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21. 유럽지구 정토행자대회 1일째
“내 나이 62세, 도전하고 싶지만 몸이 걱정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간 독일 쾰른시 인근 청소년 수련원에서 제6차 정토행자대회가 열립니다. 이번 행자대회에는 독일 뒤셀도르프,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와 프랑스 파리, 스위스 취리히, 영국 런던의 8개 지역에서 바라지 4명을 포함하여 총 38명이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해외지부 이정인 사무국장, 백은주 자활팀장, 김순영 국제국장, 묘덕 법사님, 선주 법사님, 최말순 보살님, 지도법사님 해서 총 45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도량석이 울리자 모두 일어나 함께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창밖으로 새가 지저귀고 바람이 부드럽게 스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연의 소리가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번 유럽지구 정토행자대회는 쾰른시 인근 청소년 캠프에서 열렸습니다. 해외에는 미국 LA정토수련원, 워싱턴 미주 정토회관, 시애틀 정토법당 외에는 아직 수련장이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깨달음의 장도, 행자대회도 장소를 빌려 쓰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이고 지고 행사장으로 가야 합니다. 행사 한 번 치러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지만 해외 정토행자들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성스레 행사를 준비하고 기쁜 마음으로 새내기 행자들을 맞이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해외 행자대회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침식사는 멀건 야채죽이었습니다. 준비한 봉사자들이 많은 양의 죽을 만드니 양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죽이 멀겋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멀건 죽을 함께 나눠먹는데 스님이 웃으며 농담을 했습니다.

“잘 사는 독일에 기근이 들었나 봐요? 모금을 해서 쌀을 좀 사 와야겠네요. 내일 아침에는 쌀알이 좀 씹힐 수 있도록요.”(모두 웃음)

멀건 죽 한 그릇을 놓고 웃음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어제는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언제 비가 내렸나는 듯 화창했습니다. 스님은 정토행자들과 산책을 했습니다. 한 편 행자대회를 준비하는 분들은 산책을 가지 않고 행자대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어제도 거의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제6차 정토행자대회 유럽지구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해외 정토행자대회는 총 6번 있었지만, 지구별 행자대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입니다. 이번 유럽지구의 슬로건은 ‘정진하는 유럽 행자! 전진하는 유럽지구!’입니다. 정진의 힘으로 전법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먼저 해외 상임 법사인 선주 법사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유럽지구 정회원들이 다 모여서 행자대회를 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올해는 9차 천일결사의 마지막 해입니다. 10차 천일결사 3년이 지나면 30년 만일결사가 끝납니다.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2차에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불법을 전하자고 원을 세웠습니다. 2박 3일 동안 2차 만일을 준비하는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법륜스님이 정토행자대회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이제 외국인에게 행복을 전할 준비를 해야 할 때

“부처님이 와도 구제를 못 한다는 사람이 두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다 안다는 사람입니다. ‘나, 그거 다 알아’ 하는 사람입니다. ‘나, 그거 다 알아’ 이 말은 듣기 싫다는 뜻이에요. 다른 하나는 ‘나 몰라’ 하는 사람입니다. 모른다는 이 말도 듣기 싫다는 뜻이에요. 눈을 감고 있으면 아무리 밝은 빛이 비춰도 소용이 없고, 법을 들을 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법문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지만, 내가 불법을 공부해서 편안해졌다면 이 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그들도 좀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나만 좋으면 됐다. 너야 개고생을 하든지 말든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법을 체험한 맛을 아직 못 본 사람입니다.

같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같은 말 쓰고 생김새도 비슷한 사람들이 남의 나라에 와서 차별도 받고 고생도 하면서 살고 있잖아요. 다들 자기 딴에는 이를 악 다물고 굉장히 열심히 사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가 마음이 행복해지는 법을 전하자는 겁니다.

