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8.30 전국 대의원회의 입재식
“봉사를 하면서 희생을 하고 있다고 느낍니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대의원회의가 열리는 날입니다. 전국에서 150여 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아침 7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들판에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면서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한 화광 법사님을 잠시 병문안 한 후, 문경에 도착하기 전에는 병원에 들러 얼마 전 다리를 다친 희광 법사님을 병문안했습니다.

“수행자는 1년 누워있으라 해도 마음이 편안하고, 10년 누워 있으라해도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에요. 너무 위축되어 있지 말고, 편안하게 치료받으세요.”

정토회에 신세를 끼칠까 봐 염려하는 두 법사님이 안타까웠는지 스님은 부담 갖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전국대의원회의는 오전 10시 30분에 문경 정토수련원 대강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파란 하늘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해외 출장과 병가자를 제외하고 97%의 대의원들이 참석하여 성원이 되자 곧바로 개회가 선언되었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반야심경이 우렁차게 대강당에 울려 퍼졌습니다.

김은숙 대표님이 앞으로 나와 새벽부터 먼 길을 달려온 대의원들을 환영했습니다.

“오늘 회의를 준비하면서 한 분이 ‘제가 언제 이 일을 해보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주어진 소임을 복으로 여기고 해야겠구나. 여러분 뵈면서 다시 한번 대의원이라는 소임이 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회의는 상반기를 평가하고 10차 천일결사를 준비하는 자리입니다. 이틀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회의에 임합시다.”

대의원들은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여름 잘 보내셨습니까?”

“네.”

먼저 지난 27년 동안 정토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주었습니다. 대의원들은 어떤 목표를 갖고 정토회가 시작되었는지 다시 확인하며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습니다.

“정토회가 창립이 되고 나서 1992년에 처음으로 깨달음의 장이 시작되었고, 1993년에 만일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는 만일, 30년이 까마득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올해로 27년이 지나가고, 마지막 천일, 3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 30년

30년이라는 세월은 한 세대가 지나가는 기간입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는 1919년에 3.1 독립만세 운동이 시작되었고, 30년이 지나지 않아서 해방이 되었습니다. 또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 하는 기치를 내걸고 산업화가 시작된 지 30년이 안 되어서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또 암울한 시기에 청년대학생들이 ‘우리도 한 번 자유롭게 살아보자’ 하면서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주장했고, 역시 30년이 채 안 되어서 합법적으로 정권이 교체되어 민주화를 맞이했습니다. 이 30년이라는 기간은 이렇게 세상이 한 번 바뀔 수 있는 기간입니다.

정토회를 설립할 때도 불교계의 위상이 완전히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조계종단에서 폭력적인 싸움이 벌어져서 스님들이 각목을 휘두르고 벽돌을 던지는 모습이 CNN 뉴스에까지방영되었습니다. 비폭력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불교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그때, 정토회는 이런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큰 원을 세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혼자 나무 밑에서 자고 걸식을 하면서 불법을 일으켰는데, 우리가 아무리 상황이 열악하다고 해도 부처님보다는 조건이 낫지 않느냐. 우리가 이 땅에 부처님의 바른 법을 다시 한번 일으켜보자.’

이런 마음으로 30년 목표를 세우고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또 그때는 동유럽이 몰락하면서 그동안 줄기차게 진행되어오던 통일운동이 급격하게 쇠퇴하는 시기였습니다. 통일운동 세력도 약화되고, 통일담론도 사라지는 그런 시기에 우리는 ‘새로운 통일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새로운 100년의 문을 열고, 1000년의 꿈을 꿔보자’ 하는 다짐을 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을 염원했습니다.

같이 출발한 사람들조차도 ‘너무 허황된 목표가 아니냐’라고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27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아직 꽃 피우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새로운 불교운동의 장을 열었고, 선배들이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토대 위에 남북이 하나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계승해서 9차 천일결사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10차 천일결사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2차 만일결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등 이번 회의의 중요 안건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는 이 일을 출가자 중심이 아니라 대중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감으로 해서 2600년 전 부처님이 간 길보다 더 발전된 길을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일을 하는 방식도 세상의 모범이 되는 길을 가고자 한다며 개개인들이 어떤 관점을 갖고 일을 하면 좋겠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이런 새로운 길을 가고자 했을 때, 승려 중심으로 시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교 신자를 그 대상으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길을 갈 수 있다’ 하는 보편적 관점을 갖고 지난 27년을 달려왔습니다.

‘불교와 종교를 넘어서서 누구나 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고,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자’

이런 취지에서 종교적인 형식과 용어를 뛰어넘어 누구나 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우리는 지금 열어가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그 모체이긴 하지만, 정토회라는 형식마저도 버리는 관점에서 2차 만일결사의 시작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낍니까, 희생이 되었다고 느낍니까?

