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7.5. 북한 현실 전문가 모임
“나 몰래 18년째 다른 여자를 만난 남편이 미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북한 현실 모임 연구위원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 평화재단으로 이동한 스님은 오랜만에 만난 북한 현실 모임 연구위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연구위원들은 얼마 전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일본의 수출 규제 건 등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나눈 후 곧장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출구 전략과 함께 “핵프로그램 동결과 영변 핵시설 폐쇄”라는 입구 전략에 따른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제재 해제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모색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발제를 준비해온 연구위원의 발표가 끝나자 다른 성원들이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스님은 각 연구위원들의 견해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대책, 즉 현실 가능한 아이디어들을 제안했습니다. 연구위원들도 스님이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실현 가능하다고 긍정하고, 미국과 북한이 처한 상황과 이해득실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았습니다.

모임 말미에 잠깐 북한의 돼지열병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라고 합니다. 돼지열병은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돼지열병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고 하고, 발병된 축사는 향후 30년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북한에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북한 정부가 방역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각지대는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돼지는 높은 수입원이기 때문에 아파트 안에서 돼지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식량이 부족한 상태여서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도 시장에서 암암리에 널리 팔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연구위원들은 “남한도 방역이 뚫리는 건 시간문제”라며 암울한 전망을 했습니다. 보다 철저한 방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사회 인사들과 함께 하루 종일 수련을 했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몇 차례 미팅을 한 후 오후에는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해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6월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중 청중이 호응이 좋았던 대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나 몰래 18년째 다른 여자를 만난 남편이 미워요

“저는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농사일과 품앗이를 해가며 어렵게 살았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다가 58세에 퇴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을 18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집에 없을 때 주로 만나러 다녀서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너무 오래 몰라서 지금은 배신감이 들고 너무 괘씸합니다. 얼굴도 쳐다보기 싫고, 말하는 것도 밉고, 한 집에 있기가 싫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그 집에서 계속 같이 살아야 될지, 안 살아야 될지 스님께 여쭤봅니다.”

“질문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배신감을 느끼는 고민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는데, 스님 같이 혼자 사는 사람이 듣기에는 별로 고민 같지가 않아요. (모두 웃음)

남편의 심리를 잘 보세요. 집에 있는 부인은 농사짓고, 애 키우고, 부엌일 하고, 시어머니 모시느라 쉴 틈이 없는 데다가, 머리는 산발을 하고 있고, 얼굴은 시커멓습니다. 마음으로는 부인이 불쌍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집 밖에 나가면 화장을 하고 얼굴도 예쁘고 아양 떠는 상냥한 여자가 있습니다. 남자 마음이 어느 쪽으로 가겠어요?”

“그러니까 너무 괘씸합니다.”

“괘씸한 마음은 이해가 가요. 남편이 잘했다는 게 아니에요. 남자 마음이 어느 쪽으로 가기 쉬울까요?”

“네. 이해가 가긴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결혼하면 무조건 남편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시어머니를 모시든지 애를 키우든지 농사를 짓든지 하더라도 저녁이 되면 세수 딱 하고 남편하고 얘기도 좀 나눠야 해요. 농사를 좀 팽개치더라도, 시어머니한테 욕을 좀 먹더라도, 아이들 밥을 안 해주더라도, 남자 관리를 좀 해야 된다 이 말입니다. (모두 웃음)

질문자는 남자 관리는 안 하고 시어머니 관리하고, 애 관리하고, 농사 관리하고, 이것만 했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상대편 여자는 남자 관리만 했어요. 이 경쟁에서 누가 이기겠습니까? 남편한테 ‘그 여자가 좋으면 그쪽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해도 남편은 그렇게 못 합니다. 그 여자는 시어머니 관리도 안 해주고, 아이들 관리도 안 해주고, 농사 관리도 안 해주니까요. 그래서 막상 그 여자한테 갈 수는 없어요.”

“네. 못 간다고 그래요.”

“남편이 잘했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가정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남자가 겉만 번드르르하다고 해서 마음을 뺏길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여성들 중에서도 제비처럼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접근하면 마음을 뺏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맨날 추레한 남자만 보다가 제비같이 깔끔한 남자를 보면 마음이 가요. 그런데 남자는 더 해요. 이것은 잘못된 전통 때문에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가정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상대편 여자가 예쁘고 상냥할 뿐 아니라 돈도 벌고 애도 잘 관리하고 가정까지도 잘 관리할 여자라면, 바꿀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남편이 만난 그 여자는 남자 관리만 할 줄 알지 집안 관리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중적으로 관리가 된 거예요. 질문자가 집안을 완전히 팽개치고 끝장 보겠다고 세게 나가면 남편은 그 여자를 정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질문자가 이깁니다.”

