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제 9차 천일결사 임원교육
새로운 마음으로 스님의 하루를 엽니다.

그 동안 안녕히 지내셨습니까? 한 달 조금 넘게 <스님의 하루>는 개편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하루>를 궁금하게 여기고 문의를 주셨습니다. 봄이 오려는 오늘, 새로운 마음으로 <스님의 하루>를 열어봅니다.

오늘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정토회 제9차 천일결사 임원교육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 일곱 시 반, 법륜 스님은 새롭게 선임된 정토회 임원진을 만나러 서울에서 문경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일곱 시 반이면 겨우 동이 터올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해가 이미 떠서 주변이 환하게 밝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입니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날씨가 풀린다는 거지요. 바람은 차지만 햇빛은 밝고 따뜻합니다. 그래서인지 정토수련원을 둘러싼 뇌정산의 능선들이 물기를 머금은 듯, 포슬포슬 한결 부드러워 보입니다.

입재식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스님은 백화암에서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대수련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400여 명의 신입 임원진들은 법륜 스님께 입재법문을 요청하였습니다.
법륜 스님은 법상 가까이로 대중들을 당겨 모았습니다.

“ … 정토회는 30년에 걸친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어떠한 목표를 세웠는가?’하는 부분을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24년 전, 1993년 3월에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정토회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두 가지 진단을 하였습니다.

첫 번째 진단은, 대한민국의 불교가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은 ‘수행 정진을 통해서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에게 괴로움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어리석기 때문에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그것을 자각해서 깨우치면 누구나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이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어쩌면 부처님께서 주신 가르침의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복을 빌면 복을 준다’는 믿음이 불교라는 이름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복을 지어야 복을 받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뉘우치고 참회해야 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데, ‘복은 짓지도 않고, 그저 복을 빌면 복을 받는다’는 이치에 맞지 않는 허황된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기복적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불행한 것은 전생에 지은 죄로 인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잘 사는 것은 그 사람이 전생에 지은 복 때문이다’라며 현실 속, 삶의 모습을 인과응보로 합리화하는 비불교적인 요소에 젖어있는 모습을 보고, 나 한 사람부터라도 이 땅에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실천해서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인도하자는 원(願)을 세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른 가르침’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아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전해야 합니다. 출가한 승려만이 ‘수행’을 하는 특별한 가르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별개의 실천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바로 우리가 밥 먹고 똥 누는 일상생활 속에서 행할 수 있는 가르침이자 실천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목표를 갖고 정토회는 수행 정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수행공동체, 정토법당을 우리 생활 가까이에 만들어 왔습니다. 쉽게 말해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 주변의 읍·면·동에 하나씩 있어서 누구나 원한다면 불법(佛法)에 인연 맺고 쉽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정토회 활동의 한 축은 ‘본래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그 가르침을 지금 우리의 현실에 맞게 다시 실현시키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불교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아니고, 돈을 모으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주변의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고 그것이 점차 확산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읍·면·동마다 수행공동체를 만들어서, 전인구의 1%만이라도 함께 수행 정진을 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질 것이고 대한민국 사회가 달라질 것이라는 원(願)입니다.

두 번째 진단은 불교를 넘어서서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남·북이 분단 상태로 갈등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항상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라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빠져들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원(願)을 세웠습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인 분단을 극복하고, 남·북이 교류와 협력을 거쳐서 통일을 이루는 통일 코리아, 통일된 대한민국을 이루는 것이 지난 100년의 민족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약 100년 전, 나라를 일본 제국주의에 빼앗기고 독립을 위해서 싸운 선조들의 원이 해방을 맞이하면서 일부 이루어졌지만, 다시 분단의 시련기가 찾아옴으로 해서 그 원이 모두 성취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루어낸다면 지난 100년의 민족사적 불행을 청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평화적 통일’이 우리의 활동에 커다란 목표가 되었고 그래서 굶주린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인도적 대북 지원과 북한 난민 돕기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만일결사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9차 천일결사를 이끌어가는 새 임원들에게 법륜 스님은 여기까지 오게 된 활동의 맥락을 짚어 주고 이후 9차년에서 담고 있는 변화의 내용을 설명하였습니다. 목표는 분명히 알고, 목표를 실현해 갈 수 있도록 살피면서 가능한 모든 정토행자들이 참여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꿔가고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입재법문을 통하여 배경을 이해한 뒤에 3년 동안의 방향을 담은 구체적인 내용을 천일결사준비위원회의 설명을 통해서 적용해보자는 것입니다.