냇물을 마셔보니까 시원하고 좋다면, 지나가던 목마른 사람이 ‘나도 한 잔 먹어도 돼요?’ 그러면 ‘먹으세요’ 그러지 ‘내가 먹어야 되니까 너는 먹지 마라’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땀을 뻘뻘 흘리고 지나가면 ‘여기 맛있는 물 있어요. 한 잔 드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정상입니다. ‘묻지도 않는데 내가 뭐 때문에 물이 있다고 알려주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깨달음이 미진한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물을 마셔 보세요’ 했는데도 본인이 싫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잡아서 두드려 패고 ‘이 바보야, 이걸 왜 안 먹고 가냐?’ 이렇게 해서도 안 돼요. 알려주고 먹으라고 했는데 본인이 먹기 싫다고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 좋은 물이 있고, 이 물을 먹으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우리가 얘기해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한국말로 소통이 되는 사람들에게 이 법을 전하는 것이 지금 해외사무국에서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해외에 나와서 독일 사람하고 같이 살고, 영국 사람하고 같이 살고, 프랑스 사람과 같이 살고 있잖아요. 이 좋은 물을 한국 사람만 먹어야 될 이유가 없잖아요. 영국 사람도 먹으면 좋고, 독일 사람도 먹으면 좋잖아요. 만약 내 남편이 독일인이라면, 내가 이 물을 먹고 시원해하고 좋아하니까 남편이 보기에는 ‘뭐 먹고 저런가’ 궁금해 할 수 있잖아요. ‘나도 먹으면 안 되나’ 눈치도 보게 되고요. 그렇다면 옆에 있는 남편에게 이 물을 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만약 문화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 여러 가지가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기는 기독교인인데 아내가 불교라고 해서 내 종교를 불교로 개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는 빵을 먹는데 아내가 김치와 밥을 먹는다고 해서 나도 김치와 밥을 먹으려면 식성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무척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법을 전하는 것은 문화적인 게 아닙니다. 갑자기 식성을 바꿔라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입는 옷을 바꿔라는 것도 아니고, 믿음을 바꿔라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만 삶의 관점을 바꾸면 당신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어요. 그래서 정토회는 1차 만일은 지역적으로 한국 또는 해외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 법을 전하자고 목표를 세웠고, 2차 만일은 다른 나라 사람 또는 한국어를 안 쓰는 사람에게 이 법을 전하자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째, 내가 먼저 이 법을 삶에 적용해서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법을 만나서 자기가 먼저 행복해야 됩니다. 직장 다니랴, 정토회 나오랴, 병행하려니 힘들잖아요. 그래서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그 속에서 이 법을 체험하면 그런 불평이 쑥 들어가 버려요.

힘이 들어도, 시간을 쪼개 쓰더라도, 돈이 들더라도 이 활동을 하면서 이 속에서 내가 얻는 기쁨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여러분은 새로운 사회적인 리더십을 갖게 됩니다. 그저 한 사람의 노동자나 가정주부로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적인 리더십을 갖게 돼요. 내가 비록 경제적으로는 그 사람의 점원으로 있고, 그 집의 가정부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관점이 잡혀야 내가 왜 유럽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아, 내가 이 일을 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구나.’ (모두 웃음)

이렇게 외국인들에게도 행복을 전하기 위한 준비들을 지금 우리가 해나가자는 겁니다. 이 일도 정토회가 그동안 한국 사람을 상대로 해서 이 정도라도 기반을 닦아놓았기 때문에 이제 외국인을 대상으로 새롭게 전법을 해볼 수 있는 겁니다. 이런 토대가 없으면 아예 발을 디디기도 어렵습니다.

일단 해외에 있는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전법을 하는 곳이 해외사무국이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인연을 따라 다른 언어로도 전법하는 것을 준비하는 곳이 국제국입니다. 그래서 3년 전에 국제국이라는 별도의 팀을 하나 만들어서 외국어 전법을 준비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해외사무국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가 외국어 전법을 하는 일에 더 집중을 해주셔야 할 겁니다. 그래서 이번 정토행자대회에서는 해외사무국과 국제국이 어떻게 협력하고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의논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_“여러분이 외로운 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많이 힘든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서로 알아주는 시간도 매우 중요합니다. 법문을 듣고, 모둠활동을 하는 시간 외에도 밥을 먹으면서 산책하면서 함께 친목도 다지는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_라고 하면서 입재 법문을 마쳤습니다. 스님의 따듯한 격려에 유럽지구 정토행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점심 식사로 프랑스 파리에서 공수해온 단팥빵 한 개와 식빵 한 조각 그리고 수박 한 조각이 나왔습니다. 메뉴를 보고 한 분이 아침에는 죽을 먹고, 점심마저 빈약하다고 볼멘소리를 하자 다 같이 웃었습니다. 북한에는 굶는 사람이 있고, 다들 옥수수를 지원하느라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풍요롭게 먹을 수 있겠냐는 말에 머쓱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오후에는 해외지부와 유럽지구의 9차년 평가와 지역 사례발표가 있었습니다.

