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0.03 정토불교대학 졸업식, 즉문즉설(일본 도쿄)
“상사의 갑질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일본 도쿄에서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 졸업식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서초 법당에서 새벽 예불을 하고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김포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하룻 동안 도쿄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식을 하고, 삼귀의 오계 수계식에 이어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습니다. 스님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마중 나온 도쿄 정토 법회 총무 은미경 님과 수계식 일정을 점검했습니다. 도쿄의 중심지인 신주쿠 우시 고메 단스 지역센터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화들짝 놀라며 스님을 반겼습니다.

죽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1시부터 수계식을 시작했습니다. 항상 영상으로만 보던 스승님이 걸어 나오자 학생들은 기뻐하며 환호했습니다.

도쿄에서는 2017년에 처음 불교대학이 개설되어 4명이 졸업했습니다. 이어서 2기 14명, 3기생 15명이 졸업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수계식이 열렸습니다. 1,2,3기 졸업생 중 26명이 수계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타국에서 어려운 가운데 졸업을 하고 수계를 받는 수계자들에게 수계의 의미에 대해 설법하고 축하해주었습니다.

이어서 불자로서 다섯 가지 계율을 반드시 지킬 것을 서원하는 수계의식을 했습니다. 수계자들은 연비의식을 하며 오랜 세월 동안 지은 허물을 참회하고 수행자로서 살아갈 것을 발원했습니다.

이어서 수계증과 불명을 주고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불명의 의미도 자상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오직 해외에서 수계식을 할 때만 주어지는 특혜입니다. 법명이 기묘하게도 잘 맞아서 웃음과 감탄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불명 설명을 다하자 스님은 수계자들이 수행자로서 잘 살아가기를 발원하고 수계 받은 것을 축하하며 영접사를 했습니다.

“오늘 붓다 클럽에 가입한 걸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이제 부처가 되겠다고 원을 세웠기 때문에 오늘부터 수행자가 된 겁니다.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정토회의 정회원이 될 자격이 있다는 의미예요. 이제 수행자가 되고 나면 그 전과 차이가 생깁니다. 수행자가 되기 전에는 봉사를 하면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행자가 되고 나면 봉사 활동이 의무가 됩니다. 봉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고, 봉사를 하지 않으면 비판을 받게 돼요. 그리고 수행자가 되기 전에는 보시를 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행자가 되고 나면 보시가 의무가 됩니다. 보시를 하지 않으면 비판을 받게 돼요.

정토회의 정회원이 되면 세 가지를 꼭 지켜야 합니다. 첫째,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수행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시간씩 수행을 해야 합니다. 매주 수행 법회에 참여해야 합니다. 두 달에 한번 열리는 포살법회에 참여해야 합니다. 일 년에 한 번은 나눔의 장이든, 명상수련이든, 정기적인 수련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수행자로서의 자기 삶의 길을 가야 합니다. 둘째,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봉사를 하지 않으면 정토회가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 2시간 이상 봉사를 해야 합니다. 셋째, 정토회는 복을 빌지 않기 때문에 따로 복채를 받지 않아요. 그래서 정토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회비를 납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행, 보시, 봉사의 의무가 이제 여러분에게 주어지게 됩니다.

예전에는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야 수행자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머리를 기르고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최소한 이 세 가지를 행하면 수행자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복을 구하거나 남에게 구걸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앞으로는 내가 자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을 돕는 부처의 길을 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불교대학, 경전반 개근상과 정근상을 시상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선물도 주었습니다. 시상자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했습니다.

졸업생들은 지난 1년 동안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르쳐 주신 스님에게 꽃다발을 전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도 불렀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바다 건너 도쿄까지 와준 스님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수계식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수계자들 전체와 기념사진을 찍고 한 명씩 개인 사진도 찍어주었니다. 수계자들의 얼굴에 비가 그친 뒤 나타난 무지개처럼 밝은 미소가 피었습니다.

