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3.10 발우공양 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도착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서울공동체 발우공양에 참석해 ‘일과 수행의 통일’에 대해 법문한 후 신한촌 역사회복재건 기공식 및 학술회의를 위해 각계 각층 인사를 모시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예불을 마친 후 스님은 정토회 서울공동체 발우공양에 참석해 공양을 드셨습니다. 

 


▲ 발우공양

 

공양을 드신 후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필리핀JTS 사업장을 방문하고 온 소회를 이야기하면서 그 중 대중 생활과 관련해서 애로사항이 제기되었던 것을 공유해주었습니다. 

 


 

특히 삶 속에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실천해 나가려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지난번에 인도에 방문했을 때 대중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에 대해서 들었는데, 이번에 필리핀에 방문했을 때도 역시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을 생각하면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데, 대중 생활을 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데요. 대중 생활이 어려워 문제제기를 자꾸 해서 내부 화합이 잘 안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기네 마음대로 자유롭게 산다고 밥도 같이 안 먹고 따로 먹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그렇게 생활하던 습관 때문에 수행과 대중 생활을 제대로 못해서 문제가 되고 있나 봐요. 지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작년 봄부터 필리핀과 인도 사업장을 수행공간으로 하고, 수행자들이 봉사하는 것으로 하되 그걸 못 하겠다는 사람은 다 회향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업장을 다 철수했고요. 정토회 설립취지 대로 앞으로는 해외 구호사업장도 수행자들이 수행하고 봉사하는 수행도량으로 정했는데, 아직도 그렇게 살지 않던 과거의 습관이 남아서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지요.

 

개인의 삶을 보더라도 밥은 먹고 싶고, 살찌는 건 겁이 나고, 살찌는 거 생각하면 안 먹어야 되고, 먹고 싶은 거 생각하면 먹어야 되고 그렇지요. 해외 구호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생각하면 봉사자가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되고, 그럴려면 봉사자들의 취향을 허용해야 된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또 주어진 사명이 ‘수행자들이 살면서 봉사하는 수행도량화 해야 한다’ 하는 것이니까 수행도량의 원칙을 잡아야 되는데, 또 원칙을 잡으니까 사람이 떨어져 나가고, 사람을 잡으려니까 원칙이 어그러지고, 이런 것 때문에 고민이 생깁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칙을 중심으로 해서 갈 사람은 가게 하고, 그래서 일이 안 된다면 안 되는 대로 해야겠지요. 아니면 일을 우선해야 된다면 원칙은 젖혀두고 그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받아들여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든지요. 그러니까 이거든 저거든 하나로 결정하면 문제해결이 제일 쉽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여기 있는 여러분은 모두 행자대학원생이니까 수행이 절대적 중심이지 다른 게 중심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수행원칙에서 어긋나면 그대로 회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인도나 필리핀은 수행원칙과 일이 충돌한다는 거죠. 통상 이것도 포기할 수 없고, 저것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번뇌가 생기는 건데 둘 다 필요하다면 둘 다 하는 게 수행입니다. 

 