이어서, 천일결사준비위원회에서 사업방향을 설명하였습니다. 운영 구조, 주요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가 있은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표를 들은 정토행자들은 정토회 내 홍보 단위 개발의 필요성, 청년 단위의 운영, 해외 정토회의 운영 방안, 영농사업 등에 대한 질문을 하였고 특히, 청년 운영에 대하여 서울과 대구지역 각각 청년 임원이 꼼꼼히 질문 하였습니다.
열띤 정토행자들의 질문과 천준위원의 답을 함께 경청하며 메모하던 법륜 스님은 특히, 청년의 질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불교활동을 해 왔는데 그 동안 계속 느껴왔던 고질적 병폐가 불교모임이 수행으로 되지 않고 친목화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는데 중·고등학교 불교학생회는 대학생이 되어도 불교대학생회에 가지 않고 불교 대학생은 졸업을 하고도 불교 청년회에 가지 않고, 불교 청년회는 나이 들어도 일반부에 가지 않고 따로 동문회를 결성해서 친목화합니다. 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친목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청년정토 회원들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구조적 재편을 통해서 이런 병폐를 미리 방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대중부에서도 청년부에서 35세 넘은 청년 활동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합니다. 상호 노력해야 합니다.

젊을 때 불법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어릴 때 불법을 만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고 기쁨입니다. 이런 인연이 수행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되어야 하고 과감하게 청년 활동가들을 일반부에서도 받아 운용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청년불자들이 자꾸 늙어집니다.”

집중된 질의응답과 정리말씀의 시간이 있은 뒤, 점심 공양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 공양 뒤, 모둠 토론 시간과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전체 정리시간을 가지도록 하였습니다. 법륜 스님은 저녁에 대전지역 청년 모임 일정으로 전체 정리 말씀을 먼저 하였습니다. 전체 정리 말씀에서 법륜 스님은 청년팀의 경우를 들어 다시 한 번 상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전체 정리 말씀을 마치자마자, 대전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대전 법당 앞 작은 칼국수 집에서 저녁 한 끼를 해결하고 강연장으로 갔습니다.
청년들은 일하면서 느끼는 어려움, 자신의 삶의 가치관 문제 등에 대해서 스님께 자유로이 질문하였습니다. 일을 치고 나가려고 하자니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사람을 챙기자니 일이 진행이 안 된다며 리더십에 대해서 질문하는 청년,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며 인생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 같다는 청년, 주변의 어려움에 대해서 정말 공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청년 등 살면서 스스로 느낀 고민에 대해 진솔하게 질문하는 청년들은 법륜 스님의 말씀에 때로는 웃기도 때로는 진지하게 들으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 우리는 수행자로 사는 겁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수행자의 자세를 갖고 살아보세요. 사람 사이 어려움이 있다면 ‘나누기’를 해서 풀어보세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없다면 정말 살아갈 수 있을까요? 서로 껴안고 용인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대화하고, 필요하다면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이건 종교적인 게 아니에요. 좋은 건 배우면 되는 겁니다. 우리들의 소감을 서로 나누는 건 종교적인 게 아니에요. 복을 비는 게 종교적인 거에요. 자꾸 세상을 따라가려 하지 말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서 우리 정체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옳은가 그른가로 싸우기 쉬운데, 마음 나누기를 통해서 서로 보듬어 줘야해요. 치열하게 토론하더라도 서로 나누고 보듬어 주세요.”

8시부터 두 시간을 예정했는데 두 시간을 훌쩍 넘겨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지막 질문에 답하고 자리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문경수련원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자를 받았습니다. 대전 청년 모임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누기를 한 내용을 보내준 것입니다.

“내 미래를 생각하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음이 힘들어서 이것저것 다 그만 두고 싶었는데 다시 발심이 되었고 현재에 급급해서 놓치고 살았구나 느꼈습니다.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법륜 스님 말씀을 듣고 동기유발 되었습니다.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일을 하는 나의 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고요, 버티고만 있으라는 말씀도 좋았습니다. 힘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밤이 깊어 불빛만 드문드문한 도로를 달려 문경 수련원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법륜 스님은 차에서 내리며

“한 달 동안 머리맡에 두었던 원고 숙제를 오늘 다 했더니 오늘은 밤에 볼 게 없네. 오늘은 잠을 잘 자겠네.”

안녕히, 주무세요. 법륜 스님.
여러분도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만든 사람들
심애남,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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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스님의 하루를 못봐서 하루하루 뭔가 빠진느낌이 들었는데 정말 좋아요 감사합니다♡

2017-02-27 19:28:23

^^^^

이렇게 뒤늦게나마 스님을 알게된 것이,새로운 불교지만, 뿌리깊게 전통적인 ((바른 불교))를 알게된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영광인지 모른답니다~정말 정토회때문에 사네요..스님말씀들..정토회 모든 것들이 새삼스레 더 신선하게 느껴져요^^추워서인지 스님얼굴이 많이 부으셨네요..ㅠ추위 더위가 좋지 않을 것입니다 ㅠㅠㅠ

2017-02-26 04:16:36

김봉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이리 수고해주시는 분들 덕택에 마치 스님의 옆에서 좋은 말씀을 듣는거 같아서 감사합니다..수행이 일상이 되고 힘들이지 않아도 되도록 더 노력해야겟습니다 ^^

2017-02-22 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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