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25. 해외 순회강연(5) 호주 시드니
“30년 전, 언니가 실종됐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호주(Australia) 시드니에서 정토불교대학 졸업식과 수계식,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23일 밤 오후 9시 15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밤을 보내고 델리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24일 오전 9시 30분이었습니다. 공항에 내려서 가장 먼저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시드니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조금 시간이 있어 간단히 아침식사도 하고 세수와 양치도 했습니다. 스님은 시간을 쪼개 원고 교정도 보았습니다.

24일 오후 1시 15분,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또다시 밤새 비행하여 다음날 25일 아침 6시 30분, 시드니에 도착했습니다. 그제도 비행기 안에서 밤을 새우고, 어제도 비행기 안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해외에 강연을 다닐 때 스님은 저가 항공을 이용하여 곧잘 비행기를 숙소로 이용합니다.

시드니가 가까이 오니 비행기 창밖으로 동이 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구름 위로 비치는 여명이 아름다웠습니다. 14시간 비행 끝에 시드니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등 세계 15개국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비행기가 도착해서인지 입국심사대는 무척 북적였습니다. 짐을 찾고 입국 수속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아시아 태평양지구 지구장 정은지 님과 운전을 해 줄 표정민 님이 마중 나와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볼 때는 구름이 잔뜩 있었는데 지상에서 본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어제까지 계속 비가 오고 춥고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부터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오기 시작했답니다. 정은지 지구장은 비가 와서 강연에 사람이 적게 올까 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하며 기뻐했습니다.

강연장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어서 먼저 숙소에 들렀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이번에 경전반을 졸업하는 전정미 님 부부가 정성스럽게 아침식사를 준비해두고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밥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식사 후에 밀린 빨래도 하고 한국과 업무를 보기도 했습니다.

잠깐 휴식을 취한 뒤 불교대학 졸업식과 수계식이 열리는 Latvian House로 이동했습니다. 낮 12시부터 먼저 호주지역 불교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호주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뉴캐슬 등에서 불교대학을 이수한 31명이 수계식에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시드니, 멜버른, 뉴캐슬, 퍼스, 브리즈번 등 여러 곳에서 불교대학을 공부하고 졸업하고 이제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다, 재가 수행자가 되겠다’고 발심을 한 분들에게 재가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받는 날입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법이 어떻게 지금의 나에게까지 이르렀는지 설명한 후 다섯 가지 계율을 하나씩 설하고 그 의미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준 후 대중에게 오계를 잘 지킬 것인지 물었습니다. 대중은 스님의 질문에 크게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불명 및 수계증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받는 31명 모두에게 각기 수여한 불명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매 학기마다 2천여 명 이상 수계를 받기 때문에 대표로 한 명만 불명의 의미를 설명해주는데, 오늘은 31명만 수계를 받다 보니 모두에게 불명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 불명과 수계증을 받자 대중들은 큰 박수로 함께 축하해 주었습니다. 수계식장에는 수계자와 졸업생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친구들이 참석하여 졸업식 분위기가 물씬 났습니다.

뉴캐슬 법회의 이현숙 님이 스님에게 졸업생들을 대표로 꽃다발을 증정했습니다. 이렇게 수계식을 모두 마친 후 화장실도 다녀올 겸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휴식시간에 수계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축하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휴식 시간을 마친 후 졸업식을 시작했습니다.

시드니 법당 16명, 멜버른 법당 5명, 브리즈번 법회 4명, 퍼스 법회 4명, 뉴캐슬 법회 4명 총 32명이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그중에서 30명이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경전반은 시드니 법당 18명, 멜버른 법당 7명으로 총 25명 중에서 18명이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먼저 바른 가르침을 일러준 법륜스님에게 스승의 은혜를 다 함께 부르면서 꽃다발을 증정했습니다.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어진 분들도 있었습니다. 1년 동안 가르침을 받고 스님과 직접 졸업식을 하니 참으로 기뻐 보였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졸업기념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호주에서 1년 동안 불교대학, 경전반 공부를 하고 이렇게 합동으로 졸업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국에서도 불교대학을 졸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는데 여러분들은 용하게 졸업하게 되었네요. 장합니다.”

