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23 충남도청 희망 토크, 행복한 대화_상주 문화회관 편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그 사람, 잊을 수가 없어요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 법륜 스님과 공동체 대중은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로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늘 외부 일정으로 이곳저곳 다른 곳에서 하루를 시작할 때가 많은 스님이

“서초동에 있는 날만이라도 시간 여유가 되는 한 예불과 발우공양에 참석해야겠다.”

라고 어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시타림에 참석했던 행자님들이 돌아오고 출장 갔던 사람들도 돌아와서 어제보다 발우공양 참석 인원이 많아 보여, 스님은 부서별로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를 살펴보았습니다.
스님은 이틀 연이어 청년 강연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부산, 성남에서 청년들 강연을 했는데 젊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없다, 남을 쳐다보면서 열등의식을 갖는다’ 하는 경향의 질문을 많이 했어요. 여기 우리 젊은이들도 그런 성격을 가질 수 있겠지요.
연장을 한번 살펴봅시다. 농사지을 때 호미, 삽, 괭이를 많이 쓰지요. 같은 호미라도 용도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같은 삽이라도 화분 부삽부터 시멘트 섞는 삽까지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용도의 연장은 매일 쓰다시피 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일 년에 몇 번 안 쓰는 연장도 있어요. 모든 것들이 다 제 역할이 있습니다. 사람도 다 자기 나름대로 역할이 있습니다. 나름의 역할에 만족할 줄 알고 자기 나름의 역할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해요. 자꾸 다른걸 보고 부러워한다는 건 괭이가 삽을 부러워하는 것과 같아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고 세상에 쓰이는 용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용도, 한 사람의 재능을 기준으로 해서 자기와 비교하여 스스로를 부족하다거나 쓸모없다거나 못났다거나 잘났다거고 규정하는 건 자기를 피곤하게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이어야 해요. 남을 쳐다보고 욕심을 내고 자꾸 남한테 기준을 두니까 자기 정체성이 부족하죠. 마치 우리가 지나를 중국이라 부르면서 스스로 변방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중국을 중심에 두니까 우리가 변방이 될 수밖에 없지요. 우리는 우리를 중심에 둬야합니다. 여러분이 자꾸 남하고 비교하지 말고 빠르니 느리니 다 비교해서 생기는 거니까 자기 나름의 개성, 기여에 중심을 두고 자긍심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또 자기 발전의 목표를 너무 높이 설정해요. 그러니까 성공의 경험이 없어요. 성공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자존감이 낮습니다. 평소에 100미터를 20초에 달리는데 100일간 연습해서 18초로 단축하겠다면 성공확률이 높지만 10초로 목표를 잡으면 1000일을 연습해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면 실패한 경험밖에 없어요. 목표를 작게 세우면 성공의 경험을 가질 수 있지요. 18초 목표를 달성하고 다시 17초 목표를 세워서 또 도전하면 작은 성공을 계속 축적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자긍심이 있으면 얼굴이 저절로 밝아져요. 절에 사는데 얼굴이 누렇게 떠서 인상 쓰고 억지로 웃으면 누가 우릴 보고 절에 와서 수행하며 살고 싶겠어요. 결혼하고 애 키우는 사람보다 기쁨이 적다면 대중을 견인하기에는 힘이 부족합니다. 세상사는 사람이 이쪽으로 오고 싶은 구심력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가 여기 있다가 지쳐서 나가고 싶은 원심력이 더 크다면 그것은 복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너무 남을 쳐다보거나 자기 개성을 중요시 하지 않고 자기 목표를 너무 높이 설정해서 살기 때문에, 다들 살만한데, 괜찮은데 늘 자기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문제라는 건 내가 규정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성질 급하다’, ‘욕심 많다’하면 그때 자각하면 되지 스스로 ‘나는 못났다, 어떻다’고 규정하지 마세요. 남이 규정하는 것도 객관적이지 않은데 자기가 주관적으로 규정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꼴입니다. 남이 괴롭히는 것도 그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 건 굉장히 낭비적이고 어리석은 것이죠.
자꾸 움츠러들지 말고 봄날 따뜻한 기운 받아서 가슴을 쭉 펴고 사세요. 움츠러들어서 심리가 쭈그러들면 병이 날 수 있어요. 마음을 가볍게 편하게 가지세요.

