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10. 용성진종조사 탄신 155주년 기념법회
“업장을 소멸하는 가장 빠른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은 장수 죽림정사에서 열린 용성진종조사 탄신 155주년 기념법회에 참석하고 정토회 경전반 학생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에는 2시간 동안 농사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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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원고 교정을 보고, 휴게소에 들러 아침식사로 국수를 먹었습니다.

장수 죽림정사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습니다.

도착 후 가장 먼저 은사 스님인 도문 큰스님께 문안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은 최근 북한에 다녀온 것에 대해 큰스님께 말씀을 드렸고, 큰스님은 수고했다고 격려하셨습니다. 스님은 큰스님께 오늘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안 오셨으면 제가 하지만, 큰스님께서 오셨으니 법문을 해주십시오.”

큰스님께서는 사양하시다가 법륜스님의 청을 받아 법문을 하시기로 했습니다.

9시 30분이 되자 다례재가 열렸습니다. 다례재는 부처님과 선지식들께 차 공양을 올리는 예식입니다. 약 1시간 동안 정성껏 다례재를 올린 후 10시 30분부터 탄신 155주년 기념법회가 시작됐습니다. 오늘 기념법회에는 전국에서 정토회 봄경전반을 다니고 있는 300여 명의 대중이 참여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을 한 후 용성진종조사님이 작사한 ‘온 겨레의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이어서 법륜스님이 참석하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용성조사님에 대해 소개해주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이곳까지 오시느라 수고들 하셨습니다. 오늘은 한국 근대불교의 중흥조이신 용성진종조사께서 탄생 하신 날입니다. 조사님은 지금으로부터 155년 전인 1864년에 이곳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 마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1862년과 1863년은 삼도 민중봉기가 일어난 해입니다. 가뭄과 흉년으로 인해 백성들이 굶어 죽고, 그 결과 전국 곳곳에서 농민 폭동이 일어났던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1870년대와 1880년대는 밖으로 외세가 침략해 들어오는 한편 국내에서는 사회가 더욱더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습니다. 또 1894년에는 전라도에서 동학 농민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출가하셔서 수도를 하셨습니다.

1900년대에 들어와 곳곳에서 의병 활동이 일어났지만, 결국 1910년에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고 맙니다. 이때까지 조사께서는 자신의 해방을 위해서 모든 과거 생에 지어온 업식으로부터 해탈하는 정진을 해오셨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세상으로 나오셔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과 허물어져가는 불교를 다시 일으키는 중흥 운동에 한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조사님의 삶을 돌아보면, 첫째, 나라가 아주 어려운 시기에 일생을 보내셨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는 사람이 자기 한 몸조차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헐떡이다가 죽게 마련인데, 조사께서는 정진을 통해서 세상에 물들지 않는 자기 해방의 길, 즉 붓다의 길을 가셨습니다.

둘째, 그 힘든 시기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 불교의 중흥을 위해서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바로 세우는 불교 지성화 운동, 부처님의 바른 법을 모든 사람들이 다 쉽게 이해하고 정진할 수 있도록 하는 불교 대중화 운동, 그리고 그것이 생활 속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불교 생활화 운동을 펼치셨습니다. 그 일례가 한문으로 된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의 좋은 법이 한문이라고 하는 문자 감옥에 갇혀 있다. 이것을 해방시켜서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법을 알 수 있도록 하자.’

이런 뜻을 갖고 한문으로 된 경전을 한글로 번역해 대중화하는 운동을 하셨습니다. 물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세조 때 이르러 간경 도감을 설치해서 일부 경전의 번역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만, 그것은 글자를 실험하는 수준이었지 번역된 경전을 대중이 읽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용성진종조사님께서 번역한 경전은 바로 오늘날 우리들이 읽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정토회 경전반에서 배우고 있는 한글 금강경의 모본(母本)이 바로 용성조사님께서 번역하신 겁니다.

이렇게 해서 불교의 대중화에 힘썼을 뿐만 아니라 또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한평생을 바치셨습니다. 특히 올해는 3.1 독립운동 100주년이기에 곳곳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애국지사들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와 백용성조사기념사업회에서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용성조사의 독립운동 비사를 더 발굴해서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위대하신 분이 155년 전 오늘 이곳에서 태어나셔서 험난하고 암울했던 현실을 뚫고 세상의 빛이 되셨습니다.

