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래법당
'부처님 오신 날' 다시 태어난 우리

3월 말 오후, 동래정토회 동래법당 대중방에서는 정토행자들의 연잎 비비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봄꽃이 망울을 터뜨려 봄을 알리듯 동래법당 정토행자들의 연잎 비비기가 ‘부처님오신날’을 예고합니다. 이제 막 불교대를 입학한 학생들을 비롯해 경전반 학생, 여러 자원활동가들의 손이 모여 어여쁜 연잎은 만들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연잎은 연화회 보살님들의 손을 거쳐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을 비추는 연등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연화회 보살님들은 연세가 많아 장시간 앉아 연등을 만들면 몸이 고단할 법도 한데 환한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리포터가 "보살님들~ 힘들지 않으셔요?" 하고 말씀을 건네었더니, 한 분이 "아이고~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그저 예쁜 등이 만들어질 때마다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아 너무 좋지. 법당에 달린 거 보면 더 행복하고…." 하며 웃으셨습니다.

맑은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 등을 만드는 연화회 보살님들
▲ 맑은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 등을 만드는 연화회 보살님들

4월 첫째 주, 한 달 후로 다가온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법당은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이강래 님이 중심이 되어 큰일부터 아주 작은 일까지 나누어 계획하고 자원활동가들을 조직합니다. 현재 동래법당 회계팀장을 맡고 있는 이강래 님은 “지원팀장의 역할이 너무 많아 무거운 마음을 덜어주고 싶어 행사 총괄을 맡았어요. 그런데 처음 하는 소임이라 일을 계획하면서 두려움도 있었지만, 총무님의 도움도 받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면 원활하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해보는 거죠. 하하하” 하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어쩐지 웃음 뒤에 불안함이 묻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4월 셋째 주, 연등과 영가등을 법당 천정 가득 예쁘게 달고 연등 보시자의 이름을 정성껏 써서 이름표를 붙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연등과 영가등을 천정 가득 달며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는 저녁부 봄불교대 학생은 등을 달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름표에 등 보시한 분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쓰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며 리포터는 ‘정토행자들은 큰일은 작은 일처럼 가볍게, 작은 일은 큰일처럼 정성을 다해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4월 넷째 주, 불기도 닦고, 방석도 빨고, 법당 구석구석 찌든 때도 덜어내는 대청소를 했습니다. 대청소 전의 법당 안은 깔끔해서 또 다른 청소가 필요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청소를 시작하니 모래알같이 많은 일감이 드러났습니다. 그 많은 일을 한숨 한 번 쉬지 않고 차분하게 해내는 자원활동가들을 보니, 참~ 신기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대중 공양을 준비하는 채썰기 달인들
▲ 부처님오신날 대중 공양을 준비하는 채썰기 달인들

5월 13일, 내일이면 부처님오신날인지라 공양팀의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공양에 필요한 재료들을 장보고 다듬으며, 내일 행사에 오실 대중들이 공양을 편안하고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부처님오신날에 어여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봉사자들... 찰칵!
▲ 부처님오신날에 어여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봉사자들... 찰칵!

5월 14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부처님오신날. 화창한 날씨, 눈 부신 햇살은 마음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습니다. 부산 동래지하철역 주변에 있는 동래법당은 유흥가에 둘러 싸여있습니다. 동래법당이 있는 건물도 지하층은 노래방, 1층 고깃집, 2층 노래방과 같은 위락 시설이 있고 3층부터 5층까지 법당이 있습니다. ‘동래법당은 진흙 속에서 물들지 않고 피워내는 연꽃같이 향기로운 부처님 법을 대중들에게 가까이 전하기 위해 이런 유흥가 틈에 자리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예쁜 꽃 달고 가세요.”
오전 9시도 안 된 이른 시각에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손님 맞이를 하는 어여쁜 봉사자들을 보니, ‘진짜 부처님 오신 날이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법당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3층을 오르는 계단 하나하나마다 놓인 조그마한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계단마다 놓인 작은 연등이 눈길을 끌었어요.
▲ 계단마다 놓인 작은 연등이 눈길을 끌었어요.

