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6.27. 해외 순회강연 (7)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형수님과 인연을 끊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어제 호주 멜버른에서 밤새 비행기를 8시간 30분을 타고 오전 6시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남반구의 추운 나라에서 이제 북반구의 더운 나라입니다.

말레이시아에는 한국 교민들이 약 1만 3천 명 정도 있는데 그중 쿠알라룸푸르 근처에 1만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개월 정도 짧게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이숙영 님 부부가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2014년 세계 115강을 할 때 처음 강연을 했고, 오늘 5년 만에 두 번째 강연을 합니다.

이숙영 님의 댁에 짐을 풀고 간단히 열대과일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아침부터 이숙영님댁에 봉사자들이 모여 오늘 강연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 전체가 먹을 김밥과 또띠야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많은 사람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봉사자들은 무척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스님이 오셔서 놀 자리를 만들어 주니 한바탕 신나게 노네요.”(모두 웃음)

일과 놀이가 하나 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정성이 모여 즉문즉설 강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스님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강연 전까지 밀린 업무를 보았습니다. 시간에 맞춰 강연장에 도착하니 자원봉사자들이 자녀들과 함께 신나게 강연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법당의 최양희 총무님을 비롯한 몇 분이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버스를 타고 지원을 나왔습니다. 함께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는 후덥지근 날씨였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강연장으로 들어오는 거리에도 자원봉사자들이 포스터를 들고 길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나와 함께 봉사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즉문즉설이 열린 장소는 인도문화원 샨타낸드 강당(Fine Arts Temple Shantanand Auditorium)입니다. 인도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문화원이라 쾌적했습니다. 스님이 문화원으로 들어서니 입구에서 안내를 하고 있던 학생들이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며 달려왔습니다. 스님은 학생들과 흔쾌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당으로 가며 스님은 교민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7시가 되어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로 올랐습니다. 5년 만에 쿠알라룸푸르에서 강연입니다. 스님은 먼저 처음 강연에 이어 오늘 또 오신 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고, 또 유튜브 즉문즉설을 한 번도 안 보고 오늘 처음 오신 분은 얼마나 되는지도 물어보았습니다. 몇 분이 손을 들자 스님은 즉문즉설이 어떤 것인지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6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집안을 돌보지 않는 형수님과 인연을 끊고 싶다는 시동생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형수님과 인연을 끊고 싶어요

“저는 8남매 중 5번째입니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도 형님과 형수님은 집안 살림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혼자 저와 어린 동생들을 돌보면서 어렵게 생활하셨습니다. 제가 커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형수님이 저희 집안을 전혀 돌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제사도 제가 모시고, 작은 형님 한 분이 일찍 돌아가셔서 세 살 된 조카도 성인이 될 때까지 제가 돌봤습니다. 제가 34년 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게 됐는데 2년 전에 어머니도 94세로 돌아가셨습니다. 형수님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도 우리 집에 오지 않습니다. 큰 형님의 생활 형편이 어렵긴 합니다. 형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나서 형수님과 인연을 끊고 사는 것이 제 마음이 편안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명절 때 되면 큰 집에 선물이라도 했는데, 인연을 끊고 나서는 중단했습니다. 한 2년 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자꾸 마음에 갈등이 생깁니다.”

“형수님이 하신 게 잘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한 행동은 하나도 없습니다. 질문자가 형수님과 관계를 단절한 것도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잘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형수님이 한 행동이나 질문자가 한 행동이나, 둘 다 잘못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에요.

형수님은 형제들이 존경할만한 사람은 못 됩니다. 그러나 형수님이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은 아니에요. 질문자가 형수님에게 연락을 안 하는 것은 형제간에 우애가 있는 행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수님에게 연락을 안 하고 선물 안 했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선택일 뿐입니다. 서로 존경하고 정을 나누려면 연락을 하고 살면 되고, 그럴 필요가 없으면 연락 안 하고 살아도 돼요.

