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1.17 행복시민캠프 2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데, 자꾸 서운해집니다”

안녕하세요.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한 졸업 수련 특강을 마친 스님은 용추계곡 주차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행복시민 과정을 마친 참가자 220여 명이 용추계곡 주차장에 모여서 스님을 기다렸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흩날리고 있는 가운데, 스님이 송수신기를 잡고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산행 포기하고 내려갈까요?”

“아니요!”

“원래 대전에서 행사를 한다고 했는데. 행사를 준비한 분들이 저에게 오전 10시부터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했어요. 제가 오전 6시부터 9시 반까지 문경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대전까지 30분 만에 갈 재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곳 문경으로 오게 된 거예요. 오전에는 산책을 같이하고, 오후에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괜찮아요?”

“네!”

“우리가 가는 골짜기는 대야산과 둔덕산 사이에 난 용추계곡입니다. 상류는 용추계곡이고, 하류는 선유동계곡이라고 불러요. 용추폭포까지 올라갔다가 선유동 계곡을 따라 내려와서 정토 연수원까지 가겠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을 거예요. 낙엽을 밟으면서 고독을 씹으며 천천히 산책을 하겠습니다.”

우비와 우산을 갖추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푸른 가을 하늘과 곱게 어우러졌던 단풍은 이제 낙엽이 되어 땅을 온통 가을로 물들여놓았습니다. 비가 오는 대로, 가을이 끝나가는 대로, 멋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비를 맞는 게 싫을 법도 한데, 사람들은 평소에 경험할 수 없었던 귀한 풍경을 만났다며 기뻐했습니다. 우산 아래 서로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이 곳이 용추폭포입니다. 명상할 사람은 명상하세요.” (웃음)

맑은 날을 예상하고 용추폭포 너른 바위 위에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을 계획했었습니다. 땅이 온통 젖어 오늘은 걷기 명상만 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이 굵어졌습니다. 옷과 신발이 조금씩 젖어들었습니다. 그래도 가던 길을 돌아갈 순 없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빗속 산행을 마치고 돌다리를 건너 큰 건물에 다다랐습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건물이 너무나 반갑기만 합니다. 도착한 사람들은 도시락을 꺼내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도시락이 여럿 모이니 그대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나누어 먹으니 더욱 맛납니다. 언 몸을 녹이며 맛있게 점심식사를 마쳤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까지 모두 식사를 마치고 1시 20분부터 오후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강당으로 왔습니다.

오후 첫 프로그램은 ‘행복 톡톡’입니다. 먼저 행복시민 과정을 하며 바뀐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네 사람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분은 남편과의 갈등을 극복한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꾸라고 하시는데, 나도 상대에게는 상대잖아요. 왜 나만 바뀌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저에게 제일 이해되지 않는 상대는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한 직장을 40년 동안 다니면서 5시 땡 하면 집에 들어오는 남자였어요. 연차가 많아서 일주일에 서너 번을 쉬는데 취미도 없고, 외출도 하지 않고, 쉬는 날엔 제가 함께 집에 있길 바랍니다. 그런데 스님은 상대를 위해서 그 말씀을 하신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신 말씀이었어요. 내가 바뀌면 내가 편하다는 걸 깨닫고 저도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쉬는 회사라도 다니니 고맙다. 나를 생각해서 같이 놀자고 하는 거였구나.’

11월 말에 남편이 퇴직을 하는데, 스님의 깨우침이 없었다면 이혼을 고민했을 거예요. 지금은 남편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변화된 자신의 행동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환경실천을 하나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저희 집에는 늘 비닐이 넘쳐났고, 저는 일회용품을 사랑했어요. 손님이 와도 설거지를 안 시킨다는 이유로 일회용 접시를 다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행복시민 과정을 하면서 환경실천에 대해 배웠는데, 이런 제 모습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일회용품과 이별을 했습니다. (모두 박수)

텀블러를 사용하고, 음식물을 버릴 때도 통에 담아서 버리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저에게 박수를 쳐주면서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환경실천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눈을 얻었어요. 올해 나이가 50입니다. 행복시민 과정을 하면서 자기 역사 알기를 하면서 우리 조상님들의 희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녀들에게는 어떤 역사를 물려줘야 할지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 동네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아도 늘 1번이 당선돼요. 잘 모르기도 하고, 내가 투표를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서 투표를 잘 안 했어요. 이제는 미래의 자녀들에게 새로운 역사를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도 강당 맨 뒤편에 앉아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웃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저는 ‘누가 내 마음을 알까’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덕분에 욱하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됐어요.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게 됐어요.”