우리가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재산도 없이 여기 살면서 남보다 나은 한 가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좀 더 행복하고 마음이 밝다는 장점이 있어야 이렇게 사는 의미와 보람이 있지, 그것도 없으면 불쌍한 존재가 되요.
남이 부러워하는 존재가 되어야지 남들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는 존재가 되면 안 되잖아요. 그건 거지이지 수행자가 아닙니다. 수행자는 낡은 옷을 입고 나무 밑에 앉아도 당당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집에 가서 부모님이 볼 때 여러분이 불쌍하게 보이면 어떻게 여러분한테 귀의 하겠습니까. 혹시 어머니가 잔소리해도 부모님 마음이 저렇구나, 바라보고 등 두드려 드리고 늠름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정신적으로 어른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 들어와 계신 분들은 그걸 극복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수행이 일상생활이 되도록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흔치 않은 기회인 스님의 말씀을 고이 마음에 담아두려는 듯 집중해서 스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발우공양이 마치자마자, 스님은 충남도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행복강연이 집중적으로 열리는 상반기 시기에는 외부 강연 일정이 나지 않는데 이번에는 인연이 닿았나봅니다. 실은 충남도청이 처음 개청했을 때도 스님을 청해서 강연을 했다고 하는데 그 인연이 닿아서인지 스님도 충남도청이 익숙해보였습니다.

2시간 남짓 달려 찾아간 곳은 충남 내포 신도시에 위치한 도청 4층, 대회의실이었습니다. 도청 공무원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스님의 강연소식을 알려서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득 자리하였습니다. 갓난아기를 안은 엄마, 휠체어를 탄 할머니, 몇몇 함께 온 듯 보이는 할아버지 등 지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섯 개의 질문으로 스님은 강연장에 참가한 충남도민들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점심시간 즈음 강연을 마치고 초청하신 관계자 분들과 기념 촬영을 한 뒤 충남도청을 나왔습니다.

오후 3시, 선산 아도 모례원에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점심 공양을 하였습니다. 휴게소에서 점심 공양을 할 때는 인원수보다 하나 혹은 두 개를 적게 시켜서 남는 음식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선산으로 가는 길에 스님은 내일 심을 통일 씨감자가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바로 심을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일러두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비닐하우스 파이프를 버리려던 것을 가져가겠다고 말해 놓았다고 하면서 챙겨 오자고 하였습니다.

선산 아도 모례원에 도착하니 신영근 사무국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신라불교초전법륜지인 아도 모례원을 불교문화체험 공간과 신라문화체험 공간으로 꾸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뿐만 아니라 체험하고 활용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데, 이런 상황을 스님에게 보여드리고 몇 가지 의논할 사항도 생겨서 가까운 상주 지역에서 저녁 강연을 하는 오늘 만남을 요청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모례가(家) 우물터를 비롯하여 의, 식, 주, 법으로 나누어 체험관을 만들고 전시관도 조성되고 있는 현장을 사무국장님과 스님은 찬찬히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넓은 지역을 걸어 다니며 살펴보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 5시가 넘어서 아도 모례원을 나왔습니다.

상주 강연장으로 가려고 네비게이션을 검색해보니 30여 분 거리에 있어서 오랜만에 휴게소가 아닌 곳에서 서두르지 않고 저녁공양을 할 수 있겠다며 행자님들이 기뻐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행길이어서 이리저리 식당을 찾아 헤매다 겨우 저녁 공양을 하고 시간에 맞추어 ‘상주 문화회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상주지역 행복학교 회원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 준비한 덕분에 2층으로 된 강연장이 꽉 찼습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연령층이 다양한 분들이 모여 재미있게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질문지 중에 여섯 분과 ‘행복한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 다급한 문제를 질문하려고 일부러 스님을 찾아왔다고 하는 여성분의 이야기를 실어봅니다.

“저는 서른두 살, 미혼입니다. 지금 당장 급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선 급한 질문부터 드리면, 제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남자가 핑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저를 밀어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저는 관계 개선을 위해 더 노력을 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다보니, 이제는 마음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악순환을 반복할 뿐입니다.”

“상대는 이미 나에게 정리하자고 의사 표현을 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질문자가 ‘좋아’하고 상대의 의사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고, 상대의 의사를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면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하는 방법이 있어요.”

“네, 그래서 저는 계속 좋다고 말을 하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런 제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기적인지 아닌지를 따지고자 한다면, 나를 싫다고 하는 상대방도 이기적이라고 할 수가 있잖아요.”

“네.”

“그러니까 상대방은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고, 나 역시도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어요. 대신 상대방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왜 나를 안 좋아해?’라고 따지면 안 돼요. 그건 상대방의 자유예요. 싫어하는 건 상대 마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에요.”

“그럼 저는 제가 좋은 대로 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괜찮을까요?”

