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1.18 무 뽑기, 대학생 소셜클럽 1강 세계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에서 무를 뽑고, 저녁에는 서울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했습니다.

오늘은 무를 수확하기로 했는데 새벽에 일어나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5시에 예불과 기도를 마치고 나니 비가 조금씩 잦아들었습니다. 스님은 아침식사를 하고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8시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꽃이 진 국화는 줄기를 잘랐습니다. 봄이 되면 다시 뿌리에서 새순이 올라옵니다.

더운 나라 인도에서 건너온 보리수는 얼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보리수 나무에 짚을 씌우고 부직포와 비닐을 덮어주었습니다. 행여 찬바람이 들어갈까 흙으로 가장자리도 잘 여며주었습니다.

“이렇게 까지 했는데 죽으면 어쩔 수 없어.”

가을에 고운 자태를 자랑하던 꽃들은 고개를 떨구고 잎도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화단 이곳저곳에 남은 가을의 흔적들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비구름이 뭉친 하늘 사이로 간간히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렸기 때문에 며칠 뒤에 무를 뽑으려고 했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무가 얼고 바람이 들기 때문에 오늘 무를 뽑기로 했습니다. 오후에는 서울로 출발해야 해서 도구를 챙겨 서둘러 밭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내렸지만 땅은 많이 질퍽하지 않았습니다.

“무가 얼마나 컸을까?”

풍성한 무청처럼 과연 무도 잘 컸을지 기대하며 무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이야!”

얼굴보다 큰 무를 쑥쑥 뽑으면서 즐거운 탄성이 터졌습니다.

“이게 더 크다!”

큰 무 보다 더 큰 무가 계속 나왔습니다. 무청은 자르고 손질하여 따로 담았습니다.

대부분 잘 자랐지만 병이 들어 속이 텅 빈 무도 가끔 있었습니다.

“이건 피리를 불어도 되겠어요.”

스님이 직접 무로 피리를 불자 웃음이 터집니다.

햇볕이 잘 드는 땅에서 자란 무는 컸지만 대나무 숲이 우거져 햇볕이 가려진 땅에서 자란 무는 눈에 띄게 작았습니다.

“이런 걸 보면 사람도, 자연도 햇빛이 정말 중요해요.”


먼저 무청을 실어 나르고 난 후 헌 포대에 무를 담았습니다. 무척 무겁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무의 크기에 또 한 번 ‘우와!’ 하고 놀라며 무를 담았습니다.

한 행자님이 속이 텅 빈 무는 버리고 가자고 하자 스님은 모두 가져가자고 했습니다.

“썰어서 깍두기라도 해 먹어요. 썰어 놓으면 마찬가지예요.”

스님은 솎아낸 무청도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저녁에는 서울에서 강연이 있어서 오늘은 무 수확만 하고, 며칠 뒤에 배추를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밭 정리는 마지막에 한꺼번에 하기로 했습니다.

무를 창고로 옮기고, 처마 아래 줄을 쳐서 무청을 달았습니다. 작년에는 작은 무청을 끈으로 엮어주었는데, 올해는 무청이 아주 실해서 끈으로 엮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장작 위로 시래기가 차곡차곡 늘어섰습니다. 이제 시간과 바람이 맛난 시래기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무청까지 다 걸고 나니 12시 반이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가 넘어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서울이 도착하니 날이 어둑해져 있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평화재단 3층에서 ‘세상을 바로 보는 눈, 대학생 소셜클럽’ 강좌가 열렸습니다.

20세~27세 대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강의입니다. 주제는 ‘세상, 역사, 인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입니다. 총 3회 강연 중 오늘은 첫 번째 ‘세계관’에 대한 강연이었습니다.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67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강연을 하기 전 처음 만난 어색함을 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별로 둘러앉아 얼굴만 보고 전공을 맞춰보는 놀이도 해보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에 대해 가볍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대학생들은 어색한 웃음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실상을 알면, 통합적 가치관이 열린다