부모는 스무 살 이하의 어린 자식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고, 스무 살 이하의 자식은 부모 말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기 때문이 아니라 보호자와 피보호자라는 사회적 관계 때문입니다. 보호자는 피보호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피보호자는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보호자의 승낙을 받아서 결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이 스무 살이 넘으면 보호자 피보호자의 관계가 끝이 납니다. 스무 살이 넘으면 성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에서 성인과 성인의 관계로 바뀌는 겁니다. 자식이 부모를 돌봐주면 좋은 일이지만, 돌봐주지 않는다고 나쁜 일은 아니에요. 부모가 스무 살 이하의 자식을 돌보지 않는 것은 의무에 해당되는 것이기에 안 하게 되면 나쁜 일이 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자식을 돌보거나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은 선택 사항이에요. 선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돼요. 하면 좋은 일이지만, 안 한다고 해서 나쁜 일은 아니에요. 근본적으로 인간관계가 그렇습니다.

연락을 안 하고 지내보니까 마음이 불편하다면 연락을 다시 하면 돼요. 그게 무슨 나쁜 짓이어서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형수님을 위해서 바꾸라는 것도 아니에요. 연락을 안 하면 내가 불편하기 때문에 연락을 하는 게 좋겠다면 연락을 하면 됩니다. 윤리 도덕 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연락을 안 하는 게 불편하면 연락을 하면 되고, 연락하는 게 불편하면 연락을 안 하면 돼요. 형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때 머릿속에 갖고 있던 가족 관계의 생각을 못 버려서 지금 질문자가 괴로운 겁니다. 자꾸 과거의 관점에서 현재를 보기 때문에 이런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형수님이 한 행위가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집안이 잘 되려고 하면, 부모님을 위해서 제사도 지내고, 가족도 돌봐야 하지 않나요?”

“네. 그러면 좋죠. 형수님이 그렇게까지 해주면 좋은 일이에요. 그러나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게 이 세상이에요. 지금 질문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져야 된다는 헛된 망상을 갖고 있는 거예요. 형수님이 지금 질문자의 바람을 충족 못 시킨 것은 맞습니다. 질문자가 생각할 때 좀 부족한 형수님인 건 맞아요. 그렇다고 형수님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형수님이 먼저 연락을 해주면 좋죠. 형수님이 연락을 안 해도 질문자가 시동생으로서 먼저 연락하고 지내면 질문자가 훌륭한 사람인 겁니다. ‘너도 연락 안 하는데 내가 왜 연락하냐?’ 이러면 똑같은 사람인 거죠.

질문자가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잘잘못을 논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형수님을 미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형수님이 미워할 대상은 아니에요. 내가 바라는 대로 안 됐다고 미워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집안일이 잘 풀리려면 가장으로서 할 도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가 여러 번 형수님한테 얘기를 했는데…”

“그것도 다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형수님은 그런 생각에 별로 동의를 안 해요. 생각이 서로 다른 겁니다. 사람들은 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해주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형수님은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바람에 충족을 못 시켜주는 사람인 것은 맞습니다. 형이 집안을 좀 이끌어 갔으면 참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 덕택에 질문자가 맏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형수가 변변찮음으로 해서 자기가 맏이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제사도 지내볼 수 있었잖아요.

옛날에 형제들이 많을 때 막내는 제사 때 술잔을 한 번 따르고 싶어도 못 따랐습니다. 큰 형님 따르고 그다음 따르고 세 번 따르고 나면 순서가 안 돌아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형님이 장자 역할을 못 하니까 자기가 이렇게 제사를 지낼 수 있고 얼마나 좋아요?”

“저는 사회생활하면서 물질적인 것은 여유가 있어서 형님을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보답이 전혀 없어요. 보답을 바라고 도와준 것은 아니지만요.”

“바라고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지금 바라고 있잖아요.” (모두 웃음)

“형님이 농자금 보내라고 할 때 돈도 보내주었고, 가게를 열 수 있게 자금도 보내주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건강이 좀 안 좋아서 형수님이 부모님을 어느 정도 모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형수님이…”

“부모님을 모셔야 하면, 형님이 모시든지 질문자가 모셔야지, 형수님이 뭣 때문에 모셔야 해요? 형수님은 어릴 때 질문자의 부모님한테 아무런 도움을 받은 적이 없잖아요. 그게 남자들의 문제예요. 모시려면 자기가 모시든지 형님이 모시든지 하지 왜 여자를 나무라고 그래요 (모두 박수)

질문자가 굉장히 고루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거예요. 질문자의 부모님이 형수님을 낳아서 젖 먹여주고 학교 보내준 거예요? 남편과 결혼하고 나니까 낯선 할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라 해서 억지로 어머니라고 불러야 했는데 정이 가겠어요? 자기 자식들도 안 돌보면서 나보고 돌보라고 하는데 누가 돌보겠어요?