스님은 졸업생들을 칭찬하며 졸업은 수행자로 나아가는 첫 출발이니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부지런히 살아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러시아 출신 율리아 님은 2017년에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올해에는 멜버른 법당에서 경전반을 배우고 졸업했습니다. 율리아 님은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하여 한국어 수업으로 진행되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듣고 졸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멜버른 법당 졸업생들은 내일 강연을 준비를 위해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공항으로 가야 해서 제일 먼저 스님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내일 멜버른 강연장에서 만나자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졸업식을 모두 마치고 법당 별로 기념사진을 찍고, 뒷정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도 이 곳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때문에 강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함께 의자를 옮기고 강연 준비를 했습니다.

오후 6시 30분이 되자 날이 금세 저물었습니다. 적도를 지난 남반구의 겨울이라 유럽과는 달리 밖이 깜깜했습니다. 봉사자들은 행사장 안팎에서 활기차게 사람들을 안내했습니다. 강연 전에 강연장이 꽉 찼습니다. 시드니에 사는 한국인의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강연장은 시드니 중심가에 있는 한인타운에 있습니다. 강연장 주변 곳곳에 한글 간판이 많이 눈에 띄고 한국인 가게가 많았습니다.

스님 소개 영상이 끝나자 큰 박수와 환호 속에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드디어 시드니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럽은 밤 10시에도 환했는데, 여기는 겨울이라 그런지 깜깜하네요. 지구가 둥글기는 하네요.”

강연을 시작하고 스님이 인사를 하는 중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바닥에 앉거나 섰습니다.

"한국에서는 요즘은 좌석이 다 차면 돌아가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이 난 뒤에 안전을 우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정원이 다 차면 입장을 안 시켜줍니다. 요즘은 즉문즉설에 오신 분들 중에 절반씩 돌아갔어요. 1000명 오면 500명은 돌아갑니다. 그래서 제가 무료로 강의하고 욕을 먹어요.

500-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무료로 대여하거나 대여비가 50만 원 정도예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대여비가 백만 원이 넘어요. 3,000명이 입장하는 곳은 음향비가 천오백만 원 이상이에요. 사람들이 복 빌 때는 돈을 잘 내면서 강의 듣고는 자리 값도 안 내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한 군데 강의를 하면 보통 50만 원씩 적자예요. 1년에 100회 강연을 하면 오천만 원 정도 적자가 납니다.

저도 무료로 강의하고, 강연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백 퍼센트 자원봉사자예요.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내가 조금 부족하고 전문성도 조금 부족합니다. 그리고 또 연속성도 부족합니다. 담당자가 계속 바뀌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집니다. 월급 받고 하는 사람은 전문성을 가지지만 봉사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서비스의 질이 좀 떨어진다는 단점이 좀 있어요. 대신에 제가 아무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요. 저희들은 일체 무료이고, 초청 강연도 제가 무료로 하고 있어요. 무료라기보다는 후불제입니다. 나중에라도 돈 생기면 보시하면 돼요.

인생에는 정답이 없어요. 그래서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살면서 괴롭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자기가 결혼해놓고 죽겠다고 하고, 자기가 애 낳고 살면서 죽겠다고 하고, 본인이 가게 열어놓고 자기가 죽겠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즉문즉설에서는 ‘내 좋을 대로 했는데 왜 괴로울까?’에 대해 같이 탐구하는 것입니다.

탐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물병을 위에서 보면 동그랗고, 옆에서 보면 길쭉합니다. 여러분은 한 측면만 보고 얘기하니 내입장에서는 맞는데 사물의 전체를 볼 때는 오류가 생깁니다. 그래서 사물을 보는 인식상의 오류 때문에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것을 부처님은 무지, 어리석음이라고 했습니다. 괴로운 것은 어리석어 정신작용의 오류로 인해 괴로움에 빠집니다.

