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8 두북 수련원 공동체의 날
“실수할 때마다 자책하는 마음이 들어서 괴로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공동체의 날입니다. 공동체 성원 모두가 한 달을 돌아보고 생활을 정비하는 연찬과 울력을 합니다.

한 팀은 사무실에 있는 화목난로에 넣는 땔감을 마련했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나무를 쌓고, 나무를 나르고, 화목난로에 불을 때었습니다. 한 팀은 내일 마을 어르신의 천도재 법회를 앞두고 불기를 닦고 법당을 청소했습니다.



대중 모두가 울력을 하는 동안 스님은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서울에서 평화재단 기획위원 분들이 내려와서 스님과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4일 금요 즉문즉설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실수할 때마다 자책하는 마음이 들어서 괴로워요, 어떡하죠?

“일을 행복하게 하다가도 고객에게 불만이 들어오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혼자서 괴롭습니다. 고객이 느끼셨을 불쾌감을 금전적으로라도 보상해드리고 마지막 끝맺음을 최대한 좋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대화가 잘 끝난 뒤에도 자책이 계속 이어지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시정을 한 후에도 자책이 계속 이어집니다. 불쑥불쑥 제가 잘못한 생각이 나고, 특히 고객들을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이런 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좋게 말하면 착한 사람이고,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기가 엄청나게 잘난 줄 아는 사람이에요. 존재 자체는 완전할 수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얼마나 잘났는지 모르지만 마음속 깊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나는 실수를 안 해야 하는 사람이고,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자기 우월의식에 빠져 있는 겁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부처님을 죽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예수님도 예수님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결국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기까지 했잖아요. 그런데 질문자가 부처님이나 예수님보다 더 잘났어요? 지금 질문자의 질문을 들어보면 ‘나를 어떻게 부처님과 예수님에게 비교하느냐. 나는 열 배 백배 잘났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웃음)

이 세상 사람은 누구나 다 모든 것을 잘할 수가 없습니다. 이걸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부족하다’라는 말은 완전할 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제가 있다’라는 뜻이 아니라 원래 존재 자체가 완전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부족한 게 정상이에요. 뭔가 흠이 있어서 부족한 것이 아니고 부족한 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질문자의 문제는 부족한 걸 인정하지 않고 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게 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착각을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게 안 이루어지면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또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좋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습니다. 원하는 게 이루어진 게 오히려 화가 돼서 큰 재앙을 받은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옛날부터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 이런 말도 있잖아요.

반대로 남이 나한테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남이 나한테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있다는 큰 착각 속에 사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것을 네가 다 안 해줬다’ 하고 상대를 미워하는 것이나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못 해줬다고 나를 미워하는 것이나 모두 똑같은 겁니다.

‘너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필요가 없어!’ 하고 죽이는 것을 ‘살인’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나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필요가 없어!’ 하고 자기를 죽이는 것을 자살이라고 합니다. 자살은 살인과 똑같은 행위예요. 차이점은 살인은 살인한 사람이 있으니까 처벌할 수가 있는데 자살은 살인한 사람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가 없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똑같은 살인 행위에 해당합니다.

남을 미워하는 것이나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남을 부족하다고 탓하는 것이나 자기를 부족하다고 탓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을 미워하거나 남이 부족하다고 탓하는 것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부족한 걸 탓하거나 자기를 미워하는 것은 착한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똑같은 거예요.

부족한 이대로 완전합니다

내가 부족한 게 정상입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만족스럽게 해 줄 수 없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나는 그렇게 해줄 수 있다’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고, 그래. 네 잘났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 일은 부처님도 못 하고 예수님도 못 하는 일인데 질문자가 얼마나 잘났으면 그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내가 잘못한 것을 잘못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가 잘못한 것을 가지고 계속 자기를 탓하고 있는 것도 똑같이 문제예요. 다만 남을 탓하는 것은 비난할 대상이 있지만, 자기를 탓하면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으니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는 후자가 더 큰 병이에요. 이런 증세는 우울증이 있으면 더 심해집니다. 그러니 자책하는 것이 점점 심해지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해요. 남을 미워하는 것보다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 더 큰 병입니다.

만약 병원에서 현재 증세는 치료받을 정도가 아니라고 진단한다면 ‘나는 완벽해야 한다’ 하고 착각을 하는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을 결벽증이라고 합니다. 결벽증도 병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병을 계속 앓든지, 병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내가 항상 부족한 존재임을 유념해야 해요.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 없듯이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돼요. 문제가 생기면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 말하는 것을 들어봤을 때는 약간 병에 가까운 수준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자가 아직은 병원에 안 가고 집에서 기도하려면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내가 노력해서 무엇이 되어야 좋은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태 이대로 좋습니다.’

부족한 이대로도 완전합니다. 말이 좀 안 맞죠? 부족하면 부족하지 어떻게 완전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의 뜻은 부족한 것이 정상이라는 겁니다. 흑인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야 정상이 되는 게 아니에요. 검은 얼굴도 정상입니다. 키가 작은 사람은 작은 게 정상입니다. 검은 피부색과 작은 키가 질병이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이 나한테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줄 수 없는 게 정상적인 인간관계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부족한데 어떻게 할 거야’ 이렇게 항의하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질문자처럼 대처하면 괴로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기 병 때문에 경제적인 손실도 많이 생길 수 있어요. 배상 안 해도 될 걸 한다든지, 사과 안 해도 될 걸 한다든지,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비굴하게 살 위험이 있습니다. 너무 잘나서 비굴하다는 게 얼마나 모순입니까. 너무 완벽한 걸 추구하다 보면 비굴해지게 됩니다. 그러니 부족한 걸 인정해 버리면 비굴할 게 없어요. ‘나는 잘 낫다’ 하고 목에 힘 줄 교만할 거리도 없지만 비굴할 일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듣고 어땠는지 얘기해 봐요.”