물론 너무나 어려운 시기이다 보니 그분의 삶이 바깥으로 드러나게 꽃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조사께서는 한겨울에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거름이 되어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잘 계승하여 김매고 가꾸어서 조사님의 염원이 꽃피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조사님께서 추구하셨던 ‘불교의 지성화’, ‘불교의 대중화’, ‘불교의 생활화’를 이어서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진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개인 정진을 넘어서서 부처님의 바른 법이 이 땅에 널리 전파되도록 하고, 또 그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평화롭도록 하고, 분단된 남북이 통일되고 모든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서 많은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이런 정토회의 활동에 많이 참여해 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용성진종조사님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념식에 참석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조사님의 탄신을 진정으로 기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더 정진과 활동에 매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흔적도 없던 이곳에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짓고, 교육관을 세우신 저의 스승이신 불심 도문 큰스님께 감사의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설명을 듣고 용성조사님이 탄생하신 바로 이곳에서 탄신 기념법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습니다.

이어서 불심 도문 큰스님을 모시고 기념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법륜스님은 큰 스님에게 정성껏 삼배를 드리며 법을 청했습니다.

법상에 오른 도문 큰스님은 30여분 동안 축원을 한 뒤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할 때에 이 마음이 부처님이시어라.
이 마음이 부처님을 닮았기에 이 마음이 부처님이시어라.

심상게(心想偈)란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는 게송입니다.”

큰스님은 게송을 노래처럼 부르며 재미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또 경전을 읽어 지혜를 닦는 ‘간경 수행’, 부모에게 효도하고 국가에 충성하고 중생에게 보은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은전불사(恩田佛事)’, 가난하고 불쌍한 이를 돕는 ‘비전불사(悲田佛事)’ 등을 통해 악업을 그만두고, 선업을 닦아나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우리 법륜스님께서는 선후 본말을 딱 질서 정연하게 말하는데 도문 스님은 이랬다, 저랬다 이래요.(모두 웃음) 제가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는데 법륜스님이 ‘걱정하지 마시고 한마디 해주십시오.’ 해서 한마디 했습니다. 이제 늙은 도문스님을 발로 찰 때가 되었는데 법륜스님은 절대로 안 차고 살살 다독입니다. 제가 ‘갈란다’ 하면 ‘늙었으니 그냥 가!’라고 하지 않고 ‘계셔주십시오’ 요렇게 말합니다. 제 두서없는 법문도 듣고, 법륜스님의 질서 정연한 즉문즉설도 잘 들으세요.”(모두 박수)

곧이어 법륜 스님과 함께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네 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업장소멸을 할 수 있는 속성 기술을 알려달라는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업장소멸을 할 수 있는 속성 기술을 알려주세요.

“108배를 하고 나서 업장을 소멸하는 진언을 외울 때 마음속에 복받쳐 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방금 도문스님께서 업장소멸을 해야 한다고 법문을 하셨는데, 자기 업장을 빨리 알 수 있는 속성반 같은 게 있을까요? 요즘은 학원에 가도 다 속성반이 있잖아요. 업장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속성 기술을 좀 전수해주세요.”

“질문자의 성질을 누가 제일 잘 알까요?”

“제가 제일 잘 알겠죠.”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요? 질문자는 부처 수준이 되었다는 거네요.(모두 웃음) 질문자의 성질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질문자하고 같이 사는 남편이에요. 그러니 남편한테 물어보면 돼요. 남편에게 ‘뭘 고치면 좋겠어?’ 이렇게 물어보세요. 남편이 ‘이것을 고치면 좋겠다’라고 말해주면 그걸 고치는 게 업장소멸이에요.”

“남편은 아직 저한테 콩깍지가 안 벗겨진 것 같은데요.”(모두 웃음)

“그러면 질문자는 업장 소멸하기가 어려워요. 남편한테 물어보고, 남편이 ‘이거 고쳐라’ 하면 그걸 고치는 게 업장소멸이에요. 하나 고치고 나서 ‘또 뭐 고칠까?’ 물어보세요. ‘이거 고쳐라’ 하면 그것을 계속 고쳐나가는 게 업장소멸입니다. 그게 안 고쳐지면 소멸이 안 되는 거예요. 입으로 업장을 소멸하는 진언을 5만 번 읊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남편이 고치라고 하는 것을 순서 매겨서 오늘부터 고쳐나가면 그게 바로 업장소멸이에요.”

