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9.20 해외 즉문즉설 강연(24) 뉴욕 플러싱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 한국말을 잘 했으면 좋겠는데...

오전 2시 10분 뉴욕숙소에 도착해서 잠깐 요기를 하고 정리를 하다보니 새벽예불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나니 밤을 꼬박 새운 셈이 되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오히려 휴식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수행팀은 오전동안은 휴식하고 개인빨래도 하였습니다.

오전 11시 이른 점심으로 식사를 하고 나서 스님은 수행팀에게 대서양 바다를 보여주겠다며 롱아일랜드 롱비치로 가서 대서양을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뉴욕 맨하튼 옆으로 길게 뻗은 섬을 Long Island (롱아일랜드)라고 합니다. 롱아일랜드는 남쪽으로 대서양과 바로 맞닿아 있는데, 서쪽에서부터 롱비치, 존슨비치등 롱아일랜드 서쪽부터 동쪽까지 모래해변이 천리길이나 됩니다. 그 중에서 대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Robert Moses State Park(로버트 모제스 주립공원)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군사기지도 함께 있지만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누구나 피어(Pier)를 따라 낚시도 하고 게도 잡을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오늘은 파도가 많이 높았습니다. 오랜만에 시원한 바닷바람도 마시고 산책도 하면서 조금 여유를 즐겨보았습니다.

바닷가에서 돌아와 조금 쉬다가 저녁식사를 하고 오늘 뉴욕 플러싱 강연이 열리는 대동회관 대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플러싱 지역은 이민 1세대들이 정착해 살고 있는 뉴욕 최대의 한인타운으로 뉴욕법당도 플러싱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강연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만난 저녁노을은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뉴욕정토회 현대표이신 김숙현님, 전대표이신 차효순님등 많은 회원분들이 반갑게 스님께 인사하였습니다.

오래된 회원들부터 새내기들까지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강연장을 찾는 분들께 친절히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1년만에 만나는 회원들께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잠시 후 스님 소개 영상이 끝나자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연단에 올랐습니다.

“오늘 저녁 못드시고 오신 분들도 있죠? 우리는 매일 우리 몸을 위해 식사를 합니다. 오늘 저녁은 몸은 위한 식사는 굶고 마음을 위한 저녁을 먹도록 합시다.”

라고 하면서 바로 질문자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6명이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살인 아이가 집중력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공부는 잘하지만 혼자 노는 것 같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묻는 분, 8개월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인데 본인만 한국어를 하므로 한국어를 하는 육아시설에 보낼려고 하는데 교회에서 하는 곳이 많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간호사로서 고통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어떻게 하면 고통없이 죽을 수 있을지 묻는 분, 미국 온 지 7년 되었는데 성인용품점을 운영하고 있어 이것을 계속해야 하는지 갈등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두 아들을 결혼시켜 분가했는데 두 며느리가 만나면 서로 시기하고 싸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20살 아들이 아이비리그대학을 다니는데 대학가서 형들과 어울리다가 성적이 떨어져 아들걱정에 우울증이 걸린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등 총 6명이 질문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대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기를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아기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고모 2명 중에 1명밖에 한국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기가 한국어를 잘 했으면 해서 더 자라면 한국어로 가르치는 어린이집이나 유아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기가 몇 살인데요?”

“지금 8개월인데요, 2살 이후부터는 어린이집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한국어로 가르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특정 종교단체에서 많이 운영하더라고요. 예배도 드리고, 기도를 하고, 찬송가도 부르고 한다는데, 제가 아기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생각으로 첫째, 제 종교와 다른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에 보내도 되는지, 둘째, 그렇게 어린 아이일 때부터 특정종교에 노출되어도 괜찮은 건지 궁금합니다.”