즉문즉설은 사물의 전모를 보는 과정이에요. 이것을 통찰력이라 합니다. 즉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입니다. 이 통찰력을 다른 말로 지혜라 합니다. 어리석음을 물리치고 지혜가 생기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병을 치료하면 병이 나아지는 것처럼 마음에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되면 열반에 이르게 됩니다. 마음이 흥분되는 즐거움은 쾌락입니다. 열반이라는 것은 마음은 고요한데 아무런 괴로움이 없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가 아니라 ‘왜 괴로울까?’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대화를 하면서 그 질문을 가지고 탐구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이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보면 도움이 돼요, 안돼요? 대화한 내용을 공개를 하는 것이 공익에 도움이 됩니다. 공익을 위해서 개인 이름, 얼굴을 제외하고 대화의 내용은 공개해도 좋다고 사전에 동의를 해야 즉문즉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즉문즉설은 공익을 위해 대화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나도 유익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하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자, 이제 대화를 시작해봅시다. "

스님은 즉문즉설에 대해 설명하고 난 다음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9명이 스님과 대화를 하였습니다. 그중 30년 전 언니가 실종되었다는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30년 전 잃어버린 언니, 지금이라도 찾아야 할까요?

“1996년에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언니는 대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3월 어느 날부터 언니가 행방불명됐어요. 아직까지 소식이 없고,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어려서 잘 몰랐고, 20대, 30대는 저 살기 바빠서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제 저희 아이가 크고, 부모님이 연로해지시니까 제 마음이 자꾸 조급해져요 나중에 하늘에서 언니를 만나면 언니가 왜 나를 더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냐고 원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요즘 많이 괴롭습니다. 사람이 죽으면서 한이 없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남편 문제, 자식 문제는 스님 말씀을 많이 들어서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죽을 때 한이 될 것 같아요. 30년이나 지났으니 언니를 이제 마음속에서 정리를 하고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기도를 해줘야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제가 뭔가를 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제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질문을 하는 중간중간 슬픔에 북받쳐 흐느끼는 질문자의 모습에 강연장이 숙연해졌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요즘 살 만하다는 이야기네요.”

스님의 한 마디에 숙연했던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살만하니까 이 문제까지 끄집어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질문자가 아까 이야기했듯이 진짜 언니를 찾아야 할 때는 본인이 살기 바빠서 안 찾고, 세월이 30년이나 지나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 새삼스럽게 찾겠다는 거예요? 질문자를 좋게 보면 언니를 잊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금 질문자가 살만하기 때문에 무슨 걱정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짊어져서 살아있다는 증거를 만들고 싶은 겁니다. 꼭 괴로워야 살아있다고 느껴요? 질문자가 언니 걱정을 많이 하니까 남편. 자식은 걱정이 안 되고, 이러다가 갑자기 자식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또 언니 생각은 뒷전이 되겠지요.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그게 재앙을 자초하는 거예요. 인간의 감정은 이성적으로 해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야기해 드려도 크게 도움은 안 될 거예요. 이런 전제를 하고 얘기를 해볼게요.