“이 세상에 있는 어떤 철학과 종교도 그 세계관의 바탕에는 개별적 존재의 집합이라는 게 깔려있습니다. 홉스가 이 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정의한 것도 이 세상이 개별적 존재의 집합이라고 보는 세계관이 깔려 있는 거예요. 생물학에서는 진화의 원리를 약육강식 또는 적자생존으로 설명합니다. 이것도 개별적 존재의 집합이라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있습니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고, 토끼가 풀을 뜯어먹는 것을 이해할 때, 호랑이 따로, 토끼 따로, 풀 따로, 각각 개별적 존재로 인식을 합니다. 무신론이니, 유신론이니, 어떤 이론을 말할 때도 그 바탕에는 불변하는 개별적 존재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물질에도 전제되어 있고, 생명에도 전제되어 있고, 인간의 정신에도 전제되어 있습니다. 나만의 나와 너만의 너가 구별되고, 서로 독립된 불변하는 실체가 있다고 인식하는데, 그것이 바로 ‘자아’입니다.

그러나 불교는 연기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과 관계하지 않고 불변하는 나만의 나라는 건 없다는 거예요. 이것은 인도의 전통 사상과도 달랐고,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사상과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당에 가면 영생한다고 생각했는데, 부처님은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인식 상의 오류이지 실제의 세계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이것을 ‘무상(無常)’이라고 말합니다. ‘무상’이라는 것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라는 뜻입니다. ‘무아(無我)’라는 것은 ‘단독의 알갱이라고 할 만한 실체는 없다’라는 뜻입니다. 단독자는 없다는 것을 ‘무아’,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무상’이라고 합니다. 무상과 무아, 이것이 불교 세계관의 가장 핵심입니다.

이렇게 어떤 세계관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사회관, 인생관도 큰 차이가 일어납니다. 단독으로 불변하는 것이 있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이 사람은 양반 종자로 창조하고 저 사람은 상놈 종자로 창조했다는 생각이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 양반과 상놈은 아예 종자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반 종은 대대로 양반이 되는 거예요. 상놈의 혈통을 받으면 영원히 상놈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그런 실체를 부정해버렸어요. 첫째, 독립된 실체는 없다고 했습니다. 둘째, 그것은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그 관계는 변화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은 양반과 상놈이라고 하는 카스트제도 역시 부정했던 겁니다. 그런 사고는 인식 상의 오류에서 발생한 것이고, 사람들이 그런 사고에 세뇌가 되어서 그런 줄 착각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당시 인도 사회에서는 남성은 그 성 자체가 우수하고, 여성은 열등하다고 생각했는데, 부처님은 이것도 부정을 하셨어요. 그런 우수하고 열등한 실체는 없다고 했어요. 당시에는 사제가 되는 것도 신성한 종자를 가진 양반만 될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남자만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혈통과 관계없이 누구나 다 자기가 선택을 해서 수행자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신분이 낮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도 수행자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심지어는 여성도 수행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것은 연기적인 세계관에 입각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거예요. 이렇게 세계관이 잘못되면 거기에 따라서 사회의 시스템이나 인생의 가치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무상’과 ‘무아’의 세계관을 오늘날의 물질세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오늘날은 과학이 발달했잖아요. 물론 부처님은 물질을 연구하신 분은 아니에요. 부처님은 주로 정신 작용에 대해서 연구하셨어요. 생물학자도 아니고, 천문학자도 아니고, 화학자도 아니고, 주로 인간의 정신 작용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연구한 정신 작용의 원리는 물질세계에 비춰봐도 아무런 모순이 없습니다.

이 세계에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작용이 있습니다. 첫째, 물질 작용, 둘째, 생명 작용, 셋째, 정신 작용입니다. 과학자들이 물질 작용에 관계되는 여러 법칙들을 연구해냈죠. 물리적 변화 다음에는 화학적 변화, 화학전 변화 다음에는 핵 변화, 이런 여러 변화의 법칙들을 지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음이 되고, 100도가 넘으면 수증기가 될 때, 물의 상태가 바뀌죠. 고체, 액체, 기체로 상태가 바뀐다는 건 모양이 바뀐다는 거예요. 모양은 바뀌지만 물의 성질은 안 바뀝니다. 이런 물리적 변화에서는 물질 고유의 성질은 안 바뀝니다. 상태는 바뀌지만 물의 성질은 안 바뀌니까 물에는 고유한 독립적인 단독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리적 변화만 보면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의 근본 알갱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오늘날 과학에서 말하는 물 분자입니다. 물 분자가 질서 정연하게 결합을 하면 고체가 되고, 약간 유동적이면 액체가 되고, 사이가 뚝뚝 떨어져서 움직이면 기체라고 하잖아요. 분자끼리 관계 맺음이 어떠냐에 따라서 얼음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수증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겁니다. 그 모양에 따라 이름을 수증기라고 부르는 것이지 물 분자는 이래 되나 저래 되나 똑같은 거예요.

