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0.13 (오후) 의료인을 위한 즉문즉설
“환자들이 짜증을 많이 내서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스님은 오후 1시 30분에 동국대로 향했습니다. 의료인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전 동국대에서 연달아 미팅을 잡아 놓았습니다. 먼저 국제국 활동가들과 10월 19일~22일에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리는 INEB 콘퍼런스 행사와 관련해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어떤 주제로 발표를 할지, 전체 일정을 어떻게 가질지, 역할분담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어서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파견을 가기로 한 봉금래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발해 연구의 대학자이신 방학봉 교수님의 스승 되시는 분의 자녀 분들이 찾아와 대화했습니다. 미팅을 모두 마치고 의료인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동국대학교 중강당에 들어섰습니다.

오늘 강연은 의료인 정토회에서 준비했습니다.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지만, 질문은 의료인만 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인 정토회는 정토회 회원 중에서 의료계에서 일하는 사람 모임입니다. 정토회 행사에서 의료지원을 하고, 또 JTS 해외 의료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입구 지하철역에서부터 강연 장소까지 의료인 정토회 봉사자가 중간중간에 서서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이 열린 중강당은 450석이었습니다. 좌석이 꽉 찼습니다. 뒤에 서서 듣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의료인은 220명 정도 참가했습니다.

4시가 되자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늘 이 모임은 의료인들이 모여서 ‘내가 가진 재능을 어떻게 나와 세상을 위해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참석자 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제가 주최 측에 말씀을 드렸는데, 아무래도 주최 측에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기를 바라서 홍보를 하셨나 봐요. 자리가 꽉 찼네요. 준비하신 분들은 만족하십니까? (모두 웃음)

부처님을 ‘대의왕(大醫王)’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부처님을 비유할 때 쓰이는 다양한 표현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을 동물에 비교할 때는 사자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의 울음소리’라는 뜻으로 사자후라고 합니다. 세상에 있는 직업에 빗대어서 표현할 때는 스승과 의사의 표현을 빌립니다. 스승으로 칭할 때는 ‘대도사(大導師)’라고 하고, 의사에 빗댈 때는 ‘대의왕(大醫王)’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사람들이 가진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인은 사람들이 가진 육체의 병을 치료한다면, 부처님은 사람들이 가진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분입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같은 의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부처님 중에 아예 의사라는 말로 표현하는 분이 계신데, 바로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경주 분황사에 가면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환자의 필요를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

그만큼 의료인들은 부처님과 가까운 직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우선 자기가 가진 기술과 재능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아주 소중한 재능입니다. 그 기술로 사람들을 고쳐줄 수 있고, 이런 의미 있는 활동의 결과로 내가 생활할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돈에 집착해서 과잉진료를 하는 등 의료인으로서의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료인은 병원에 환자들이 오지 않는 것을 힘들어하면 안 됩니다. 환자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안 아프다는 거니까 좋은 일입니다. 그 시간에 청소도 하고, 등산도 하고, 명상도 하다가 환자가 찾아오면 진료를 해주면 됩니다.

환자가 많이 오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환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럴 때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기꺼이 환자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환자들이 적게 오면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면 됩니다. ‘사람들이 왜 병원에 안 오나?’ 하고 생각하는 건 결국 ‘사람들이 왜 안 아프나?’ 하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치료를 많이 해야 하는 환자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플 거면 좀 많이 아프지’ 하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은 직업적 양심에 위배됩니다. 의사든, 약사든, 간호사든 모든 의료인은 환자의 필요를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임

제가 필리핀, 인도,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제3세계 구호활동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 의료 지원입니다. 지진, 홍수 등이 나면 식품 구호를 먼저 하고,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하는 곳에는 학교를 짓고 있는데, 어디를 가든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의료입니다. 왜냐하면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료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TS에서 많이 지원하지 못하는 부분이 의료입니다. 의료 지원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무나 마음을 낸다고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의료인은 그것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전문 직업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많이 안 하는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에게는 봉사정신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의료인 정토회가 중심이 되어서 국내에서는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봉사 시스템을 갖추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JTS를 통해서라도 조금씩 봉사를 해주시고, 또 해외에 긴급구조가 필요할 때 함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직이 어느 정도 커지면 1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봉사를 해도 충분합니다. 의료인 정토회가 이런 비전을 가지고 활동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JTS에서 내과 외과 등 필수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그만 클리닉을 마련해서 이들이 도움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모든 의료인들이 클리닉에 상주할 수는 없으니까 몇몇은 클리닉에서 중점적으로 활동을 하고, 1차적인 진료를 클리닉에서 한 다음 심층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같이 활동하는 분들의 병원으로 연결해서 추가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2백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불법 체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어린아이라면 제때에 교육은 받아야 합니다. 이들이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적발되면 강제 추방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야말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법을 넘어서서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고, 아이들은 제때에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의료 기술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이 모임이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30분 동안 의료인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자가 많은 것을 보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남의 병은 고치면서 자기 병은 못 고치나 봐요. 질문이 왜 이렇게 많아요?” (모두 웃음)

