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19 해외 순회강연(3) 스위스 취리히
“자식 키우기가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런던에서 오늘 오후 1시 45분 비행기로 스위스로 이동했습니다.

어제 머무른 뉴몰든(New Malden)은 런던의 교외 지역으로 킹스턴 어폰템스 구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킹스턴 어폰템스 구는 유럽에서 대한민국 교포들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로 국외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뉴몰든 일대에 거주하는 한국인 인구는 2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주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중 600여 명은 북한 출신인데, 그래서 유럽에서 북한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모두들 어제 늦게 잠들었지만 부지런히 새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뉴몰든 지역의 경전반 학생들이 스님에게 아침 공양을 올린다고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 와서 어느 때보다 풍성한 아침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침식사를 한 후 근처에 있는 영국 왕실 공원인 리치먼드 공원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리치먼드 공원은 여왕의 소유이며 찰스 1세가 왕실의 사냥터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공원에 도착하니 경전반 학생 몇 분이 함께 산책을 하려고 나와 있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니 양귀비꽃을 비롯해 많은 꽃들이 저마다 자기 색깔을 빛내면서 아름답게 피어있었습니다. 사슴들이 무리 지어 풀을 뜯고 노는 모습도 한가롭게 보였습니다. 이 공원에는 고사리와 고비가 엄청나게 많이 난다고 합니다.

약 1시간 정도 산책을 한 후 공원 안에 위치한 카페에서 간단히 차 한 잔과 빵 1개로 점심 요기를 하였습니다.

경전반 학생들과 인사를 마친 후 스위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와 식사 및 운전 지원을 해 준 김세경 님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20일 독일에서 열리는 정토행자 대회에서 만나자고 인사했습니다.

1시 45분 비행기로 스위스에 도착하니 1시간의 시차로 인해 오후 4시 35분이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전복덕 님의 병원으로 이동하였다가 강연 시작 시간에 맞춰 인근에 위치한 강연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후 7시가 다 되었는데도 해가 높이 떠있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강연장을 찾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 세계 100회 강연 때 스위스 베른 지역에서 강연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취리히에 정토 법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취리히 정토 법회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했습니다. 그때 인연 맺은 정토행자들이 베른에서 기차로 1시간을 달려와서 함께 수행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스님은 급하게 교정을 볼 원고가 있어 잠시 무대 뒤에서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이어 사회자의 소개로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래야 했는데, 제가 급하게 교정할 원고가 있어서 무대 뒤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위스 날씨가 왜 이렇게 더워요? 우리는 알프스만 생각하고 산이 높으니 추울 거라 생각하고 옷을 두껍게 입고 왔는데 한여름처럼 덥네요.”

날씨에 대해 이야기와 함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이 무엇인지 설명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총 6명이 스님께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중에서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2세, 3세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스님께서 엄마가 3년은 아이를 키워야 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키워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제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행복한 마음으로 키웠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고 키우면서부터 제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됐어요. 지금도 힘들게 키우고 있고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스님 법문에서 비슷한 질문에 대해 108배랑 전기 충격기를 말씀하셔서 108배는 해봤습니다. 그런데 절을 할 때 아이들이 제 등에 올라타고 장난을 쳐서 곤란합니다. (모두 웃음) 전기 충격기는 아이들이 지금 물불 못 가리는 나이여서 나를 철저히 관리할 자신이 없고요.” (모두 웃음)

“어쨌든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면 아이는 잘 되기 힘들어요. ‘남편이 없이 혼자서 키워서 힘들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서 힘들다,’ ‘애가 둘이라서 힘들다.’ 이유야 어쨌든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면 아이들이 자랐을 때 부모가 원하는 만큼 안 됩니다. 어떤 이유로든 부모가 힘들어하면 아이는 대부분 문제아가 되기 쉽습니다. 엄마가 애를 키우기가 힘들다는 건 조그마한 아이가 벌써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조그마한 게 벌써 엄마를 괴롭혔다면 그건 불효잖아요. 그런 인간이 잘 될 리가 없죠. (모두 웃음) 그렇기 때문에 남편 없이 혼자서 애를 힘들게 키웠다거나 가정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가운데 엄마는 밥도 안 먹고 옷도 안 입고 애를 헌신적으로 키웠다고 하면 대부분 나중에 자식에게 엄청나게 실망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울 때 별로 신경 안 쓰고,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그냥 아이를 키웠다고 하면 대부분 나중에 자랐을 때 애들이 괜찮아요. (모두 웃음)