그러면 이때 물 분자는 불변하는 물의 근본 알갱이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더 깊이 물을 관찰하면 물 분자는 산소 한 개와 수소 두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분자는 원자가 결합된 겁니다. 만약에 H2O를 분해시켜서 산소(H)와 수소(O)로 만들어버리면, 물의 성질이 없어져버려요. 반대로 물이 아닌 수소와 산소를 결합했는데 물이 되어버립니다. 물의 성질이 없는 데서 물이 생기고, 물을 쪼개버리면 물의 성질이 없어져버리게 되는 거예요. 옛날에는 이런 변화를 상상도 못 했어요. 이 변화를 화학변화라고 합니다. 화학변화에서는 그 속에 있는 산소와 수소라는 원자는 안 바뀝니다. 화학변화가 아무리 일어나도 수소 원자는 수소 원자대로 있고, 산소 원자는 산소 원자대로 있어요. 그래서 화학변화에서는 세 가지 법칙이 성립합니다. 첫째, 질량 불변의 법칙이 성립해요. 나무를 태우면 없어진 것 같지만, 나무가 탈 때 들어가는 산소와 타고난 뒤에 날아간 탄산가스를 수집해서 무게를 재면 양쪽이 똑같습니다.

C + O2 = CO2

질량 불변의 법칙
▲ 질량 불변의 법칙

둘째, 배수 비례의 법칙이 성립합니다. 셋째, 일정 성분비의 법칙이 성립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안 했나요?” (모두 웃음)

“졸업했어요.”

“기억도 안 나죠? 이런 화학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나온 게 돌턴의 원자설입니다. 분자는 쪼갤 수 있지만 원자는 더 이상 조깰 수가 없다는 거예요. 이것이 전제되어야 질량 불변의 법칙, 배수 비례의 법칙, 일정 성분비의 법칙이 모두 설명이 되는 거예요. 이 화학변화에서는 물질의 근본 알갱이가 분자에서 원자로 바뀐 겁니다. 그러면 이 우주를 구성하는 원자는 몇 개일까요? 이 세상을 삼라만상이라고 표현하는데, 삼라만상에는 92개의 원자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이것으로 설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톰슨이라는 사람이 전자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아, 원자가 단독자가 아니고, 원자 안에는 핵이 있고, 핵 바깥으로 전자가 돌고 있다’라고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핵을 다시 연구해서 레드퍼드가 양성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중성자가 발견되었어요. 헬륨의 경우, 원자 번호 2번, 무게는 4입니다. 가운데에 핵이 있고, 핵 속에는 플러스 전기를 띈 양성자 2개가 있고, 중성자 2개가 있고, 그 바깥에 전자 2개가 도는 겁니다. 이것이 보어의 원자 모형입니다. 산소의 경우, 원자 번호 8번, 무게는 16입니다. 원자 안에 양성자가 8개 있고, 중성자가 8개 있는 겁니다. 바깥으로 전자 8개가 도는 모습입니다.

뉴턴이 얘기한 만유인력의 법칙 아시죠? 물질과 물질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는 게 만유인력, 즉 중력입니다.

만유인력은 두 물체 사이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합니다. 그리고 만유인력 상수가 G입니다.

만유인력의 법칙
▲ 만유인력의 법칙

그런데 힘에는 만유인력만 있는 게 아니에요. +전기와 –전기는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전기와 +전기는 서로 미는 힘이 있고, N극과 S극은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고, N극과 N극은 서로 미는 힘이 있어요. 이것이 전자기력입니다. 이걸 쿨롱이 발견했습니다. 전자기력은 두 전하의 거리에 반비례하고, 두 전하량의 곱에 비례합니다. 여기에도 역시 프랑크 상수가 붙습니다.

쿨롱의 법칙
▲ 쿨롱의 법칙

중력과 전자기력, 이 2개의 힘은 큰 우주 공간의 물질 사이에서 일어나는 힘입니다. 그 다음에 발견된 힘이 핵력입니다. 핵력에는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이 있어요. 이렇게 이 세상에는 4개의 힘이 존재합니다.