그리고 정토회는 단순히 세상에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를 넘어서서 그 일을 하는 방식도 세상에 모범이 되고자 합니다. 모범이 된다는 것은 어떤 정형적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발전에 앞서가고, 세상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 일을 행하는 사람들이 자기희생을 통해서 세상에 이익을 준다면, 세상 사람들에게는 이로울지 몰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은 괴롭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괴롭더라도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면 된다‘ 하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그런 관점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나 자신도 행복해야 한다. 이 길에는 나도, 남도, 그 누구도 희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들 중에는 그렇게 되는 사람도 있고, 아직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은 남보다는 내 이익에 관심이 집중된 사람도 있고, 세상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 정작 나는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고 견디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은 이 관점부터 먼저 잡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나를 넘어서서 세상에 이익이 되는 길을 가되, 그 길이 나에게도 가장 보람 있는 길이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내가 희생되었다든지, 내가 헛되게 살았다든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는 수행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중에는 아직도 이 일을 헌신적으로 했기 때문에 뭔가 보상을 바라는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충분히 돌봐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합니다.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는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겁니다. 내가 수행자라면 아파서 누워 있을 때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도반들이여, 나한테 신경 쓰지 마시오. 당신은 당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나가십시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일이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이 일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내 꿈인데, 내가 내 꿈을 훼손시켜서 되겠습니까. 지금 몸이 아파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은 못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든 내 몸 하나는 내가 책임을 지겠소. 그러니 나한테 신경 끄고 앞으로 가시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법사, 실무자, 수행자라고 불리면서도 속마음은 중생의 틀에서 아직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지 그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희생자가 되지 않는 방법

저는 어떤 사람도 이 일을 하는 가운데 희생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가 저 멀리 인도 사람도 도와주고, 북한 주민도 도와주면서, 왜 바로 옆에 있는 법사, 대의원, 서원행자, 발심행자인 도반을 희생시킵니까. 그래서 제가 수도 없이 얘기하는 겁니다.

‘수행자가 먼저 되십시오.’

수행자가 먼저 되어야 이 길을 갈 때 희생자가 되지 않아요. 내일 죽더라도 희생이 되는 사람은 없어야 합니다. 수행자가 안 되면 어느 순간 어려움에 직면하면 희생자가 되어 버립니다. 우리 도반 중에 희생자가 나온다는 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앙굴리말라는 살인마였지만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깨우친 후 사람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숨이 넘어갈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승이시여, 저는 아무런 두려움도 후회도 없습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들이 모여서 사회 실천운동을 하는 곳입니다. 통일운동을 하든, 환경운동을 하든, 봉사를 하든, 먼저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 가르침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수행자의 관점을 먼저 가진 사람에게 사회 실천운동을 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런 관점이 안 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한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직 우리는 중생이니까 자신의 상황이 조금 어려워지면 중생심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합리화해야 할 일이 아니고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강조해드리고 싶어요.

‘수행적 관점을 놓치지 마십시오.’

아침에 일어나 절하고, 경전을 읽는 것만이 수행의 전부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나에게 괴로움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수행적 관점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육체적으로 병이 들고, 힘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듦이 괴로움이 된다면,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것입니다. 병이 나지 않는 자가 수행자가 아닙니다. 힘들지 않는 자가 수행자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괴로움이 없도록 자기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자가 수행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섭섭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된다면 수행적 관점을 놓친 것입니다.

정토회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였느냐, 후원금이 얼마나 많이 들어왔느냐, 불사를 얼마나 크게 했느냐, 이런 것들은 사실 정토회의 성과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수행적 관점을 갖는 것에 비하면 티끌보다 작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섭섭해한다든지, 미워한다든지, 후회한다든지, 이런 마음이 전혀 없다. 즉 자기희생이 없다.’

이것이 정토회가 이 세상에 이룩해 놓은 가장 큰 성과입니다. 그래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수행자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전쟁도 막고, 배고픈 사람들도 돕고, 하나뿐인 지구를 보존하는 환경운동도 하는 겁니다. 늘 수행이 기초가 되고, 그 기초 위에 사회적 실천 활동을 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유의미하고자 합니다. 불교적으로는 유의미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자기들끼리 논다’ 이렇게 비춰지면 안 됩니다. 누가 봐도 세상에 유의미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유의미한 일들은 많은 단체들이 이미 하고 있습니다. 어떤 단체는 비난을 받을만한 방식으로 돈을 끌어 모으지만, 그 돈을 쓸 때는 굉장히 좋은 일에 쓰기도 합니다. 어떤 단체는 운영 방식은 굉장히 독선적이지만, 세상을 위해서는 굉장히 좋은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희생을 해야 합니다.