“첫째, 보내도 괜찮습니다. 부모가 믿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보내면 부모 입장에서야 더 낫겠지만 그런 시설이 없다면 다른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보내도 괜찮아요. 그리고 부모의 종교와 자식의 종교가 다른 게 꼭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동네에 작은 교회가 하나 들어섰어요. 시골 아이들은 별로 갈 데도 없는데 교회에 가면 굉장히 재미가 있었어요. 우선 노래를 가르쳐주니까요. 그래서 저도 그때 찬송가를 배웠어요. 이렇게요. 재밌었어요. (모두 웃음)

또 크리스마스가 되면 연극도 하고요. 우리는 카드가 뭔지도 몰랐는데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미국에서 영어로 쓰인 카드가 교회로도 많이 오고 그랬어요. 그렇게 해서 기독교 신자가 된 사람도 있겠지요. 저도 교회에 다녀봤지만 지금 돌이켜 봤을 때 ‘내 인생에 있어서 나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잘 연결되어서 제가 목사나 신부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저는 스님이잖아요? 그러니 질문자가 너무 염려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까 남편이 같은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인 것 같네요?”

“예.”

“남편이 외국인인데 아기를 꼭 한국식으로 키우겠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한 생각은 아니지요. 한국어로 가르치는 어린이집에 안 보내도 엄마만 원칙을 갖고 살면 아기는 한국어를 잘하게 돼있어요. 아기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주로 누구랑 같이 있겠어요?”

“엄마요.”

“예. 그러니 엄마가 아기랑 같이 있을 때에는 계속 한국어만 하세요.(모두 웃음) 지금부터 엄마는 한국어만 하세요. 아빠는 영어로만 하고요. 그러면 아기가 헷갈리지 않겠느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른이라면 헷갈립니다. 즉 하나의 언어로 굳어있을 때는 헷갈리는데 아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엄마는 이걸 ‘잔’이라 그러고 아빠는 ‘컵’이라 한다면,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아기는 이것을 부를 때 저절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부릅니다. 우리가 ‘경상도’라 부르기도 하고 ‘영남지방’이라 부르기도 하듯이 말이에요. 우리가 ‘전라도’라고 하면 알아듣고 ‘호남지방’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거 아니잖아요. 이렇게 한 지역을 ‘전라도’라 부르기도 하고 ‘호남지방’이라 부르기도 하듯이, 아기도 이것을 ‘잔’이라 부르기도 하고 ‘컵’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아기는 저절로 두가지를 다 알아듣게 된다는 거예요.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 저절로 익히는 게 모국어입니다. 그러니 질문자의 아이에게는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모국어가 되는 거예요.

엄마가 계속 한국어로만 얘기하면 아기가 영어를 못 하게 되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데, 그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아기가 TV를 봐도 다 영어가 나오고, 유치원에 가도 다 영어로 배우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 ‘아기가 영어로 하면 알아듣고 한국어로 하면 못 알아듣는다’며 자꾸 아기에게 영어로 말하면 아기는 한국어를 못 하게 됩니다. 아기가 알아 듣든, 못 알아 듣든, 엄마가 아기한테 말할 때 한국어만 쓰면 아기는 한국어를 잘 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아기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엄마가 아기한테 한국어를 쓰면 아기가 정작 못 알아들어도 아기의 무의식세계, 즉 심리적 근저에 한국어 버전이 깔리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어가 좀 서툴러도 나중에 여기서 대학 졸업하고 한국에 있는 대학의 한국어 연수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한국어를 또 금방 배우게 될 겁니다. 무의식 세계에 한국어가 깔려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공부하면 그게 확 살아나게 되는 거예요. 아기가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잘 할 수 있기를 원하니까 계속 집에서 한국어를 하세요. 그래서 한국어로 아기가 ‘엄마, 밥 줘’라고 하면 밥을 주고, ‘아임 헝그리’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척하고 밥을 안 줘야 해요. 그러면서 아기한테 ‘엄마한테 말할 때는 한국어로 해라’ 라고 하세요.