“네,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설령 상대방이 내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건 아니에요”

“아, 네. (질문자와 청중 웃음)”

“그 부분은 이해하셨어요?”

“네.”

“그러니 내 마음을 안 받아준다고 해서 처벌할 수도 없어요.”

“네. 저도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질문자 웃음)”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니고, 어떠한 계약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 계약 관계를 맺으려고 서로 의논을 하다가 합의가 잘 안 된 경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그만둔 건 죄가 되지 않아요. 물론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질문자가 힘들겠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나쁜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상대방이 정 싫다고 하면 그만두어야 하고, 또 그래도 나는 여전히 상대방이 좋으면 그냥 좋아하면 돼요. (질문자 웃음) 대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힘들겠죠.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끔 하는 것은 그냥 내가 좋아만 한다고 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 연구와 노력.(질문자 웃음)”

“지금 연구와 노력이 조금 부족한 상태인지도 모르겠어요.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끔 하려면 뭘 어떻게 할지 연구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부족했나 봅니다.”

“그래요. 그만두든지, 그래도 상대가 좋으면 어떻게 하면 상대도 나를 좋아할지 연구를 하면 돼요. 그렇다고 언젠가 상대방도 나를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없겠죠. 연구를 하면서 투자를 해야 효율이 있지 막무가내로 하면 부작용으로 상대방이 질문자를 더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요. 왜 그런 경우 있잖아요, 나는 상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가 나를 자꾸 좋다고 하면 거부감이 좀 들잖아요?”

“네.”

“그러니까 우리도 그런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전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효과가 있어요. 상대방이 정말 어려울 때 도움을 준다든지, 꼭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그걸 선물로 준다든지 그러면 상대방 기분이 좋아지지요. 그런데 우리는 상대방이 필요한 걸 안 주고 내가 주고 싶은 걸 줘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는 연구를 해야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연구를 하는데도 정 안 된다 싶으면 포기하면 돼요. 포기를 한다고 꼭 나쁜 것일까요? 아니에요. 그건 나에게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네. 어쩌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해요.”

“그래요. 그렇게 그것이 나에게 어떤 기회가 될지는 아직 모르니까 설령 지금 그 사람과의 관계가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된다고 해도 지나친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좋은 감정이 남아있는데 억지로 억누를 필요도 없고, 있으면 있는 대로 표현해 보세요. 그렇게 해야 나중에 후회도 남지 않습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그만두면 나중에 ‘그때 조금 더 해 볼걸’하는 후회, 미련이 남을 수 있어요. 그러니 나중에 돌이켜봐도 미련이 전혀 안 남을 정도로 수모를 겪더라도 확실하게 겪는 게 좋아요. 그래야 나중에 생각이 안 나고, 그게 질문자에게 좋은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 대충하고 난 뒤 관계가 소원해지면, 나중에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자꾸 그 사람 생각이 나서 이제는 그 생각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남아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잘 되면 잘 되어서 좋고 안 되더라도 수모를 크게 겪어서 정이 탁 떨어지게끔 하는 게 좋아요. (청중 웃음)

이런 마음가짐은 주변 사람이 세상을 떠나서 장례를 치를 때도 똑같습니다. 엊그제 스님이 장례식장에 참석할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 계신 가족들이 많이 울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거예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병고 없이 세상을 떠난 건 죽은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우는 건 산 사람을 위해서 울어요.”

(청중의 여러 가지 답변)

“사람이 죽었는데 죽은 사람을 위해서 울어야죠. (청중 웃음) 그러니까 이렇게 죽을 때에는 울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도 울 때는 그 마음을 가만히 보면 죽은 사람을 위해서 운다는 것은 핑계이고, 실제로는 자기 자신 때문에 우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죽을 때는 자신을 위한다면 갑자기 죽는 것이 좋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는 조금 애를 먹이고 죽는 게 좋아요. (청중 웃음) 그러니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3년 정도 똥오줌을 받아낼 정도로 아프면 돼요. 그러면 사람이 겉으로는 살아야 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왜 안 죽노’하는 마음이 생기겠죠. (청중 웃음) 그럴 때 죽으면 여전히 눈물은 나겠지만 갑자기 죽는 것보다 애달픔은 덜합니다. 그 정도면 장례식장에서도 손님이 오면 같이 울지만 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는 웃는 거예요. (청중 웃음)

그래서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 혹시라도 ‘나는 아무 병 없이 자는 듯이 죽으면 좋겠다’는 건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같이 사는 가족을 위해서는 그들이 정을 좀 뗄 수 있도록 하고 죽어야겠지요? 그러려면 애를 좀 먹여야 돼요. (청중 웃음) 그러면 산 사람도 나중에는 ‘아, 그때 정을 떼려고 그랬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질문자도 상대방이 많이 좋을 때 헤어져서 아직 정이 안 떨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그 남자가 질문자에게 못된 짓을 조금 더 세게 했으면 조금 나았을텐데 말이에요. (청중 웃음) 그러면 정이 탁 떨어지고, 꼴도 보기 싫어집니다. 그러니까 질문자가 조금 더 매달려보면 상대방이 조금 더 모질게 나올 거예요. ‘너 만나면 재수없다’ 이 정도로 나오면 정이 떨어질까요, 그래도 좋을까요?”

