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4. 12 행복한 대화, 구리시청 대강당 편
남편이 바람을 피웠어요, 24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나왔는데...

오후 5시 40분, 스님은 저녁 강연이 있는 구리시청으로 출발했습니다. 도로가 차량들로 꽉 차 있어 혼잡했습니다.

서초동에서 구리시청까지, 원래는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교통체증으로 7시가 다 되어 겨우 도착했습니다.

구리시민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도 좌석이 부족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저녁 인사를 건네며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모두 7명이 스님께 질문을 하였습니다. 성공해서 번듯하게 어머니 제사상을 차려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여성, 부모님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 하신데다 자신도 그다지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아 결혼 생활이 원만할 수 있을까 걱정 된다는 35세의 미혼 남성, 캐나다 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데 캐나다인 남편이 아이들을 편애하여 걱정이라는 여성, 중학교 다니는 아들의 반항이 심해져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머니, 성악하는 딸아이의 뒷바라지를 잘 하고 싶다는 어머니와 아이와 엄마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부족해서 늘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영상으로 물어온 아기엄마의 질문이었습니다. 그 중에 바람 핀 남편 때문에 이혼을 생각 중인 아기엄마와 스님의 대화를 싣습니다.

“남편이 올해 초에 바람을 피워서 이혼하고 싶습니다. 현재 24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와 있습니다. (질문자 울먹임) 남편은 이혼을 못하겠다고 하지만 저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혼한다면 아기는 어떻게 키울래요?”

“제가 키우고 싶어요.”

“어떻게요?”

“어린이집 보내고 친정 엄마 도움 받아서...”

“친정 엄마가 키우면 친정 엄마 아이죠. 나하고는 형제가 됩니다.(청중 웃음)
내가 키워야 내 아이예요. 내가 낳았다고 내 아이가 아니에요.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서로 바뀌었는데 모르고 키웠다면 낳은 애가 내 아이겠어요, 키운 애가 내 아이겠어요? 키운 애가 내 아이에요. 내가 키워야 내 아이지, 엄마가 키우면 엄마 아이에요. 질문자처럼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면 생물학적으로는 할머니와 손자 관계지만 정신적으로는 엄마와 자식의 관계예요. 나하고는 생물학적으로는 부모 자식 관계지만 정신적으로는 자매나 남매 관계가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생물학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과의 갈등은 결국 여러 심리적인 혼란을 가져옵니다.

옛날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아이들이 버릇없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할머니가 오냐오냐 해 준 것만 있어서가 아니라, 심리적인 혼란이 오기 때문에 그래요.

일본에서도 지금 이런 게 문제가 되고 있어요. 남자가 불임이어서 아기를 낳을 수 없는 조건일 때 옛날에는 아기를 못 낳았지만 요즘은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구입해 인공수정해서 아기를 낳잖아요. 그러면 여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절반은 자기를 닮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자기 아이라고는 해도 자기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죠.
그래서 일본에서는 남편의 형이나 동생, 아니면 시아버지의 정자를 가지고 인공수정해서 아기를 낳는경우가 있대요. 그러면 자기와 생물학적으로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친자 확인을 할 때는 주로 유전자를 가지고 친자 확인을 하잖아요. 그러면 이 아이가 내 아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내 동생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일본의 가정법은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친자 확인을 하면 내 자식이 되는 게 아니라 내 형제가 되게 돼 있어요. 이런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아이가 중학교에서 혈액검사를 했는데 엄마 아빠 사이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 나온 사례가 있었어요. 이렇게 되면 여자가 의심을 받죠. 아이 어머니는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원인을 규명하다 보니 아기를 낳았을 때 산부인과에서 아기바구니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양쪽 집안이 서로 확인을 해서 중학생이던 두 아이를 바꿨습니다. 혈액형 검사 같은 게 없었다면 평생 내 아이로 알고 아이도 그렇게 살았을 거예요. 그러면 어떤 게 내 아이일까요? 생물학적인 것은 ‘나를 닮았나, 안 닮았나’의 문제고, 길렀다는 것은 나의 까르마, 업식, 정신적인 것과 마음이 그대로 닮아 있는 거예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질문자가 남편하고 헤어져서 지금처럼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불안하고 어려운 상태에서 아기를 돌보면 아기는 선천적으로 심리불안증을 가진 아이가 됩니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아이는 대부분 심리불안이 생깁니다. 이혼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엄마의 심리가 불안해서 그래요.