엄마가 한국어를 하면 아기는 영어보다도 한국어를 먼저 배우게 됩니다. 아빠하고 있는 시간보다는 엄마하고 있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저절로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가 아기랑 있을 때 항상 한국어만 쓰면 굳이 아기를 한국 유치원에 보낼 필요가 없어요. 나아가서 엄마는 아기에게 한국어로 한국의 역사를 말해 주면 좋아요. 환인 할아버지부터 환웅 할아버지, 단군 할아버지, 해모수, 고주몽, 이런 분들의 얘기를 간단한 줄거리만 반복해서 재미있게 얘기해 주는 거예요. 마치 기독교 신자들이 성경의 창세기에 대해 얘기하듯이 해 주면 좋지요. 가르치려 하면 아이들은 저항을 합니다. 그러니 그냥 따라 배우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밥하는 걸 가르치지 마시고 엄마가 밥할 때 아기가 옆에 와서 장난치고 놀게 해야 돼요. 그러면 아기가 쌀을 쏟기도 하고 그러겠지요. 방청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가 방청소할 때 아이가 옆에 와서 걸레를 집어던지고 놀게 하고, 엄마가 빗자루질 할 때 쓸어모아놓은 걸 다시 어지르게 하고, 계속 아이가 옆에서 장난치도록 둬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밥하고 청소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엄마들은 애들한테 그런 일을 안 시키려고 ‘하지 말라’ 고 하거나 아이가 자신의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니까 못하게 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학습할 기회를 놓치는 거예요. 아기는 걸레를 갖고 놀아야 되고, 그릇을 갖고 놀아야 되고, 쌀을 갖고 놀아야 됩니다. 그러면 엄마는 귀찮은 일이 많아지지요. 치워야 하니까요. 그래도 엄마가 그런 뒷마무리를 해 주면 아기는 그걸 갖고 놀면서 빨래하는 것도 배우고, 방청소하는 것도 배우고, 밥하는 것도 배우고, 설거지하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따라 배우는 것이야말로 모든 학습의 기초입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이런 걸 안 가르치니까 아이들이 공부만 할 줄 알지, 기본생활은 할 줄 모르는 거예요.

저는 조기교육을 잘 받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또래는 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모든 걸 다 했어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벌써 부모 따라 밭에 가서 풀 베고, 낫질하고, 톱질하고. 그러다가 손가락 같은 데를 많이 다쳤지만요. 그러다 보니 살다가 어떤 일에 부딪혀도 다 해내는 거예요. 삶에 두려움이 없어져요.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살든, 인도에 가서 살든, 두려움이 별로 없어요. 어릴 때 다 해 본 일이니까요. 그게 굉장한 학습이라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당신들의 자녀들에게 그런 학습의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기와 대화할 때 한국어만 쓰되 아기 아빠한테 ‘당신도 한국어로 해라. 영어로 하지 말라’ 고 할 필요는 없어요. 아기 아빠는 아기와 대화할 때 영어로 하면 돼요. 그래도 어릴 때는 엄마가 아기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한국어를 더 많이 하고 영어를 잘 못 알아듣는데, 조금만 크면 아이가 TV도 보고, 친구도 사귀어서 결국 저절로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 하게 돼요. 왜냐하면 아기가 자랄수록 엄마와의 접촉면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면이 많아지니까요. 그래도 아기가 세 살 될 때까지만 엄마가 아기에게 한국어를 하면 아기가 한국어의 기본은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 원칙을 딱 정해서 ‘엄마한테 말할 때는 한국어로 하라’고 하세요. 아기가 엄마한테 한국어로 돈 달라고 하면 돈을 주고, 한국어로 밥 달라고 하면 밥을 주되, 영어로 하면 못 알아듣는 척 하세요. 이런 식으로 원칙만 딱 지키면 아기는 저절로 한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아기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한국 유치원에 보낼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아기는 앞으로 미국에서 살 것이고, 한국으로 돌려보내서 살게 할 것도 아닌데 왜 한국 유치원에 다니게 하려고 합니까? 미국 유치원에 다니게 하지요. 왜 유대인들이 아기들을 유대인 유치원에 따로 보내는 줄 아세요? 러시아에 있는 유대인들은 러시아어밖에 할 줄 모릅니다. 이스라엘 언어를 못해요. 미국에 있는 유대인들도 이스라엘 언어를 못 합니다. 그러나 유대인의 역사는 가르칩니다. 유대인들은 역사의식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 가서 무슨 말을 하면서 살더라도 ‘나는 유대인이다’라는 자긍심을 갖고 사는 거예요.