“정리는 됐습니다.”

“정리가 됐는데도 괘씸하다고 해서 이혼하고 복수하는 게 낫겠어요?”

“네. 복수해야지요.”

“정리가 됐다면, 내 남자니까 그냥 데리고 사는 게 어때요? 생각하면 괘씸한데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제 말이 이해는 돼요?”

“이해는 갑니다.”

“이해가 되면 됐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내가 죽어라 일할 때 남편은 다른 여자하고 놀러 다녔다는 생각을 하니 괘씸하고 분통이 터질 겁니다. 그 마음은 저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성인군자가 아니고 보통 인간이에요. 그러니 앞으로도 괘씸하게만 생각해야 할까요, 질문자도 남편 관리를 좀 해야 할까요?”

“관리를 좀 해야지요.” (웃음)

“괘씸하다고 복수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남편을 잘 관리하는 게 더 나아요.”

“그 영감은 이제 관리도 하기 싫어요. 복수하렵니다.”

“그래요. 복수해도 괜찮아요. 그건 자기 권리니까요. 그런데 괘씸한 마음을 갖고 복수하면 내가 괴롭잖아요. 복수를 하기 위해 이혼을 해도 돼요. 그러면 상대편 여자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이혼하고 나서 남편이 그 여자를 찾아가면 어떡해요?”

“남편은 아무도 안 찾아가요. 우리 남편은 다른 여자를 찾아갈 정도는 안 돼요.”

“상대편 여자가 남편 있는 여자예요?”

“아니요. 혼자 사는 여자입니다.”

“그러면 남편과 같이 살게 되지요. 질문자가 이혼해 주면 남편도 자유롭게 그 여자와 살 권리가 있잖아요.”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지만, 그 여자를 찾아가고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새로 사귈 것 같아요?”

“아니요” (웃음)

“좀 이상하네요. 무슨 이유로 그렇게 확신을 해요.”

“이제 아이들도 다 아니까 창피해서 다시는 다른 여자를 못 만날 겁니다.”

“바보 같은 소리를 하네요. 이혼을 하면 그렇지 않아요. 질문자가 딱 결정을 해야 합니다.

‘남편이야 이 여자를 만나든, 저 여자를 만나든, 그건 자기 인생이고, 나는 너하고는 더 못 살겠다. 설령 다른 여자를 만나서 살더라도 나는 후회를 안 하겠다.’

이런 정도의 마음이라면 이혼을 해도 돼요. 그렇지 않다면 ‘내가 남자 관리를 좀 못했다. 과거는 지나간 일이고, 지금부터는 잘 관리해서 살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별로 아는 거 같지 않은데요. ‘스님도 남자라고 남자 편드네’ 이런 심정 같은데요. (모두 웃음)

남편은 다른 여자를 절대 안 찾아갈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으니까 무슨 사고가 나겠다 싶어서 제가 걱정이 되네요”

“남편은 나이가 많아서 다른 여자를 찾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몇 살인데요?”

“76세요.”

“76세면 아직 창창합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예요. 어지간하면 남편을 챙기세요. 저는 보통 이혼을 하라는 쪽인데 이건 들어보니 남편을 봐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딱 보니까 질문자는 남편을 봐줄 것 같아요. ‘안 찾아갈 거다’ 저런 말을 할 때 스님은 벌써 ‘내 것이라는 것이 확실하구나’ 하고 착 알아듣습니다. 스님이 머리가 너무 영리해서 탈이에요. ‘남편에게 애만 먹이고 싶지 남편을 버릴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이렇게 금방 알아 들어요. 울 밑에 툭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구나’ 알 듯이요. 그러니 애만 좀 먹이세요. 협박만 좀 하고요.” (모두 웃음)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안 그럴 겁니다. 얼마나 괘씸하겠어요. 이해합니다. 격려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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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짝짝짝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19-09-29 10:00:45

규원

지혜로운 스님 법운 잘보았습니다.

2019-09-06 22:14:17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8-06 0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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