저녁 강연은 도쿄 우시고메단스 구민홀 대강연장에서 열렸습니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일찍 왔습니다. 구민홀 바깥까지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즉문즉설에 대한 일본 교민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스님의 책도 다 팔렸습니다. 좌석은 금방 동이 나고, 늦게 오신 분들은 강연장 밖에서 화면으로 강연을 함께 보았습니다. 질문자들의 사연에 박장대소하며 공감하는 모습은 안팎이 따로 없었습니다.

스님은 일본과 협력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과거만 생각하거나 지금만 생각하면, 일본은 우리에게 제일 감정적으로 자극을 주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지금 패권 경쟁을 하고 있잖아요. 이 속에서 남북이 분단이 돼서 남한, 일본, 미국이 한 편이 되고, 중국, 러시아, 북한이 한 편이 되면,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접점이 되어 버립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져서 미국과 중국에 각각 붙어서 싸우게 되는 형국이 되는 겁니다.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양 진영의 하수인이 되어서 결국은 대리전쟁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평화도 유지할 수 없고, 국가의 비전도 없습니다. 그래서 남북이 완전한 정치적 통일은 아니더라도 빨리 화해와 협력을 해야 돼요. 그래야 우리가 양 진영에서 잡아당겨도 그 원심력에 안 끌려갈 수 있습니다. 원심력보다 구심력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 바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입니다.

그런데 남북이 협력하는 것만 가지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갈수록 미중의 경쟁이 심해지면 어느 쪽이든 한쪽에 줄을 서라고 할 겁니다. 지금 일본은 확실하게 미국에 줄을 서는데, 한국은 중국과도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미국에 줄 서기가 지금 어려운 처지입니다. 그래서 미국 입장에서 볼 때는 한국보다는 일본의 가치가 큰 거예요. 중국은 우리에게 ‘한국이 미국 쪽에 붙는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일본과도 붙었다가는 국물도 없다’ 이렇게 나오는 거고요.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것과 일본에 수출하는 것을 합한 양의 두 배 정도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쉽게 손 뗄 수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경제가 안 좋은데, 중국까지 손을 뗐다가는 큰일입니다.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미국과 손을 뗄 수가 없습니다. 한 때는 이런 상황이 한국에게 좋았습니다. 안보는 미국을 올라타고, 경제는 중국을 올라타서, 두 마리의 말 위에 발을 탁 디디고 잘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두 말이 하나는 이 쪽으로 가고, 하나는 저 쪽으로 가서, 지금 어느 다리든 하나를 떼야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랑이가 찢어져요. (모두 웃음)

이 문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첫째, 남북 간에 협력을 빨리 해야 합니다. 둘째, 한일 간의 협력을 해야 합니다. 남한, 북한, 일본을 모두 합하면 인구가 2억이 넘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GDP를 합치면 6조 달러가 넘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2분의 1 정도가 되고, 미국의 3분의 1 정도가 됩니다. 한국과 일본이 중간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 미국도 이것을 무시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무시했다가 중국에 붙으면 큰일이잖아요. 중국도 이것을 무시하기 어려워요. 미국에 붙어버리면 중국에 큰일이란 말이에요.

