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6 논매기, 수행법회 환경 즉문즉설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할 것 같아 절망감이 듭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곳 두북 수련원은 장마철인데도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뙤약볕을 피해 아침 일찍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두북 공동체 대중들과 꽃밭논으로 가서 피를 뽑았습니다. 향존법사님도 어제 두북 수련원에 와서 출근 전에 함께 피를 뽑았습니다.



모에는 아직 이슬이 맺혀 있었습니다. 어제 뽑은 줄의 바로 옆에서부터 다시 피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피는 잘 뽑혔지만, 큰 피는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모가 어느 정도 자랐으니 잘 안 뽑히는 피는 낫으로 베어내는 게 더 좋겠어요.”


풀을 벨 때 사용하는 날이 긴 왜낫으로 피를 베어 보았습니다. 날이 길다 보니 좁은 모 사이에 피를 베다가 모를 다치게 했습니다. 부추를 벨 때 사용하는 날이 짧은 톱낫을 가져왔습니다. 훨씬 나았습니다.




“스님이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정토회 회원들 중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해요.”

“좋은 일이네요. 농사도 환경 실천 활동이라고 볼 수 있죠.”

해가 뜨겁지는 않았지만, 습한 공기에 무척 땀이 났습니다. 그래도 한 줄 끝까지 피를 다 뽑았습니다.

“하루에 한 줄만 합시다.”

나가려던 스님은 코너를 돌아 계속 피를 뽑았습니다. 결국 한 줄 더 뽑고 논에서 나왔습니다.




아직 피를 뽑지 않은 구역이 더 많았습니다.

“매일 조금씩 피를 뽑아야겠네요.” (웃음)

논 옆 수로에서 사용한 도구와 장화를 씻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경주 국립공원사무소에 새로 부임한 윤덕구 관리소장님이 찾아와 스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경주 국립공원은 역사문화 자원이 많은 특징이 있는데, 스님과 역사문화 자원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법회는 환경 실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입니다. 지난주부터 두 번에 걸쳐서 환경 실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먼저 코로나 이후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의 상황이 어떠한지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다 본 후 스님이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코로나 이후 세계의 극빈층, 다시 말해 식량 위기에 처한 영양실조 상태의 인구가 1억 3천만 명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서 생긴 문제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발생도 기후 변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변화된 세상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중지되면서 공기가 맑아진 좋은 면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물류의 이동이 중지된 결과 지금은 물류비용이 폭등한 상태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에는 두 달이면 미국에 물건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8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유통이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물건의 단가가 오르고 원자재 값이 급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자 나라마다 돈을 엄청나게 찍어서 풀었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 위협에 놓이게 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인상하자 경기 위축이 일어나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기름값이 폭등을 하더니 오늘 아침에는 폭락하는 등 굉장히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안정된 삶이 아니라 매우 불안전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 간에 충돌하고 문명권이 충돌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고, 미중의 충돌에 따른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금 어렵다고 할 정도인 데 비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식량 부족과 에너지 부족으로 매우 큰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그리고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벌써 국가 부도가 나는 등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나은 환경에 있기 때문에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가까이 오지는 않았지만, 환율이 폭등하고 물가가 오르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점점 닥쳐오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가져올 많은 문제들

기후 문제는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나라와 나라 사이에 갈등이 생겨날 수도 있고, 그것이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병들이 발생할 수도 있고, 우리가 거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하면 가진 자원을 서로 나누고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이 문제를 극복해도 모자랄 텐데, 세계는 정반대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사례에서 보듯, 나라마다 백신을 서로 확보하려고 해서 동맹도 동지도 없이 전부 국가 이기주의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나라마다 세력을 확대해 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환경 실천의 중요성

이런 국면에서 우리의 환경 실천은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듯 우리의 작은 환경 실천이 하나하나 모이면 지구의 기후 변화를 늦출 수도 있고,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자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다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니까 각국에서는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 가동을 늘리고,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을 더 확대하는 등 환경 위기는 뒷전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전 지구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갖는가 싶었지만, 당장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환경 인식이 심각하게 후퇴하는 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환경 실천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지금 기후 위기에 대한 인류의 대응을 보면 절멸하게 될 것 같다며 절망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할 것 같아 절망감이 듭니다, 어떡하죠?