“만약에 인간관계에서 실수를 하면, 사과하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되는 건지요?”

“무슨 실수를 했는지 한 번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요.”

“말실수라든지…”

“말을 그렇게 한 것이지 무슨 말실수가 있어요?”

“제가 예민해서 말을 좀 까칠하게 한다던가”

“말을 까칠하게 할 수 있죠.”

“그런 경우에는 제가 사과를 하고 다음에 좀 더 제가 주의하면 관계도 더 두터워지고 괜찮거든요. 그런데 손님한테 실수하면 제가 나중에 무마하기가 어려워요.”

“직업이 뭐예요?”

“자영업을 합니다.”

“손님한테 어떤 잘못을 했어요?”

“제가 수업을 하는데 어떤 고객이 제 수업을 듣고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셨나 봐요. 그래서 장문의 글로 피드백을 써서 주셨어요. 이런 점이 부족했고 이런 점에 실망했으니 수강료 중 일정 금액을 환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충을 해드리겠다고 했는데도 그 고객이 시간이 안 되실 것 같다고 하셔서 그냥 원하는 만큼 환급을 해드리고 사과를 하고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에게 저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아지고 끝난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런 정도는 고객이 보기에 부족했다고 하니까 ‘죄송합니다’ 하고 말로 끝내도 될 일인 것 같아요. 질문자가 열 시간 수업을 해야 하는데 질문자가 지각하거나 결석을 해서 수업을 일곱 시간만 했다면 환급 조건에 해당이 되는 거예요. 그러나 열 시간을 다 채워서 수업에 최선을 다했는데 소비자가 보기에 부족하다고 모든 걸 다 환급조치를 취한다고 하면 그것은 일반적인 대처법이 아닙니다.

설령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해서 환급을 해줬으면 그걸로 끝맺음해야 하지 않을까요? 거기에 더는 죄송하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한테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질문자는 두 가지를 점검해봐야 해요.

첫째, 자기를 만나는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환상이나 욕심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둘째, 병원에 가서 체크를 해봐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의 상태는 절대로 정상이 아니에요. 그런 마음을 가지면 질문자도 상대도 관계가 굉장히 복잡해져요. 예를 들면 부부인데 계속 아내가 ‘여보, 미안해’ 하는 말을 반복하면 처음에는 좋아 보이는데, 관계를 오래 맺으면 짜증이 나요. 늘 징징대고 미안하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자세는 직장에서든 어디서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질문자의 상태가 심해지면 사회생활조차 어려워져요. 만약 병이 아니라면 자기 결벽증이 너무 심한 겁니다. 심리가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남에게 피해를 안 주니까 사람들이 문제를 안 삼지만, 그런 상태는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는 큰 장애가 됩니다. 오히려 화내고 짜증내고 욕하고 미워하는 사람보다도 더 행복해지기가 어렵습니다. 화내고 짜증 내는 사람은 즉문즉설을 통해서도 치료하기가 쉬워요. 자기주장도 하고 자기가 잘났다고 우겨야 그것을 깨부술 수가 있는데 그냥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러니까 치료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질문자가 못나서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나고 싶어서 위축되는 겁니다. 현재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데도 불구하고 너무 잘나고 싶은 것 때문에 부족감을 심하게 느끼는 거예요. 인간관계란 좋은 관계도 있고, 나쁜 관계도 있고, 본의 아니게 나빠지기도 하고, 내가 잘못해서 나빠지기도 하는 겁니다. 모든 관계를 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여기는 건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게 아닙니다.

법륜스님에 대해서도 욕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문제의 원인을 항상 바깥에서 찾는 것이 대다수 사람의 문제라면, 질문자는 뭐든지 너무 자기 쪽으로 자꾸 문제를 삼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성격이 더러운 것에 해당한다면, 질문자처럼 위축되는 것은 병에 들어가는 거예요.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누구든지 나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상대방의 성향도 있기 때문에 100퍼센트 상대에게 맞출 수가 없어요. 고객이 수업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문제 제기하면 자기가 그 수업을 안 들으면 되는 겁니다. 고객이 항의할 때마다 전전긍긍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해요.”

내일은 오전에 동네 어르신의 천도재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정토불교대학 교과 개편을 위한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수행 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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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남을 미워하는 건 성질 더럽고, 자책하고 위축되는 건 병이다라는 말씀에 정신 번쩍 듭니다.

2022-02-15 11:34:48

이미선

다시보고싶은 즉문즉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자님의 질문이 나와 같기때문입니다.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듯한 질문과 법문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구나 그래서 이렇구나 라는걸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2-14 06:48:40

김인환

질문자분이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잘하고 싶고 잘나고 싶어서 위축되고 비굴해집니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 필요한거 같아요. 법문 정말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2-14 00: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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