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0.1 종교인 모임, 행복한 대화(4) 부천
“지나간 과거는 모두 꿈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저녁에는 부천시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오늘도 스님은 대중보다 일찍 1층 법당에 내려와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중이 모두 자리하자 5시 정각에 예불이 시작되었습니다.

예불을 마친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가 되자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등 종교인 원로 분들이 한 분씩 평화재단에 도착했습니다. 실무자들이 준비한 아침 식사와 함께 종교인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모임에서는 김명혁 목사님이 먼저 안건을 제안했습니다.

“내년 3.1절을 전후로 비무장지대에서 아시아의 평화와 화해, 협력을 위한 종교인들의 행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의 제안으로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었습니다. 한일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일본 종교인들을 초청해서 행사를 하는 게 국민 정서상 적절한지, 북한 쪽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추진을 하는 게 좋을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박남수 교령님은 얼마 전 대통령이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구상을 발표했는데, 지금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올해가 3.1 운동 100주년이고, 내년이 101주년입니다. 내년 3.1절을 전후로 우리 종교인들이 DMZ에 가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교인 선언을 하고, 그곳에 세계종교평화센터를 짓자고 뜻을 한 번 모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그렇다면 33명을 구성해서 한 번 가볼 수 있겠네요” 라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안에 답사를 겸해서 비무장지대에 다 함께 가보기로 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습니다.

얼마 전 스님은 미국을 다녀왔는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보니 대부분이 이번에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 미아) 연장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실망감이 컸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종교인 분들의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침묵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일반적인 여론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지금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복잡한 주제를 던져서 대화가 길어졌네요. 내년에 3.1 운동 101주년 기념행사와 관련해서는 박남수 교령님이 초안을 준비해 오는 것으로 하고, 모임을 마칩시다.”

다음 달 모임에서는 3.1 운동 101주년 기념행사와 올해 안에 DMZ에 답사를 가보는 일정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 의논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가졌습니다. 2020년 인도 성지순례는 1월 2일부터 18일까지 16박 17일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숙소 예약을 비롯해 전반적인 준비사항을 점검했습니다.

스님이 회의를 하고 있는 사이, 서울에 있는 각 부서에는 어제 스님이 두북에서 주워온 밤이 맛있게 삶아져서 각 부서로 배달되었습니다.

“스님이 직접 주워서 삶아 온 밤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활동가들은 하던 업무를 잠시 놓아두고 둘러앉아 밤을 까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스님은 계속 평화재단에 머물며 회의를 했습니다. 오후 5시까지 연달아 회의를 한 후 5시 30분에 저녁 강연이 열리는 부천시민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차에 탄 스님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고단한 몸을 눕혔습니다.

“아이고, 나이는 못 속이는가 봐. 지난번에 논에서 일하고 나서는 다리가 아프더니, 이번에는 허리가 아프네.”

어제 논에서 오후 내내 허리를 숙이고 볏단을 세우는 일을 하고 난 여파가 큰 것 같습니다. 차에서나마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저녁 7시가 넘어서 부천시민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부천 시민회관 소공연장은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7시 30분이 되자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질문이 많네요. 청년들은 서두에 구질구질하게 이야기 안 해도 되죠?”

스님은 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13명이 질문했습니다. 청년들은 결혼, 직장, 성격, 관계 등 다양한 고민들을 쏟아내었습니다. 스님은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없이 주인 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노예처럼 살지 말고 주인으로 살라고 하셨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없는 사람도 주인 된 삶을 살 수 있나요?”

“살 수 있습니다. 돈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자본 없이도 얼마든지 주인 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인생의 가치관을 어디에 두는지에 달려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가 돈에 매달려 있으니까 그런 삶을 못 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연봉 5천만 원을 받고 있는데 옆에 있는 직장에서 연봉 1억을 준다고 하면 옮기겠어요, 안 옮기겠어요?”

“옮겨가요.”

“그게 곧 돈에 팔려가는 거예요. 고대 노예는 신분에 매여있고, 중세 농노는 토지에 매여있고, 요즘 노동자는 돈, 자본에 매여있습니다. 겉으로는 다른 현상 같지만 본질을 보면 역사적으로 똑같이 얽매여 있어요. 오늘날은 자본이 주인인 사회입니다. 신분제 사회든, 봉건제 사회든, 자본주의 사회든 관계없이 내가 거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에요. 대신 우리의 심리를 연구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령, 디스코텍에서 춤을 춘다고 해봅시다. 무대 위에서는 무희들이 시간당 10만 원을 받고 춤을 추고, 무대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입장료 3만 원을 내고 춤을 춰요. 둘이서 똑같이 춤을 추는데, 돈을 받는 쪽은 노동을 하고, 돈을 내는 쪽은 놀이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진정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노동시간의 단축이나 임금의 인상이 아니라 ‘노동의 놀이화’라고 말하는 거예요. 노동이 놀이화 되면 노동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됩니다. 노동이 놀이가 되려면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면서 활동을 해야 합니다. (모두 웃음)

이 이야기는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수행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돈에 대한 관점을 탁 바꿔버리면 바로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문제는 자본가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에 세뇌되어 있어서 자본이 없으면서도 자본에 묶인 삶을 살고 있는 거예요.