전자기력은 전자기장에서 일어나는 힘입니다. 만약 전자기력을 핵 속에 있는 양성자 사이에 적용하면 양성자 두 개는 서로 붙어있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양성자 두 개는 아주 미세한 크기이고, R(거리)이 0에 가깝고, 분모가 0에 가까우면 F(힘)가 무한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원자 모형에서는 핵이 붕괴돼 버리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한 법칙으로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이걸 핵력이라고 해요.

이 핵력을 설명하기 위해서 나온 게 중간자입니다. 일본 사람인 유가와 히데끼라는 사람이 세운 가설입니다. 파이(π) –전기를 띈 중간자가 중성자에서 튀어 나오면, 마이너스가 하나 튀어 나오니까 플러스가 됩니다. 그래서 중성자가 양성자가 되고, 그게 양성자에 붙게 되면 중성자가 되는 거예요. 중성자 따로 있고, 양성자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양성자가 중성자가 되고, 중성자가 양성자 됩니다. 이것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 10의 –23승 초. 즉 1 뒤에 0을 23개 붙인 것 분의 1초 만에 왔다 갔다 합니다. 그래서 이 둘이 떨어질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핵력에 대해 이런 가설을 세운 거예요.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파이(π) 중간자가 발견이 되어 가설이 증명되었어요. 그래서 노벨물리학상을 탔습니다.

6.02x10^23이라는 아보가드로 숫자 아시죠? 0도, 1기압 상태에서 모든 기체 22.4L 속에는 아보가드로 수만큼의 분자가 들어있다는 겁니다. 이것도 다 원래 아보가드로 가설에서 나중에 증명이 돼서 아보가드로 법칙이 된 겁니다.

원자라고 하는 단독자를 만물의 근원으로 봤을 때, 원자가 결합해서 이뤄진 물질을 분자라고 합니다. 분자는 물리화학적인 성질을 가진 가장 작은 알갱이인 동시에 원자의 결합입니다. 즉 분자가 분해되면 원자가 되고, 원자가 결합하면 분자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과학이 발전하면서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중간자, 전자 등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소립자는 쿼크와 글루온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즉 양성자는 쿼크의 결합으로 되어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계속 물질의 근원을 연구해 들어갔더니 더 이상 쪼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입자보다 더 작은 입자가 계속 발견이 되었던 거예요. 물질의 근원이라고 생각한 원자를 찾아냈을 때는 ‘이보다 더 작은 물질은 없고 원자야말로 만물의 근원이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돌턴은 신이 원자를 만들었다고 생각한 거예요. 나머지 물질들은 원자가 결합된 것이지만 원자만큼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자를 구성하는 더 작은 물질이 발견된 겁니다. 그게 소립자입니다. 그런데 그 소립자도 질량을 갖는 쿼크와 질량을 갖지 않는 글루온으로 결합해서 이뤄진 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물질세계에서는 단독의 알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이 되었습니다. 물질세계에서는 글루온과 쿼크가 연관돼서 양성자가 되고, 양성자, 중성자, 중간자, 전자가 연관돼서 원자를 구성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우주가 형성될 때도 우주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소립자 상태로 존재했던 거예요. 소립자들이 모여서 원자로 바뀌었고, 그래서 탄생한 게 태양이에요. 수소 원자들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헬륨 원자로 융합시키는 연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바로 태양입니다. 원자 중에 가장 가벼운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어가는 핵융합 반응으로 인해 지금 태양이 빛나는 거예요.

원자들이 결합해서 다양한 분자를 만들었고, 다양한 분자들이 결합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를 이루고 있는 겁니다. 물질 중에서도 분자가 엄청나게 많이 결합하면 고분자라고 합니다. 고분자에서 유기물이 나온 겁니다. 무기물은 분자의 구성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유기물은 분자 구조가 아주 복잡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유기물에서 생명이 나온 겁니다.