먼저 뉴욕에서 온 해외지부 사무국장 이정인 님이 해외지부의 9차년 평가와 지역 사례발표를 해주었습니다. 해외지부에서는 천일결사자가 총 695명으로 목표치의 82%를 달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럽지구에서 열고 있는 유럽 화상 불교대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해외 지부는 교육이나 회의를 온라인을 이용하여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얘기하였습니다. 9차에 들어서서 단위별로 회의가 활성화되고 회의 구조가 확립되었으며 지구 재량권이 확대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유럽지구는 모두 정토 법회라서 정토법당이 없는 게 아쉽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라스베이거스, 하와이. 싱가포르, 브리즈번이 정토 법회로 승격이 되었고, 해외 지구에 교육수련이 확대되면서 지구장님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증대하고 있다고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해외 법당과 법회에서 1박 2일 명상수련 등을 자체 진행했다고 합니다. 명상수련 나누기에서 “스님이 법당에 있었던 것 같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하자 스님이 _“법당에 있었다”_고 해서 참가자들이 함께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어서 유럽지구장 김선희 님이 유럽지구에 대해 발표해주었습니다. 9차에 인력이 활발하게 발굴되어서 총무와 팀장이 조화를 이루어 현재 유럽지구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맞게 발표도 지구 팀장과 총무들과의 콜라보로 이루어졌습니다. 지구 경과보고는 팀장들이 하고, 사례발표는 총무들이 했습니다. 팀장과 총무의 유쾌 발랄한 발표에 점심시간 이후에 지루함이 없이 모두 반짝반짝 눈을 뜨고 발표를 들었습니다.

영국은 북한에서 온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행복학교를 열어보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한 JTS 유럽본부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유럽에서 장소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하기도 했습니다. 임대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법당을 만드는 것은 너무 무리입니다. 그래서 런던에서는 주로 교회에서 입재를 하는데 총무님이 예수님과 함께 입재식을 한다고 하자 대중은 안쓰러워하면서도 함께 웃었습니다. 런던 법회는 런던을 중심으로 뉴몰든, 아일랜드, 맨체스터 지역에 거주하는 분등을 연합하여 천일결사자 25명이나 된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해주었습니다.

스님도 뒤에서 끝까지 발표를 다 들어보고 정리 말씀을 했습니다.

“발표를 재밌게 잘해주었어요. 밥 먹고 졸릴 시간에 졸리지 않게 하는 것도 굉장한 능력이에요. 두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겠네요. 발표 방식도 지루하지 않도록 해서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쟁점이 될 만한 사안들에 대해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국제국장 김순영 님이 국제국을 소개하고 활동 방향에 대해 발표해주었습니다. 다가오는 10차년과 2차 만일결사에 외국인 전법을 하기 위해 어떻게 토대를 마련할 것인가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국제국의 비전은 전 세계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여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 정토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법을 전하는 것입니다.”

발표에 이어 현지인 전법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모둠 토론을 하고 다양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모둠 발표를 듣고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행입니다

“아직 해외 전법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일단 기초를 준비해놓으면 이야기할 게 굉장히 많을 겁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낸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유용할 것입니다.