요즘 프랑스에는 결혼 안 하고 혼자 살면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구입해서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낳아 키우는 여자들이 있다고 해요. 이 사람은 처음부터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아기 키우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일이 없어요. 그러면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아무런 불안 증세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질문자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이혼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에요. 이 문제로 질문자가 고뇌가 많으면 아이는 엄마의 심리를 그대로 다운 받기 때문에 심리 불안증을 갖게 됩니다. 첫 번째, 이혼 여부와는 관계없이 질문자의 현재의 심리가 괴로우면 질문자는 자녀에게 엄마로서 못할 짓을 하고 있다는 얘기예요. 두 번째, 아이가 크면서 아빠를 찾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질문자는 뭐라고 할래요?”

“모르겠어요.”(질문자 웃음)

“너희 아빠가 바람피워서 엄마랑 아빠가 헤어졌다, 이렇게 가르칠래요?”

“아니오.”(질문자 웃음)

“그게 사실인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질문자가 나중에 재혼을 할 수도 있어요. 지금은 남자 이야기만 들어도 정이 떨어지겠지만 나중에는 재혼을 할 수도 있잖아요. 젊은 나이에 이혼했다면 나중에 재혼할 가능성이 낮아요?”

“높아요.”(청중 대답)

“재혼을 하거나, 결혼은 안 해도 남자친구는 사귈 확률이 높죠.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질문자가 스님도 아닌데 혼자 살 필요가 없잖아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재혼을 한다면 결혼을 했던 남자를 만날 확률이 높아요. 결혼했다가 이혼해서 혼자 있는 남자라면 연애보다는 결혼을 할 확률이 높고, 그냥 남자친구로 지낸다면 결혼한 남자를 만날 확률이 더 높아요. 현실이 그래요.
그러면 결혼을 한번 했다가 이혼을 한 남자를 만나서 친구가 되든지 결혼을 한다면 그 남자는 다른 여자하고 많이 지낸 남자예요, 전혀 안 지낸 남자예요?”

“많이 지낸 남자요.”(청중 대답, 웃음)

“그럼 다른 여자하고 많이 지낸 남자는 괜찮고 딱 한번 지낸 남자는 절대로 안 된다는 거네요?(청중 웃음과 박수) 이게 사실은 모순이에요. 또 이것도 생각해보세요. 다른 여자하고 매일 살면서 가끔 한 달에 한두 번 나를 만나는 남자는 괜찮고, 나하고 내내 살면서 가끔 딴 여자 만나는 남자는 안 된다면 이것도 모순 아니에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과 박수)

주식을 10,000원 주고 샀다고 합시다. 12,000원, 15,000원으로 오를 거라고 생각을 해서 샀겠죠. 그런데 이 주식이 8,000원으로 떨어졌어요. 8,000원으로 떨어졌을 때 손해가 났으니까 기분 나쁜 건 이해가 돼요. 그런데 이게 5,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되면 8,000원일 때라도 팔아야 해요, 본전으로 오를 때까지 쥐고 있어야 해요?”

“팔아야 해요.”(청중 대답)

“팔아야죠. ‘어떻게 손해보고 파느냐?’라고 하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2,000원 손해 보는 게 5,000원 손해 보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걸 ‘손절매’라고 해요. 주식을 하려면 손절매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일반인들은 손절매를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집 날리는 일이 생겨요.

질문자 남편이 질문자만 사랑하고 다른 데 한눈을 안 파는 것을 100이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한눈을 팔아서 점수가 좀 깎였어요. 그렇다고 0점이 아니라 그래도 80점이나 90점쯤은 되는 남자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기분 나쁘다고 해서 이 남자를 버리고 새로 딴 남자를 구한다면 조금 전에 이야기 했듯이 ‘딴 여자하고 살다가 온 남자’를 구해야 하잖아요. 이건 60점짜리예요. 60점짜리하고 결혼하려다가 이혼한 남편을 생각해보면 이혼한 남편이 오히려 나은 남자가 될 수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가 후회하게 돼요.

그렇다고 제가 바람피운 남자와 살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들으면 안 돼요.(청중 웃음) ‘남자가 바람 한번 피울 수도 있지’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질문자가 현명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흠집이 좀 나긴 났어요. 차가 흠집이 났으면 차를 통째로 버릴 건지, 카센터에 가서 고치고 칠해서 계속 타고 다닐 건지 선택해야죠. 질문자가 그 차를 선택해서 살 때는 괜찮다고 샀을 거 아니에요? 그 남자가 괜찮다 싶어서 결혼했죠?”

“네, 맞아요.”(질문자 웃음)

“그런데 약간 흠집 났다고 갖다 버릴래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그러면 나중에 또 후회해요. 결혼을 할 때 좀 신중해야 하는데 껍데기만 보고 했다가 이런 변을 당해서 실망이 큰 건 이해가 되지만, 버리고 나면 나중에 또 후회하게 돼요. 이혼을 너무 성급하게 했다는고 또 후회하게 된다는 말이에요. 이해하셨어요?”