“우리 동네 시의원을 만난 일이요. 정치인이라 다를 줄 알았는데 보통 아줌마였어요.” (모두 웃음)

하얀 도화지에 행복학교를 하고 달라진 내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입과 귀의 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독선적이었는데 듣는 힘이 길러진 것 같아요. 귀를 강조해서 그렸습니다.”

“웃다 보니 광대뼈가 승천했습니다.”

“어떻게 학생들을 더 많이 모을까 고민하다 머리가 빠졌어요.”

“원래 잘 안 웃었는데 많이 웃게 돼서 입을 크게 그렸고, 남의 말을 안 듣고 제 말만 했는데 많이 들어주는 연습을 해서 귀를 크게 그렸습니다.”

어설픈 그림 실력이지만 자신의 변화를 아주 포인트 있게 잘 표현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보고 있으면 ‘스님 말씀이 좋긴 좋은데 과연 실천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삶이 변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감동스러웠습니다.

드디어 스님이 무대에 올라와 행복시민 과정 수료증과 행복시민 약속이 적힌 목걸이를 전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수료증을 받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삼삼오오 모여 목걸이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서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행복시민이 된 것을 축하하며 행복시민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비 맞고 산행했는데 괜찮았어요?”

“네!”

“이렇게 비가 오면 사람들은 대개 ‘오늘 등산해야 되는데 날씨가 왜 이래?’ 이렇게 날씨 탓을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불평은 날씨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풍을 가기로 결정을 했다면, 비가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가면 되고, 비가 오면 그 상황에서 선택을 하면 돼요. 비를 맞고서도 소풍을 가고 싶으면 가면 됩니다. 비를 맞아가면서까지 갈 필요가 없다면 계획을 변경하면 돼요. 그래서 이것은 날씨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내 선택의 문제입니다.

행복과 불행은 내가 선택하는 것

가는 길에 장애가 생기면 그 장애를 한탄할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내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으니 포기할 것인지, 장애가 있더라도 뚫고 나갈 것인지는 내가 선택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가 선택해야 하는 나의 문제인데, 남의 문제라고 잘못 보기 때문에 남을 원망하거나 탓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원망하지 말라’는 말은 모든 상황이 다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방금 무대에서 여러분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남편이 늦게 들어온다’, ‘아이가 어떻다’ 등의 말을 하는데, 이건 날씨가 나빠서 문제라고 날씨 탓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남편, 그런 아내, 그런 부모, 그런 자식, 그런 회사를 두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자기 선택은 자기가 내리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자기가 기꺼이 감당하면 돼요. 그렇게 하면 우리는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이런 공부를 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 학교의 이름도 ‘행복학교’라고 지었습니다. 여기서 배우는 최우선 과제는 ‘나부터 행복하기’입니다. 남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우선 나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남편이 돈을 못 번다,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다, 아이가 방에만 있다, 이런 이야기만 자꾸 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지 말고, 그런 조건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행복시민이라면 차별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구적인 차원에서는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절대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음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지금까지 행복학교에 다닌 사람들은 주로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제 ‘행복시민’이 되었습니다. 행복시민은 자기가 행복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들께 드린 목걸이를 괜히 드린 게 아니에요. (모두 웃음)

그 목걸이는 ‘나도 행복해야 하지만 남도 행복하도록 인도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표식입니다. 오늘 목걸이를 받은 사람들은 그런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이 행복시민입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군인 출신 일부와 주변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뜻을 세우고 경제개발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30년이 지나 우리는 경제규모 면에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젊은 학생들을 주축으로 ‘우리도 한 번 자유롭게 살아보자’는 뜻을 세우고, 감옥도 가고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민주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도 발전하고, 정치적으로도 발전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 행복도가 높아졌는지를 조사해보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 수준에 견주어 보면 국민 행복도가 적어도 세계 30위권 안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정작 국민 행복도를 조사해보면 세계 127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통일을 지향하는 동시에, 바로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자 이 자리에 모인 겁니다.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경제 발전을 이룬 살기 좋은 나라라고 볼지 모르지만 정작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이라고 말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많이들 그러잖아요. 이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별로였는데 실제로 안에서 살아보니 ‘참 그곳 살기 좋더라’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경제혁명과 정치혁명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외적으로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어서 평화를 지켜내고, 내적으로는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서 행복한 삶을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행복시민이 되었으니 이제는 이런 큰 꿈을 지녔으면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을 보면 이런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안 하고 여기 왔더라도 앞으로 30년 후에 여러분들의 삶을 되돌아보면, 결국 그런 국민운동을 하는 마중물이었고 선도자였다는 엄청난 역사적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될 겁니다. (모두 박수)