발표를 들어보니 대중이 명상에 대해 관심이 많으니까 명상으로 접근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그것은 정토회의 아이덴티티가 아니에요. 명상은 테라밧다에서 다 하고 있는 것이고, 참선을 가르치는 곳도 이미 많이 있잖아요. 정토회에서도 명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르쳐주지만, 명상이 사람들을 정토회에 오도록 하는 아이덴티티가 될 수는 없어요. 외국인들을 데려와서 함께 명상을 할 수는 있지만, 명상이 그들을 정토회에 귀의하도록 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정토회의 메인 상품은 행복입니다. 명상은 행복해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수행의 핵심은 관점 바꾸기입니다. 인식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관점을 바꿈으로 해서 괴로움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일 중심적으로 가버리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수행을 강조해도 수행을 중심으로 운영되기가 쉽지 않아요. 출가해서 스님이 되어도 돈을 밝히거나 명예와 지위를 따지게 되는데, 여러분들처럼 머리 기르고 세상 속에 살면서 항상 수행자의 중심을 유지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의 정체성은 수행에 있습니다. 수행이야말로 미래 문명을 위해서 우리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정체성이지 규모가 얼마나 크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규모는 작지만 우리가 서로 협력해서 세상에 귀감이 될 만한 일들을 해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씨앗이 된다면 나중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법륜 스님 개인을 너무 우상화하면 자칫 잘못하면 정토회를 위기에 빠뜨릴 위험이 있어요. 존경하는 것과 개인을 우상화하는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청정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법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가가 청정하고 화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화합이라는 것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청정이라는 것은 계율을 지키고 재정적으로 투명한 것을 말합니다. 화합하지 못하고, 청정하지 못하면, 대중에게 실망을 주는 원인이 됩니다.

첫째, 여러분들 개개인은 소박하고 겸손한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한 개인이 능력과 카리스마를 발휘하면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려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정과 화합을 이뤄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합니다.”

이어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다들 배가 배고팠던지 맛나게 먹었습니다. 저녁 예불 전에 참가자 소개가 있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와서 어떤 소임을 맡고 있는지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법을 향한 유럽 행자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8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과 수행에 대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네 명이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다음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며 살아도 될까요?

“저는 62세이고, 유치원 선생님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남으로부터 ‘네 나이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일이 몇 가지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올해 초에 인도 성지순례를 가려고 직장에 연차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휴가를 안 내준다고 해서 얼른 사표를 내고 인도에 다녀온 뒤 다른 유치원에 취직했습니다. 일이 가장 여유 있어 보여서 선택한 새로운 유치원은 알고 보니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약발로 버티다 보니 그 유치원을 저 혼자서 도맡아 꾸리게 됐습니다.

그것도 힘들었는데 또 다른 일이 생겼습니다. 유치원 옆에 수영장이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물놀이를 가려면 수상인명구조 요원 자격증을 따면 좋을 것 같아서 시험을 접수해놓고 엄청 고민했습니다. ‘내 나이에 자격증 준비를 꼭 해야 되나? 수영한 지 10년도 넘었는데 다이빙한 순간 심장마비로 죽는 거 아닐까?’

시험을 준비하면서 너무 어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붙었습니다. 시험에 붙고 나니까 ‘내가 요즘 괜히 나이를 의식하며 사는 게 아닐까? 이거 고민하느라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쓴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잠을 줄이면 금방 몸에서 신호가 옵니다. 한편으로는 노화에 적응하는 삶을 살고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며 대차게 살고 싶기도 합니다. 이것은 상반된 바람일까요? 이 두 가지 바람을 동시에 가지는 건 욕심일까요?”

“인생은 이게 옳다, 저게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좀 들었다고 하더라도 건강하다면 얼마든지 도전을 할 수가 있죠. 옛날에는 60세가 되면 삶을 정리해야 했는데, 요즘은 100세 인생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60세에 새로운 걸 도전해보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그런데 60세에 무리를 하면 50세에 무리하는 것보다는 예측 못한 병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요. 50세에 과로로 인한 병이 일어날 확률이 15%라면 60세에 똑같은 일을 하면 그 확률이 30%가 돼요. 똑같은 일을 했어도 건강이 나빠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30%라는 것은 안 일어날 확률이 70%이니까 해 볼만 하지만 약간 유의를 해야 됩니다.