그럴 때는 ‘원칙을 지키되 일도 해야 되고, 일을 하되 원칙도 지켜야 된다’ 하는 게 과제가 되겠죠. 그 과제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중도’입니다. 그 사람들의 취향을 받아들여서 일이 되도록 함과 동시에 수행도량의 원칙도 지켜가면서 그 사람들과 갈등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이게 수행 과제가 되는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얘기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일에 책임을 안 지는 사람이나 수행도량을 지킬 책임이 없는 사람은 그 둘 중에 하나의 입장만 취하면 됩니다. 그러나 수행도량의 원칙도 지켜야 되고 일도 반드시 해내야 될 책임을 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둘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 나가느냐가 수행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모순을 승화시키는 게 수행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모순된 그 두 가지가 늘 갈등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직장을 구할 때는 월급이 많으면 일이 많고, 일을 좀 수월히 하면 월급이 적고, 결혼 상대자를 구할 때는 돈은 많은데 사람 성질이 더럽고, 성질은 좋은데 돈이 없고, 이런 것처럼 이 세상에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없습니다. 다 자기 입장에서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볼 때 부족한 것이지 그 사람 자체는 원래 그런 거예요.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 두 가지를 다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 욕심 때문에 두 가지 번뇌가 생길 때는 욕심을 내려놔야 됩니다. 두 번째, ‘밥은 먹고 싶다’ 이건 까르마, 업식, 마음이고, ‘먹으면 안 된다. 건강에 나쁘다’ 이건 생각이잖아요. 이런 갈등은 이성과 감성 사이의 갈등, 마음과 생각 사이의 갈등입니다. 이런 건 어떻게 중도적으로 통일할 수 있을까요? 생각에 우선을 두면 의지로 버텨야 되니까 심리가 억압을 받게 되고, 긴장이 되고, 그러면 행복하지가 못 하지요. 욕구를 따라가면 일시적으로는 기쁜데,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손해가 됩니다. 그 둘을 어떻게 조정할 거냐 하는 게 중도입니다. 

 

요구를 따라가지 않으면서 긴장도 하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경직되지 않는다, 사람들을 포용하면서도 원칙은 지켜나간다, 이런 과제들을 여러분의 삶 속에서 극복을 해야 합니다. 그런 모순이 없는 세상에 태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런 세상은 없습니다. 일은 해야 되는데 사람은 없거나 또는 사람은 있는데 돈이 없거나 이런 식의 모순이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지혜롭게 괴로움 없이 해결해 나가느냐가 바로 우리가 직면한 인생의 현실적 과제입니다. 

 


 

여러분 개인적으로는 아마 몸이 아파서 쉬니까 일이 안 되고, 그렇다고 좀 나아서 일을 하려니까 또 몸이 안 따라주는 일이 있을 수 있죠. 그래서 그 사이에서 또 갈등을 하게 될 텐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픈 몸으로 일을 할 때는 아프지만 조금이라도 일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을 해야 된다’는 부담감과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 갈등을 여러분 스스로 조정할 수 있어야 아파도 편안하고, 일을 안 해도 편안하고, 일을 많이 해도 편안하고, 밤잠 안 자고 일을 해도 편안하고, 아프면서 일을 해도 편안할 수 있는 거예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처작주(隨處作主)’입니다. 즉 ‘어느 곳에 처하든 주인이 돼라’는 주인의식이 중요합니다. 물러나는 마음을 낼 때는 주인의식이 없을 때입니다. 물러나는 마음이 나면 마치 남의 일처럼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되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는, 자기가 해결해야 될 과제로 딱 삼는 자세, 즉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긴장하지도 않으면서 깨어있는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그게 잘 안 될 때는 꾸준히 연습해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 자세로 조금씩 완성시켜 나가는 게 수행입니다. 명상하고 절하는 것만 수행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갈등이나 자기 몸 상태를 가지고도 수행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수행하면서 늘 중도를 체험해 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 모두 편안한 가운데 밝게 일을 해 나가는 수행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몇몇 행자님이 인도나 필리핀을 다녀온 뒤로 건강이 안 좋다고 하던데, 그럴 이유가 뭐예요? 마음이 해이해져서 행자라는 걸 잊었던 거 아니에요?(행자들 웃음) 

 


 

어쨌든 몸을 잘 추스르세요. 그러면서 당면한 현실에서 주어지는 과제들을 대할 때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되느냐? 이게 수행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라고 하지 말고, 수행삼아 잘 풀어보세요. 우리가 살다보면 때로는 똥 치우는 일, 밭가는 일, 밥하는 일이 주어질 수도 있는데, 어떤 일이 주어지든 수행삼아 하다 보면 똥 치우는 방법, 밭 갈거나 밥하는 기술을 익힐 수가 있습니다. 인생을 오래 살다보면 모든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 풀이나 나무 벤 거, 낫질하거나 괭이질 한 거, 말뚝 박은 거 등이 그 일로써 끝난 게 아니라 의외로 생활할 때도 도움이 되고, 수행할 때도 도움이 되고, 해외활동 할 때도 도움이 됐거든요. 밥할 때나 연탄불 갈 때 불을 안 꺼뜨리려고 애쓰던 일, 그런 게 수행입니다. 감옥 가고, 두드려 맞고, 고문당한 것도 그때는 고통이었지만 지나놓고 보면, 돌이킬 수만 있으면 그게 다 수행이 됩니다. 그래서 결국 어떤 경험이든 다 자기 삶의 일부가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됩니다.” 