간호사, 의사, 의료계열 학생 등 총 9명이 다양한 질문을 했습니다. 먼저 병원에서 일할 때 힘든 점에 대해 질문한 간호사의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환자들이 짜증을 많이 내서 힘듭니다

“저는 환자가 많고 업무량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칩니다. 요즘 환자들의 짜증이나 불만에 제 자신이 많이 흔들리고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환자로 오시는 분들은 나이가 많으신 분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짜증을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만 막상 힘들 때면 짜증이 나고, 지나고 나면 ‘내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침울해질 때도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할지 여쭙고 싶습니다.”

“환자들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 ‘많이 아프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모두 웃음)

“환자들이 짜증을 내면 ‘저분이 많이 아프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프면 짜증이 많이 나요, 적게 나요?”

“많이 나요.”

“아프면 짜증이 많이 납니다. 아프면 짜증 낼 힘도 없을 것 같은데 안 그래요. 짜증 낼 힘만 더 나요. (모두 웃음) ‘아, 저 사람이 많이 아프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상대방이 짜증을 내더라도 나는 짜증이 덜 나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다른 한 분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분인데, 병원에서 일어나는 갈등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법

“갈등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게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간호조무사입니다. 병원에서 진료시간이 초과되거나 의사 선생님이 점심시간에도 진료를 보시기도 합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진료비가 모자란다며 안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또 환자분들이 궁금한 걸 물어보면 제가 알려드리는데도 계속 물어요.”

“계속 물어보면 질문자가 계속 가르쳐주면 돼요. 한 번 물으면 세 번쯤 알려줘야 해요. 질문자는 그 분야를 잘 아니까 ‘왜 한 번 만에 못 알아듣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인도의 가난한 마을에 학교를 지었는데요. 창문을 만들 때 같은 이야기를 두 번, 세 번 확인하는데도 나중에 와보면 일을 엉뚱하게 해 놓는 경우가 많았어요. 처음에는 저도 짜증이 났어요. 같은 걸 몇 번씩 설명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바보도 알아듣겠다’라고 생각했는데도 알려주는 대로 안 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이해가 됐어요. 보고 들은 게 있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전혀 보고 들은 게 없으면 몇 번씩 이야기를 해줘도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창문을 달 때 창문틀 크기를 창문에 맞춰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처음부터 창문틀을 너무 작게 만든 거예요. 그래서 벽돌을 부쉈어요. 그런데 또 너무 많이 부숴서 다시 벽돌을 붙입니다. 이걸 몇 번씩 반복하는 거예요. 옆에서 보면 답답해요. (모두 웃음)

천장에 페인트를 칠할 때도 바닥에 타일을 깔고 청소를 다 한 다음에 천장에 페인트를 칠합니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데 그냥 칠해요. 나중에는 바닥 타일에 페인트 얼룩이 져서 작업을 다시 해야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답답한데, 가만히 보니 이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거였어요. 시골집에서만 살아본 사람들이거든요. 시골집은 페인트가 떨어져도 흙에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거예요. 그런 곳에서만 페인트칠을 해봤기 때문에 페인트가 바닥에 떨어진다고 타일이 부서지는 것도 아니고, 타일에 얼룩이 져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들한테는 세 번, 네 번 이야기를 해도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는 매일 하는 일이니까 한 번 설명하면 쉽게 알아들을 것 같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갈 때도 마찬가지예요. 주의사항을 몇 번씩 알려줘도 그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아요. 즉문즉설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못 알아들어서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말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환자들이 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물어보면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못 알아들었구나’라고 이해하고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면 됩니다. 또 물어보면 또 설명해주면 돼요. 한 번 말하면 다 알아들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열 번쯤 물어봐도 된다고 관점을 바꾸어 보세요.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한 번 만에 알아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두 번 말하는 게 힘든데, 열 번 정도 말해줘야 알아듣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두 번 만에 알아들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준을 한 번에서 열 번으로 바꿔보세요. 그러면 매일 기분이 좋을 거예요.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오늘 오신 환자들은 두 번 이상 설명 안 해도 잘 알아듣네. 요즘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좋구나.’