결혼상대를 고를 때에도 돈을 기준으로 많이 따집니다. 선물을 받아도 그 값어치가 얼마나 되는지 따집니다. 그러니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전부 돈으로 계산하며 살고 있는 거예요. 이런 것에 매여 살지 않으려면 관점을 바꾸어야 합니다.

저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굶어도 그렇게 삶을 살아가겠다고 각오를 하고 살고 있는 거예요. 돈에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어제 시골에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세우는 일을 하고 왔어요. 돈으로 따지면 벼 세우는 일은 안 하는 게 나아요. 한 사람 당 10만 원을 주고 벼를 세워도, 거기에서 10만 원어치의 벼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농민들은 벼가 쓰러지면 대부분 내버려 둡니다. 애써 세워도 투자에 비해 그만큼 수확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저희는 그걸 돈으로 환산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봄부터 농사를 지었는데, 추수를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쓰러진 벼를 보고 가슴 아파하니까 가서 한 포기라도 일으켜 세우자는 관점에서 자원봉사를 한 거예요. 이렇듯 이 세상에는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모두 박수)

12명의 질문자와 대화를 하고 나니 벌써 두 시간 가까이 지났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다 되었지만 마지막 남은 질문까지 받았습니다. 질문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겪은 일들로 두렵고 불안한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말을 더듬었습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서 정신적 압박이 무척 심했습니다. 십 대 시절 내내 ‘혹시 말하다가 더듬지는 않을까, 나를 바보나 따돌림 피해자로 바라보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움츠러들어 살았어요. 부모님께서는 자주 다투셨고, 아버지께는 알코올 중독 증세까지 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와 싸우다 보니 성격이 더 예민해졌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었지만 직장 상사의 갑질이 심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퇴직을 하고 4개월 후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습니다. 갑상선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고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지낸 지 1년 후 알 수 없는 통증이 몸 안에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알 수 없는 통증이라고만 하니 극도의 불안장애와 우울증,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제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 후 4년 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려고 했지만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갑상선암 수술과 그로 인한 우울증이 제 인생을 망친 것 같아서 전 직장상사를 찾아가 사과도 받아냈습니다.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제 말에 상사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상사에게서 사과를 받아내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다시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지고 마치 저를 공격할 것만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가 제 자신을 공격할 것 같습니다. 도통 편안해지지가 않습니다. 이러다 결국 자살시도를 하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핑계 같지만 이런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글도 못쓰고 있습니다. 평생 동안 글을 쓰는 게 제 꿈이었는데 이렇게 비실대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참고로 정신과에 다닐 때 받은 안정제가 있어서 심하게 가슴이 뛸 때 먹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를 하며 어머니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교회에 나가서도 ‘모든 일은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잘 되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잘 될 거예요. 그 이유는 질문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치유의 절반은 되었기 때문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문제가 있어도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습니다. 오늘 이렇게 말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질문자 내면에 치유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두 질문자에게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모두 박수)

스님과 청중의 격려에 질문자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질문자가 꿈을 꿨다고 해봅시다. 꿈속에서 어머니가 질문자에게 이모 댁에 뭘 가져다 주라는 심부름을 시켰어요. 그런데 꿈속에서 이모 댁에 가다가 도중에 잠에서 깬 거예요. 깨서 보니 이모 댁에 뭘 가져다 주라는 게 꿈인 거예요. 질문자는 꿈에서 깬 뒤에도 이모 댁에 심부름을 가야 될까요, ‘아, 꿈이었네’하고 말아야 할까요.”

“꿈이니까 안 가야죠.”

“조금 전 질문자가 이야기한 과거에 있었던 많은 일들은 꿈과 같은 거예요. 자기는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괴로워하고 있는 거예요. 만약 질문자가 ‘꿈속에서 어머니가 심부름을 보냈는데 제가 가다가 깼습니다. 지금 심부름을 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제가 ‘아직 꿈에서 덜 깼네요’라고 말할 거예요. 마찬가지로 질문자가 어릴 때 겪은 일들은 한갓 꿈에 불과한 거예요.”

“제가 직접 겪은 일인데도 꿈이 될 수 있나요?”