이렇게 무아, 무상, 연기법은 물질세계에서는 이미 다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는 ‘불교는 과학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부처님은 물질을 연구하신 분은 아니에요. 부처님은 정신작용을 연구하신 분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깊이 연구해서 밝혀낸 것이 무상, 무아, 연기법입니다. 그것이 물질세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겁니다. 오늘날 일부 과학자들이 불교는 과학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불교의 법칙이 물질세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기적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사람과 자연은 연관되어 있습니다.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면 사람도 같이 죽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나무와 땅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땅에서 나무를 분리하면 나무가 죽는 것과 같습니다. 땅이 오염돼도 나무가 죽습니다. 나무는 공기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공기가 오염되어도 나무는 죽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개발, 성장, 문명이란 미명 하에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서 자연을 파괴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더라도 자연의 회복력이 더 커서 환경파괴가 미비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자연의 회복력보다 인류의 자연 파괴 정도가 더 커졌습니다. 이렇게 자연이 파괴되면 삶의 토대가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 인류도 다 같이 죽게 돼요.

현재 지구적 차원에서 최대의 위기는 기후변화입니다. 인류가 이런 환경적인 재앙을 초래하는 이유는 연기적 세계관이 아닌 단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양반과 상놈을 구분 짓고,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고, 피부 빛깔로 사람을 차별했던 이유 역시 단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연기적 세계관을 바탕에 두고 세상과 인간을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왜 괴로운 지 참구해서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한 바탕 위에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데, 잘못된 바탕 위에서 여러분들의 믿음이나 생각으로 인생을 설계하니까 나중에 자꾸 오류가 발생하는 거예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책에 필기를 하며 스님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의문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불교에서는 윤회를 한다고 하는데 죽으면 정신이 남아있나요?”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거스르는 게 좋은 지, 아닌 지도 알 수 없지 않나요?”
“모든 것이 변한다는 법칙도 변할까요? 변하지 않는 게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업식, 습관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업은 어떤 시점부터 축적이 되나요? 후천적으로 형성이 되나요?”

사람들이 계속 손을 들고 질문했습니다. 10시가 다 되어 강연을 마쳤습니다.

“다음 강연도 있으니, 다음에 계속 질문해주세요.”

강연이 끝난 후 소감을 쓰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불교라고 하면 윤회라는 단어가 금방 떠오르곤 했는데, 불교는 정말 과학적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단독의 불변의 존재는 없다는 불교의 세계관이 인상 깊었어요. 나 혼자서는 잘 살 수가 없구나.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우수하고 열등하다는 실체는 없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어요.”

“부처님이 발견한 정신 작용의 원리가 물질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이것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는 스님에게 놀랐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 내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면 그게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겠구나 느꼈습니다. 환경실천을 하겠습니다.”

대학생으로 삼행시를 짓고 발표도 해보았습니다.

“대! 대충대충 살던
학! 학생이
생! 생각을 바꾸는 대학생 소셜클럽” (모두 박수)

“대! 대찬 인생 살고 싶어서 여기 왔습니다
학! 학교생활 솔직히 재미없습니다
생! 생각지도 못했는데 법륜스님 강의가 학교보다 재밌네요.” (모두 박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첫 번째 강의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음 역사관에 대한 강연은 ‘우리에게 역사의식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11월 22일 금요일 7시 30분에 열릴 예정입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정토회관으로 돌아와 업무를 보다가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회의와 미팅을 한 후 저녁에는 마포구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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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스님의 놀라우신 과학강연을 통해,불교를 더많이 이해하게 되네요^^뭔가 막혀있던 장막이 걷어지는 듯
시원한 느낌이에요^^스님 정말 대단하세요!옮겨주신 분도^^
[수소 원자들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헬륨 원자로 융합시키는 연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바로 태양입니다. ]
[‥이렇게 복잡한 유기물에서 생명이 나온 겁니다.]
무가 어쩜 저렇게 클 수가 있을까요~~

2020-01-17 23:12:25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2-26 23:33:28

명혁

법륜스님 무우농사 ~통통하고 크기가 굉장했습니다 탐스럽고 무우가 달달하니 맛있게 건강한밥상이돼겠습니다 법륜스님 ㅎㅎ~무우로 피리부시는 모습 소년같아보였습니다 무청 시레기만드실려고 주렁주렁 말리는모습이 정겹게 보였습니다 더불어서 부처님께서는 정신작용에대한연구하셨다 놀라웠습니다 강의하시는 스님의모습 대학교 교수님의모습으로 보여졌습니다 법룬스님 덕분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고맙습니다 더불어서 정토회 활동하시는 모든분께 고맙구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2019-11-23 21: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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