 

어떤 일이 주어지든 수행삼아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씀에 공동체 대중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곧 선거가 다가오게 되는데 공동체 대중들도 부재자 투표 신청을 해서 주권행사를 꼭 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4월 중순에는 선거가 있으니까 미리 부재자 투표를 신청해서 주권행사를 하세요. 우리 사회가 지금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잖습니까. 1, 2월 수출은 지난 해에 비해 거의 2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하잖아요. 그런 가운데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현 정부가 들어설 때 경제성장을 강조했지만 성장도 안 되고 있고, 경제민주화를 얘기했지만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고, 청년실업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고, 노인복지를 해결한다지만 OECD 가입국 중에 노인빈곤율이 제일 높고, 남북관계는 전쟁 위기에 처할 정도로 나빠졌고, 두만강 프로젝트도 멈췄습니다. 

 


 

또 요즘처럼 국내정치가 시끄럽고 유별난 건 처음 봅니다. 여당은 여당 내부적으로 싸우고, 여당과 청와대가 싸우고, 여야가 싸우고, 야당도 갈라져서 싸우고, 갈라져 나간 데서는 또 그 안에서도 싸우고, 남아있는 쪽도 싸우고, 남북 간에도 싸우고, 한일 간에도 싸우고, 한중 간에도 갈등하고,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제, 정치, 안보, 통일, 국민 통합, 평화 유지가 다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민 통합은 커녕 국민 분열의 시대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총체적인 국가 불신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국가권력이 중앙에, 그 중에도 대통령에게 너무 독점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가 끝난 뒤 보수도 보수와 중도 보수로 나뉘고, 진보도 중도 진보와 진보로 나뉘어서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받을 수 있는 다당제 구조로 가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사안에 따라 서로 연정하는 식이 되어서 국가도 안정되고, 지금과 같은 극한적 갈등도 없어질 겁니다. 양당 구조는 선의의 경쟁을 할 때는 좋은 모델인데, 이렇게 극한적 투쟁을 할 때는 국가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 가능하다면 통일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 양당 구조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 한 당의 독주를 막는 것,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그런 문제들을 푸는데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선출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런 관점을 갖고 주권행사를 잘 하시기 바랍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스님의 말씀에 모두 공감을 표하며 한 말씀 한 말씀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도 국민들이 각성해서 투표에 제대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발우공양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짐을 챙겨 오전 10시 20분에 인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인천공항에는 ‘신한촌 역사 회복과 재건’을 염원하는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속속 도착해 출국 수속을 밟았습니다. 

 


▲ 인천 국제공항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의 ‘신한촌’은 극동 시베리아 대륙의 한민족의 아픈 역사가 서려있는 민족독립운동의 성지이자 최초의 코리아타운입니다. 항일민족지사들의 집결지이자 국외 독립운동의 중추기지였으며, 임시정부의 모체인 국민의회를 결성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유서깊은 곳의 흔적과 숨결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이번에 좋은벗들과 국제한민족재단의 주도로 ‘신한촌역사회복재건 기공식’을 블라디보스톡 신한촌 현장에서 갖기로 한 것입니다. 

 

스님은 모든 참석자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간단하게 한 명씩 소개를 해주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해주었습니다. 

 


▲ 참가자 소개 시간

 

간단히 자기 소개를 마치고 드디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오후 1시 35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했습니다. 