질문자가 기준을 바꾸면 바로 해결됩니다. 그 외에 고민이 뭐였어요?”

“진료를 받은 다음 돈을 안 내는 분들이 계세요.”

“돈을 안 내면 원장님이 손해지 질문자에게 손해는 아니잖아요. 원장님이 질문자에게 책임을 물어요?”

“책임을 묻지는 않는데, 환자를 그냥 보내라고 해놓고 그 후에 환자가 돈 내고 갔냐고 저한테 계속 확인을 하세요.” (모두 웃음)

“원장님이 환자를 그냥 보내라고 하면 그냥 보내고, 환자가 돈을 줬냐고 물어보면 ‘안 줬습니다’하고 대답하면 돼요.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다음에 진료를 안 해주면 되죠. 한 번 정도 안 내는 건 봐주고요. 따지고 보면 보험으로 70% 받으니까 그렇게 큰 손해는 아니잖아요.

대만에 자제공덕회(慈濟功德會)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그 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료비를 받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모두 다 가난하다고 하면 어떻게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환자의 여건을 조사해서 진료비 내기가 어려운 환경이면 무료로 진료한다고 해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대만에서는 보험으로 80%를 받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20% 손실에 대해서는 병원 경영을 효율적으로 해서 이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병원 청소를 다 해요. 중환자를 제외하고는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도 모두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한다고 해요. 이렇게 여건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진료비를 받지 않는 대신 유지비, 관리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거예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진료비를 안 받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그래도 전체 환자수의 절반은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쓰레기 처리를 모두 자제공덕회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분리수거를 통해 거두는 수익이 연간 400억 원 정도인데 그중 절반인 200억 원은 이 병원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200억 원은 불교방송국을 유지하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원봉사 시스템을 도입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진료를 가능케 하는 거예요. 물론 진료비를 100% 병원이 부담한다고 하면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험료로 상당 부분 지급이 되는 상황에서 나머지 20%는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보완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주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질문자의 경우에도 진료비를 내지 않는 환자가 하루에 두 세 명 정도면 그냥 보내면 되지 그것으로 스트레스받을 일을 아니에요. 실제로 병원이 보는 손해를 자세히 따져봐야 돼요.

미국에서 신발 가게를 하는 분이 저에게 질문을 했는데, 흑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이 신발 신어보고 저 신발 신어보다가 한 켤레 씩 훔쳐간대요. 열 켤레를 팔면 한 켤레는 그냥 가져가는 거예요. 그런 게 화가 난다며 즉문즉설에서 묻길래 백인 동네에 가서 장사를 하라고 했더니, 백인들은 이 신발 저 신발 신어보기만 하지 결국 안 사고 간다는 거예요. 반면 흑인들은 와서 한 두 켤레 신어보고는 그냥 사서 가니까 장사하기가 쉽다고 해요. 대신 한 두 켤레 훔쳐가는 게 문제라는 거예요. 그럴 때는 훔쳐가는 한 두 켤레는 원가에 계산해서 넣어야 합니다. 백인 동네에서 하루에 10켤레 파는 게 나은지, 흑인 동네에서 하루에 30켤레 팔고 한 두 켤레 손해 보는 게 나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한두 켤레 잃어버리더라도 흑인 동네에서 하루에 30켤레 파는 게 낫다면, 도둑맞지 않기 위한 노력은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건 없다는 거예요. 장사를 오래 한 사람인데도 도둑맞는 한 두 켤레에만 집착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겁니다. 잃어버리는 한 두 켤레를 원가로 계산해서 백인 동네에서 장사하는 것보다 흑인 동네가 낫다면, 감시 체계를 조금 더 강화하든지 해야지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가능하면 그런 환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되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어요. 그 외 또 뭐가 문제예요?”

“의사 선생님이 점심시간에도 진료를 하고, 퇴근시간이 지나서도 진료를 하실 때가 있어요.”

“점심시간에 진료를 하시면 점심을 조금 늦게 먹으면 되고, 퇴근시간이 지나서도 진료를 하시면 퇴근을 조금 늦게 하면 돼요. (모두 웃음)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작은 것 하나하나 너무 따지는 것도 안 좋아요. 가끔 지나가다가 농담처럼 ‘초과 수당은 안 주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보세요. 달라는 소리는 하지 말고 ‘오늘은 초과 근무입니다’ 이렇게 오며 가며 원장님에게 주의를 주면, 초과 수당을 안 줘도 원장님이 속으로는 조금 찔릴 거예요. (모두 웃음)

이렇게 간접적으로 찔러야 원장님이 다른 방식으로라도 서비스를 더 제공하든지 할 거예요. 그리고 질문자도 환자가 적은 날에는 조금 일찍 퇴근해 보세요. 그렇게 적절히 대처를 해보면 돼요.