어린아이일 때 잃어버렸으면 아이가 혼자서 찾아오고 싶어도 찾아오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찾는 노력이 필요해요. 또 실종 중에 죽었을 확률도 있지만 어린아이는 입양이 됐거나 다른 집에 가서 못 찾는 경우의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어렸지만, 언니는 성인이었잖아요. 성인이 실종이 됐다면 어디서 사망했는지 알 수 없어서 그렇지 사망했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언니가 집에 특별한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모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연락을 안 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거든요. 만약 누가 가두고 있다 해도 이렇게 몇십 년이 흐르는 일은 잘 없어요. 뉴스를 보면 가끔 외국에서 10년, 20년 억류됐다가 풀려난 경우도 있어요. 어릴 때 납치돼서 납치한 사람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20년씩 살다가 밝혀지는 경우도 있기는 있어요. 그러나 확률적으로는 매우 낮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찾는다고 해도 찾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잃어버렸을 때도 노력을 많이 하면 찾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린아이는 찾을 확률이 높은데 어른인 경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런데 20대에 실종이 됐고 30년간 연락이 없다고 하면 평균적으로 볼 때는 사망했을 확률이 거의 99% 이상이라고 보입니다. 두 번째, 질문자가 지금 언니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근처에 산다고 해도 언니가 연락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라면 찾는 것이 오히려 고통이 될 수도 있어요. 나는 좋을지 몰라도 언니한테는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언니 문제는 잊을 수는 없지만, 붙잡고 있어서 득 되는 일도 아니에요. 이렇게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질문자가 언니를 생각하고 이렇게 늘 울면 본인의 남편, 자녀, 부모 등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2차 피해를 주게 됩니다. 자기가 1차 피해자라면 자기로 인해서 또 2차 피해를 가족들에게 또 주게 되는 거예요.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에요.”

“저희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49재라도 해야 할까요?”

질문자는 울먹이며 겨우 질문을 했습니다.

“49재란 죽은 사람과 헤어지기 위한 종교의식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우리는 사람이 죽었을 때 집착을 놓지 못하고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든요. 49재를 지내면 극락에 가는 것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죽음에 대한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인간이 발견해낸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어요. 4, 5천 년 전부터 인간이 죽음에 대한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첫 번째 아이디어가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는 거예요. 그와 헤어지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그가 좋은 곳에 갔다면 위로가 되겠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인류사에서 ‘사후세계’라는 것이 나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죽어서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면 헤어지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죠.

그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는 인도 사람들이 생각해냈어요.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이에요. 제가 볼 때는 죽어서 좋은 곳으로 간다는 것보다 훨씬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이 두 가지가 크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치유하고자 인간이 발명한 생각들입니다. 이것은 맞냐, 틀리냐로 따질 게 아니에요. 인간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위로받기 위해서 생각해낸 아주 오래되고 원초적인 신앙입니다. 49재도 이 맥락에서 나온 거예요.

기독교는 기독교대로, 불교는 불교대로, 유교나 무당까지도 다 나름의 방식이 있어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절에 다닌다면 49재를 지내면 되겠죠. 49재를 지낸다는 것은 작별 인사를 하는 거예요.

이런 재(齋)를 안 지내도 ‘언니 잘 가!’ 하고 딱 집착을 끊어버리면 재를 지낸 것과 같아요. 못 끊으면 아무리 수천만 원 들여서 재를 지내도 작별 인사가 안 돼요. 왜냐하면 작별이 안 되면 환생이나 윤회를 할 수가 없고, 극락이나 천당에도 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작별이 안 되면 어떤 이상 세계라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핵심은 ‘작별’이에요. 마음에서 놓아줘야 합니다. 내 마음에서 탁 놓아 버리면 나는 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영혼은 자기 갈 길을 갑니다. 만약 극락에 간다고 믿으면 극락을, 천당을 간다고 믿으면 천당을, 환생한다고 믿으면 환생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믿으면 자기의 슬픔이 없어지는 거예요.

이것이 종교의식이기 때문에 ‘이것이 진짜냐, 거짓이냐?’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진짜’로 접근하면 사기당하기가 쉽고, ‘거짓’이라고 하면 위로받을 데가 없기 때문에, 둘 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에요.