 


▲ 한반도의 북동쪽 끝부분에 접한 블라디보스톡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하자 국제한민족재단에서 실무자 두 분이 대형 버스로 마중을 나와 참석자 일행 모두를 숙소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는 아직 흰 눈이 쌓인 너른 벌판이 펼쳐지기도 하고,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해 모스크바까지 이어진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잠시 보이기도 했습니다. 

 


▲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

 

또 도심을 지나 바닷가에 다다르니 석양에 비친 얼음 바다가 절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다 위로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참가자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바다

 

오후 6시에 숙소에 도착해 짐을 푼 후 7시부터 다함께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녁식사는 처음으로 한인촌이 형성되었다고 하는 구한촌 지역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했습니다. 구한촌 지역에는 작은 항구가 하나 있었는데, 부산이나 속초, 청진에서 출발하면 이곳에 배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초창기에는 항구 주위에 한인촌이 형성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이곳이 개척리라고 불리는 구한촌이라는 설명에 모두들 카메라를 들고 사진에 담아가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 구한촌 지역에 위치한 식당

 

저녁식사를 하기 전 스님이 김명혁 목사님에게 식사기도를 청했습니다. 특히 스님은 김명혁 목사님을 비롯한 이웃종교인들과 10여 년 전부터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 마음을 모아오고 있습니다. 목사님은 “목사들끼리 모일 때는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는데, 우리 이웃종교인들이 모였을 때는 한번도 다툰 적이 없습니다.”라고 자랑스러워 하면서 식사기도를 정성껏 해주었습니다. 

 


▲ 식사기도를 해주고 있는 김명혁 목사님

 

“죄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시고 축북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이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3.1운동을 일으켰던 선배들을 기리며 종교와 모든 차이를 초월해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고 어떻게 하면 굶어죽는 동포들을 도울 수 있는지 방법을 찾고자 모였습니다. 또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자기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지고 오히려 기뻐했던 우리 선조들을 기리며 어떻게 해야 우리들이 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이룰 수 있을지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음식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들이 될 수 있게 축북해 주시옵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다같이 큰 목소리로 ‘아멘’ 하고 맛있게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참석자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스님이 간단하게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스님

 

“우리가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라고 해서 북간도와 서간도에는 많이들 가고, 또 상해에도 많이들 갑니다. 하지만 이곳 연해주는 매우 중요한 곳임에도 발걸음이 뜸했는데, 최근에 들어와서 연해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연 30만명으로 늘었다고 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하며 살았던 이 지역에 현재는 고려인도 별로 없고, 그 터는 이미 다 폐허가 되었고, 다만 비석을 3개 세워 두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초라해요. 그래서 이곳의 얼을 살리고 알리자는 제안이 있어서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좋은 취지의 일이라서 저도 함께 하게 되었고요. 

 

뜻은 있지만 재정을 마련할 여력이 안 되어서 여러분들 모시고 우선 작게나마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 뜻을 기려주시고, 내일 기공식을 하는 것을 계기로 여러분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신한촌 역사회복과 재건을 위한 일들을 함께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행사 취지에 대한 말씀에 모두를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이번 신한촌 역사회복과 재건 사업을 책임지고 해나갈 국제한민족재단의 이창주 교수님이 이번 행사의 대략적인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 국제한민족재단 이창주 교수님

 

“우리 현대사에서 독립운동의 시원이 바로 이곳입니다. 애국지사들이 대부분 여기서 집결을 했었고, 여기서 독립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런 민족의 성지에 아무런 표시가 없는 무명의 돌기둥 세 개 밖에 없어요. 이렇게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는 선열들의 열망과 함성, 흔적과 숨결을 회복 재건하자는 취지로 이번에 기공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창주 교수님은 열변을 토하며 이번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얼마나 간절하게 이 일을 염원해 왔는지 그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교수님은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학술대회 시간에 이야기하겠다고 하면서 인사말씀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28명의 참가자 전원이 각자 어떤 마음으로 이번 신한촌역사회복재건 기공식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교무님 등 종교인들을 포함해, 시민단체와 대학에서도 여럿이 참여를 했습니다. 모두가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사회 인사 분들이신데, 그 중 몇 분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김홍신 작가님은 “잃어버린 발해의 역사를 찾아다니며 이곳을 여러 번 다녀갔는데, 그 때 우리 민족의 혼을 발견했던 그 경험 때문에 이곳에 올 때마다 행복합니다. 이번에도 그런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라며 기쁜 마음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또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의 원장으로 계신 조민 박사님은 이렇게 소감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을사늑약 이후로 유인석 의병장 이런 분들은 경성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이곳 블라디보스톡으로 왔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왔는데, 이제는 비행기나 배 말고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오면 어떻겠습니까. 두만강 철교를 건너 이곳 블라디보스톡으로 올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면서 오늘을 회상해 보고 싶습니다.”