‘애 키우는 게 뭐가 힘들어? 똥 누면 기저귀 갈아주고, 밥 달라면 어차피 나도 밥 먹어야 하니까 숟가락 하나 더 얹으면 되지. 어차피 세탁기 돌려야 하니 빨래 좀 더 집어넣으면 되고, 내가 바쁘면 울어도 내버려두면 되고, 이렇게 키우니까 애 키우는 게 별로 힘든 줄 몰랐다.’

이러면 대부분 다 잘 돼요. 그리고 ‘그래도 나는 혼자 사는 것보다 아이 키우면서 사는 게 훨씬 재미있었다’ 이러면 아이가 벌써 효자예요. 조그마한 게 벌써 엄마를 즐겁게 해 줬잖아요. (모두 웃음) 그러니 아이가 잘 되는 거예요.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으면 엄마는 아이에게 별로 기대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대부분 애 키울 때 힘들게 키워놓고 나중에 이래요. ‘내가 너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너를 안 낳았지! 내가 널 안 키웠지!’ (모두 웃음) 이러면서 심리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주거든요. 그건 부모 잘못이에요.

질문자가 아이 둘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한다면 아이를 잘 못 키운다는 뜻이에요. 아이를 둘이 아니라 다섯을 키워도 하나도 힘이 안 들어야 해요. 한마디로 말하면 대충 키워야 해요. 일거리가 별로 없도록 키워야 합니다. 씻기는 것도 대충 하고, 힘들면 놔두고 내 생활하면서 적당하게 키워서 아이에게 내가 약간 미안할 정도가 돼야 해요. ‘아이고, 미안하다. 밥을 안 줘서 미안하다.’ (모두 웃음) 이렇게 대충 키워야 나중에 아이가 큰소리치면 ‘아이고, 그래. 엄마가 미안하다’라고 하게 되잖아요. 이래야 서로 관계가 좋은데, ‘내가 너 키우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이렇게 자꾸 생각하면 다 커서 자식이 이렇게 말할 거예요.

‘누가 열심히 키우라고 그랬나? 낳으라고도 안 했고 키우라고도 안 했는데 자기가 괜히 해놓고는 난리를 피우네.’ (모두 웃음)

그러니까 잘못 키우고 있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스스로 잘못하고 있으면서 무엇 때문에 다리 아프게 108배를 해요? (모두 웃음) 아이 키우느라 힘들고, 또 108배하느라 힘들잖아요. (모두 웃음) 이런 걸 경상도 사투리로 ‘디비 쫀다’라고 해요. 거꾸로 산다는 말이에요.

그렇게 하지 말고 아이들을 키우는 게 힘 안 들도록 해보세요. 밥 먹다가 아이가 울면 ‘왜 그러니?’ 이렇게 물어보세요. 아이가 넘어져서 울었다고 합시다. 만져보니까 조금 긁힌 정도라면 ‘이 정도 괜찮다. 땅 안 깨졌니?’ 이러고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해요. (모두 웃음) 물론 다쳤다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하지만, 그런데 엄마가 막 난리를 피우면 안 돼요. 옷을 버려 오면 ‘네가 자꾸 옷 버려오면 엄마가 빨래하기 얼마나 힘든지 아니? 다음에는 네가 빨아라’ 이렇게 하고, 불러다가 빨래도 한 번 시키고요. 청소할 때 애가 옆에 따라다니면서 걸레 갖고 장난하면 ‘하지 마! 더럽다!’ 이러면 안 돼요. 걸레 갖고 장난하도록 해줘야 걸레질을 배우고, 설거지할 때도 애가 숟가락이며 밥그릇 갖고 장난을 하는 가운데 설거지를 배우는 거예요. 조그마한 애들을 가능하면 이렇게 활용해서 일손을 좀 덜어야 해요. (모두 웃음)