이런 지렛대 역할을 활용해서 미국과 중국이 적어도 동북아시아에서는 협력을 하도록 해야 우리의 미래가 밝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미래를 그려 보면 일본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나라입니다. 이런 것까지 길게 보고 일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해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하수인이 되어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면, 한국과의 협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역할을 하려면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남북 간에도 과거 6.25 전쟁으로 인한 감정을 제대로 풀고 있지 못하듯이 한일 간에도 풀어야 할 감정이 있습니다. 부부 관계도 똑같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협력을 해야 되는데, 상대가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속이 확 뒤집어져서 협력이 안 되지 않습니까? (모두 웃음)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면만 보지 말고 양쪽을 같이 봐야 합니다. 부부 관계도 그렇고, 한일 관계도 그렇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9명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갑질이 심한 상사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인 질문자와 대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상사의 갑질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10년 정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출산 휴가 뒤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올 4월부터 정규직으로 복직을 했습니다. 본사로 제가 발령을 받을 때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본사에 외국인이 저 혼자입니다. 더군다나 직속 상사가 저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제가 정규직이 된 4월부터는 갑질이 너무 심해졌습니다. 이 상사와 일했던 사람들은 정신과를 다니다 그만두거나 다른 영업부로 자청해서 옮겨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6개월 정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 상담을 하니 부장님에게 상담을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저로서는 ‘그래도 정규직이 되었으니 1년은 버텨보자’ 하고 있습니다. 제가 더 힘들어지기 전에 부장님과 상담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버텨본 후에 상담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상담을 안 하고 버텨볼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는 것이 나은지 그 타이밍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타이밍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의 상황이나 직원들이 심리 상태 등이 어떤지 다 알아야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이 정도 얘기만 듣고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속속들이 모르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타이밍을 얘기하는 것은 어려워요. 다만 질문자가 이것은 생각해봐야 됩니다. 이 직장이 일본에서 정말 괜찮은 직장인가요? 이 정도 직장이면 다른 데 가서도 잡기 쉬운 직장인가요? 질문자가 생각할 때는 어때요?”

“저는 일단 이 회사가 좋고요. 다른 데서 이런 직장을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의 거리도 가깝고요. 저는 주부로서 일을 하고 있는데, 만약 아이가 아플 때 회사에서 그 사정을 잘 봐주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만한 직장을 다른 데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지금 버티고 있습니다.”

“그만한 직장이면 괜찮은 직장이네요. 괜찮은 직장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그 회사에 들어오려고 할까요, 별로 안 들어오려고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회사에 들어오려고 하는데, 저희 부서는 안 들어오려고 합니다.”

“왜요? 상사 때문에요?”

“네. 제 상사가 회사에서 유명한 사람입니다.”

“자기 상사 때문에 그 부서에 서로 안 들어오려고 하기 때문에, 그 부서에서 일할 사람을 새로 뽑기가 쉽지 않을 거잖아요.”

“신입 사원을 저희 부서에 뽑지는 않아요. 경험이 있어야 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아무튼 사람들이 그 부서를 기피한다는 것은 그 부서에 경쟁률이 떨어진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질문자가 그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거네요.”

“네. 그거 보고 제가 버티고 있습니다.”

“버티면 안 되죠. 예를 들어 A라는 회사와 B라는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A회사는 분위기가 안 좋고, B회사는 분위기가 좋다면, 사람들은 B회사로 몰릴 겁니다. 그러면 A회사는 B회사보다 취직하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A회사는 분위기가 안 좋기 때문에 취직을 하기에는 쉽다는 장점이 있는 거예요.

또 같은 회사 안에서도 A부서가 B부서보다 근무 조건이 좋다면 서로 A부서에 가려고 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B부서는 서로 안 가려고 할 거고요. 그래서 A부서에서는 조금만 성적이 나빠도 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그런데 B부서는 서로 안 가려고 하니까 경쟁이 덜 치열합니다. 겉으로 보면 A부서가 B부서보다 좋아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 조건이 나쁠수록 나한테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볼게요. 질문자가 다니고 있는 괜찮은 회사는 ‘알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알밤은 누구나 다 먹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그 알밤이 내 차례까지 돌아오려면 가시가 꽉 박혀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가시에 찔리는 것이 싫어서 안 먹으려고 해야 나한테 알밤이 올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알밤은 먹고 싶고, 가시에 찔리기는 싫다’ 이런 심리인 겁니다. 그게 바로 욕심입니다.