아내가 어머니를 돌봐준다면, 남편은 매일 고맙다고 인사해야 합니다. 대신에 다른 집안일은 남편이 도맡아야 해요. 늘 미안하다고 이야기해도 모자랍니다. 그런데 당연히 여자가 해야 될 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아요.

간병인한테 돈 주고 부모님을 돌보게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병인들이 어머니를 제대로 간호하지 못한다고 불만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자기도 부모를 제대로 안 모시면서 남한테 맡겨놓고 잘 모시라고 하면 그게 잘 모셔지겠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잘 모시는 게 그렇게 중요하면 자기가 와서 간호를 해야죠. 그렇기 때문에 항상 간병인한테 고맙다고 말해야 합니다.

‘아이고, 제가 모셔야 하는데, 당신한테 맡겨놓고 제가 이렇게 자주 못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잘 돌봐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면서 팁도 조금씩 주고 이래야지, 제대로 안 모신다고 불만을 가지면 안 돼요. 논리적으로 한 번 따져 보세요. 부모를 모셔야 되면 자식이 모셔야지 왜 남한테 맡겨놓고 그 사람을 원망합니까? 불만이 있으면 자기가 모시면 되지요. 그 사람은 그래도 나보다는 부모님을 더 많이 돌봐주고 있는 거잖아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셔야 돼요. 질문자도 생각을 좀 바꾸셔야 돼요. 안 그러면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꼰대 소리 듣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박수)

“다른 사람이 형수를 뭐라고 해도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아이고, 형수님이 살기가 힘들어서 그렇다. 그래도 도망 안 가고 형님하고 살아주는 것만 해도 참 고맙다.’

만약에 큰 형님이 형수님과 이혼을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작은 형이 죽고 나서 애들 맡겨놓고 가버리니까 일이 많잖아요. 자기 자식만 잘 건사해줘도 고마운 일이에요.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합니다. 나쁘게 보면 결국은 나면 괴롭습니다. 내 속에 미움이 있으면 나만 괴로운 거예요.

형제간에 그런 일로 갈등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늘 어릴 때 엄마 밑에서 형제간에 오손도손 한 이불 밑에서 자고 밥 먹었던 것만 생각합니다. 어린애들이 무슨 이해관계가 있었겠어요. 어린애들은 늘 그렇게 재밌게 지내지요. 어른이 되고 나서도 형제들이 그렇게 오순도순 살아야 한다고 망상을 피우니까 멀쩡한 형님 동생을 욕하고 비난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부모가 늙으면 형제간에 부모 모시는 문제로 서로 책임을 미루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형님에게 책임이 있다’, ‘동생에게 책임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누구든지 그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면 됩니다. 내가 모실 수 있으면 모시면 되고, 내가 못하면 돈이라도 좀 내면 되는 거예요. 부모 재산도 형제간에 N분의 1로 똑같이 분할하게 되어 있는데, 형님만 모셔야 될 이유가 없잖아요. 옛날엔 장남이 재산을 다 상속받으니까 장남이 모셔야 된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딸과 아들이 다 유산에 대해서 N분의 1로 똑같이 배분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를 모시는 문제도 똑같은 관점에서 봐야 됩니다. 누구 한 명이 부모를 모셔야 될 의무는 없습니다.

부모를 모시는 것은 선택 사항이에요. 내가 모실 수 있으면 모시고, 못 모시면 그만이에요. 나는 못 모시면서 남보고 모시라고 강요하면 안 돼요. 누군가가 모신다고 하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경제적으로 보태 드려야 합니다.”

“스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내 말대로 하면 안 돼요. 자기가 결정해야죠. 고민이 아직 좀 덜 끝났다는 얘기예요. 솔직하게 자기 상태를 얘기해 봐요.”

“스님 말씀이 맞아요.”

“에이. 입장 정리가 명확해졌다면 그렇게 얘기가 안 나와요. 딱 명확해졌으면 ‘아, 별 일 아니네요’ 이렇게 말이 나와요. 나머지는 다 구질구질한 소리예요. ‘법륜 스님 말이 맞다’ 이런 얘기는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저야 항상 맞는 말 하는데 그걸 이제 알았어요?” (모두 웃음)

“해결됐습니다!”