그런데 중국에 있는 우리 조선족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한글을 쓰는 데도 우리 역사를 안 배우고,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중국 역사를 배웁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언어보다는 역사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아기에게 겨우 말 좀 가르치는 것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아이한테 일단 말은 좀 가르쳐 놓아야 나중에 아이가 스님 법문도 알아 듣지요. 제가 지금 영어를 배워서 아이한테 얘기해 주기보다는 그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는 게 빠르니까요. (모두 웃음)

그러니 질문자는 집에서 아기하고 한국어로만 대화하면 됩니다. 그러면 언어를 잃지 않게 돼요. 중국 아이들도 다 그럽니다. 중국 아이들은 밖에서는 다 영어를 쓰지만 집에서는 무조건 중국어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외국에 살아도 중국어를 다 할 줄 압니다. 질문자는 아기를 한국 유치원에 보내도 되고, 안 보내도 되는데, 미국에서 살 아이를 미국 유치원에 보내지, 굳이 한국 유치원에 보낼 필요가 뭐가 있어요? 꼭 필요하다면 ‘한국어 주말학교’ 같은 데에 보내서 조금 배우게 하면 돼요.

또 질문자가 ‘나는 아기한테 꼭 한국어를 가르치겠다!’고 한다면 남편과 갈등을 겪게 돼요. 만약 질문자의 남편이 중국계라면 남편은 아기를 중국인으로 키우려고 할 건데, 아내는 한국인으로 키우려고 하면 갈등을 겪게 되지요. 그러면 아기에게 정신분열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그러지 말고, 엄마는 한국인이니까 한국어를 쓰면 되는 거예요. 아빠가 중국인이라면 중국어를 쓰면 되는 거고,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다 영어를 쓰니까 영어를 쓰면 되고요. 그러면 아기는 3개 국어를 모국어로 하게 돼요.

‘아기에게 분열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아니요, 절대 안 일어나요. 우리는 백두산을 백두산이라 그러고 중국인들은 장백산이라 그러는데, 또 옛날에는 함박산이라 불렀잖아요. 우리가 ‘할머니’라고 하면 알아듣고 ‘할매’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예, 잘 알았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을 드릴게요. 남편의 취미생활에 관한 것인데요, 이것도 서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편은 취미생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야말로 ‘지금의 인생을 즐기자’ 하는 주의예요. 아기가 없을 때는 서로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서로를 존중해 줬는데, 아기를 가진 후에 제가 집에 있게 되다 보니까, 남편이 취미생활로 오토바이를 타는 게 위험하다 싶어서 굉장히 불안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한테 ‘이제는 가정뿐 아니라 아기에 대한 책임도 생겼으니까 위험한 취미생활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남편은 ‘인생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길을 걷다가도 버스에 치일 수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위험하다. 오토바이도 그 중에 하나다. 아기 때문에 나의 기쁨인 취미생활을 포기하지는 않겠다. 내 행복이 중요하다’ 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저도 남편과 싸우기 싫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랬더니 점점 문제가 커져서 남편이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다가 오토바이를 몰래 샀고, 또 이제는 오토바이를 세울 장소도 빌린 거예요. 제 허락이나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일단 일을 저지른 후에 용서를 비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 같아요. 다른 문제는 별로 없는데, 꼭 오토바이 문제로 가정불화가 생깁니다. 제가 이걸 그냥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열심히 싸워서 남편이 오토바이를 못 타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남편의 안전도 걱정되지만 만약 사고라도 나면 그게 우리 가정에 끼치게 될 영향이 더 걱정돼요.”