“기후 위기가 초래할 미래에 대해서 알고 나서 우울감과 분노가 치솟아 매일같이 울고 다녔습니다. 인간과 생태계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미래가 오리라는 사실을 줄곧 부인하다가,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을 좀 더 이성적으로 보게 되어 마음이 차분해졌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은 실천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노와 두려움의 감정이 좀 사그라들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실천 의욕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현재의 지구적 대응 수준을 보았을 때 인간이 절멸할 가능성이 높고, 제가 하는 일들이 결과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절망감과 포기하고 싶은 듭니다. 감정에 끄달리기 보다는 다만 제 할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행자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어차피 죽을 텐데 질문자는 왜 열심히 살아요? 사람은 결국에는 죽잖아요. 질문자처럼 생각한다면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은 결국 죽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사는 거예요. 재산은 무엇 때문에 열심히 모아요?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가지도 못하는데요. 질문자처럼 생각하면 살아갈 의욕이 나지 않게 됩니다. 결국 자살하는 수밖에 없어요.

삶은 결과만 갖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에요. 삶은 과정입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지금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합니다. 내가 모은 재산이 날아갈 때 날아가더라도 어쨌든 지금은 그것을 모으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이것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하고 모으지는 말라는 이야기예요. 여러분이 사업을 한다면 돈에만 집착해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사업하는 그 자체가 삶이니까요. 그러나 돈이 벌리면 이웃에 좀 나눠줄 수 있어서 좋잖아요. 다만 돈 버는 것에 너무 목매달지 말라는 겁니다. 인생의 결과는 죽음이에요. 결과만 갖고 평가한다면 우리는 다 죽을 뿐이잖아요. 삶을 과정으로 봐야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우리가 보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인류가 멸종하든, 종말의 위기에서 벗어나든, 지구가 어떻게 변하든, 그건 지금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결국에는 죽는 존재이지만 그때까지 우리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중요해요. 죽는 순간이 올 때까지 우리는 어떤 삶을 살 거냐는 겁니다. 질문자의 관점은 어차피 죽을 테니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지금 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과 비슷해요. 어차피 멸망할 거니까 그냥 내버려 두면 멸망하지 않겠냐는 거죠.

그러나 멸망할 것이라고 100퍼센트 정해진 건 없어요. 지금 그럴 확률이 좀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삶의 방식을 좀 바꾸면 삶이 좀 더 지속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앞으로 100년 지속할 것을 200년 지속하게 하거나, 500년 지속할 것을 1000년 지속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잘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못 하면 위기를 아예 막지는 못하더라도 위기가 닥치는 시기를 좀 더 연장할 수 있고, 그것도 안 되면 그렇게 노력한 삶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요?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하루하루의 삶에 자기 긍정이 생기지 않겠어요?

더 크게 보면 기후 위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구라는 차원에서 보면 인간이라는 한 종이 모두 죽었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한 건 아니잖아요. 1억 년 전에는 공룡이 지구를 지배했지만, 공룡이 다 죽었다고 해서 지구가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공룡이 사라지고 포유류가 등장하고, 이어서 인류가 등장했어요. 그러니 오늘 인류가 전멸한다고 해서 지구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너무 인류만을 중심으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류가 지금의 환경 위기를 경고하는 이유도 사실은 인류를 위해서예요. 인류가 다른 생물의 멸종을 우려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인류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수많은 생명이 멸종해 가면 인류의 삶의 기반이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가 오면 인류가 거기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인류 전체의 삶에 위기가 온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처럼 환경 문제를 얘기할 때 너무 자연 중심적인 얘기에만 치우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자연이 주인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를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자연이 파괴됨으로 해서 인간이 고통을 겪기 때문에 결국 자연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사물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위기가 자연적으로 온 것이라면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위기가 인간의 소비 때문에 생긴 문제라면 우리는 이걸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를 줄이면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미 임계점을 넘어버렸다면 우리가 노력해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겠죠. 이럴 때 ‘안 되면 실패이고, 되면 성공이다’ 이런 관점을 갖는 것은 너무 결과론적인 접근이 아닐까요? 삶이란 가능성을 향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기후 위기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소비를 줄여나가는 실천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에도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리 동네에 공장을 얼마나 세워주고, 우리 동네를 어떻게 개발해 주느냐를 너무 따지지 마세요. 경상도니 전라도니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도 이제는 모두 한물가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투표를 할 때 다른 가치 기준을 잡아야 합니다.

