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9.24. 성 라자로 마을 수녀님 특강, 즉문즉설(서울 영등포구)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vs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후에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성 라자로 마을에서 수녀님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영등포구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5시, 서울 공동체 대중들과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함께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님은 법당에 일찍 내려와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과 마주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스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정갈해집니다.

아침 일찍 북한 관련 전문가들과 회의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발우공양에 참석하지 못하고 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회의를 한 후 오전 내내 업무를 보았습니다.

성 라자로 마을

점심을 먹고 경기도 의왕시 성 라자로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성 라자로 마을은 한센병 환우들의 치료와 치유된 환자들의 사회복귀 및 자활을 마련해 주고자 1950년에 설립된 한국 천주교 기관입니다.

오늘부터 성 라자로 마을에서 2박 3일간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재정분과 세미나가 열립니다. 전국에서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130여 명의 수녀님이 모였습니다. 이 세미나의 첫 순서가 법륜스님의 강의였습니다.

“무대가 너무 머네요.”

스님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수녀님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를 초청해 주셨는데, 제가 특별히 전할 말은 없어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문제들, 고민이나 의문도 좋고, 어떤 소재든 터놓고 그냥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내가 수녀다’ 하는 부담감을 내려놓으시고, 그냥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고뇌가 있다면 편안하게 이야기하시면 돼요.

대화를 하면서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주로 만나는 종교인들을 보면, 신부님이든 수녀님이든 목사님이든 스님이든 재물에 대한 욕심은 적어요.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맑은 편입니다. 그런데 ‘내가 수녀다’, ‘나는 스님이다’, ‘나는 깨달아야 한다’ 하는 일종의 의무감 때문인지 항상 삶이 긴장되어 있는 거 같아 보여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지 못해 보이거든요. 아마 평균적으로 일반 사람들보다 긴장도가 높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속에 있는 내면의 것들을 쉽게 드러내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너무 인생을 무겁게 사는 것 같습니다.”

수녀님들은 종교인이 의무감으로 더욱 긴장해서 살아간다는 말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수녀님들에게 몇 가지 질문도 받았습니다. 수녀님들은 대부분 유튜브로 즉문즉설 영상을 잘 보고 있다며 인사하며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 저는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8살 남자아이와 3년째 같이 살고 있는데 계속 남 탓만 하고 잘못했다는 말을 절대 안 해요. 이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 스님은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를 잘하시나요? 저도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관계가 나빠질까 봐 말하기 망설여져요. 그리고 어떤 계기로 즉문즉설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 자각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 자각을 위해 효과적인 수행 방식이 있나요?
  • 조국 장관을 보며 화가 많이 납니다. 스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스님은 회계라는 일의 특성상 의미 부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며 회계를 맡은 수녀님들의 어려움을 헤아렸습니다. 하얀 베일을 쓴 맑은 얼굴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하고 수녀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성 라자로 마을을 떠났습니다.

영등포구 즉문즉설 강연

저녁에는 영등포아트홀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영등포구청과 영등포 문화재단의 초청으로 평화재단에서 함께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영등포구민 우선으로 사전 예약을 받아서 5백 좌석 대부분을 영등포구민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6시에 도착하여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7시가 되자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우리는 육신을 위해서는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밥을 먹습니다. 한 끼라고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반드시 나중에 보충을 하게 되죠. 그런데 정말 행복의 바탕이 되는 우리들의 마음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은 건강한데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 많아요. 마음이 괴롭다고 하는 것은 마음에 병이 들었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오늘은 이 병든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좋은 아빠가 되는 법에 대한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

“제가 3주 뒤면 아이 아빠가 되거든요. 첫 아이라서 모르는 것도 많고 긴장도 많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행복하게 키워서 아내와 아이에게 좋은 아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서 질문을 드립니다.”(모두 박수)

아이 아빠가 될 질문자에게 청중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제가 다시 묻겠습니다. 저한테 묻기만 하고 실천은 안 할 거예요? 제가 조언을 해 드리면 그대로 따라 하실 거예요?”

“스님 말씀대로 따라 하려고 질문을 드렸습니다.”

“확실해요?”

“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좋은 아빠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첫마디에 청중석에서 아까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이를 키워 본 여성 분들의 열렬한 지지와 공감이었습니다. 질문자가 조금 의아해 하자 스님이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신경을 딱 끄고, 아내가 볼 때 ‘우리 남편은 참 좋은 남편이다’라고 느낄 수 있게 행동하면 됩니다. 그러면 좋은 아빠는 나중에 저절로 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엄마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누구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을까요?”

“엄마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습니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의 심리가 어떻게 될까요?”