“정이 떨어질 것 같아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네. 그렇게 정이 떨어지면 질문자에게 좋은 거예요.

여기 계신 분들도 죽을 때 편하게 죽으려고 하지 말고 고통을 겪다가 죽어야 돼요, 아셨죠?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3년까지 병치레를 안 해도 괜찮아요. 한 3개월만 하면 아이들이 알아서 정을 떼어줘요. (청중 웃음) 그렇게 알아서 정을 떼어주니 나도 병을 3년까지 안 끌어도 되고, 얼마나 효자예요? (질문자, 청중 웃음과 박수) 자는 듯이 죽겠다는 건 욕심이 너무 많은 거예요, 아시겠죠?

질문자의 고민에서도 상대방이 질문자에게 조금 더 못된 짓을 해야 하는데, 그 남자는 정말 질문자를 사랑하지 않나 봐요. (청중 웃음) 정말 사랑하면 헤어질 때 질문자에게 정말 못된 짓을 많이 할 거예요. 그래야 질문자가 뒤도 안 돌아보고 자기 삶을 살 수 있죠.

어쩌면 그 남자가 욕심이 많은지도 몰라요. 그래서 여기에는 싫다고 하면서도 정을 조금 주고, 그렇게 줄 듯 안 줄 듯하니까 질문자도 고기가 낚싯밥을 물듯이 미련이 남아 있는 거예요. 이렇게 양다리 작전에 말려든 것 같은 질문자를 보니 안타깝네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스님이 질문자 입장이었으면 금방 ‘안녕히 계세요.’라고 했을 텐데요. (질문자 웃음)”

스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좋고, 나쁨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은 해야 하고 나쁜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선입견이 아니라 사실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니 마음이 편안하고 가벼워집니다.
질문한 여자 분은 다급하게 질문을 시작하였다가 질문을 마무리 하면서 편하게 웃음을 띠었습니다. 다급한 질문이어서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대화를 나눈 것 같습니다.

‘행복한 대화’를 마치고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스님 강연에 두 번째 와 본다는 어머님은 “스님 강연을 들으면 에너지가 생겨요. 밝아지고 가벼워지는 것 같아요.” 라고 하였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서암 큰스님 열반일 기념 법회가 있어서 아침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8

0/200

이카로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정떼기 3달. 공감합니다. 조용히 남들 힘들게 않하고 죽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였네요. 남은 사람들이 미련을 안갖고 서로 웃으며 보내줄 수 있도록 나는 내 생긴대로 검정이면 검정, 파랑이면 파랑, 초록이면 초록, 보라면 보라.. 내 색깔대로 살 일 이군요. 맞아요... 주변에도 누가 고백했는데 이렇게 말했대요 \'저도 맘이 없는건 아닌데 일이 바빠서 연애는 엄두도 못내요\'.... 라고 둘러서 거절했더니 상대가 9월까지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고...
희망고문을 시킨건데 정말 맘에 없다면 정 떼주는 것도 상대를 위하는 것이고, 돌려서 말할 것도 없없네요. 내 마음 편하려고 돌려서 말한 것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비수를 꽂으면 안되겠지만^^ 아침 발우공양 법문도 잘 읽었습니다. 성공의 경험을 많이 쌓도록 삶의 목표를 거창하게 잡기보다 하나하나 기쁨을 찾는 것으로 성공사례를 쌓아서 결혼은 안한 노처녀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한 수행자가 될게요! 오늘도 스님의 하루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볼 수 있는 안목, 저도 갖어가는 것 같아요. 이제 좀 더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남은 것 같아요... 그게 나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해서..ㅋ 그럼 청정수행단 파이팅입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2017-03-26 10:59:30

제비꽃

스님, 마음이 밝아집니다.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법문 읽게 해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2017-03-26 10:08:07

이기사

좋고 싫음이 사라지는 여여의 세계! 고맙습니다_()_

2017-03-26 09:21:51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