아이 때문에 힘이 드는 게 아니에요. 세 살 때까지만 조금 힘들지, 조금 크면 애들이 방청소도 하고 다른 일도 거들어줘서 ‘아이고, 애들 없었으면 내가 살기 힘들었어’라고 할 정도가 돼야죠. (모두 웃음) 이렇게 키워야 그게 학습이에요. 모든 생물의 원초적 학습은 엄마 따라 배우기거든요. 그걸 따라 배우는 게 최고의 학습이에요. 그런데 여러분이 그걸 차단시켜버리니까 아이들은 생존에 대한 학습기회를 상실해버립니다. 그래서 엄마는 엄마대로 힘들고, 애들은 배울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적당히 데리고 일도 하세요. 제 이야기의 요지는 아이 키우는 것을 가볍게 여기라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심리적으로 편안한 것이 중요합니다. 커서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건 대충 해도 돼요. 세 살 때까지 심리를 안정시켜 주는 게 평생 행복의 근원이 됩니다. 심리가 편안해야 안정이 돼요.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재주도 있고 공부도 잘하는데도 심리가 늘 불안한 사람이 있고, 조그마한 아이인데도 벌써 별로 겁도 없고 어른스러운 경우가 있어요.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심리가 안정되는 것이 우선이에요.

엄마가 늘 안절부절못하면 아이들 심리가 불안해져요. 아빠가 없기 때문에 애들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이혼을 했거나 아빠가 죽어서 없다면 엄마 입장에서 남편 없는 삶이 고달프게 느껴지잖아요. 그 고달픔이 아이에게 반영이 돼서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남자 없이도 혼자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애들이 있으니 혼자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가져와 인공 수정해서 애를 낳으려면 힘들 텐데, 남편이 있어서 공짜로 애를 얻었어요. (모두 웃음) 그런데 헤어졌든 사별이든 어떤 이유로 남편이 떠났어요. 그럴 때 ‘나 혼자 사는 것보다는 애 하나 데리고 사는 게 재미있다. 개도 키우는데 애 하나 못 키우겠어?’ 이렇게 애를 키우면 아빠가 없어도 아이의 성장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아빠에 대해서 물으면 ‘엄마 사랑이 부족하니? 뭐가 부족한데? 엄마가 아빠 역할까지 두 가지 역할을 다 하고 있는데 뭐 문제가 있니?’ 이렇게 받아치고요. ‘아이고, 아빠가 없어서 미안하다’ 이러면 애도 ‘나는 뭔가 문제가 있는 애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너는 아무 문제가 없어!’ 이렇게 키워야 해요.

질문자는 아이 키우기가 그렇게 힘들면 아이들을 고아원에 데려다주고 직장이나 다니지 그래요? (모두 웃음)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곧 신(神)이에요. 그 신이 막 흔들리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어요? 그러니까 애들 앞에서 엄마는 늘 태산같이 든든해야 해요. 애들이 뭐라고 하면 ‘어, 그래, 그래, 그래’ 이렇게 받아주세요. ‘엄마, 이거 어렵지 않아?’라고 해도 ‘아, 괜찮아. 엄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괜찮아’라고 얘기하고요.

그러면서 ‘어, 엄마가 이건 조금 힘드는데 네가 좀 도와줘’ 이렇게 해서 일도 시켜야 해요. ‘이건 네가 해라! 왜 안 하는데?!’ 이러면 안 돼요. ‘엄마가 이건 좀 하기 힘드니까 같이 하자. 이따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이러면서 데리고 같이 일하고요. 항상 따라 배우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뭘 하라고 시키면 안 돼요. 항상 엄마가 청소하면서 ‘얘야, 걸레 좀 갖다 줘. 이거 좀 들고 있어’ 이렇게 같이 하세요. 망치질할 때도 ‘못 통 좀 들어줘. 크기 작은 못 좀 골라줄래?’ 이렇게 같이 하면서 가르쳐야 해요. 이게 배우는 거예요. 아이들은 시키면 안 돼요. 뭐든지 항상 같이 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금방 다 좋아집니다. 인공지능으로 로봇도 훈련시키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하고, 강아지도 훈련시키면 똥오줌 다 가리는 시대인데 사람이 왜 못하겠어요? 엄마만 잘하면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애들이 문제가 있는 건 다 어릴 때 엄마가 불안해하든, 힘들어하든, 신경질적이든, 어떤 이유로든 심리적인 상처를 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크면 거기에 저항이 생기는 거예요. 이런 원리를 알면 커서 아이들이 저항할 때 아이와 싸울 것이 아니라 아이 키울 때 내가 심리적으로 억압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때라도 아이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어요.

