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인천경기서부지부
JTS안산다문화센터 가을나들이
10월 어느 멋진 날의 하루

10월 30일 오전 5시 0°c. 아이 옷을 입히고 주섬주섬 챙겨 차 안에서 예불문을 들으며 안산JTS다문화센터로 향합니다. 오전 6시 봉사자들이 모두 도착했습니다. 명심문을 하고 일감나누기를 하고 짐을 싣고 버스 승차장으로 갔습니다. 오전 7시 다문화인들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총 68명, 다문화인 53명(태국 16, 스리랑카 4, 방글라데시 2, 네팔 31명) JTS봉사자 10명, 사진작가 2명, 한국어린이 3명이 버스 두 대에 실려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로 향했습니다.

맑은 햇살 아래 있으니 맑은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 맑은 햇살 아래 있으니 맑은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1호차는 태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분들 2호 차는 네팔분들이 탑승했습니다. 저는 2호 차에 탑승했습니다. 새벽녘에 추웠던 날씨는 갈수록 풀려갔습니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나마스떼, 베떠러 쿠시라교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팔어로 먼저 인사를 건네니, 약간 긴장한 네팔인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져나갔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센터에서 준비한 바나나와 빵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월정사가 다가올수록 햇살은 환한 빛으로 따듯하게 부서져 퍼져나갔습니다.

우리들 봉사로 다문화인들의 하루가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 우리들 봉사로 다문화인들의 하루가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꽃 보다 고운 단풍나무 아래서
▲ 꽃 보다 고운 단풍나무 아래서

월정사 제월당 앞마당에서 시작한 입재식은 태국 스님의 선창으로 테라밧다(남방불교) 방식으로 함께 예불하며 시작했습니다. 빤자실(남방불교예불)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봉사자도 미리 준비한 한글 표기문을 보고 한목소리로 부처님께 예불을 올렸습니다. 참석한 다문화인 중에 같은 신앙이 아니더라도 함께 의식에 참여하며 불교 문화를 존중해주었습니다.

입재식이 끝나고 적광전 앞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단체행동이 여의치 않지만 함께 마음을 모아 2016 다문화 가을 나들이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음의 달이 뜬다는 월정사 경내를 거닐며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을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만끽하였습니다. 불교 신자인 다문화인들은 적광전안 부처님께 삼배하고 보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소통으로 성공한 단체 사진
▲ 다양한 소통으로 성공한 단체 사진

가을이 없는 나라에서 온 다문화인들은 마냥 신기하듯이 노랑 빨강으로 단풍든 나무 아래, 김장을 위해 쌓아둔 배추 더미도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습니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국보 48호 팔각 9층 석탑 앞에서 참배, 공양간에서 봉사자들과 똑같이 그릇 씻어 정리, 성보박물관에서 각자의 언어로 소원 쓰기 등을 하며 신기한 가을날을 만끽했습니다.

한국의 가을이 신기합니다
▲ 한국의 가을이 신기합니다

월정사 용금루와 천왕문을 지나 일주문까지 1Km 전나무숲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시리게 맑게 빛나는 금강연을 옆으로 스쳐보며 지나갔습니다. 천 년 침엽수림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로 피로감이 날아가고 길목마다 전나무로 조성된 자연예술품을 감상하며 한국에서 고단한 삶을 치유하는 듯 밝고 환한 미소를 봉사자, 다문화인들 서로 서로에게 보냈습니다.

천 년 전나무 숲 길을 걸으며
▲ 천 년 전나무 숲 길을 걸으며

어깨위에 내려앉은 타국에서의 고단함을 오늘은 내려놓습니다
▲ 어깨위에 내려앉은 타국에서의 고단함을 오늘은 내려놓습니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버스를 타고 상원사로 향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상원사까지 10분 남짓 하늘과 가까운 그곳에 문수동자상과 보살상이 존치되어 있는데, 월정사에서보다 자유로운 모습으로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습니다.

금강경의 제2분 수보리처럼 편단우견, 우슬착지, 합장공경(옷차림을 바르게 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하며 불상 너머 부처님께 공경을 올리는 다문화인들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잔잔하고도 고요해 감동을 주었습니다. 함께 간 한국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간식을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정겨움이 묻어 났습니다.

상원사에 일정을 마친 후 휴게실에서 삼삼오오 다문화인들끼리 컵라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후 4시 나들이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버스 안에서 봉사자들이 먼저 소감을 나누고, 다문화인들이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네팔에는 산이 많은데 한국에 와서 산에 갈 수 있어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한국에서 부처님을 뵐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네팔에서 룸비니를 못 가봤는데, 마치 룸비니에 온 것처럼 기쁜 하루였습니다.”
“부처님은 네팔에서 태어나셨습니다.”
“한 달에 1번만 쉬고 나머진 일하는데, 여기 올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다음에 또 불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인들에게 따듯한 가슴이 되어주는 안산다문화센터 월광 법사님
▲ 다문화인들에게 따듯한 가슴이 되어주는 안산다문화센터 월광 법사님

함께 한 제 아이는 네팔 말을 배우고 싶다 합니다.
네팔에 가보고 싶다 합니다.
아이가 네팔을 가난한 나라로 먼저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태어나신 성실하고 선한 사람들의 나라로 먼저 바로 알게 됨이
부처님의 가피인 듯합니다.

스리랑카, 태국, 방글라데시, 네팔 그리고 한국.
함께 한 2016년 다문화 가을 나들이를 마치고 가만히 눈을 감으니,
고개가 숙여집니다.
두 손이 모아집니다.
숨이 내려갑니다.

2600년여 전 부처님의 법이
높이를 알 수 없는 히말라야산맥을,
뜨거운 타클라마칸 고비사막을,
건조한 내몽골사막을, 벵골만,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을 지나
동으로, 동쪽으로, 이 땅에 전해지기까지
바람처럼 구름처럼 넘실거리며
쉬이 온 것이 아닐 겝니다.
누군가는 전하고 전하고 또 전했을 것입니다.
그 길목 길목이 인연이 되는 후손들이 서로
이 땅에서 다시 만나 고단한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조금이라도 부처님의 은혜에 갚음이 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기억되기를 바래봅니다.

사진_김진국 김철훈 작가
글_이영실 (인천경기서부지부 사회활동팀)
편집_유재숙 (인천경기서부지부 홍보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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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안산.... 다문화센타, 월광법사님, 도반님들 감사합니다!

2016-11-11 11:12:08

무량덕

단풍보다 아름다운 그대....도반님들 그리고 월광법사님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2016-11-10 17:18:57

정재연

글을 읽으니 행복한 나들이를 함께한듯 합니다

2016-11-10 13: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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