“그런데 업장을 소멸하는 진언을 외울 때 계속 마음이 울컥거리는데, 마음속에 지은 죄가 많아서인가 싶어서 자괴감이 들어요.”

“그건 질문자가 죄인이 되고 싶다는 말이네요. 그렇게 죄인이 되고 싶으면 죄인이 되세요. 그건 죄하고 아무 상관이 없어요. 감정이 그렇게 형성된 거죠. 질문자는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지었는데요? 사람을 많이 죽였어요?”

“어떤 갈등 상황에 처해야만 내가 업장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어요.”

“자기 업장을 잘 모르다가 갈등 상황이 생겨서 내 모습이 알아차려지면 좋은 일이잖아요. 갈등을 회피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나를 알아차릴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잖아요.”

“자꾸 제가 갈등을 불러들이는 것 같아서 수행을 잘하고 있는 건지 헷갈립니다.”

“갈등을 불러들이는 게 아니라 갈등을 나쁘게 보지 않는 거예요. 내가 원하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갈등이 생기면 우리는 갈등이 나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수행자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아, 갈등이 생기니까 내 성질을 알 수 있더라. 갈등이란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일부러 갈등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지만,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살이에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갈등이 안 생기면 사이가 좋아서 좋고, 갈등이 생기면 내 업장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갈등이 생기면 고칠 게 뭔지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관점을 갖고 인생을 살면 사람을 만날 때 아무런 두려움이 없어요. 질문자가 지금 속성반이 있냐고 묻는 이유는 노력은 하기 싫은데 결과는 좋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내 성질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남편 또는 아내입니다. 즉 같이 사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정말 업장소멸을 하고 싶다면, 부처님한테 물어야 할까요, 법륜 스님한테 물어야 할까요, 남편한테 물어야 할까요?”(모두 웃음)

“남편한테요.”

“제일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야죠. 법륜 스님한테 묻는다는 건 고치기 싫다는 얘기예요. 저는 질문자가 저한테 물을 때 벌써 ‘아, 고치기 싫구나’ 이걸 금방 알았어요.''(모두 웃음)

“그건 아닌데.”(질문자 웃음)

“고치고 싶다고 말하면, 그건 착각이에요. 아니라고 말하지만 질문자가 스님 법문을 제대로 들었으면 이렇게 말해야 해요.

‘아, 스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정말 내면을 들여다보니까 고치고 싶다고 생각은 해도 마음에서는 거부 반응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님 말씀 듣고 보니까 이건 남편한테 물어서 고쳐야 업장소멸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말귀를 딱 알아들어야 이 대화에서 배우는 게 있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제 말도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무엇 때문에 스님한테 물어요?(모두 웃음)

경전반은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는 곳이에요. 지금 다른 공부도 아니고 금강경을 공부하고 있잖아요. 금강경의 핵심 가르침은 제법(諸法)이 공(空)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가 나쁘구나’ 했다가 금강경을 공부하고 나면 ‘아, 우리 어머니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구나. 그런데 내 눈에 나쁘게 보였구나’ 이렇게 탁 깨달아야 금강경을 제대로 공부한 거예요. 그런데 내내 금강경을 읽기만 하고 있어요. 그건 남의 돈을 세는 것과 똑같아요. 아무리 세 봐야 내 돈 안 됩니다. 경전만 읽으면 뭐해요?

부처님이 행복하게 살라고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자기 말을 계속 외우라고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행복하게 살라고요.”(모두 대답)

“중생을 위해서 부처님이 계세요, 부처님을 위해서 중생이 계세요?”

“중생을 위해서 부처님이 계시죠.”

“그래요. 그런데 마치 여러분은 부처님을 위해서 자기들이 뭘 해야 하는 줄 착각하고 있어요. 부처님께서는 내 어리석음을 깨우쳐주기 위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 성질을 제일 잘 아는 건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에요. 법륜 스님이 업장을 좀 소멸하려고 하면 평소 옆에서 시봉 하는 사람한테 물어봐야 할까요,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한테 물어봐야 할까요?”(모두 웃음)

“옆에서 시봉 하는 사람한테요.”