‘아이고, 미안하다, 미안하다. 나는 나름대로 너한테 잘한다고 했는데 네가 그때 상처를 입었나 보지? 알았어.’

이렇게 좀 대범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다섯 살짜리 애랑 둘이 막 싸워요. (모두 웃음)

‘너 왜 이래!’
‘엄마가 그랬잖아!’
‘이게! 내가 언제 그랬어!’

이렇게 둘이 똑같이 싸워요. 꼬라지 보면 참 한심해요. (모두 웃음) 그러니까 아이가 커서 힘이 생기면 엄마에게 막 덤비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절대로 아이와 싸우면 안 돼요. 싸울 일이 없어야 해요. 아이가 뭐라고 해도 ‘응, 그래, 그래’ 하고 받아주고, ‘그거 별 거 아니야. 괜찮아’ 이렇게 넘어갈 수도 있어야 해요. 밥 안 먹겠다고 하면 ‘그래라’ 이러면 되고요. 엄마는 아이를 벌 줄 방법이 열 가지도 넘잖아요. 골탕 먹일 방법이 다양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아이하고 왜 싸워요? 까불면 청소를 안 해주든지 밥을 안 주든지 여러 가지 수단이 있는데요. (모두 웃음) 그런데 엄마는 밥을 먹으면서 아이한테는 안 주면 아이한테 저항심이 생기니까 그럴 땐 엄마가 같이 굶으면 됩니다. (모두 웃음) ‘엄마, 밥!’ 이러면 ‘어, 엄마가 아파서 오늘 밥 못했다’ 이러면 돼요. 이렇게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웃음, 박수)