‘오늘은 저녁에 강의를 들어야 해서 일찍 갑니다.’
‘아직 퇴근 시간도 안 되었는데 어딜 가니?’
‘어제 한 시간 더 근무했어요.’

이렇게 농담처럼 말하는 겁니다. 싸우려고 하지 말고 농담처럼 슬쩍슬쩍 조정해가며 지내는 게 좋아요.

질문자의 근무시간은 법에 보장된 권리예요. 법에 보장된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당할 때는 가족이라도 고소고발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점심시간이 조금 넘어가고, 어쩌다 보니 퇴근시간이 조금 넘어가는 걸로 자꾸 따지면 같이 일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런 문제는 갈등하지 말고 웃으면서 주의를 주는 게 좋아요. 환자가 많은 날에 오래 일하면, 환자가 적은 날에는 조금 일찍 가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해 보세요.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자로 잰 듯이 딱 맞춰서 지내기는 어려워요.”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암 전문 병동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입니다. 지난해 유방암 진단을 받고 퇴직했습니다. 건강이 좋아져서 다시 일을 하고 싶은데 암이 재발할까 봐 걱정돼요.
  • 작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제 진료에 불만족스러울까 봐 걱정이에요.
  • 보건의료계열 학생입니다. 병원 노동자들은 과로를 많이 합니다. 과로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의료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 간호사 휴직 중입니다. 군대에 있는 큰 아들이 희귀성 대장염에 판정받았습니다. 어릴 때 아이가 한동안 고열이 나고 아팠는데, 그때 의사가 약을 과하게 처방해서 병에 걸린 것 같아요. 의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겠어요.
  • 간호사입니다. 불교계에서는 불치병 말기 환자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스님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와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성형외과 상담실장을 하다 간호조무사를 하고 있습니다. 불법을 모를 때는 무서운 것 없이 어떻게 한 사람이라도 수술대에 눕힐까를 고민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으로 바꾸었는데 급여가 줄었습니다. 돈에 대한 집착이 잘 안 놓아져서 직장을 옮기려고 합니다. 어떻게 악업을 덜 지을 수 있을까요?
  • 얼마 전에 필리핀에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제3세계에 의료지원을 하며 보람을 많이 느꼈는데 같은 동포인 북한에도 의료지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에 의료지원을 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다양한 질문을 들으며 의료인이 겪는 고충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작년에 해외 의료봉사를 다녀온 분이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도 마음은 있지만 아직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앞으로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질문을 빙자한 광고였습니다. (모두 웃음)

스님은 마지막으로 의료인들이 공익을 위해 활동하길 부탁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인도나 필리핀에 가보면 약도 부족하지만 의사, 간호사도 부족합니다. 이런 곳에는 의료 기술이 있는 사람이 가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JTS에서는 교통비와 인건비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약품은 지원할 수 있어요. 마음만 내주시면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등 많은 곳에서 활동하실 수 있어요. 지금은 사람이 부족합니다. 국내에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의료보험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요.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위해서도 연구가 필요합니다. 의료인 정토회에서는 돈벌이 중심으로 나아가는 개인과 사회를 개선하려고 합니다. 오늘 오신 여러분도 국경 없는 의사회처럼 함께 봉사활동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눈이 안 좋으면 안과에, 목이 안 좋으면 이비인후과에, 속이 안 좋으면 내과에, 치아가 안 좋으면 치과에 가서 의료인 여러분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직업은 소중합니다. 공익을 위해 더욱 활동해주시길 당부드리며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박수)

강연을 마치고 의료인 정토회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스님은 바쁜 시간을 내어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에게 수고했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노을 속으로 사람들은 흩어졌습니다. 의료인 정토회 봉사자들은 뿌듯한 얼굴로 현수막을 치우고, 강연장을 정리했습니다.

내일은 청주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립니다.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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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1-25 22:11:23

^^^^님

자기 기억에 의존해서 여기저기 아는척 하지 마시고 조용히 좀 계세요 저도 여기저기서 댓글 봤는데 불편하더군요

2019-10-18 17:14:21

밑에 분

잘 모르면서 아는 척 마세요 저도 강연 들으러 갔습니다. 두 분 다른 질문이었어요 저긴. 의료인만 질문할 수 있는 자리였어요 마지막분 대화시작할 때 의료인이라고 했어요 ... ^^^^이 분 여기저기 아는 척 오지는데 다 틀림 ...

2019-10-18 1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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