“아이도 불안해합니다”

“질문자가 좋은 남편이 되면, 아이 엄마의 마음이 불편할까요, 편할까요?”

“편합니다.”

“질문자가 아내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자꾸 하면, 아이 엄마의 마음이 불편할까요, 편할까요?”

“불편합니다.”

“아이 엄마가 마음이 불편하면 아이가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나빠집니다.”

“그래요. 아이가 좋게 되려면 아이 엄마의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아이 엄마가 마음이 편안하려면 질문자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좋은 남편이 되면 되겠네요.” (모두 박수)

청중석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가 내 삶의 부담이 됩니다. 아이가 내 삶의 부담이 되게 되면, 아이가 부모에게 불효하게 되는 거예요. 부부가 둘이서 행복하게 살면, 아이는 그 속에서 저절로 행복하게 자라게 됩니다. 아이는 신경 쓸 이유가 없어요. 때가 되면 밥 주고, 기저귀 갈아주면 되지, 아이를 특별하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엄마의 마음이 편안하면 아이도 편안해지는 겁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심성이 편안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때 심성이 삐뚤어지면 나중에 개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요. 아이의 자아가 형성되는 세 살 때까지는 엄마의 마음이 편안해야 아이의 심성도 편안하게 형성이 돼요. 그러니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아내가 ‘여보, 좀 일찍 오세요’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찍 들어와야 합니다.”

“늦을 일이 생기면 아내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나요, 그래도 일찍 들어가야 하나요...”

질문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똑바로 대답을 못하자, 스님과 청중이 함께 웃습니다.

“저렇게 헤매는 걸 보니 제대로 못할 것 같네요. (모두 웃음)

“일찍 들어가도 되면 일찍 들어가면 되지 늦게 들어갈 이유가 없죠. 그런데 만약 일찍 못 들어갈 일이 생기면 미리 얘기하면 되고, 미리 얘기 못하고 긴급 상황이 생기면 전화해서 ‘여보, 내가 일찍 들어가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일이 생겨서 오늘 좀 늦게 됐어요’ 이렇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내의 심리에 의심이 들고, ‘남편이 왜 안 오지’ 하면서 불안해하고, ’ 다른데 놀러 갔나, 술집에 갔나’ 하고 머릿속에서 상상을 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해요. 이해하셨어요?”

“잘 알겠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하나도 힘이 안 들어야 아이가 건강하게 자랍니다.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얹어주면 되고, 세탁기 돌리는 김에 옷 하나 더 같이 세탁하면 되고, 강아지도 함께 놀아주는데 강아지랑 노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보람이 있다.’

부모가 이렇게 생각하면 아이는 대부분 훌륭하게 자랍니다.

‘아이고, 아이 키우는 게 너무너무 힘들다. 죽을 것 같다.’

부모가 이렇게 생각하면 아이는 대부분 훌륭하게 자라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조그마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부모를 괴롭힌 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를 괴롭힌 불효 막심한 아이가 어떻게 훌륭하게 되겠어요. 둘째, 부모가 고생을 해서 아이를 키우면, 아이한테 거는 기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한테 실망도 크게 하게 됩니다.

아이 키우는 것은 가볍게 생각해야 합니다. 걱정을 많이 하거나, ‘잘 키워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돼요. 그냥 강아지 데리고 다니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지내고, 먹을 것 있으면 좀 주면 돼요.

짜증을 내면서 옷을 깨끗하게 빨아주는 게 아이의 정신 건강에 좋을까요? 옷이 좀 더러워도 그대로 놔두고 짜증을 안 내는 것이 아이의 정신 건강에 좋을까요? 옷을 좀 더럽히더라도 부모가 짜증을 안 내는 게 아이의 정신 건강에 더 좋아요. 짜증을 안 내고 청소를 좀 덜 하고, 짜증을 안 내고 먹을 것을 좀 덜 챙겨주는 게 아이의 정신 건강에 더 좋습니다.

아이에게 ‘밥 먹어라’ 해도 밥 먹으러 안 오면, 그냥 밥상을 치워야 해요. ‘안 먹을 거야?’ 이렇게 물을 필요도 없어요. 어릴 때부터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줘야 해요. ‘밥 먹어라’ 했을 때 애가 와서 밥을 먹으면 다행이고, 안 먹으면 ‘나중에 먹어라’ 하고 밥상을 치우면 돼요. 좀 있다 아이가 와서 ‘엄마 밥 줘’ 이러면 ‘네가 찾아서 먹어라’ 이러면 돼요. (모두 웃음)

