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하법당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비법? 그런 건 없어요!”

불법(佛法) 10개월 차의 수행이야기

반갑습니다.저는 5월부터 사하법당 희망리포터 소임을 맡은 가을불교대 저녁반 김사문입니다.. 첫 기사라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제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1년 전, 5월 24일 일요일 새벽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4월 초파일을 선사하였습니다. 월요일이 석가탄신일이라 3일간의 연휴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하는 김에 아내 차에 달린 블랙박스를 업데이트하려고 컴퓨터에 USB를 재생시키는 순간, 내 머리는 하얘졌습니다. 새벽 두시라는 글자만 찍혀있는 깜깜한 화면에서 들리는 “잘 가.”라는 목소리가 나의 모든 이성을 마비시키고, 오로지 동물적 감성만이 나를 지배했던 그 날 새벽 이후, 나의 모든 삶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28년의 결혼 생활을 되돌리기엔 너무 많이 와버린 두 사람이기에,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 헤매다 작년 8월 말경 동래법당 차미승 님의 소개로 사하정토회 가을불교대학 저녁반에 첫발을 디딘 나는 사실 종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불교는 더더욱 까막눈인지라 9월 3일 불교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9월에만 3번을 결석하는 불량학생이었습니다. 모둠장 김옥순 님은 이렇게 하면 과락이 될 수 있다며 걱정해 주셨지만, 10월 마지막 주에 경주남산순례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불교대학은 나에게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곳이었습니다.

가을불교대학 입학 (앞에서 두 번째 줄 우측 2번째가 필자)
▲ 가을불교대학 입학 (앞에서 두 번째 줄 우측 2번째가 필자)

그러나 청량한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 아침 남산 탑골 입구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상군 앞에 서서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보고 있는 내게 들려오는 묘덕법사님의 설명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였습니다.
“신라 시대 불국사는 귀족들이나 가는 곳이고, 일반 서민들은 자기네들 먹을거리도 없으면서 먹을 것과 도구를 싸 들고 남산에 와서 불사했다."라는 법사님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신라 시대에 살았던 서민들은 나보다 더 힘든 시절을 살았음이 분명한데 지금 잘 먹고 잘사는 내가 무엇이 그토록 괴롭다고 이렇게 번민하는 걸까? 나의 괴로움이 갑자기 사치로 느껴졌습니다.

남산순례 (맨 앞줄 우측에서 4번째가 필자)
▲ 남산순례 (맨 앞줄 우측에서 4번째가 필자)

3주 후 11월 15일에 문경 국군체육관에서 행한 8-7차 입재식에 참여하였습니다. 연단 왼쪽 2층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서 8-6차 회향식을 관람(?)하는데 갑자기 “와!”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과 함께 대학교 1학년 때 하숙집 아주머니를 따라 여의도 어느 교회에 가서 받은 강렬한 느낌이 겹쳐서 떠올랐습니다. 여의도의 충격은 그 이후 나의 삶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불쾌감을 지배하는 트라우마였습니다. 그런데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함성이 잦아들었습니다.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쌩하니 자리로 가서 앉아버리는 법륜스님은 차가운 얼음이었으나, 내 눈과 가슴에는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습니다. 그날 이후 내 페이스북 배경화면에는 지도법사님이 중앙 연단에 자리한 입재식 사진이 자리하였고, 운 좋게도 승복을 입고 있으신 두 분(?) 뒤에서 흐릿하게 찍힌 내 얼굴이 프로필 사진이 되었습니다. 사진 속 두 분 중 한 분은 몇 달 뒤 지리산에서 만난 카리스마 가득한 선주법사님이란 것을 한참 지나서 알았습니다.

 8-7차 입재식('스님의 하루' 기사에서 인용)
▲ 8-7차 입재식('스님의 하루' 기사에서 인용)

불교대학을 다니며 많이 안정된 나는 2월 첫 주(2/1~2/5)에 지리산 깨달음의장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4박 5일의 깨달음을 통해 많이 가벼워진 채, 집에 돌아온 내 얼굴에는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나의 변화에 아내는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깨달음의장에서 나를 잘 쓰겠다는 선주법사님을 찾아 2월 16일 통영법당 열린법회에 갔습니다. 통영법당에는 선주법사님과 월광법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월광법사님이 나를 잘 쓰겠다며 안산으로 초대했습니다. 그때부터 안산다문화센터에서 일요일마다 태국과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부산과 안산의 6시간 거리를 오가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겁고 보람된 봉사였습니다.

다문화가족 법주사 나들이
▲ 다문화가족 법주사 나들이

통영에 다녀온 다음 날 저녁 사하법당에는 묘덕법사님이 오셔서 열린법회 법문을 해 주셨습니다. 나에게 질문 차례가 주어지자, 나는 부처님이 아내와 아들, 어머니까지 출가시킨 비법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문경의 8-7차 입재식 이후 새벽마다 백팔 배를 하는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아내가 깨달음의장 이후 완전히 달라진 나의 모습에 “정토회가 뭐지?”라며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내를 불법(佛法)으로 이끌 비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질문했지만, 법사님은 그런 비법은 없다고 단호하게 답하셨습니다. 그러나 내 뇌리엔 갑자기 커다란 외침이 들렸습니다. 돈벌이로 영어를 가르쳤던 내가 학생들의 공부비법에 대한 질문에 늘 하던 그 말, “비법? 없어.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 비법이야!” 그렇습니다. 세상살이에 비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비법 없음을 아는 그 비법’이 바로 진리이고, 내겐 부처님 법이었습니다.

5월 14일 석탄일 아침, 법륜스님의 ‘석탄일이 여러분의 생일’이란 법문을 들으며 이제 부처님 법 만난 지 1년도 안 된 내가 ‘희망리포터라는 소임을 맡아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법이란 없습니다. 그저 열심히 맡은 바 임무를 성심성의껏 다 하는 것이 비법입니다. 열심히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면 누군가는 나를 지켜보면서 본보기로 삼을 것이란 믿음이 그 동안 살아 온 나의 경험이고, 비법입니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잘 쓰일 수 있게 새벽 일찍 수행 정진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釋迦誕日 我再誕日(석가탄일 아재탄일) : 석가탄신일은 내가 다시 태어난 날
我傳佛法 淨土行者(아전불법 정토행자) : 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사하법당 석가탄신일 예불
▲ 사하법당 석가탄신일 예불

글_김사문 희망리포터(사하정토회 사하법당)
편집_이혜진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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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령

석가탄신일이 내가 태어난 날!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6-06-16 17:16:45

봄선

부처님에게 나아가는 수행의 글 잘 읽었습니다...나가 없어지는 그 해탈 이루시고 언제나 행복하시며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훌륭한 불자 되시기 바랍니다..._()_...

2016-06-07 13: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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