첫째,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에게 큰 피해가 닥칩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문제는 기후 위기보다 더 시급한 문제예요. 그래서 ‘절대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투표를 해야 합니다.

둘째, 기후 위기를 막는 정책을 누가 선도해서 해 나갈 수가 있겠느냐는 관점에서 투표해야 합니다.

셋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를 살펴서 투표해야 해요. 지금 불평등이 엄청나게 확대돼 나가고 있습니다. 평등은 고사하고 더 이상 불평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정도만이라도 누가 할 수 있겠는지를 봐야 합니다. 진보를 내걸든, 보수를 내걸든, 최저임금을 인상하든, 어떤 정부 하에서도 불평등은 계속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 불평등 확대를 막아줄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를 봐야 해요.

넷째, 인종 차별, 성차별, 직업 차별, 학벌 차별 등 사람에 대한 차별을 좀 없애줄 수 있는지를 살펴서 투표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태어남에 의해서 주어진 대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인권을 신장할 수 있는 정부를 누가 더 잘 구성하고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봐야 해요.

다섯째, 교육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쪽으로 투표를 해야 합니다. 지금 이루어지는 교육은 엄청난 낭비적 교육이에요. ‘아이들을 병들게 만들고 미래에 대안도 되지 않는 이 교육을 어떻게 혁신을 할 것인가?’ 이런 것을 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여섯째, 주택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펴서 투표해야 합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주택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주택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고 거주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정부가 저렴한 대단위 임대주택을 짓는 거예요.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교통이 편리한 곳에 많이 지어서 누구나 다 적은 돈으로도 임대 아파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주택이 더 이상 투기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사실 크게 어려운 방법이 아니에요. 차가 별로 안 다니는 지역에도 사차선이 팽팽 뚫려서 전국이 거미줄처럼 도로가 연결되도록 했듯이 그 정도 관심을 갖고 투자한다면 주택 문제 해결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제한구역인 그린벨트를 푸는 것도 소수의 개인에게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게 아니라 그 부지를 모두 공공주택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또 환경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동자들의 출퇴근이 쉬운 곳에 임대주택을 지어서 활용할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임대주택을 짓는 거예요. 그 공장에 다니는 한은 저렴하게 임대를 주고, 그 공장을 퇴사하면 자기가 이동하는 지역에 임대 아파트를 주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면 엄청난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도심이나 도심에 가까운 지역에서 업무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은 도심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이 들어서 도심에 살 필요가 별로 없는 사람들은 교외로 나가는 것을 지원할 수도 있겠죠.

이런 것은 사실은 별로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할 의지가 없거나, 할 아이디어가 없거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의지가 없어서 안 하는 것일 뿐이죠. 이런 일은 해봐야 돈도 안 되고 표도 안 되니까요. 그런데 국민의 각성이 이루어지면 이런 정도는 금방 개선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적게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의식 있는 투표입니다. 정말 환경위기를 생각한다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쪽으로 투표 행위를 해야 하고, 평화 문제를 생각한다면 평화의 투표를 해야 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그 방향으로 투표를 해야 하고, 교육 문제를 생각한다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해요. 후보의 말만 보고 무작정 투표하지 말고, 그 사람이 살아온 경력을 살펴봐야 합니다. 경력을 보면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잖아요.

그다음으로는 그저 편리하고 좋은 것만 따지지 말고 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어떤 기업이며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고려해서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경을 고려하는 기업의 제품을 여러분이 많이 구입해주면 그 기업이 잘 됩니다. 그러면 해당 기업은 그런 방향의 제품을 확대할 수밖에 없고, 다른 기업들도 벤치마킹을 통해 너도 나도 그 방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어떤 물건을 예쁘고 잘생긴 배우가 선전하는 것과 그 물건의 품질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