“업장소멸을 진짜 하려면, 첫째,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물으면 됩니다. 둘째, 나와 갈등이 가장 심한 사람에게 물으면 됩니다. ‘아, 이게 문제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라는 걸 알았다고 해도 잘 안 고쳐져요. 안 고쳐지면 좌절할 게 아니라 ‘아, 그래서 업장이 두텁다고 하는 거구나’ 하고 알면 됩니다.

첫째, 업장은 내 힘으로 알기 어려워요. 내가 아직 지혜롭지 못해서 내가 내 업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옆의 사람한테 도움을 좀 청해야 해요. 둘째, 자기 업장을 알았다 하더라도 잘 안 고쳐져요. 그래서 업장이 두텁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업장을 금방 고칠 수 있을까요, 꾸준히 노력해야 할까요?”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처음부터 꾸준히 노력할 생각은 안 하고, 제초제 뿌리면 풀이 다 죽듯이 확 없애버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거예요. 옛날부터 학문에 왕도(王道)는 없다고 했어요. 그렇다고 열심히만 하면 다 된다는 건 아니에요. 첫째, 본질을 딱 꿰뚫어야 하고, 둘째,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자기 업장을 아는 방법은 가까운 사람한테 묻는 것이고, 업장을 없애는 방법은 꾸준히 노력하는 겁니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주고받는 대화 속에 웃다 보니 어느덧 질문자의 얼굴도 환해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면 꾸준히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믿는 자에요, 행하는 자에요?

“행하는 자요.”

“우리가 지금 신자예요, 수행자예요?”

“수행자입니다.”

“수행을 해서 변화를 가져오려면 먼저 본질을 딱 꿰뚫어 알아야 합니다. ‘아, 이렇구나’ 하고 알아야 해요. 알면 바로 사라지는 것도 있지만, 알았다 해도 안 없어지는 게 더 많아요. 워낙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그걸 알아차리는 연습을 반복해서 꾸준히 해야 해요. 알아차렸다가 놓쳤다가, 알아차렸다가 놓쳤다가, 알아차렸다가 놓쳤다가, 이렇게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럴 때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사람은 ‘하기 싫다’ 이 말이에요.(모두 웃음)

변화를 가져오려면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가 일어나요. 개인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꾸준히 수행을 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아침에 하기 싫다고 안 하고, 하고 싶다고 하면, 자기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하기 싫고, 하고 싶고에 관계없이 꾸준히 해야 자기 변화가 일어나듯이, 세상에 대해서도 어떤 방향으로 우리가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꾸준히 해야 합니다.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면, 아무리 사회적인 저항이 심하고 환경이 나빠도 꾸준히 해나가야 해요. 대부분 조금 하다가 손실이 좀 생긴다고 그만둬버리기 때문에 목표가 성취되지 않는 겁니다.”

이미 불교를 깊이 공부하고 있는 경전반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스님의 말은 평소보다 직설적이고 꾸밈이 없게 다가왔습니다.

이 외에도 세 명이 더 질문했습니다.

  • 저는 차별받는다고 느낄 때 화가 많이 납니다. 제가 큰며느리인데 시댁에서 저만 혼나요.
  • 작년에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고 7년 동안 매일 미워했던 사람이 안 미워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워했던 사람이 깨달음의 장에도 가고 불교대학도 간다고 하는데 좀 배가 아팠습니다. 왜 그럴까요?
  • 아이가 아토피가 굉장히 심합니다. 365일 동안 밤마다 긁어서 피범벅이에요. 아이가 피부를 긁으면 화가 나서 아이를 때리게 돼요. 오계를 받고 안 때리려고 하는데 잘 안돼요. 기도문 좀 주세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수행을 할 때도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우리가 경전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슨 특별한 사람이나 신비한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수준에서 조금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거예요. 알았죠?”

“네.”

“너무 업그레이드를 많이 하려고 하지 마세요. 욕심을 부려서 한꺼번에 업그레이드를 많이 하려고 하면 그렇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책을 하게 돼요. 지금 내 수준이 10이라고 하면, 한꺼번에 100이 되려고 하지 말고 일단 15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세우면 누구나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어요.

업그레이드한답시고 오늘 바로 남편한테 가서 ‘내가 부족한 것 10가지 말해!’ 이러면 안 돼요. 그러면 남편한테 신뢰까지 잃어요.(모두 웃음)

‘여보, 내가 나를 고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나를 위해서 내가 고쳤으면 하는 것 한 가지만 말해줘’

이렇게 남편한테 물어보고, 그 한 가지를 먼저 고치고 검증받은 다음에 또 한 가지를 고치세요. 이렇게 차근차근 꾸준히 해나가야지, 욕심을 너무 많이 내면 안 돼요. 그런데 질문자는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업장 소멸하는 속성반을 알려 달라고 하고 있는 겁니다.”(모두 웃음)

“기도문을 좀 주세요.”