다람쥐도 밤을 많이 주워 가잖아요. 밤송이 밖으로 나와 있는 밤은 다람쥐가 주워가는데, 밤송이 안에 들어있는 밤은 거의 안 주워 갑니다. 다람쥐는 알밤을 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밤이 밤송이 밖으로 나와 있으면 다람쥐나 다른 사람들이 다 주워갈 텐데, 밤송이 속에 있으니까 내 차례까지 오는 거예요. 이런 불리함 속에 나한테 이익이 있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는 좋은 조건이 갖추어지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불리한 조건이 있기 때문에 질문자와 같은 외국인에게도 기회가 오는 거예요.

‘경쟁이 낮아져서 내가 이 부서에 오래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구나.’

이 사실을 딱 알면 참을 게 없어져요. ‘이 상황이 나에게는 이익이구나’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밤송이에 가시가 많이 나 있어야 내가 먹을 수 있는 밤이 남아 있는 겁니다. 밤이 정말 먹고 싶다면, 가시에 조금 찔리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가 안 돼요. 가시에 좀 덜 찔리고 싶으면, 가죽 장갑을 끼면 돼요. 관점을 그렇게 가지면 참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 가죽 장갑이 지금 찢어지려고 해요.” (모두 웃음)

“그러면 가죽 장갑을 하나 더 껴요.”

“가죽 장갑을 하나 더 사야 하나요?” (모두 웃음)

“인생관을 어떻게 가지느냐의 문제입니다. 첫째, 가시에 찔리면서 밤을 먹는 길이 있어요. 둘째, 밤이 맛있지만 찔리면서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생각하는 길이 있어요. 그럴 때는 밤송이를 그냥 버려도 돼요. ‘나는 그 속에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어도 가시에 찔리는 것은 싫다’ 이런 인생관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질문자도 ‘나는 천금을 준데도 그런 인간 밑에서 일하기는 싫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그 회사를 나오면 됩니다. 그러나 그 회사의 월급이나 조건이 나에게 이익이 많다고 생각이 되는데도 상사를 문제 삼는 것은 그 자체가 질문자의 욕심이라는 거예요. 다른 이익이 많다면 상사 문제는 아무렇지 않게 여겨야 돼요. 상사가 뭐라 그래도 ‘네’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그 상사가 나 때문에 못 견뎌서 나가도록 해야 해요. (모두 박수)

그 상사가 내 문제를 갖고 부장한테 가서 상담을 하도록 만들어 보세요. 상사가 ‘저 사람을 다른 부서로 옮겨주세요. 저 사람 때문에 내가 못 견디겠어요’ 이렇게 말하도록 하면 되잖아요. 내가 상사에게 못 되게 굴면 오히려 내가 잘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좀 유머스럽게 행동해야 돼요. 미꾸라지 새끼처럼 요래 빠지고 조래 빠져서 상사가 나를 고발하려고 해도 증거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성질이 괴팍하다면, 화를 낼 때 옆에서 건드리면 안 돼요. 남편이 성질을 팍 낼 때 ‘여보, 죄송해요’ 하면서 일단 위기를 모면해야 합니다. 다음날 남편이 정신이 들었을 때 ‘이게 어디 버르장머리 없이 아무 데나 성질 내고 그래!’ 하면서 촛대 뼈를 까야 돼요. (모두 웃음)

그러다가 남편이 또 성질내면 ‘미안하다’ 그러고요. 다시 정신이 돌아오면, 잘 때 베개로 콱 머리를 치는 겁니다. 이런 지혜가 필요해요.

인생을 좀 유머스럽게 사세요. 그러면 사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성격이 욱하는 사람에게도 적절히 맞추고, 성격이 모난 사람에게도 적절하게 맞추고, 이렇게 누구와도 적절하게 맞추면서 요리를 할 수 있어야 인생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거예요. 요리사가 ‘나는 버섯 요리밖에 못한다’, ‘나는 소고기 요리밖에 못한다’ 이러면 훌륭한 요리사라고 할 수 없어요. 아무 거나 재료만 주면 뒤범벅을 해서 맛있게 만들어야 훌륭한 요리사입니다. 그러니 버틸 필요가 없어요. 버티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여기 내가 먹을 알밤이 있다. 저 상사가 가시다. 가시에 조금씩 찔려가면서 알밤이나 먹자. 가시가 찔리는 게 좀 아프니까 가죽 장갑을 어떻게 준비할까?’

