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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말처럼, ‘봄은 고양이’가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던 추운 겨울의 목덜미를 따뜻한 봄기운이 훅 덮쳐왔습니다. 무심코 엊그제 입었던 겨울옷을 입고 나왔다가는 삐질삐질 땀이 배어나는 이즈음, 파주의 봄 동산에는 법 꽃이 울긋불긋 봉오리를 맺고 있습니다. 이 꽃봉오리가 맺기까지 얼마나 시린 바람과 눈을 견뎌왔는지 알기에 때 이른 봄소식에 고맙고 들뜨는 마음입니다.
어디냐구요? 무얼하고 있냐구요?
새로운 운정 불사를 열기 위해 간절한 마음 모은 파주 법당 도반님들입니다.
파주 법당이 세워진 지 3년, 파주 법당 도반님들에게는 커다란 원 하나가 있었습니다. 파주 법당이 금촌 쪽 재래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서울 쪽으로 출퇴근하는 운정 신도시 사람들에겐 멀고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운정 신도시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운정 불사를 꿈꾸었고, 지난 1년 동안 파주 법당은 운정 불사 담당인 임금선 보살님의 주도 아래, 매주 토요일마다 불사 정진 기도를 해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좋은 불사 터가 정해졌고 봄 불대를 새 법당에서 시작할 희망에 부풀었지만, 웬 걸, 하루 이틀 공사가 늦어지더니 결국 입학식을 파주 법당에서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파주 법당 도반님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정에 마음이 답답했을 텐데, 화를 내는 대신 새 불사 터에서 매일 아침 수행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운정 불사 소임을 맡아서 지난 일 년 동안도 큰 분별심 없이 지나왔어요, 한여름에 법당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이틀이 멀다하고 찾아다녔지만, 원하는 위치와 평형, 임대료 세 가지 요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 무렵 임대료의 부담을 덜어줄 도반이 나타났고, 분양 업체가 입주날짜도 12월이라고 해서 3월엔 충분히 불대 수업을 하리라고 예상했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공사가 지연되고, 새 법당에서 입학식이 불가능해져서, 20일부터 돗자리와 방석을 깔고 108배 정진을 시작했어요, 운정 법당 불사가 원만하고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는 모든 이들의 공덕이라는 걸 알기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어요. 이 법당이 완성되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또는 대인관계를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법문을 들으며 스스로 수행해 갈 수 있는 편안한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임금선 보살님
새벽 5시, 파주 법당 도반님들은 불도 없고 시멘트 냄새가 독하게 뿜어 나오는 이곳에서 마스크를 한 채 해맑은 미소로 새벽 정진을 시작합니다. 이 맑고 밝은 정성으로 운정 불사가 더 안전하고 깔끔하게 준비되어 부처님의 법을 사방에 전파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곳에 더디지만 단단한 법 꽃이 가득 피어나길 발원하면서요.
보이시나요? 위태롭고 약해 보이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잘 알다시피 임진각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평화 통일을 위한 300배 정진이 있습니다. 인경지부 다섯 개의 법당이 당번을 정해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조국의 평화 통일 염원하고 있는데, 파주 법당은 매주 네 번째 토요일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한 낮의 햇살은 분명 봄이지만, 새벽 5시, 임진각엔 쨍한 겨울 냉기와 어둠이 맹렬합니다. 하지만 파주 법당 도반님들은 익숙한 손짓으로 촛불을 켜고, 300배 정진을 시작합니다.
한 때는 한 솥밥을 먹으며 애틋한 정을 나눴을 부모 형제였건만, 전쟁으로 헤어진 지 70년, 이제 분단 1세대들이 거의 세상을 떠나고 있기에 통일은 더욱 간절합니다.
그러니 어느 날 불현 듯 남북 평화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몇몇 정치인의 쇼가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라 여기 이 한 사람, 한 사람의 간절한 기도가 일으킨 기적이라는 걸 우린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영실: 요즘 흘러가는 남북 관계가 참 암울하지만, 스님께서 1%만 수행해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하자 싶어서 나왔어요.
임현주: 우리가 분단되어 있어 갈등이 있고 힘든데, 우리가 이렇게 기도하는 게 한 톨의 거름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요즘 남북 관계는 좋아지기는 커녕 더욱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진각에 핀 이 법 꽃송이가 더욱 소중하고, 도반님들의 이 작은 발원이 남북 평화 통일의 꽃길로 이어져 굶주린 북한 동포들 마음속에도 부처님 법 꽃송이들이 활짝 피어나길 빌어 봅니다.
부처님 법 만나기 전에 봄은, 찬란하지만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벚꽃놀이나 소풍으로 행복을 찾으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법 만난 다음부턴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행복하고 싶으면 어디로 가면 된다구요? 네, 맞습니다, 정토 불교 대학!
내 안에 행복이 가득한데 굳이 밖으로 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정토행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간단한 진리를 잊고 삽니다. 우리도 처음부터 이 지혜를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정토 불교 대학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알게 된 거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 행복을 남들과 조금 더 나누고 싶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인숙: 오늘 날씨가 너무 좋구요, 사실 누가 이런 전단지 보고 오겠어, 했는데 한 분씩 전화해 오니까, 아 해야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났습니다.
노복희: 처음에는 입학생들이 너무 적어서, 나라가 어수선하니까 사람들이 개인적인 행복에 관심이 없는 걸까 걱정이 됐는데, 입학이 다가오면서 입학생들이 좀 늘어나니까 보람도 있었구요, 정토 불교 대학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즐겁게 했습니다.
원래 봄 날씨는 변덕이 심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따뜻하고 포근합니다. 남들은 들로 산으로 꽃구경 가겠지만, 파주 법당 도반님들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바지런한 손길 발길로, 파주에 울긋불긋 법 꽃동산을 활짝 피웠으니까요.
글 | 김명호 희망리포터 (일산정토회 파주법당)
편집 | 한명수 (인천경기서부 지부 편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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