왜냐하면 밥상을 다시 차려주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늘 제시간에 밥을 안 먹고 계속 다른 시간에 밥을 달라고 할 수 있거든요. 버릇이 나빠지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아이가 곤란을 겪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야단을 쳐서도 안 됩니다. 부모가 야단을 치면 아이의 심리가 억압됩니다. 심리가 억압이 되면 나중에 행복의 바탕에 금이 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래서 절대로 야단을 치면 안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밥 먹으라고 할 때는 안 먹고 왜 인제 와서 엄마를 귀찮게 하니!’ 이렇게 실컷 야단을 쳐놓고, 또 밥상은 차려줍니다. 이것을 경상도 사투리로 ‘디비 쫀다’라고 합니다. 거꾸로 한다는 말이에요. 야단을 쳐서 심리는 억압을 시키고, 또 밥은 차려줘서 버릇은 나쁘게 만듭니다. 이렇게 두 가지를 모두 나쁘게 만듭니다. (모두 웃음)

야단도 치지 말고, 밥상도 차려주지 말아야 해요.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은 어릴 때부터 확실하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가 앉아서 막 울어도 ‘네가 차려 먹어라’ 하고 내버려 둬야 해요. 그것을 달랜다고 밥을 차려주면 버릇이 나빠집니다.”

스님의 육아법은 언제 들어도 확고부동합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방금 질문한 분의 아내가 일어나서 질문을 했습니다. 출산을 3주 앞둔 여성 분은 만삭의 몸을 일으켜 세워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

“저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제가 좀 욱하는 성질이 있어요. 항상 욱하고 성질을 내고 나면 남편한테 미안합니다. 아기를 키울 때도 아기한테 욱하고 성질을 내서 상처를 줄까 봐 걱정이 됩니다.”

“상처를 줄까 봐가 아니라 상처를 주지요. 엄마가 욱하면 아이도 나중에 욱 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엄마와 아이가 닮는 겁니다. 질문자가 나은 아이인데 질문자를 닮아야죠. 질문자를 안 닮으면 질문자의 아이가 아닌 거죠. 질문자가 욱하는 성질을 가졌지만 결혼해서 잘 살고 있죠?”

“네”

“그것처럼 질문자의 아이도 비록 욱하는 성질을 갖고 있지만 질문자처럼 잘 살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욱하고 성질을 낼 때마다 ‘나도 욱하는 성질을 가졌지만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사는데, 우리 아이도 잘 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게 아니라 ‘아, 내가 이러면 우리 아이도 영향을 받을 텐데 이러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욱하지 말아야 해요. 혼자일 때는 한 인간으로서 욱해도 큰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아기를 가진 엄마가 욱하면 아기한테 해가 되기 때문에 한 번 욱할 때마다 손가락을 콱 깨물겠다는 심정으로 그 행동을 멈춰야 합니다. 성질은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 않아요. 죽을 각오를 해야 고쳐져요. 지금 질문자가 욱할 때마다 아기가 뱃속에서 엄청나게 놀랍니다. 쪼그라들듯이 긴장이 확 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실래요?”

“자각은 하고 있는데, 잘 안 고쳐져요.”

“내가 한번 ‘욱’할 때마다 배속의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다면, 그래도 계속 욱하겠어요?”

“…”

“망설이는 것을 보니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대신 죽겠다는 생각이 없네요. 보통 사람은 자기 성질을 고치기가 어려운데, 아기 엄마는 자기 성질을 고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아기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정말로 위한다면 보통 사람처럼 말하면 안 돼요. 자기 성질을 안 고칠 바에는 아예 이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도 받지 말아야 합니다. 나도 잘 사니까 우리 아이도 잘 살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살면 돼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세요. 내가 욱하면 우리 아이도 욱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100퍼센트 욱합니다. 어차피 성질을 못 고칠 바에는 ‘나처럼 우리 아이도 잘 살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든지, 우리 아이는 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손가락을 깨물고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욱하지는 않겠다’ 이렇게 성질을 고칠 각오를 하든지요. 어느 쪽이에요?”

“각오를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강연 끝나고 집으로 가다가 전기 충격기 하나를 사서 남편한테 주세요. 지금은 아기가 뱃속에 있으니까 사용하지 마시고, 아이를 낳자마자 욱할 때마다 남편에게 전기 충격기를 쏘아 달라고 하세요. 성질을 고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건 좀...”

“그래서 제가 처음에 그냥 성질대로 살라고 한 거잖아요.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성질대로 그냥 살라고 했어요, 아니면 고치라고 했어요?”

“그냥 살라고 하셨어요.”