“네.” (웃음)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20대 후반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혼을 하고 어느덧 39세가 되었습니다. 제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곧 40대가 됩니다.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말레이시아인 남편과 8년을 같이 살다가 지난해부터 별거를 했습니다. 남편이 술을 너무 좋아해요. 남편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면 너무 불편할 것 같아요. 아버지에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 한국을 떠난 지 30년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재산다툼을 하는 부모님과 동생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저에게 전화를 해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울증까지 왔어요.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싶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통일을 왜 해야 하나요?
  •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어제가 3재였습니다. 너무 가슴 아픕니다. 제가 어떻게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남녀노소 다양한 질문자들이 각자 다른 고민을 내어놓았습니다. 오늘은 여중생이 진지한 얼굴로 '통일을 왜 해야 하나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여중생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했습니다.

질문자에게는 둘도 없는 고민이지만, 즉문즉설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님은 처음 들어 본 질문인 것처럼 어제와 똑같이 정성을 다해 대화를 해나갔습니다.

다소 무거운 내용의 질문이 많았지만 스님은 진심을 담아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스님은 어리석게 살지 말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남편과 별거 중인 질문자는 울면서 질문을 시작했지만 대화 끝에 밝아졌습니다. 눈물로 얼룩진 질문자들의 얼굴 위로 밝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청중석에서도 같이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해결됐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고 밝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형수님과 인연을 끊고 싶다던 질문자도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전에 형수님한테 잘했듯이 그때처럼 잘할게요.”

“잘하기는 왜 잘해요? 잘하려고 하면 피곤해져요.”

“인연 끊지 않고 옛날에 형수 님하고 잘 지냈듯이 그렇게...”

“잘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잘하면 안 돼요. 형수도 잘못한 게 없고, 나도 잘못한 게 없어요. 형수도 잘한 게 없고, 나도 잘한 게 없어요. 그저 연락되면 받고, 오면 오고, 가면 가고, 안 오면 그만이고요. 이렇게 평범하게 생각해야 돼요. 꿈을 딱 깨면 아무 일도 없었어요. 옛날처럼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베개 잡고 또 꿈꾸러 가는 거예요. (모두 웃음)

옛날이 좋은 것도 아니고, 지금이 나쁜 것도 아니고, 지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옛날이 나쁜 것도 아니에요. 그냥 한 밤의 꿈에 불과한 거예요. 자기가 한 생각을 일으켜서 괴로움을 만든 것일 뿐이에요. 그러니 오늘부터 그냥 가볍게 생활하시면 됩니다. 일부러 연락할 것도 없고, 연락 오는 거 안 받을 필요도 없어요. 마음 내키면 연락하고, 연락 안 오면 그만이고요. 이렇게 생각하셔야 돼요. 지금 바로 자유로워져야 해요. ‘옛날처럼 관계를 회복하겠다’라고 각오하고 내가 먼저 연락했는데, 막상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어떡할 거예요? 그러면 또 기분이 나빠집니다.”

“형수님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뭣 때문에 연락해요? ‘내가 연락을 안 하겠다’ 이런 마음을 먹지 말라는 겁니다. 그냥 선물 보낼 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면 보내고, 그때 생각이 안 나면 보내지 말고, 선물을 안 보낸다고 잘못한 것도 아니고, 보낸다고 잘한 것도 아니에요. 가볍게 받아들이시라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도 좋고 너도 좋아야 이 좋음이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것이 진리입니다. 그러려면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됩니다. 자연 만물은 그렇게 되어 있어요. 그럴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됩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시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2시간 넘게 강연을 한 스님에게 청중은 긴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5년 만에 열린 즉문즉설이라 그런지 쿠알라룸프르 교민들은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인회를 마치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수고 많았다고 인사했습니다.

강연장 밖으로 나오니 즉문즉설에 오신 분들에게 주차를 안내했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도 더운데 수고 많았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을 많이 쐬어서인지 스님은 감기 기운이 있고 약간 어지럽다고 했습니다. 추운 겨울 나라에서 갑자기 덥고 습한 더운 나라로 오니 몸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무더운 적도의 밤이 깊어갑니다. 내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3일 동안 아시아/태평양지구 정토행자 대회가 열립니다. 방콕에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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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30 21:34:35

정지나

그냥 가볍게 가볍게 연습합니다 다시,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7-21 22:06:21

하심

이 귀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립니다_()_

2019-07-07 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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