“남편 스페니쉬예요?”

“아니요, 폴란드, 동유럽계입니다.”

“동유럽계는 비교적 가정에 충실하잖아요? 저는 질문자의 남편이 스페니쉬인 줄 알았어요.(모두 웃음) 스페니쉬들은 일단 즐기고 보자는 스타일이 많더라고요.”

“남편은 굉장히 가정적이고 아기한테도 너무 잘해요. 삶에서 자기 행복과 취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남편이 혼자 오토바이를 사고, 보관 장소도 빌릴 정도의 수입은 벌어요?”

“제가 일을 했을 때는 괜찮았는데, 이제는 아기가 태어났으니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되는데...”

“어쨌든, 지금 남편의 수입으로 최소한 가정을 꾸리고, 오토바이 탈 정도는 되느냐는 거예요. 어때요?”

“빠듯합니다.” (모두 웃음)

“빠듯해도 빚을 내거나 해야 될 정도는 아니고요?”

“예.”

“질문자가 남편을 목숨 걸고 말리면 남편이 그만둘 것 같아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모두 웃음)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자가 자꾸 남편을 말리려고 갈등을 일으키면 남편에 대해서 자꾸 실망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 남편이 오토바이를 타는 걸 질문자가 동의해 주면 아무 문제가 안 생겨요. 그리고 오토바지를 타지 말라는 질문자의 말에 남편이 동의해 줘도 아무 문제가 안 생겨요. 남편은 타겠다고 하고, 질문자는 타지 말라고 하는 데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이 핵 만든다고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북한은 핵을 꼭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미국은 절대로 못 만들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중국이 핵 만들 때는 미국이 못 만들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안 생겼고, 러시아가 핵 만들 때도 미국이 못 만들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안 생겼고, 프랑스나 영국이 핵을 만들 때도 갈등이 안 생겼잖아요? 인도가 핵을 만들었을 때도 갈등이 안 생겼잖아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고요. 왜냐하면 미국이 그 나라들한테도 핵을 안 만들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죽기 살기로 말리지는 않았던 거예요.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핵을 만든다고 했을 때는 미국이 말렸더니 결국 남아공이 포기해서 해결이 됐던 거고요. 그런데 미국과 북한은 지금 서로 죽기 살기로 ‘핵은 안 된다’, ‘아니다. 꼭 핵을 보유하겠다’ 라고 하니까 일촉즉발의 심각한 상태가 된 것입니다. 첫째는 핵을 만들지 말라는 데도 만들겠다는 북한이 문제이고 둘째는 북한이 만들겠다는데 만들지 말라는 미국의 문제도 있지요. 갈등의 원인은 양쪽에 다 있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질문자의 얘기를 얼른 들으면 오토바이를 타는 남편이 문제인 것 같지만 그걸 질문자가 ‘타지 말라’며 강하게 반대할수록 갈등이 심해지고, 갈등이 심해지면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미친 놈인 것처럼 질문자가 볼 때는 남편이 미친놈인 거예요.(모두 웃음) 아내가 제 남편을 미친놈이라고 보는 가정이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어요? 또 그런 가정에서 어떻게 아기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겠어요? 그 아기는 미친 놈의 자식이니까요. (모두 웃음)

질문자가 한두 번 얘기를 했을 때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남편은 벌써 변화가 됐을 거예요. 이미 질문자가 여러 차례 얘기를 했고, 지금 저한테 질문할 정도라면, 그건 질문자만의 힘으로 남편을 변화시키지 못하니까 저한테 물어서라도 어떻게 조언을 얻어서 한번 변화를 시켜볼까 하는 건데요. 저도 그 남편을 변화시킬 능력이 없어요.(모두 웃음) 질문자의 남편이 오토바이 타는 것을 제가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면 차라리 그 힘을 김정은이나 트럼프를 변화시키는데 써야지, 그깟 오토바이 타는 것이 문제겠어요? 지금 전쟁의 위험이 엄청난데요.