종교적인 주장들은 진짜, 거짓으로 가 아니라 ‘그런가 보다’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웃음) ‘저 사람은 저렇게 믿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신이 있냐, 없냐’는 굉장히 어리석은 접근법입니다. ‘아! 이 사람은 있다고 믿고 저 사람은 없다고 믿고 있구나, 두 사람의 믿음이 서로 다르구나’ 이것은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접근하면 아무런 번뇌가 안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위로를 받고 싶다고 하면 재를 지내면 되는데, 만일 불교적으로 재를 지낸다면 49재를 지내면 돼요. 그래서 재를 지내면서 ‘언니, 이 생에서는 힘들게 살았지, 이젠 극락에 가서 편안하게 살아’ 이렇게 작별인사를 해야 해요. 그게 인사로 딱! 작별이 안되면 재를 지내도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오늘 스님이 있는 자리에서 ‘언니 잘 가! 나중에 보자!’ 이렇게 인사를 할 수 있으면 돈 안 들이고, 절한다고 무릎 안 아프고, 재를 안 지내도 되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게 잘 안 돼요. 꼭 무릎도 아프고 값을 치러야 해요. (모두 웃음) 그래서 이런 종교의식이 필요한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괴로웠던 이유는 제 언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희 언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 마음이 정리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고.. “

“어딘가에 있으면 더 좋은 일이잖아요. 작별 인사를 다 끝냈는데 어느 날 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얼마나 좋아요. (모두 웃음) 작별인사를 한다고 손해날 것이 하나도 없어요. 안 돌아와도 괜찮고, 오면 더 좋고 이것을 일거양득이라고 해요. 질문자가 인사를 안 하면 돌아오면 다행인데 안 돌아오면 고통이 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작별을 해버리면 안 돌아와도 이미 극락에 가 있겠거니 해서 좋고, 돌아오면 또 돌아오는 대로 좋고 한데 어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꼭 절에 가서 돈도 내고, 절도 좀 해야 천도를 한 것 같으니까 나중에 그렇게 하더라도 오늘 이 자리에서는 언니에게 이렇게 인사해보세요.

'언니 잘 가! 다음 생에는 편안하게 잘 지내.’”

“…….”

질문자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니 잘 가! 따라 해 보세요.”

“언니 미안해...”

“미안해하는 것을 가지 말라는 이야기예요. 미안하다는 말은 헤어지기 싫다는 말이에요. ‘언니 잘 가’라고 한 번 해보세요.”

한참을 머뭇거리다 질문자가 한마디 했습니다.

“언니 잘 가.”

청중은 큰 박수로 질문자를 격려했습니다.

“지금 한 소리는 ‘언니, 돌아와’라는 소리예요. 다시 한번 해보세요. 마음에서 딱! 끊어져야 한다니까요. ‘언니! 잘 가!’ 이렇게 작별인사라고 잘 알 수 있게 해 보세요.”

“일단은 어딘가에서라도 있었으면 좋겠고..”

“돈을 들여서 재를 지내야겠네요. (웃음) 자 다시 일어나서 해보세요.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까요. 저처럼 ‘언니 잘 가!’ 이렇게 해보세요.”

“언니 잘 가.”

다시 한번 격려의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나이가 많은데 아이를 낳아도 될까요?
  • 외국에 살고 싶어서 왔는데 제가 잘 적응을 못해요. 어떡하죠?
  • 우주 밖에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무협지에 나오는 초능력이 진짜 가능할까요?
  • 수간호사로 7년 일했습니다. 환자들에게 막말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보고했다가, 오히려 권고사직을 당했어요.
  • 친정아버지, 시어머니가 8개월 간격으로 돌아가셨어요. 의지할 데가 없어서 힘들어요.
  •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는데도 남편과 계속 싸워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 시드니에 온 지 3개월 되었습니다. 남자 친구랑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결혼 이후에 저에게 실망할까 봐 불안합니다.
  • 낚시가 취미입니다. 낚시로 물고기를 살생하면 제가 그 과보를 받나요? 해충을 죽일 때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질문을 모두 받은 후 질문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초능력이 있는지 물었던 질문자는 “초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행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질문은 대강한 것 같은데 깨달은 것은 크네요.”(모두 웃음과 박수)

부당하게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한 수간호사는 “인연 과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제 선택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들 미워해야겠어요, 불쌍히 여겨야겠어요?”