저도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에요. 제 몸 상태를 아니까 저는 항상 조심은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요. 산을 오를 때 숨이 가쁘면 그냥 막 올라가지 않고 잠깐 쉬었다가 올라가면 돼요. 한 1분쯤 쉬었다가 올라가고, 1분쯤 쉬었다가 올라가고, 이렇게 하면 돼요. 정말 염려가 되면 늘 호주머니에 비상약을 넣고 다니면 돼요. 이렇게 나이가 들면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일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가 약간 도전하고 싶으면 도전해도 되는데 대신에 자기가 말한 대로 과로로 인한 증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다만 질문자가 각오를 해야 해요.

만약 과로를 하다가 질문자에게 병이 왔을 때 후회를 한다면 수행자가 아닙니다. 이미 아플 것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두려워하면 수행이 아닙니다. 평소에 조심해야 되고, 무리할 때는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질문자가 선택한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선택해놓고 막상 병이 오면 후회합니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괜찮겠지’ 하는 요행을 바라고, 일이 일어나면 ‘조심할 걸’ 하며 후회하는데, 이 부분이 수행자와 일반인과의 차이입니다.

첫째, 나이가 들면 아플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약간 유의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만한 일은 아니에요. 무리를 하다가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날 경우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고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인생이니까 모험을 해보는 겁니다. 약간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껴지고, ‘지금까지 할 만큼 했고, 여분으로 사는 인생인데 굳이 무리해서 할 필요가 있겠느냐’ 이런 생각이 들면, 하고 싶은 생각이 있더라도 손을 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활동하는 것이 굉장히 무리하는 걸로 보일지 몰라도 저는 이미 단명할 걸 예상하고 스스로 40살까지만 살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어요. ‘오래 못 살 거니까 열심히 살자’ 이런 생각으로 무리하고 살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40살이 넘었는데도 안 죽었으니까 나머지 인생은 보너스가 된 겁니다. 저는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일은 하지 말 걸’ 이런 생각이 없어요. 그렇다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을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하는 데까지 해나간다는 관점을 갖고 살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스님이 갑자기 죽으면 정토회는 어떻게 되느냐’라고 묻는데, 저는 40대에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 정리했어요. 아무 대책을 안 세워놓거나, 모든 대책을 다 세워놓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개인에 의지하지 않고 승가에 의해서 운영되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죠. 제가 유언장에다가 ‘내가 죽거든 이것은 이렇게 하고, 저것은 저렇게 하고’ 이렇게 적어 놓으면, 그건 지나친 간섭이에요. 죽는 내 인생도 처리 못하면서 무슨 산 사람 걱정을 해요.

그러나 제가 그걸 고려 안 하고 인생을 살아서 갑자기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죠. 제가 손을 떼도 정토회가 잘 유지될 수 있는 연습을 살아있는 동안에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막상 죽으면 약간의 충격은 있겠죠. 부처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부처님 제자들은 충분히 훈련을 다 했지만 막상 부처님이 돌아가셨다니까 막 울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신을 다 잡고, 놓쳤던 수행의 중심을 다시 잡아서 여여하게 상가를 운영해 나갔어요.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부처님의 법이 흐트러지기 전에 정비를 해놓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결집이었습니다. 그 결집의 결과로 담마가 부처님의 역할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겁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임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질문자가 경영자가 되어서 유치원을 운영해도 돼요. 남의 걸 내 것처럼 맡아서 해도 돼요. 그러나 질문자가 봤을 때 ‘굳이 내 에너지를 여기에 쏟을 필요가 있겠느냐’ 이렇게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넘겨주고 손을 떼어도 됩니다. 어느 게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치과의사입니다. 간호사가 같은 실수를 너무 자주 반복하는데 개선이 안돼요.
  • 동물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나서 내 마음과 다르게 신체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 회사에서 직장상사와 갈등으로 동료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느낌이 들어요.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까요?

즉문즉설을 마치고 나니 9시 30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밖은 아직 환합니다. 각자 다른 나라에게 먼 길을 달려와 새벽 4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쉴 틈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정토행자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내일은 유럽지구 정토행자 대회 2일째 소식 전하겠습니다.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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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23 21:57:40

정지나

걱정하고 염려하고 후회하고에 반복이지만
그런나를 살피고 다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7-13 05:26:00

무지랭이

온누리에 정토회가 잘되기를 기원합니다~^^

2019-06-25 18: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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