“그럼요. 꿈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일은 모두 다 꿈이에요. 그러니 과거에 일어난 일은 ‘꿈이었구나’하고 끝내야 돼요.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 걸렸든, 어릴 때 따돌림을 당했든 지금 질문자가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그건 모두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그러니 두 번 다시 꿈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어요.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기 보다는 거기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거예요. 과거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도 ‘이건 꿈이다’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고 계속 떠오를 거예요. 그래도 ‘아, 이건 어릴 시절의 꿈일 뿐이다’하고 의미부여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도 아직 어린 시절에 꾼 악몽에 대한 생각이 가끔 떠오릅니다. 꿈을 꿀 때는 그게 꼭 실제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눈을 뜨면 그건 꿈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아, 내가 과거에 이런 꿈을 꿨구나, 내가 과거에 저런 꿈을 꿨구나’하고 말아야지 거기에 자꾸 의미부여를 하면 안 돼요. 그걸 붙잡고 있으면 이제 평생 꿈속에서 사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니 우선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합니다. 지금 상태는 치료를 요하는데 가끔씩 약 먹는 것으로는 치료되지 않습니다.

첫째, ‘과거에 있었던 일은 모두 꿈이다. 지금 나에게는 아무 일도 없다. 그저 꿈에 그런 일이 있었을 뿐이다.’ 이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둘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셋째, 기도를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보호 속에 있는 질문자에게는 어떤 일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이 늘 보호해주기 때문에, 어릴 때 그저 그런 꿈을 꿨을 뿐 주님은 늘 나를 보호하고 있어요. 그러니 ‘저는 편안합니다. 저에게는 아무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해요. 한 번 따라 해 보세요.”

“하느님의 보호 아래 저는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호 아래 저는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이 보호하는데 무슨 일이 있을 수 있겠어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저 그런 꿈을 꿨을 뿐이에요.”

“네. 그런데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가보니 심리치료가 너무 비쌌어요.”

“그런 건 돈이 없어서 못 받는다고 하면 돼요. (웃음) 제가 알려준 대로 하면 비싼 심리치료보다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돈을 받으면 고객관리를 해야 하는데, 저는 돈을 안 받으니까 고객관리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 필요하면 쓴소리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스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기도를 하고 정신과에는 다니면서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네, 돈이 없으면 심리상담은 따로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게 심리상담 중인 거예요. 가장 좋은 치유란 ‘지금 나에게는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거예요. ‘주님이 나를 보호하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하고 단번에 믿어버리면 심리치료를 6개월 받는 것보다 나아요.”

“즉문즉설을 보고 아침마다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다니지만 앞으로도 108배는 계속할 계획인데 기도문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도문을 조금 전에 줬잖아요. (모두 웃음) 108배를 하면서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의 보호 하에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아무 일이 없습니다.’이렇게 해보세요.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굳이 108배를 권할 생각은 없었는데,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하니까 더 좋죠. 주님께 108배를 올리며 기도를 하니까 우상숭배한다는 염려는 안 해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질문자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청중도 함께 밝아진 표정으로 질문자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제가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육체의 호르몬 분비 이상에 의해 일어나는 건 도움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호르몬 분비로 인해 일어나는 불안감이나 압박감은 아무리 결심을 하고 마음을 비우려고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해요. 그런데 정신과 치료만 하는 경우에는 약을 먹을 때는 괜찮은데 약을 끊으면 그 증상이 재발합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와 수행을 겸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정신과 약은 반드시 의사가 그만 먹으라고 할 때까지 먹어야지 내가 생각해서 ‘이제 그만 먹어도 괜찮겠다’고 판단하고 그만 먹으면 안 됩니다. 의사가 괜찮다고 해도 상비약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아요. 그런 사람들의 증상은 환절기에 심해집니다. 2, 3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와 8, 9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많이 심해져요. 그래서 상비약을 가지고 있다가 증상이 나타나는 듯하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해요.

정신과에 다녀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준을 알려줄게요. 회사 동료가 10명인데 그중 한 명이 마음에 안 들면 수행의 과제로 삼으면 됩니다. 그 한 명만 잘 봐버리면 이 세상 그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거니까, 그 한 명을 잘 봐주는 것이 내 수행의 과제가 됩니다. 그런데 두 명이 마음에 안 들면 ‘내 증상이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한가?’하고 자기 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 명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이 사람도 마음에 안 들고, 저 사람도 마음에 안 들면 물어볼 것도 없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지금 여기에도 그런 사람 많죠? (모두 웃음)

목이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게 나아요, 수행자라며 심호흡하면서 버티는 게 나아요?”