그때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대한민국이 이렇게 바뀐 것은 모두 다 너네 할머니 덕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얼마나 귀중한지 모르고 여기 온 사람들이 많아요. (모두 웃음)

이런 자부심을 갖고 첫째, 우선 나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행복학교를 운영해야 합니다. 셋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좋게 바꾸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사회 변혁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젊은 시절에는 이 정도의 꿈을 갖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해서 살다 보니 그 꿈이 온 데 간 데 없어졌어요. 지금은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면서 청춘의 꿈을 다시 되찾는 과정입니다. 몸은 비록 40대, 50대가 되었더라도 마음은 20대, 30대의 꿈을 다시 가꾸는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만큼 행복시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대접을 받고 싶다는 질문과 행복시민 과정 이후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데, 자꾸 서운해집니다

“하심이 잘 되지 않습니다. 대우받고 싶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고, 내가 다가가기보다 다가오기를 바라고, 먼저 인사하지 않으면서 인사받지 못하면 섭섭하고, 남의 존재는 알아주지 않으면서 나의 존재는 알아주길 바라고, 공짜 거나 싼 물건을 받으면 고마움이 안 일어납니다. 해결 방법이 무엇일까요?”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래요.” (모두 웃음)

첫마디에 큰 위안을 받은 듯 질문자가 웃음을 보였습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바라기만 하니까 그것이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나만 바라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나를 위해 주려고 하면,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텐데,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바라기만 하니까 그건 이루어질 수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질문자도 스님이 다가와서 먼저 인사를 하길 바라고, 저도 질문자가 다가와서 먼저 인사를 하길 바라니까 둘 다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갖는 마음인데, 모두가 그런 마음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가 없는 바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그런 마음을 계속 고집하면 인생이 괴로워집니다.

그런 마음 자체가 틀린 건 아닌데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으니까, 이걸 극복하려면 질문자가 먼저 다가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면, 그 사람은 남이 먼저 다가오길 바라고 있으니까 기분이 좋을 겁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기, 먼저 인사하기, 먼저 주기, 먼저 좋아하기를 해보세요.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질문자로 인해 좋아지니까 질문자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저도 먼저 인사를 해봤는데, 자꾸 저만 먼저 인사를 하고 상대방은 인사를 안 하니까 어느 순간 ‘왜 나만 먼저 인사를 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질문자의 고민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내가 이번에 인사를 먼저 하면 다음에는 상대방이 먼저 인사를 하겠지’ 하고 자꾸 계산을 하고 있어요. 계산을 해보니 지금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괴로운 거예요. (모두 웃음)

이렇게 계산을 하면 내가 괴로워요. 괴롭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됩니다. 내가 먼저 인사했을 때도 ‘내 인사를 받아만 줘도 고맙다’라고 생각해야 내가 괴롭지 않아요.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안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니 인사를 하면서 ‘받아만 줘도 고맙다’라고 생각하고, 계속 내가 먼저 인사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리고 ‘내가 인사를 먼저 하면, 저 사람도 다음에는 먼저 인사한다’라는 법칙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경우보다 상대방이 나에게 인사를 할 확률이 높은 거예요. 확률이 높은 것이지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인사해봐야 안 돌아오는데 뭐하러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중도에 포기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확률이 높을 때는 횟수가 많아지면 결국 득이 됩니다. 확률이 낮은 것도 운이 좋으면 한 번 만에 득을 볼 때가 있지만, 계속 반복하면 손실이 생깁니다. 그런데 내가 먼저 인사하기는 확률이 높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계속하면 득이 생길 가능성이 많아요.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상대방이 인사를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지만,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인사를 안 해도 상대방이 나에게 인사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인사를 할 때보다 그 확률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게 확률을 높이는 일입니다. 그리고 확률이 높은 일은 횟수를 많이 반복하면 이득을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일에는 이익과 손해를 너무 빨리 계산하면 안 됩니다.