“지금까지 법문 듣고 좀 깨달은 게 없어요? 무슨 기도문을 또 줘야 돼요? 300배 절하라고 해야 문제가 풀리겠어요? 상대의 행동이나 말을 보고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쁘면 ‘아, 내가 그렇게 느끼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지, 절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걸 영 못하면 스님이 벌로 절을 시키긴 해요.(모두 웃음)

그러니 먼저 해보고, 안 되면 얘기해요. 제가 절은 얼마든지 선물할 수 있습니다. 3000배까지 줄 수 있어요. 아까워서 안 주는 게 아니에요.

어떤 변화가 일어나려면 첫째 알아야 하고, 둘째 경험을 해야 합니다. 경험을 하는 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됐다, 안 됐다를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 중에 처음부터 잘 치는 사람은 없어요. 농구를 잘하는 사람 중에 처음부터 공이 잘 들어간 사람도 없어요. 그러나 꾸준히 하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용성조사님께서는 제 한 몸도 건사하기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셔서 자신을 성인의 길로 이끌고, 조선조 500년 동안 탄압받은 불교를 일신하는 새로운 불교운동을 하시고, 거기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까지 하셨습니다. 이런 시골에서 태어난 한 사람이 발심을 하니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자신을 돌아보고 너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발심을 해서 작지만 변화를 위한 원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마당으로 나온 대중은 대웅전 앞 계단에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에는 행복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대중은 도시락을 먹고 오후에는 2개 조로 나누어 법사님들에게 죽림정사 곳곳에 담긴 의미와 용성조사님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진촬영을 마친 스님은 떠나기 전에 도문 큰스님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점심은 먹고 가야지."

"저는 도시락을 싸와서 가는 길에 먹겠습니다."

큰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스님은 울산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에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 울산 두북에 도착하자마자 비닐하우스에 고추, 가지, 무, 미나리가 잘 크고 있는지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_“해가 지기 전에 2시간은 더 일할 수 있겠다”_며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삽을 지고 밭으로 향하며 동네 주민과 반갑게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날이 선선하여 일하기 좋았습니다. 먼저 밭 옆에 대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예년에 비해 땅이 메말라 죽순이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죽순을 좋아하는 분에게 선물을 드려야겠다며 삽으로 죽순을 캤습니다.

그리고 밭을 둘러보는데, 실무자가 깨 모종을 너무 촘촘히 심어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깨를 다 심으려면 땅이 부족할 텐데, 깨를 다 심고도 땅이 남았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린 깨를 솎아내어 빈 땅에 간격을 두어 옮겨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스님은 너무 커버린 모종보다 어린 모종을 옮겨 심어야 잘 산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익은 오이도 따고, 잡초도 맸습니다. 감자도 한 뿌리 캐보았는데 아직 덜 커서 다음에 캐기로 했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흙을 만지니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점점 억세지는 상추와 양상추도 한 소쿠리 따서 깨끗이 씻어 포장을 했습니다.

“여기 잡초를 깨끗이 잘 매 놨네요.”

최말순 보살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아침마다 제가 한 바퀴 쓱 돌아봐요. 크기 전에 쑥쑥 뽑아내면 힘들지 않아요.”

“맞아요. 다 크고 나면 뽑기가 어렵죠. 인생도 그래요. 감정이 커지기 전에 알아차리면 큰일이 아닌데, 감정이 커지면 다스리기가 어려워요.”

모든 일을 끝낸 스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밭에서 캔 포슬포슬한 감자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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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그 동안에는 업장 소멸을 위해 수행을 해야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가장 옆에 있는 사람이 지적해 주는 나의
결점을 고치는 일이 업장소멸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2020-03-28 07:48:41

신재은

변화하고 싶다면 알아야하고 경험해야하고 경험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03-23 23:01:10

월광명

됐다 안 됐다를 반복하며 꾸준히 하면 될 것을 믿습니다~♡ 유쾌한 웃음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고맙습니다 ~~

2020-03-23 18: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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