내일부터는 이렇게 마음을 가지세요.”

“지금까지는 상사가 아무리 화를 내도 절대로 말대꾸 안 하고 ‘무조건 알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속으로는 말대꾸를 하잖아요. 속으로는 말대꾸하고, 겉으로 말대꾸를 안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지요. 그러면 자기만 괴롭죠. 속으로도 말대꾸를 하지 말라니까요. 상사가 뭐라 그래도 개 짖는 소리로 듣고 ‘네, 네, 네’ 이렇게 하면 돼요. 멍멍이가 멍멍멍한다고 생각하고 스트레스는 받지 마세요. 스트레스받으면 질문자만 손해예요.”

“네. 상사가 저 때문에 부장님한테 상담을 하러 가도록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회사가 내 경제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주부로도 일할 수 있고, 애 키우면서도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좋은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는데, 그런 좋은 조건의 회사를 포기할 필요는 없죠. 오히려 상사가 나를 못 견뎌서 회사를 나가도록 해야죠. 왜 바보같이 내가 그걸 피해서 도망가려고 해요. 똥을 피해서 가려고만 하지 말고 똥을 치워야죠.

그런데 질문자는 아직 똥을 치울 권리가 없어서 못 치우니까 그냥 놔두면 위에서 그 똥을 치울 거예요. 이렇게 좀 영리해야죠.

외국에 와서 살면서 그런 것까지 다 따지면 못 살아요. 어지간하면 맞춰서 사는 게 좋아요.

‘일본 직원들은 그 상사 밑에 누구도 적응을 못하는데, 나는 적응을 잘한다’

이 정도가 되어야 외국인이라도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질문자는 일본 사람이 아니잖아요. 질문자가 이 상황을 이겨내야 일본에서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살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쌍둥이를 낳고 아이를 또 낳고 싶은데 반대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고민이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고 해서 고민입니다

“쌍둥이를 낳고 나서 셋째를 간절히 원해서 노력하는 중에 시어머니가 무당을 만나고 오셔서 ‘내년에 아이가 태어나면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신랑이 많이 아플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셋째를 낳으려는 계획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신랑의 건강에 대해서는 전에도 몇 번 들었지만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다시 이런 얘기를 들으니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 상황 속에서 셋째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는 것이 좋은지, 욕심을 가져도 되는지, 어느 선택을 해야 후회가 덜 될지,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포기해 버리면 아무런 번뇌가 안 생겨요. 그런데 만약 셋째 아이를 가졌을 때 남편이 교통사고라도 나면, 질문자는 ‘셋째 애 때문에 그렇다’라고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편에게 병이 나도 ‘셋째 애 때문에 그렇다. 애를 안 낳았어야 되는데’ 이렇게 후회를 하게 됩니다. 아이가 우환 덩어리가 돼요.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요?

저라면 그런 걸 아예 신경도 안 쓰기 때문에 괜찮아요. 그런데 질문자의 수준은 이 문제를 저한테까지 묻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이를 안 낳는 게 좋습니다. 피임을 하든지 딱 방침을 정하고 내년에는 아이를 갖지 마세요. 무당이 하는 말이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징크스에 자기가 빨려 들기 때문에 안 돼요. 아이를 가질 수준이 안 됩니다.” (모두 박수)

“그런데 제가 나이가 젊으면 까짓 거 기다리겠는데, 나이가 좀 있어서요.”

“세 번째 아이니까 사십 넘어도 괜찮아요. 올해 몇 살이에요?”

“딱 사십입니다.”