“성질은 그만큼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냥 살라고 한 겁니다. 그런데 아기 엄마이기 때문에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내해 드린 거예요. 왜냐하면 아기 엄마는 아기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박수)

아기 엄마를 응원하는 듯한 청중의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사람들하고 관계가 많이 힘듭니다. 저를 쳐다보는 시선에도 민감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앞으로 계속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 둘째 아들이 지적장애, 조울증, 분노조절 장애가 있습니다. 큰 딸과 셋째 아들이 둘째 아들로 인해 많이 힘들어합니다. 누나와 동생을 어떻게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 스님은 평상시에 몇 퍼센트 정도 알아차림을 유지하시나요? 사람의 노력으로 100퍼센트 알아차리는 게 가능한가요? 말을 할 때도 알아차림이 가능한가요? 육체적 고통이 극한에 달했을 때도 알아차림이 가능한가요? 생각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요?
  • 가끔 머릿속을 비우고 잡생각이 많습니다. 잡생각을 어떻게 비울 수 있나요?
  •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은 저를 보고 돈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좋은 남편과 귀여운 아들이 있다고 하거든요. 다른 사람이 모두 저를 좋게 봤으면 좋겠어요.
  •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지금이라도 깨닫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이 나이에도 제가 깨달을 수 있을까요?
  •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세상의 문제에 어떻게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내 한 몸만 잘 살면 될까요?
  • 조국 장관이 부도덕해서 장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스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자녀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질문자에게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열심히 하면 안 돼요. 인생은 열심히 살만한 가치가 없어요. 인생은 ‘대충’ 살아야 합니다. 아침에 눈 떠지면 살았으니까 세수하고, 살아있는 기념으로 밥 먹고, 이렇게 대충 적당하게 재미있게 웃으면서 살아야 해요. 심각하게 열심히 살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너무 열심히 아이 키우고, 참고, 견디면, 내가 병이 듭니다. 열심히 살면 안 돼요. 아이들끼리 싸우더라도 ‘너희끼리는 싸워라. 나는 밥이나 해줄게’ 이렇게 가볍게 여겨야 해요. 닭 두 마리가 서로 싸운다고 해서 옆에 있는 닭이 신경 쓸까요? 수탉 두 마리가 싸워도 암탉은 그냥 내버려 두잖아요. 딱 그런 관점을 가져야 해요.

부모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만 해주면 됩니다. ‘싸우든지 말든지 밥은 내가 해줄게’, ‘싸우든지 말든지 청소는 내가 해줄게’, ‘돈을 벌든지 말든지 옷은 빨아줄게’ 이렇게 딱 내 할 일만 하고 자식들에게 신경을 꺼야 해요. 그렇게 하면 자식들로 둘러싸인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이 열립니다.

자꾸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안 싸울까?’, ‘내가 죽으면 앞으로 이 아이는 누가 키울까’ 이런 생각을 하면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아요. 생각만 바꾸면 단박에 문제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자기 생각을 고집한다는 거예요. 스님이 말하는 것을 귀담아듣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본인 생각만 자꾸 이야기하니까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인생을 가볍게 생각해야지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해결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관점에서 사물을 봐야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죠? 그런 것처럼 삶은 늘 변화된 조건 속에서도 또 새 길이 있습니다. 아이들끼리 싸우는 가운데서도 나는 행복할 수 있어요. 남편이 정신을 안 차리고 사는 가운데서도 나는 행복할 수 있어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는 행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 문제로 고민하던 질문자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가정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과 장애를 가진 아들, 그리고 힘들어하는 다른 자식들로 괴로워 질문했던 분도 사인을 받으러 왔습니다.

“스님, 남편 문제는 정리했습니다. 자식은 아직 어렵네요.”

“웃으면서 사세요. 그래야 아이들에게 좋아요.”

스님은 강연 중에도 자식에 대해 가벼워지지 못한 질문자를 위해 여러 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질문자는 아직 자식 문제는 정리가 안 됐지만 스님과 청중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다며 오늘 들은 말씀대로 해보겠다고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10시가 다 되어 서초 법당으로 돌아오니 가을 불교대학 입학식이 끝난 학생들이 스님을 반겼습니다.

“오늘 입학하셨어요?”

“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스님은 방으로 돌아가 원고 교정을 본 뒤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수행자들을 위해 법회를 하고 목포로 이동해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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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0-30 00:01:17

지혜승

네,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2019-09-29 18:59:21

정명데오

“열심히 하면 안 돼요. 인생은 열심히 살만한 가치가 없어요. 인생은 ‘대충’ 살아야 합니다. 아침에 눈 떠지면 살았으니까 세수하고, 살아있는 기념으로 밥 먹고, 이렇게 대충 적당하게 재미있게 웃으면서 살아야 해요. 심각하게 열심히 살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감사합니다.~~^^

2019-09-28 07: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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