 

특히 생명미디어센터에서 온 최성주님은 특별한 사연을 이야기해 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저의 할아버지가 최운산 장군이라고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지휘했고, 또 봉오동을 직접 개간해서 만드셨던 분이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는데, 저희 세대가 지나가면 이제 할아버지가 하셨던 일들이 모두 묻혀져 버리게 될 것이란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지금이라도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번 행사를 알게 되었고요. 저도 작은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 특별한 사연을 갖고 참가한 생명미디어센터 최성주님 

 

각자 참석하게 된 사연은 다양했지만 조국이 기울어 가던 시절에 피 흘리며 목놓아 울부짖던 애국지사들의 아리랑이 서린 현장을 다시 회복하고 재건하자는 그 염원만큼은 한마음 한 뜻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김홍신 작가님은 더욱이 이 마음이 한반도 통일을 향한 염원으로까지 나아가기를 기원하면서 “통일을 위하여” 라고 건배사를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블라디보스톡에서의 첫째날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9시부터 ‘러시아 한민족사의 숨결과 흔적’을 주제로 법륜 스님의 개막 연설이 있은 후 ‘연해주 극동대륙의 한민족사’, ‘신한촌 역사의 재조명’을 주제로 학술 회의를 가집니다. 또 오후에는 신한촌으로 이동해 신한촌역사회복재건 기공식을 가진 후 우수리스크로 이동해 독립운동유적지를 방문하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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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촌 역사 회복과 재건을 위한 대중 여러분들의 후원금을 받습니다. 소정의 기금 출연으로 신한촌 역사 회복에 동행하는 마음과 정성을 함께 담아 주시기 바랍니다. 

 

- 계좌번호 : 국민은행 578601-01-272869

- 예금주 : (사)좋은벗들 

전체댓글 31

0/200

^^

잘 읽었습니다. _()_

올해는 부재자 투표 등록을 하지 않고도 4월 8일과 9일에 사전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챙겨서 투표합시다. ^^

2016-03-13 22:43:06

굴레를 벗어던지고

정토회와서 지금껏알던 불교가 불교문화라는 측면이더많다는것을 알았네요, 뭐 법당 출입시 삼배하는데 불.법.승 삼보에 대한 공경심의 표현이지 절대화할 필욘없겠지요. 정토회는 가만보니 상주대중과 활동많은곳이라 매번하기도 어렵겠고 중간에는 반배만해도 충분치않을까요. 불대다녀보니 2600년전 부처님도 세상을위해 무소의뿔처럼 적극적 전법하셨더군요, 깊은 산속의 이조오백년 억압받던 불교가 아니라 말이죠. 교황께서도 세상의 약자와 불의를 위해 관심가지라 하지않던가요. 그것이 세상을 위한 종교의 한 역할이라봅니다. 앞으로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시길 바랍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16-03-13 18:25:11

정세은

감동적인순간들입니다.
이제라도 선조들의 발자취를,
보존하고,기리는 뜻깊은 기공식을 하게된다니
기쁨을 이루말할수 없네요.
예나 지금이나,종교인들의 높은뜻은,
참으로 가슴뭉클합니다.
많은분들의 관심있기를 기원하며
기념비적인 사업성취를
이루기를 간절히 기도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016-03-13 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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