“그들도 나처럼 똑같이 힘든 과정을 겪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대단합니다.” (모두 박수)

남편과 계속 싸운다는 질문자는 “저는 남편에게 더 잘해줘야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반대로 치우쳤네요. 남편에게 뭐 때문에 잘해요? 나는 나대로 살고, 남편은 남편대로 살면 돼요.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정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잘하려면 힘들어요. 힘들면 오래 못해요. 힘든 인생을 살면 안 돼요. 그냥 인정하면 돼요. 그대로 인정해버리면 잘할 것도 없어요. 할 일이 없어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애들이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해요, 빠졌다고 해요? 자기 좋은 걸 하면 저절로 열심히 하게 돼요. 열심히 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할 때 하는 표현이에요. 인생은 열심히 하면 안 돼요. 그냥 살면 돼요. 열심히 산다는 건 힘들게 산다는 거예요. 스트레스받는다는 거예요. 법륜스님이 법문을 열심히 합니까, 그냥 합니까? 그냥 대충대충 해요.” (모두 웃음)

낚시가 취미인 질문자는 “과보 받기 싫어서 물고기는 안 죽이고, 파리 모기만 죽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잔머리를 요리 굴리고 저리 굴리네요.”(모두 웃음)

질문자들의 소감에 대한 한 마디, 한 마디에도 배울 것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기를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호주에 살면서도 살만해야 한국 와서도 살만해요 호주에서 못살겠다 해서 한국 가면 처음만 좋고 조금 지나면 한국 가서도 못살아요. 그러니까 자유를 조건을 변경해서 구하지 말고 지금 자유로워져버려야 해요. 남편이 반대하는 속에서 내가 자유를 얻어야, 어떤 문제가 있어도 자유롭지 어떤 조건을 해결해서 자유로운 것은 복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것은 조건부 자유이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삶은 지금, 여기, 나에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세 가지에 깨어 있으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괴롭다면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놓친 거예요. 어떤 사람을 두 개를 놓치기도 합니다. 세 가지를 다 놓치면 괴로움이 심합니다. 그래서 항상 괴로울 때, ‘내가 셋 중에 뭘 놓치고 있지?’ 하고 자기 점검을 하시면 잘 살아갈 겁니다.”

시종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느덧 2시간 30분이 흘렀습니다. 청중은 긴 시간 동안 유익하고 즐거운 대화를 이끌어 주신 스님에게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스님은 청중과 악수를 하며 강연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맨 앞에 나란히 앉아 있던 세 분의 스님들도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앞으로 한 발 딛기가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겨우 강연장 밖으로 나와 책 사인회를 시작했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 무척 길었습니다. 준비해온 책도 모두 다 판매했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며 봉사자들도 무척 신나 보였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실종된 언니에 대해 질문했던 분이 스님을 찾아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스님 덕분에 언니를 잘 보냈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옥수수에 보태달라며 봉투를 건넸습니다.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질문자를 격려했습니다.

강연을 참가하신 분들께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처음 왔어요.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유튜브로 늘 즉문즉설을 듣고 있어요. 유튜브로 들어도 좋고, 직접 현장 와도 좋네요. 되새길 수 있었어요.”

책 사인회를 다 마치고 스님은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멜번에서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한은 지금 춘궁기 보릿고개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감자를 수확하는 7월까지 북한의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옥수수 1만 톤은 북한 아이들이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함께 해주세요.

<후원 신청하기>
https://corn.jt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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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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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30 14:39:40

정지나

지금 여기 나!
감사합니다 꾸벅^^

2019-07-16 22:47:34

김동환

이세상 제일가는 통찰력으로 저희를 보살펴주시는 스승님께 감사드립니다.

2019-06-30 18: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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