“네.”(질문자 웃음)

“그러면 어떻게 할래요? 이 남자 버리고 새 남자를 구할 때 이만한 남자 구하기가 쉬울까요? 질문자 주변에는 지천에 깔렸어요?”

“아니오.”(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그러니까 조금 신중해지면 어떨까 싶어요. 감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두 번 실수를 안 해야 한다는 얘기예요. 어떡할래요? 흠집 났다고 팔고 더 오래된 낡은 차를 중고로 살래요, 흠집 조금 때워서 살래요?”(청중 웃음)

“차 안 타면 안 돼요?”(청중 박장대소)

“걸어 다닐래요? 그러면 아기 안고 정토회로 들어오세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재혼하는 건 괜찮아요. 저는 이혼하거나 재혼하는 건 반대 안 합니다. 그러나 특히 자식이 있는 상태에서 재혼을 하게 되면 나중에 인간관계가 좀 복잡해집니다. 이 아이가 크면 어차피 자기 친아버지를 찾잖아요. 남편으로 만난 사람에게 애가 있으면 그 애도 친어머니를 찾게 되고요. 그래서 이게 관계가 복잡해져요. 보통 사람은 그러면 나중에 여러 가지로 힘들어요.
그러니까 한번 흠집 났다고 너무 그렇게 갖다버리지 말고 조금 수리해서 쓰면 어떨까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과 박수) 지금은 ‘뭐? 날 두고 네가 딴 여자를 만나?’ 이래서 도저히 용서가 안 되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새로 남자를 구하려면 딴 여자하고 몇 년 살다가 온 남자를 만나야 하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해야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니까 인생관이 두 가지예요. ‘아무리 상대가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똑똑하고 잘나도 나 외의 딴 여자를 만난 남자하고는 나는 못 살겠다. 또 내가 파출부나 청소부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이런 남자하고는 못 살겠다’ 이렇게 인생관이 뚜렷하면 그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냥 ‘안녕히 계십시오’ 하면 끝이에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이게 지금 내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바로 폐기처분하면 안 돼요. ‘내가 원하는 100만큼은 안 됐지만 그래도 흠집 난 상태에서 80점은 되는데, 다른 데 가서 새로 찾으려면 80짜리도 찾기 어렵다’ 이럴 때는 적당히 혼을 내고 이제 주도권을 쥐고 살면 돼요.

그리고 다시 살게 될 경우 이 얘기를 두 번 세 번 꺼내는 것은 가정불화를 가져와요. 그러니 처음에만 딱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고는 무심해야 해요. 그렇게 했더니 두 번째도 그러고 세 번째도 그런다, 이런 문제가 있으면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나한테 질문했다가 도로 헷갈리게 됐어요?(질문자 웃음, 청중 웃음) 머리가 말끔하게 정리가 됩니까?”

“네. 감사합니다.”(질문자 웃음, 청중 박수)

울먹이며 질문했던 질문자의 얼굴이 웃음이 번졌습니다. 스님은 ‘이런 경우, 저런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제안에 답을 하다 보니 감정으로만 꽉 찼던 마음이 가라앉고 이치를 따지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연장에 모인 청중들과 함께 길을 찾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가 로비에서 있었습니다. 좁은 로비에 줄이 길게 늘어서게 되어서 행복학교 스텝들이 줄을 가지고 꼬불꼬불 안내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도 어르신도 아버님도 어머님도 환한 얼굴로 스님께 인사하며 책에 사인을 받아서 갔습니다.

갈 때는 한 시간도 더 걸린 길이 돌아오는 길은 시원하게 열려 30분 만에 도착하였습니다.
‘행복한 대화’에 올 때는 무거운 마음으로 꼬불꼬불 돌아왔더라도 ‘행복한 대화’를 마치고 나아가는 길은 뻥 뚫려 가벼운 길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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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진

그저 존경합니다

2017-04-15 12:40:56

그냥 그래요

제가 속이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04-15 09:44:58

^^^^

질문자분,속상하시겠네요 ㅜ다만,아이를 친정엄마한테 의지해 키우실 생각은 좀..우리들 키워주신 것만도 죄송한데,내자식까지 짐을 드릴 순 없을것같아요..물론 상황이 그러시니 이해는하지만요..ㅠ
글의 마지막 마무리부분,,후반부는 좋은데 전반부가 조금 말이 잘 안되는거같아요.^^암튼 참 글 감성적으로 잘 쓰시네요^^산뜻한 글 늘 고맙습니다!

2017-04-15 01: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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