이럴 때는 딱 이런 관점을 가지세요. ‘이건 내가 말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러고 나면 첫째, ‘안녕히 계세요. 당신은 당신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삽시다.’ 하는 길이 있어요. 이렇게 가정을 위해서 서로 합의 하에 결론을 내는 방법이 하나 있고요. 둘째, 남편이 오토바이를 안 타면 좋겠지만 그것이 이혼할 만큼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좋다. 당신이 직장 다니면서 생활비를 버니까 당신의 취미생활 정도는 내가 막지 않겠다. 결혼했다고 그것까지 내가 막는 건 올바르지 않다.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결혼생활을 파탄 낼 만큼 나쁜 짓은 아니다.’ 이렇게 탁 봐주는 길이 있습니다. ‘혹시 남편이 다치면 어떻게 해요?’ 하는데, 그것은 보험이 해결해 줄 거니까 큰 문제가 안 됩니다. ‘혹시 남편이 죽으면 어떻게 해요?’ 하는데, 그건 어차피 이혼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모두 박장대소) 이혼도 생각해 봤는데 뭐 이왕 죽으면 다른 사람하고 결혼이나 한 번 더 하지요.(모두 웃음) 죽는 거나 헤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헤어지면 나중에 자식한테 할 말이 없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죽으면 자식한테 할 말은 있잖아요. 재혼을 해도 훨씬 떳떳하지요. 엄격하게 따져보면 질문자한테 손해날 일은 아니에요.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건 맞지요. 그래서 만족스럽지는 못 하겠지만 그것만 딱 포기하면 그렇게 손해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다치면 보험이 처리해 줄 거고, 죽으면 재혼을 하면 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웃음)

특히 아기가 8개월이라 아직 어리잖아요. 아기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의 심리가 안정되어야 아기 행복의 근저인 심리적 안정이 되기 때문에 질문자가 아기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남편의 그 문제를 과감하게 정리하세요. ‘과하지 않게, 적당히 하세요.’ 하고 허용을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질문자가 계속 말리면 남편도 계속 거짓말을 해야 돼요. 그것은 신뢰에 자꾸 금이 가게 만드는 일입니다. 남편도 자꾸 죄의식을 갖게 돼요. 처음에는 남편이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하겠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잘못을 빌고 사과를 하는 게 피곤해져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그런 말도 안 하게 돼요. 그리고 점점 더 속이면서 하게 돼요. 질문자가 알게 되면 피곤해지니까요. 그렇게 자꾸 거짓이 늘면서 신뢰에 금이 가는 거예요.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좋다. 그만 살자!’고 하든지 ‘좋다. 대신에 다른 쪽으로는 가정에 더 충실하라!’고 풀어주든지 하는 거예요. 그렇게 풀어줘야 관계가 훨씬 좋아집니다. 그런데 결혼에 그렇게 너무 목매달 필요가 없어요. 남편의 말처럼 인생을 살다가 죽으면 끝인 거지요. 오토바이를 타는 게 사고의 위험도를 높이는 건 맞지만 오토바이 탄다고 다 죽는 것도 아니에요. 옛날에 한국에서는 오토바이의 별명이 ‘과부 제조기’였어요.(모두 웃음)

그런데 지금 미국 같은 이런 교통시스템에서는 오토바이 타는 게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에요. 자동차보다 위험한 건 맞지만요. 그런데 한국은 워낙 교통이 복잡하고 과속을 하니까 좀 그런데 여기는 그런 정도는 아니니까 질문자가 남편을 좀 봐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어떤사람에게는 마약하고 술 마시는 것도 봐주라고 하는데 오토바이 타는 것 좀 못 봐줄 이유가 어디 있어요? (모두 웃음)

제가 ‘봐주라’ 그런다고 ‘말리면 말릴 수 있는데 봐주라고 한다’ 라고 들으면 안 됩니다. 남편이 오토바이 타는 것을 질문자가 말릴 수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얘기하면 질문자가 봐주는 게 아니고, 안 봐줄 수가 없기 때문에 봐주라는 거예요. 그런데 ‘안 봐줄 수가 없어서 봐준다’ 라고 생각하면 질문자 기분만 나쁘잖아요. ‘좋다! 타라! 내가 봐줄게!’ 이렇게 기분 좋게 봐주라는 거예요.”