“내년 한 해는 쉬고, 사십 한 살에 낳으세요. 첫 아이면 위험한데, 셋째 아이는 괜찮아요. 스님이 온갖 것을 다 말해주네요. (모두 웃음)

첫 아이도 아니고 셋째 아이쯤 되면 쑥쑥 낳을 수 있어요.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내년은 아이 낳는 걸 피하세요. 무당이 하는 말이 맞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질문자의 삶에 큰 번뇌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가정에 재앙이 될 위험이 있어 보여서 그러는 겁니다.

안 낳으려고 온갖 방침을 했는데도 만약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렇게 되었을 때는 아이를 낳으면 됩니다. 그럴 때는 ‘이 아이가 복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돼요. 남편에게 교통사고가 나면 ‘이 아이 때문에 교통사고가 났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 아이를 안 낳았으면 남편이 죽었을 텐데, 이 아이 때문에 다리만 부러졌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모두 박수)

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질문자는 시어머니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청중석에서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남자 친구가 불같은 성격이에요. 여전히 설레는데 계속 만나야 할지 고민이에요.
  • 부장이 퇴직하면 제 업무를 내근에서 외근으로 바꾸라는데 불안해요.
  • 대학교 1학년입니다. 적성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미래가 불안해요.
  • 다니는 직장마다 힘든데,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할까요?
  •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내년에 비자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미래가 보이지 않아 막막해요.
  • 어머니를 생각하면 답답한데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썰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봉사자들은 강연 뒷정리까지 웃으며 마무리했습니다.

10월 4일

도쿄에서 꽉 찬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4일, 스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6시 30분에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9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 인천 공항에 오전 11시 20분에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사무실로 향한 스님은 태풍 ‘미탁’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크게 입은 강원 지역 이재민들의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정토회에서는 어떻게 이재민들을 도울지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정토회 긴급구조단 선발대가 강원도 삼척으로 파견되었는데요. 선발대가 답사한 결과를 토대로 1시간가량 의논을 한 후 스님이 마지막으로 결정사항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내일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구호 현장에 가겠습니다. 유튜브나 스님의 하루를 보는 대중들에게도 공지를 해서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러 오도록 하면 좋겠어요.

물과 진흙이 집에 들어와서 가구와 전자 기기가 엉망이 된 사람들이 많네요.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와서 이재민들의 집안 청소며 길거리 청소를 같이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숙식은 본인이 각자 준비해 와서 해결하도록 하고요.

10월 5일(토) 오전 9시부터 6일(일) 오전 12시까지 본인이 시간 되는 만큼만 와서 봉사할 수 있도록 공지하는 것으로 합시다. 한 사람 당 최소 3시간 이상은 봉사를 해줘야 도움이 될 거예요. 개인 준비물은 청소도구, 장갑(고무장갑), 장화, 도시락, 침낭으로 공지하고요.

봉사자 집결 장소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신남 1길 29번지. 신남 마을회관으로 합시다.”

스님과의 회의를 마친 후 모두 내일 출발한 긴급구조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흩어졌습니다.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이재민 돕기 봉사활동 안내>

태풍 '미탁'으로 인명 피해와 가장 큰 재산피해를 입은 강원지역 이재민들이 당신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집결지 : 강원 삼척시 원덕읍 신남1길 29. 신남마을회관
  • 시간 : 10월 5일(토) 오전 9시 ~ 6일(일)오전 12시(본인 시간되는만큼 봉사 가능, 숙식 개인 해결)
  • 준비물 : 개인 차편, 청소와 세척 도구, 장갑(고무장갑), 장화 등
  • 연락처 : 010-5150-8993 (구호봉사는 문자로만 받습니다 : [봉사] 홍길동 5일 가능 )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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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욕심과 욕구에서 왔다갔다합니다
다시, 알아차립니다 아~그렇쿠나
감사합니다 꾸벅^^

2019-11-20 06:07:51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1-12 17:36:49

자비화

감동적인 강연!,
감사합니다.

2019-10-09 0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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