이처럼 국민이 각성하지 않으면 100가지 처방을 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행복시민운동을 하는 거예요. 행복시민이 되려면, 우선 본인의 생각을 좀 바꿔서 행복해지고, 그런 다음에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좀 시민의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의식, 민주주의 의식, 평화의식을 심어주지 않습니다. 그저 공부 잘하는 것만 중시해서 잠도 안 재우고 과외를 시켜요. 그러면 아이들이 저항심만 갖게 되고, 공부가 재미없으니까 게임에 중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이상은 방법이 없어요. 이건 하느님이 벌을 줘서 망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전생에 죄를 짓고 태어나서 망치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우리의 삶이 우리의 세상을 망쳐가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보는 눈이 없고, 듣는 귀가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아무리 지식을 쌓고,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마음 심보가 이렇게 어리석기 때문에 선동에 끌려 다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화를 낼 일은 아닙니다. 그 사람들만의 책임도 아니고, 우리의 욕망이 모여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그러니 첫째, 나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세상이 어떻든 나는 이렇게 산다는 자기중심이 잡혀 있어야 해요. 둘째, 나만 이렇게 살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살도록 길을 제시하고 나누어야 합니다. 셋째,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합니다. 투표권을 잘 행사해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정부를 만들고, 소비권을 잘 행사해서 우리가 바라는 가치관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 거예요. 우리 모두가 이런 자세를 갖는다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실제 행동을 안 하기 때문에 해결이 어려울 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나부터 변화를 일으켜보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가 정토회입니다.

‘세상을 따지고 시비하지 말고 우선 나부터 좀 스트레스받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나만 행복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도록 전법하자. 또 거기서 끝나지 말고 세상이 좀 정의로워지도록 헌법에 따라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 활동을 하자. 그래서 세계 시민이 되자.’

이런 모토를 갖고 30년 전에 정토회를 시작했지만,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반면에 관상 봐준다, 손금 봐준다, 점쳐준다, 전생을 알려준다, 죽어서 천당 간다, 이런 얘기들을 하면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모여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기후 위기가 극복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 아닐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세상이 바뀌겠어요? 그러니 여러분은 정토행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종교 문제가 아닙니다. 더 이상은 종교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정치만 갖고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지나친 이념 중심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유정법(無有定法)이잖아요. 부처님은 중도(中道)를 가르치셨어요. 그런데도 여러분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해서 어떤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불자이기 전에 이념주의자이고, 불자이기 전에 경상도, 전라도 사람이에요. 전라도와 경상도가 갈라지면 기독교와 불교 할 것 없이 다 지역적 한패가 되고, 이념적으로 갈라지면 또 이념적으로 한패가 되잖아요. 거기에 기독교와 불교가 어디 있어요? 그러니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에게 닥친 기후 위기는 미래의 문제예요. 과거의 문제, 신분 문제, 독재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입니다. 새로운 과제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일제 강점기에 일제에 협력했든, 독립운동을 했든, 모두 과거의 문제예요. 지금은 우리 모두가 똑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되어 있잖아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미래의 과제인 기후 위기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이렇게 바라봐야 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남북한이 과거에 서로 싸웠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게 이익인가, 협력하지 않는 게 이익인가?’
‘한일 관계에 서로 악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미래에 갈등하는 게 좋겠는가, 협력하는 게 좋겠는가?’

이걸 먼저 살펴서 관점을 분명하게 가져야 합니다.

‘미래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협력하는 게 좋겠다. 그렇다면 과거의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서로 푸는 게 낫겠느냐, 풀지 않는 게 낫겠느냐?’

이런 관점에 서야 과거의 문제가 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미래를 조금 더 멀리 내다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걸 세상 탓하지 말고, 본인부터 실천해야 해요. 그러나 동시에 정치도 바꾸어 나가야 하고, 기업 활동도 바꾸어 나가야 하고, 시민의식도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렇게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올바른 관점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사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지금 마음은 감사하고 편안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앞으로의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도 들고, 너무 큰 문제라서 정치나 기업이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무기력한 마음도 듭니다. 어떡하죠?
  • 정토회의 흙 퇴비화 활동에 3년째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음식물쓰레기를 50% 줄이고 쓰레기를 만들고 있지 않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환경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불편함을 많이 감수해야 하는데, 현대인들에게 이런 점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오늘은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인간 붓다 제11강 수업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0/200

거미라고 하셨습니까

Clubionidae, Cheiracanthiidae, Phrurolithidae

2022-08-02 21:22:05

거미라고 하셨습니까

방금 거미줄처럼 도로망 잘 보았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Araneidae, Trochanteriidae, Scytodidae, Salticidae, Lycosidae

Zoropsidae, Ctenidae, Theridiidae, Thomisidae, Gnaphosidae

Agelenidae, Philodromidae, Atypidae

2022-08-02 21:20:36

유현지

원자력 에너지는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인데요..? 정치적 말고 과학적으로요

2022-08-02 13: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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