“오늘 아기 엄마가 아주 좋은 질문을 해줬어요. 아이를 키울 때는 그렇게 힘들어하면 안 돼요. 항상 이렇게 재미있게 하세요. 애가 ‘엄마, 힘들지?’ 이렇게 물어도 ‘아냐, 아냐. 괜찮아. 엄마는 네가 있어서 더 좋아. 너 없었으면 내가 무슨 재미로 살겠어?’ 항상 이렇게 아주 쾌활하게 키워야 아이들이 부담 없이 자라서 나중에도 잘돼요.”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지나친 자기 검열과 자책하는 경향으로 힘듭니다.
  • 학교에서 심하게 괴롭히는 친구가 있어요. 같이 괴롭히고 싶고 때려주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 좋은 조건을 갖췄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뭔가를 더 찾아서 힘듭니다. 저의 이런 성향으로 인해 가족과 불화도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부모님이 이혼하여 5살 이후 편부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조부모님 밑에서 사랑도 많이 받고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20대 후반 들어 생모와 살아보고 싶어 1-2년 정도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실망도 많이 하고 오히려 제가 절연을 하였습니다. 지금 스위스로 이민 와서 새로운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엄마와의 관계가 저와 아이들에게 업보로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인종차별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요?
  • 여러 곳의 불교수행 집단에서 실망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가에 대한 신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강연에서는 초등학생 어린이가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힘들다는 질문이었는데요. 스님이 할아버지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하자 아이는 점점 자기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맞아서 멍이 들기도 하고 긁히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그 아이를 미워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괴롭지 않을 수 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청중은 아이에게 큰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질문자들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질문자들의 소감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나를 인정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두 번째 질문자가 “힘든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잘 키워보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하자, 스님이 탄식하며 한 번 더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좀 덜 깨쳤네요. (모두 웃음) 힘든데 힘든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스님 말 듣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네요.’ 이렇게 탁 깨달아야 돼요. 아침에 눈 떠서 직장 나가는 사람 있듯이 그냥 애들에게 밥해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놀 일 있으면 놀고 하나는 업고 하나는 손잡고 공원에 가서 놀다가 피곤하면 ‘가자’ 해서 데리고 와서 울면 좀 놔두면 돼요.(모두 웃음) 강아지 키우듯이 키우면 됩니다. 강아지 키우는 데 별로 힘이 들지 않잖아요. 그렇게 마음을 먹어야 내 마음이 즐겁고 즐거워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옛날에 남편 죽고 자식만을 위해서 자기 온몸을 희생해서 키운 사람들 보세요. 자식이 서울대 나오고 판사는 됐을지 몰라도 다 부모하고 원수가 됩니다. 그러니까 가볍게 키우세요.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는 말이 안 나와야 돼요. 누가 ‘아이고 애 둘이나 키운다고 힘들죠.’ 하면 ‘예. 육체적으로 좀 힘들지만 애들이랑 같이 사는 재미로 요새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대답해야 해요. 형식적으로 하라는 말이 아니라 입에서 말이 저절로 그렇게 나와야 합니다. 남편이 ‘아이고. 여보. 애들 키우느라 힘들지 그러면 눈물이 글썽글썽글썽 이러면 안 돼요. (모두 웃음) '애들이 장난이 하도 심해서 좀 힘들긴 한데 애들하고 같이 지내는 게 재밌어요 여보. 당신도 일요일에 틈나면 애들하고 같이 놀아보세요. 재밌어요.‘ 이렇게 말해야지 ’ 힘들어 죽겠는데 일요일에 딴 데 가지 말고 애들하고 좀 놀아줘요!‘ 이러면 안 돼요.

저도 승려 생활하는 걸 너무 힘들어하면서 살면 여러분이 저를 동정은 해도 본받고 싶지는 않겠죠. (모두 웃음) 불쌍하다고 돈은 얼마 주더라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잖아요. 그런데 스님이 싱글벙글하고 돌아다니면 속으로 ‘나도 스님이나 한 번 돼볼까?’ 이런 생각이 좀 들잖아요. (모두 웃음)

그러니 인생을 그렇게 이를 악물고 고달프게 살면 안 돼요. 다람쥐가 도토리 줍는데 이를 악물고 열심히 줍지 않잖아요. (모두 웃음) 소가 풀을 뜯는데 이를 악물고 열심히 뜯지 않고 그냥 뜯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는 과로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어요. 그렇다고 소가 ‘열심히 일했으니 좀 놀자!’ 이런 것도 없어요.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놀 일도 없는 거예요. 이게 일과 수행의 통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또 그걸 풀기 위해서 놀아요. 일을 놀이 삼아하면 스트레스도 안 받고, 따로 놀 일이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노동의 해방은 노동시간의 단축에 있는 게 아니라 노동의 놀이화에 있습니다.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 되면 노동과 놀이를 구분할 필요가 없어져요. 오늘 여러분과 제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데, 이걸 밤 12시까지 한다면 누가 먼저 갈까요? 제가 먼저 갈까요, 여러분이 먼저 갈까요? (모두 웃음) 아마 여러분이 먼저 갈 거예요. 저는 놀이 삼아하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아요. (모두 웃음) 즉문즉설은 힘도 안 들어요. 그냥 듣고, 그냥 얘기하고, 그냥 농담도 하고 웃어가면서 하잖아요. 잘 보이려고 할 것도 없어요. 돈도 안 받으니까요. (모두 웃음)

자, 다음 질문자는 어땠어요?”

“잘 모르겠어요.” (모두 웃음)

“솔직해서 좋아요. 앞으로 연구해서 알아보세요. 그 다음 질문자는요?”

“환상이 깨졌습니다.”

“환상이 깨지면 기분이 좋을까요, 기분이 나쁠까요?”