저도 이런 일을 가지고 실험을 해봅니다. 요즘은 미국에도 한국 물건들이 많지만 제가 30여 년 전에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미국에서도 한국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법문을 하러 미국에 갈 때마다 한국에서 염주를 가지고 가는데, 이윤을 남기지 않더라도 손해가 나면 안 되니까 하나에 원가인 1달러씩 받았습니다. 100개를 가지고 가면 100달러가 모이겠죠.

그러다가 한 번은 가져간 염주를 무료로 나눠 줘 봤습니다. 여러분 생각에 무료로 나눠주면 100달러 손해 볼 것 같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100명 중 90명은 염주를 그냥 가지고 갑니다. 5명은 ‘그래도 이걸 어떻게 공짜로 가지고 갑니까’ 하면서 원가 1달러를 주고 갑니다. 4명은 차마 1달러를 주기가 미안하다고 5달러를 줍니다. 어쩌다가 1명은 고맙다고 100달러를 냅니다. 그래서 계산해보면 결국 125달러가 모입니다. (모두 웃음)

물론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어떤 경우에는 100달러 내는 사람이 없어서 25달러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100달러 내는 사람이 두 명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걸 여러 번 반복해보면 평균 원가보다는 많이 모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우선 손해를 안 보게 돼요. 게다가 무료로 보시를 했으니까 사람들이 좋게 평가를 합니다. (모두 웃음)

그리고 받는 사람도 좋은 마음으로 보시를 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도 기쁜 일입니다. 1달러짜리를 100달러에 사면 기분이 나쁘지만, ‘스님이 멀리까지 와서 저 물건을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데 내가 뭐라도 해야지’ 하고 자기가 감동을 해서 100달러를 보시하면 아까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모두 웃음)

결국 공짜로 나눠주는 저도 복을 짓게 되고, 상대방도 보시를 해서 복을 짓게 됩니다. 물건을 사고팔면 복 짓는 게 없어지는데, 공짜로 나눠주면 결국 둘 다 복을 짓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도 실험을 한 번 해보세요. 저는 이걸 알기 때문에 늘 강연이나 법문을 공짜로 해주는 거예요. (모두 박수)

이렇게 평소에 공짜로 강연을 많이 해두면, 나중에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을 때 보시를 조금 하라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낼 가요? 안 낼까요?”

“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고 욕할지 모르지만, 평소 스님한테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그때 보시를 합니다. 평소에는 떡을 가지고 오거나 음료수를 가지고 와도 제가 잘 받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안 받고 아껴뒀다가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큰 거 받으려고 하는데, 여러분들은 작은 걸 가지고 와서 대충 때우려고 해요. (모두 웃음)

대신 저는 여러분들이 돈을 아까워하면서 내도록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감동해서 낼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면 주는 사람도 손해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열 명한테 강연을 공짜로 해줘도 아홉 명은 그냥 가고 한 명이 내는데, 그 한 명이 나머지 아홉 명 몫까지 다 냅니다.”

젊은 여성 분은 행복시민 진행자 과정이 부담된다며 마음공부를 더 할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이 없는지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어른이 되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행복시민 과정 이후 프로그램

“행복시민 과정을 이수했는데, 그다음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진행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아직 진행자가 되기에는 부담스러워요. 지금처럼 참여하면서 배우는 프로그램이 더 있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자는 아직 어린 아이네요. (모두 웃음) 계속 배우기만 하려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기만 해야 할까요? 배운 다음에는 행동을 해야 할까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가지고 우선 내가 행복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자신의 삶이 행복해졌다면 ‘아, 나도 행복해졌으니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이렇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진행자 과정을 이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진행자 과정이 부담스러워요?”

“네, 아직은 더 배우고 싶어요.”

“계속 배우기만 해서 뭐하려고 해요? 학교의 장점은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기만 하면 계속 어린아이로 머무르게 됩니다. 계속 가르침을 받기만 하면 어린아이로 남습니다.

