으로 적용하고 싶어요. 저는 사람들과 일할 때 쉽게 화가 나거든요. (모두 웃음) 화가 날 때 어떻게 자비로운 마음을 낼 수 있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스님의 행동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법문하는 것과 스님의 즉문즉설은 굉장히 다릅니다. 집안에서 행사를 하면 스님을 초대해서 의자에 앉도록 합니다. 여기서 강연 하실 때 스님께서는 서고 대중은 앉아서 강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대중이 듣기 쉽도록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재미있게 말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이 칭찬을 하면 보통 자기 자랑을 할 텐데 스님께서는 “멀리서 봐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바쁘게 사시냐는 질문에 농부와 노동자는 더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에게 맞절을 하셨습니다. 그런 스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가장 강력한 가르침이었습니다.”

테라밧다와 마하야나가 둘이 아님을 느꼈다는 소감도 많았습니다.

“저는 마하야나와 테라밧다가 굉장히 다른 줄 알았습니다. 저희가 옷은 다 다르지만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앙굴리말라와 야사비구 등 익숙한 이름을 들으면서 테라밧다와 마하야나가 둘이 아님을 느꼈어요. 떨어져있던 가족이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미얀마와 스리랑카에서 오신 스님들은 자국의 노동자들과 함께한 시간이 인상 깊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면 사람을 도와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피곤했지만 노동자들과 산행한 것이 좋았습니다.”

“미얀마 노동자들과 지낸 시간도 좋았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태국에서 오신 비구니 스님의 소감을 통역하던 봉사자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저의 스승님께서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면서 저에게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봐라. 그들이 바로 보살이다.’

여기 온 첫날, 예불을 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보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스승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을 제가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었는데 여기에 와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배운 것들을 돌아가서 저희 상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잘 적용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개선할 점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같았습니다.

“다 좋았는데 일정이 빡빡했습니다.”
“모든 게 좋았는데 딱 하나 잠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너무 행복했지만 일정이 빡빡해서 샤워를 한 번도 못 했습니다.”

개선할 점을 이야기할 때마다 모든 참가자들이 공감하며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문제는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저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반성을 하는데 잘 안 고쳐져요. (모두웃음) 스텝들과 사전에 회의를 하면서 이번에는 여유 있게 하기로 했었습니다.(모두 웃음) 그런데 제가 주왕산을 보여준다고 해서 추가하면서 다 꼬였어요.”

스님들이 합장하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스님, 저희가 바꿀게요. 맞추겠습니다.”(모두 웃음)

70대인 요 박사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80대인 슐락 박사님, 70대인 저도 모든 프로그램을 소화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대로 계속 되어야 합니다.”(모두 웃음)

유쾌하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세 시간이 단숨에 흘렀습니다. 각자 나라로 돌아가더라도 이 만남을 계속 지속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INEB 스님들은 INEB 프로그램을 진행해준 스님과 정토회의 자원활동가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소감나누기를 마치며 스님은 INEB 스님들에게 한국 수저세트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영어로 번역한 책을 선물했습니다.

더욱 바빴던 스님의 일주일이었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틈만 나면 스님은 INEB 스님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얼굴에 남은 것은 피로가 아니었습니다.

내일 스님은 술락 박사님의 강연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용인에서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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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02 13:41:12

김봉석

뭐라 말하기 힘든 감동이 느껴지면서, 지식과 지혜의 차이. 지식을 단순히 아는것에서 삶에서 체험화시키는 분들의 감동적인 실례에 고개가 숙여지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6-17 17:01:19

정지나

지금 여기에서 관점잡기!!!
감사합니다 꾸벅^^

2019-06-15 22: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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