“나빠요.” (모두 대답)

“그게 잘못된 거예요. 잘 생각해 보세요. 악몽을 꾸면 꿈속에서 괴롭죠. 그런데 꿈에 왕자를 만났다면 꿈속에서 엄청나게 기분이 좋아요. (모두 웃음) 그러다가 꿈을 딱 깼을 때 어떨까요? 악몽을 꾼 사람은 눈을 딱 뜨면 ‘아, 꿈이네’ 이러고 끝나는데, 좋은 꿈을 꾼 사람은 다시 베개 들고 딴 방에 가서 눈 감고 아까 그 꿈을 이어가려고 해요. (모두 웃음)

꿈속에서는 좋은 꿈, 나쁜 꿈이 있지만 꿈을 깨면 이것도 저것도 다 꿈이에요. 그런데 꿈을 깬 입장에서 볼 때는 좋은 꿈을 꾸던 사람이 꿈에서 못 깨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 이걸 탁 깨치면 환골탈태하는데,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은 깨치기도 쉽지 않고 깨쳐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할 확률이 높아요. 꿈을 깼는데도 다시 눈을 감고 꿈을 추구하고, 그 꿈을 따라가려고 해요. 그래서 소위 ‘득도’라고 말하는 사람의 큰 변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보면 좋은 꿈, 나쁜 꿈은 꿈속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눈을 딱 뜨면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냥 꿈일 뿐이에요.

그래서 여러분이 ‘이것 때문에 괴롭다,’ ‘저것 때문에 좋다’고 하는 것이 큰 틀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심리가 만들어낸 하나의 환영에 불과해요. 여러분은 지금 가상현실 속에서 살고 있어요. 거기서 딱 벗어나면 꿈꾸던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환영에서 탁 깨면 정신이 맑아야 해요. 환영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환영이 깨지면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고 슬픔이 생기는 거예요.

무슨 꿈을 꾸든 눈을 딱 뜨면 ‘아, 꿈이었네!’ 이러고 끝이 나야 합니다. ‘어제 법륜스님 꿈을 꿨는데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이건 아직 꿈이 덜 깬 거예요. (모두 웃음) 아직도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거예요. 꿈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잖아요. 무슨 꿈을 꿨든, 수행자는 눈 딱 뜨면 ‘꿈이었네!’ 이러고 끝이에요. ‘꿈이었네!’ 이 말은 ‘헛거였네. 깜빡 속을 뻔했잖아!’라는 뜻이에요. 이렇게 딱 끝이 나야 해요. 거기에 털끝만큼도 미련을 두거나 연연한다면 수행자가 아닙니다. 물론 ‘이런 꿈을 꾸게 된 원인은 무의식 세계의 어떤 문제 때문이다’ 이렇게 프로이트의 꿈의 해몽처럼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는 있죠. 그러나 수행자라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아, 깜빡 속을 뻔했네. 잠시지만 내가 꿈이 현실인 줄 착각해가지고 두려워하거나 끌려갔구나.’ 이렇게 바로 정신을 차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꿈이나 환영은 항상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과거나 저기를 생각할 때 생깁니다. 스위스에 살면서 한국 생각하고, 현실에 있으면서 죽은 뒤에 천당 가는지 지옥 가는지를 생각하는 게 첫 번째 환영이에요. 두 번째는 지금에 안 깨어있고 과거의 자기 트라우마에 사로잡히는 거예요. 어릴 때 친구하고 어땠고, 엄마가 나를 어떻게 했고, 아버지가 술주정을 해서 어떻게 했다는 게 다 여기에 해당합니다. 세 번째, ‘아이고,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 집에 불이 나면 어떡하지? 애가 컸을 때 이러저러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에 빠져 있는 경우가 있죠. 이건 미래의 환영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다 지금, 여기에 안 깨어있어서 그래요.

그래서 지금, 여기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돼야 해요. 여러분은 자꾸 남 얘기를 하잖아요. 남편이 어떻고, 아내가 어떻고, 애가 어떻고, 뭐가 어떻다고만 해요. 남 얘기하지 말고 내 얘기를 하세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외국에 사니까 영어로 한 번 해보세요.