여러분도 주변에서 자주 접할 텐데, 나이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도 종종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헌신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런 사람들은 마흔이 되어도 집에 가면 여전히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우선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밥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결혼을 했거나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성숙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돕기 때문에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되지 못하는 건 계속 도움만 받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는 법

결국 어떤 역할을 맡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른 역할을 하면 나이가 어려도 어른이 되고, 나이가 많아도 계속 어린아이 역할만 하면 어린아이로 머물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자식의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계속 어린아이 역할만 맡기면 자식이 어른이 되지 못합니다. 무책임한 아이들도 역할을 줘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주 오래전에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중 한 아이는 부유한 집에서 자랐는데 늘 과외선생님을 붙여서 억지로 공부를 시키니까 공부에 대한 의지가 없었어요. 제가 아주 요령껏 가르치는 편인데도, 본인의 의지가 전혀 없다 보니 가르치는 기술만으로는 변화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제가 학생을 데리고 북한산에 야간 산행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산행 중에 제가 다리를 삐었어요. 이미 밤은 깊었고, 깊은 산속에서 제가 걷질 못하니까 결국 이 아이가 저를 업고 조금 내려가다가 쉬고, 조금 내려가다가 쉬고 해서 새벽 4시에 산에서 내려왔어요. 그렇게 아이가 어른 역할을 하게 된 거예요. 그 후로 아이가 확 바뀌게 되었어요. 아이의 부모님은 제가 산에서 무슨 요술을 부린 줄 알아요. (모두 웃음)

아이가 어른 역할을 하고 나니까 삶의 자세가 확 바뀌어 버린 겁니다. 이렇게 어른 역할을 해야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른 역할을 하려면 처음에는 조금 겁도 납니다. 결혼을 해서도 처음에 어른 역할을 하려면 겁이 나잖아요.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지금까지는 학생으로 배우는 역할만 했지만, 내일부터는 선생 역할로 바뀌는 거예요. 지난 4주간의 연습은 교생실습을 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교생실습을 해도 막상 학교에 가면 처음에는 덜덜 떨립니다. 그래도 1년 하고 2년 하다 보면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질문자는 우선 주변 사람들을 모집하는 역할부터 해보세요. 지금까지는 질문자만 참여하면 되었는데, 학생들을 데려오는 역할과 선생님의 보조 역할부터 해보는 겁니다. 단순히 돕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보조 선생이 되어서 4시간 중에 2시간은 선생님이 진행하고, 나머지 2시간은 질문자가 맡을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해온 연습을 넘어서서 이제 실습을 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해나가면서 부족한 점을 배워나가면 돼요.

수업을 들을 때는 다 아는 것 같지만 막상 가르치려고 하면 모르는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배울 때는 가르쳐주는 걸 받아만 먹는 소극적 입장이었지만, 실제로 가르쳐보면 이것도 알아야 되고, 저것도 알아야 되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직접 가르쳐보면 알아야 될 것도 많고, 혼자 밤새도록 연구도 해야 해요. 그걸 통해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에 부치는 일이 생겨납니다. 그때야 비로소 필요에 의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이 체계적으로 짜 놓은 프로그램을 따라서 공부를 했지만, 이다음 단계는 스스로 필요에 의해 공부를 하는 맞춤형 공부가 됩니다. 그 단계가 되면 진행자를 위해서 어떤 공부가 필요하고, 어떤 연수가 필요한지도 알게 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과 데면데면해요.
  • 중학교 2학년인 큰 딸이 작년부터 학교를 제대로 안 다니고 있습니다.
  •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해서 고민이에요.
  • 배운 것을 잘 실천하지 못해요.

스님은 마칠 시간이 30분 더 지나도록 한 사람이라도 더 질문을 받았습니다. 참가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4시 30분이 되어 행사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을 맞잡고 ‘행복을 주는 사람’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거듭난 행복시민들은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어서 앉은자리에서 다 함께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비가 와서 더욱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스님은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서울로 이동해 대학생들을 위한 ‘소셜클럽’ 특강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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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야

누군가를 돕기 때문에 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의 역할...
감사합니다.

2022-02-27 11:46:18

임승호

시민과정을 수료하면서 한단계 성장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안산 행복학교 이동림 진행자님께도 수고가 많으셨다고 인사를 전합니다. 이제 한단계 나아가서 우리 이웃과 사회에 좀더 행복하기를 몸소 실천하고 환경운동도 더 철저하게 하고자 합니다

2019-12-29 11:02:22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2-24 2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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