예 하고 합니다, 수행이 되느냐 vs 강제성이 되느냐

그러나 우리는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라 과정도 좋은 방식으로 일하고자 합니다. 현재 정토회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비민주적이거나 권위적인 여러 요소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정토회가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들이 살아온 습관이 우리들 삶 속에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싫은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내 마음을 확 돌이켜서 방긋 웃으며 하라는 의미로 ‘예 하고 합니다’라는 명심문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역으로 전달이 될 때는 군대처럼 ‘무조건 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변해 버립니다. 또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인데,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까지 사업이 내려가는 과정에서 모든 평가 기준이 성과 위주로 흘러가 버립니다. 이렇게 자발성에 기초해서 운영되지 못하고, 강제성과 효율성에 기초해서 운영되는 경우는 우리가 계속해서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마음을 탁 내려놓고 ’예‘ 하고 해 본다, 이런 수행적 과제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으로 전도되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정토회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물론 짧은 시간에 극복될 수는 없겠죠. 왜냐하면 대중이 아직 자발성에 기초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과제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욱더 개선되어 나갈 때 희망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경직되어 간다면 발전이 아니라 퇴보입니다.

이것을 개선하려면,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하도록 수행을 더욱 강화시키는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시스템 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요소도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서 개개인들이 끊임없이 수행해서 자발성에 기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조직을 운영하는 시스템을 좀 더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지난 27년 동안 조금씩 개선해 왔습니다. 아직도 결정을 내릴 때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더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자기희생이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정토회가 이룩해놓은 가장 큰 성과라는 말씀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늘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구나, 가슴이 훈훈해졌습니다.

스님은 아직도 많은 활동가들이 중앙에서 지침을 내려주는 사업방식에 익숙해 있는 상황을 짚으며 앞으로 지역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처, 대의원, 법사 간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서도 관점을 잡아 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좋은 의견 많이 내어 주시기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입재 법문을 마쳤습니다.

덧붙여 스님은 잠깐 공지사항을 알려주었습니다.

“북한에 보낸 옥수수 1만 톤은 7월 24일 날짜로 모두 분배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애써주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옥수수 전달 소식에 대의원들 모두가 함께 기뻐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대의원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 상반기 사업보고와 하반기 사업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받은 후, 저녁에는 예결산, 행정 등 각 분과별로 흩어져서 밤늦게까지 사업과 결산에 대해 심의를 했습니다.

연구하며 일하기

전국 대의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스님은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해 농사일을 했습니다. 오후 2시가 넘어 도착해 늦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어제 심은 무와 배추가 잘 자라고 있는지 둘러보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안 온도가 40도였습니다.

“아이고. 배추가 시들해지고 있다.”

바람이 통하도록 비닐하우스 옆을 걷어 올려두었습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빠져나가 한결 나았습니다.

바싹 마른 흙 위로 물도 조금씩 주었습니다.

고추 비닐하우스에는 어제 딴 고추 11박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추를 말리기 전에 설거지하듯이 3단계로 나누어 고추를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첫 번째 물에서는 하나하나 깨끗이 씻고, 두 번째 물에서는 한꺼번에 씻고, 세 번째 물에서는 살짝 헹구기만 했습니다.

다들 맨손으로 씻고 있었는데 스님은 고무장갑을 끼고 씻기 시작했습니다.

“맨 손으로 씻는 것보다 고무장갑에 돌기가 있어서 잘 씻겨요. 수세미로 닦으면 흠집이 생기고, 맨손으로 씻으면 깨끗이 씻기 어려워요.”

스님이 첫 번째 물에서 빠르게 고추를 씻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 빠르게 하는 편이에요. 항상 연구해서 빠르게 하면서도 정확하게 해야 돼요.”

스님의 고추 씻는 속도는 정말 빨랐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진딧물이 생겨서 유기농 퇴치제를 뿌린 고추는 씻기 전에 물에 잠시 담가 두었다가 씻었습니다. 고추가 잘 안 닦일 줄 알았는데, 스님의 제안대로 하니 쉽게 닦였습니다. 어떤 일도 연구하면서 하면 효율이 더 높습니다.

깨끗이 씻은 고추는 건조대에 펴 말렸습니다. 한 시간 넘게 움직이지 않고 고추를 씻던 스님이 일어났습니다.

“아이고, 고추 따는 일도, 씻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네.”

스님이 벗어놓은 고무장갑에 땀이 배어 있었습니다. 손이 얼얼합니다. 씻은 고추들 뒤로 새로운 고추들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고추를 씻고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오니 금세 해가 졌습니다. 낮에는 덥더니, 저녁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에 고단함을 실어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다시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해서 전국 대의원회의에 참가하여 대의원들과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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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9-15 18:04:20

무지랭이

아픈 사람들이 모두 쾌차하시기를_()_

2019-09-03 20:10:00

김정화

고맙습니다 화광법사님 언능 쾌차하시어요

2019-09-02 10: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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