아침 9시가 되자, 팀별로 '여는 모임'에서 각자의 역할을 숙지하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여는 모임에서 봉사자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여법한 법회 의식을 위해 소임에 충실할 것, 하지만 법문은 놓치지 않고 경청할 것'이었습니다.
이날 공양 배식팀의 여는 모임에는 봄불교대생들과 가을불교대생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불교대 입학 후 처음 맞이하는 부처님오신날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지 여는 모임 동안 행사 진행과 자신의 소임에 관해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아침 9시 공양 배식팀의 여는 모임. 봉사자들 사뭇 진지합니다.
▲ 아침 9시 공양 배식팀의 여는 모임. 봉사자들 사뭇 진지합니다.

아침 9시 30분쯤 되자 4층, 5층 법당 안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법당 천정에는 600개가 넘는 연등이 활짝 꽃을 피우고 법당 바닥엔 사람들이 꽃처럼 가지런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며 '과거 부처님 생전에 법을 구하고자 숲에 모여있는 대중들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침 10시가 되자 모든 봉사자는 소임을 잠시 중단하고 조용히 법당으로 올라가 법회 의식에 참여하고 법문을 경청하며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주간.저녁, 봄.가을, 불교대.경전반 학생들 모두 함께 공양 배식에 참여했어요.
▲ 주간.저녁, 봄.가을, 불교대.경전반 학생들 모두 함께 공양 배식에 참여했어요.

법회가 마무리되자 300여 명의 대중에게 공양을 올렸습니다. 불교대, 경전반 학생 봉사자들은 3층 공양간에서 4층, 5층 법당까지 계단마다 배치되어 다리밟기 하는 여인들처럼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공양을 날랐습니다. 4층 법당 안 배식은 봄.가을 불교대 주간반 학생들과 봄.가을 경전반 학생들이, 5층 법당 안 배식은 청년부가 맡고, 설거지는 불교대 저녁반 학생들이 담당했습니다. 여러 봉사자들이 분담해서 하니 동래법당을 찾은 많은 대중들을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접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여광법사님과 봉사자들이 함께한 즐거운 2부 뒤풀이
▲ 부처님오신날 여광법사님과 봉사자들이 함께한 즐거운 2부 뒤풀이

오후 2시 봉사자들은 여광법사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뒤풀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는 프랑스에서 오신 특별 손님이 한 분 자리했습니다, 그분은 영상 봉사를 맡았던 저녁부 자원활동가 김정란 님의 남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여해보았다는 그분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참 좋고 비빔밥도 맛있었다며 연신 싱글벙글했습니다.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는 김정란 님의 남편은 한국어 몇 마디를 여러 활동가에게 건네며 즐거워했습니다. 좀 더 한국에 관해 알고 싶다는 그는 ‘아내가 좋으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한다.’라는 속담처럼 아내가 예뻐서 아내의 나라 문화와 종교에 호감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불교대 입학 후 첫 부처님오신날 봉사에 참여해본 봄.가을 불교대 학생들은 “봉사라 하니까 부담됐는데, 큰일을 아주 작은 일로 나눠서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도반들과 함께했던 봉사가 매우 즐거웠어요.” “행사 마치고 2부 뒤풀이 행사가 참 재미있었어요. ‘절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했어요.” 하며 봉사소감을 나눠주었습니다.

2부 뒤풀이 행사 중 저녁부 자원활동가 김정란 님과 남편 분의 소감 발표
▲ 2부 뒤풀이 행사 중 저녁부 자원활동가 김정란 님과 남편 분의 소감 발표

부처님오신날 법문에서 법륜스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부처로 태어난 날이 부처님오신날이라 알려주셨습니다, 동래정토회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위해 자원해서 애써준 100여 명의 봉사자는 지도법사님 말씀처럼 2560년 전 부처님이 우리 곁에 오신 뜻을 받들어 법을 실천하는 정토행자였습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위해 준비하고 애쓴 두 달 남짓한 기간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널리 쓰이는 우리가 바로, 부처로 거듭 태어나고 있음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글_이시연 희망리포터 (동래법당)
편집_이혜진 (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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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변행

동래 보살님들 짱!
행복한 하루였고 봉시도 즐거웠습니다.
읽다보니 영화처럼 주르륵 지나가네요~~~

2016-05-26 07:01:03

지혜

정토회의 모범적 역할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시네요. 더 값지고 아름다운 웃음 유지하시길...^^

2016-05-25 20: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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