“병원에 가는 게 나아요.”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맞으면 바로 낫는데 뭣 때문에 안 가려고 해요? 자그마한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병원에 가는 게 나은데도 고집부리는 것도 문제예요. 옛날에는 감기에 걸리면 주로 병원에 가기보다는 집에서 버텼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폐렴으로 증상이 확대되면 문제가 심각해져요. 요즘은 감기에 걸리면 집에서 버티기보다는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맞고 약을 먹는 게 낫습니다. 물론 감기는 병원에 간다고 해서 바로 낫는 건아니에요. 다만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3일 만에 낫고, 안 가면 일주일 만에 낫는 거예요. 병원에 안 가면 3일 만에 나을 수 있는 걸 일주일 동안 끌게 되고,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폐렴으로 퍼질 수 있는 위험부담을 안는 거예요. 달리 보면 병원에 가면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고, 또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는 거예요.

정신과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진료를 받고 약을 먹는 게 도움이 됩니다. 대신 정신 질환에 대한 의학적 완치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와 함께 수행을 겸해야 해요. 그러니 질문자도 정신과에 다니면서 약을 먹으면서 동시에 기도를 함께해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비싼 심리상담은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심리상담이 비싼 줄 알면 이제 스님 고마운 줄도 알아야 해요. 지금 이렇게 상담하는 것도 아주 비싼 값을 받아야 하는데, 돈을 안 받으니까 사람들이 귀한 줄 몰라요. 이런 이야기로 인생이 바뀌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귀한 거예요. (모두 박수)

저도 돈을 주고 이걸 배웠으면 여러분에게 돈을 받았을 텐데, 부처님께 1원 한 장 드리지 않고 배웠기 때문에 제가 돈을 받기가 조금 그래요. (모두 웃음) 저도 부처님께 지적소유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서 저도 돈을 안 받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이런 재능을 함께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꼭 이걸 돈을 받고 팔아야 하나요?

이런 상담을 돈을 받지 않으면 천만 원의 가치를 지니는데 10만 원을 받고 하면 이 상담의 가치가 10만 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돈을 받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런 가르침이 너무나 귀하기 때문에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모두 박수)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어떻게 자랐든,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든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방법은 지금 탁 놓아버리는 거예요. 자꾸 옛날 얘기를 꺼내서 ‘어릴 때 어떻게 자랐고’ 어쩌고 저쩌고 얘기를 하면 죽을 때까지 불행하게 살게 됩니다. 그러니 과거에 있었던 일은 ‘꿈이다’하고,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해요. 그런데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싶어도 안 차려질 때가 있어요. 어딘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는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오늘 질문한 사람 중에 가장 잘한 사람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솔직하게 밝힌 사람입니다. 이 많은 대중 앞에서 그런 걸 밝히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오늘 가장 잘하셨어요.”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말을 잘 못해서 사람을 사귀기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12월에 결혼할 예정인데, 시어머니가 간섭을 해서 힘들어요.
  • 22살인데, 고민이 너무 없어서 고민입니다. 세상을 위해 사는 청년들도 있는데 저는 젊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 불쾌한 상황이나 사람을 만나면 화가 나고 회피하고 싶어요. 불편할 때 빨리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 29살 취준생입니다. 입원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외출을 하고 오면 같은 병실을 쓰는 사람들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물어보는 게 기분 나빠요.
  • 중국에서 사업하다가 인건비가 올라서 사업을 접으셨어요. 그 이후로 아버지가 화를 내고 우울해하고 어머니와 많이 싸우시는데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 27살 취준생입니다. 어머니 말대로 살아왔는데 이제 어머니의 기대가 부담스럽고 어머니와 자꾸 싸우게 돼요.
  • 스님에게 즉문즉설은 어떤 의미인가요? 왜 강연을 하시나요?
  • 직장 상사들이 권위적이라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 간호사입니다. 일을 잘 못하는 동료 대신에 제가 나서서 일을 더 많이 하다 보니 몸이 힘들어요.
  • 소년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봉사를 할지 소년원에서 봉사를 더 할지 고민입니다.

스님이 청년들을 따끔하게 지적해 주는데도 청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두 시간 넘게 실컷 웃고 나니 마음이 가볍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객석에서 큰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강연이 끝나니 짙은 어둠이 내려있었습니다. 청년들은 별처럼 환한 얼굴이 되어 돌아갔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청년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하느라 수고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내일은 서울 강남구청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의료인을 위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10월 13일(일) 오후 4시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열립니다. 주위에 있는 의사, 간호사,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인 분들에게 널리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체댓글 34

0/200

진달래

스님과 자원 봉사자님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9-11-09 08:24:17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1-05 18:16:10

넉넉함

과거는 꿈이군... 감사합니다

2019-10-07 15:03:5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