Now (지금).
Here (여기).
Me (나).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어야 해요. 괴롭다, 슬프다, 마음이 어떻다고 하면 벌써 이 셋 중 하나는 도망갔단 뜻이에요. 지금 내가 기분이 나쁘다면 딱 점검해보면 이미 셋 중 하나 또는 둘이 도망갔어요. 셋이 다 도망가버렸을 수도 있고요. 그런 경우에는 괴로움이 좀 심하죠. ‘아, 이걸 내가 놓쳤구나’ 이걸 딱 알아차려서 항상 지금, 여기, 나에 깨어있으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그런 관점을 놓치지 말고 정진하세요.

믿음은 각자 좋을 대로 믿으세요. 하나님을 믿든, 부처님을 믿든,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믿음의 문제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절에 다니기 때문에’ 혹은 ‘내가 교회 다니기 때문에’ 이런 얘기는 여기서 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정진하는 목적은 해탈입니다. ‘해탈’이나 ‘열반’이라는 용어는 괴로움이 없다, 속박이 없다는 뜻이에요. 지금, 여기, 나에 깨어있으면 괴로울 일이 없고 속박이 없다는 얘기예요. 법륜스님은 그런 상태일까요? 아뇨. 저도 지금을 놓치든지 여기를 놓치든지 나를 놓치든지 합니다. 누가 저더러 ‘너!’ 이렇게 하면 저도 짜증을 내겠죠. (모두 웃음) 짜증을 안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럴 때 금방 ‘어! 내가 놓쳤구나!’ 하고 자기로 돌아오는 게 중요해요.

여러분이 그런 관점에서 살아가면 어디에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국에 돌아와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둘이 살 때 행복해야 하나가 죽고 혼자 살게 돼도 행복해요. 헤어지면 ‘그동안 너하고 잘 살았다. 고맙다. 잘 가, 안녕. 나는 또 다른 사람 만날 거야. 네가 가준 덕에 나한테 기회가 한 번 더 왔어’ 이러고요. (모두 웃음) 이렇게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지, 그걸 미워할 필요가 없어요. 나하고 10년, 20년씩 살았던 사람을 미워하면 내 인생이 초라해지잖아요. 내가 그 나쁜 놈하고 20년 살았으니 얼마나 억울해요? ‘나도 괜찮은 사람하고 20년 살았구나. 고맙다. 너하고 살면서 좋았어’ 이렇게 헤어질 때는 미움도 미련도 없이 ‘바이 바이’ 하고 헤어지세요.

이런 자세로 살면 여러분 모두 아마 잘 살 거예요. 토끼도 잘 사는데 사람이 왜 못살겠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그리고 스님은 _“한 명 한 명 자세하게 답변하다 보니 여섯 명 밖에 질문하지 못했네요. 미안해요.”_하고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아직 거리가 환했습니다. 백야현상으로 인해 아직 초저녁 같았습니다. 젊은이들은 한가롭게 공원이나 카페에서 운동을 하거나 파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왜 여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파리는 더웠습니다. 다음날 런던에서는 비가 오고 추웠습니다. 스위스는 높은 알프스 산맥이 있어 더 추울 거라 예상했는데 스위스에 도착하니 낮 기온이 30도를 넘었습니다.

하루하루 다른 계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를 예상하고 사계절 옷을 챙겨 와 옷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여름옷을 입었다가 밤에는 다시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도 합니다. 온도가 심하게 차이나는 곳을 이동할 때는 감기 기운이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매일 다른 국가를 다니는 바쁜 일정 속에도 스님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내일은 독일 쾰른에서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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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19 19:05:54

정지나

지금 여기 나...지금 괴롭다면 과거 미래에 머물러 있기때문입니다..감사합니다 꾸벅^^

2019-07-10 23:10:58

이수현

질문자님의 댓글을 아래에서 보니 참 반갑고 고맙네요. 저는 이제 예정일이 막 지난 만삭 임산부입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 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마음이 참으로 가볍네요. 몸은 좀 고될수 있겠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아이와 가볍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질문자 강선희님과 스님과 모든 봉사자분들께도 감사합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2019-06-24 14: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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