여섯 분과 대화를 하고 나니 2시간 45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스님은 늘 한 사람 한 사람 애정을 담아 대화를 하십니다. 마지막 질문자와 대화하면서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는데 어떤 조건에서도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나날이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는 말씀으로 오늘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강연에 참가한 많은 분들이 큰 박수로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무대 앞에서 책사인회를 하였습니다.

책사인회를 할 동안 몇몇 분들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현재 맨하튼에서 유학생으로 와있다는 젊은 청년은 어머니가 한국에서 스님 법문을 많이 들으시고 꼭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스님 말씀이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유학생활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참 잘 온 것 같다고 해서 참 뿌듯하였습니다. 흑인 남성이 스님께 영문책을 가지고 와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길래 스님 강연이 어땠냐고 어떻게 알아들었냐고 물으니 옆에 있는 한국인 친구가 통역을 해주어서 알아들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며 영어로 된 스님책도 사가지고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튜브로 번역되어 올라온 법문과 통역법문을 몇 개 보았는데 참 좋았다고 하면서 한국말로 스님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까지 하고 갔습니다. 2차 만일을 준비하며 하루 빨리 외국어전법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친구따라 스님의 강연에 처음 왔다는 분은 오늘 스님 말씀을 처음 들었지만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고 합니다. 추천한 친구는 특히 남편이 스님 법문을 유튜브와 팟캐스트로 열심히 듣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 뵙고 강연에 참가할 수 있어 좋았고, 또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어가니 행복한 하루라고 합니다.

미국에 온지 10년 되었다는 연변에서 오신 조선족 여성분은 스님 말씀을 인터넷으로 듣고 있는데 이렇게 만나서 너무 좋다고 합니다. 뉴욕정토법당이 인근에 있다고 안내하니 법당에 나가서 함께 마음공부해보고 싶다고 해서 전 대표 차효순님께 소개시켜드리기도 했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특히 해외에 계신 분들이 더 많이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해서 스님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사인을 하다가 간간이 고개도 들어주시곤 했습니다.

사인회가 끝나고 자원봉사를 한 모든 분들과 함께 기념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하였고 스님은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하며 수고에 감사인사와 격려를 하였습니다.

뉴욕은 오래된 회원들부터 신참회원들까지 함께 즐겁게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이 늘 인상적입니다.

뉴욕정토법당 부총무이자 오늘 강연의 총괄을 한 권영미님과도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휴스턴법회 부총무인 임선희님이 내일모레 있을 수계식 및 졸업식 참석차 미리 올라와서 봉사하고 있어 스님은 최근 허리케인으로 침수피해가 심한 휴스턴지역의 피해상황 및 근황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스님은 오늘 봉사하신 자원봉사자분들께 먼저 숙소로 들어가겠다고 하며 묘덕법사님과 나누기를 하라며 인사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 귀가하니 10시 50분경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맨하튼에서 유엔총회가 열리는 날이라 교통통제도 많고 교통체증이 심할 것 같아 내일 일정에 대해서 미리 의견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내일 스님은 오전에 맨하튼에서 개인미팅일정이 있고 저녁에는 맨하튼 강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전 8시 30분에 전철을 타고 가든지 차를 이용해서 가든지 일단 8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일정공유를 한 후 스님은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뉴욕강연도 성황리에 마치고 수행팀도 다들 비교적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뉴욕의 밤은 깊어갑니다. 내일은 뉴욕 맨하튼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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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님 애쓰셨습니다.

2017-10-07 22:54:15

구름

다른 사람을 내 기준에 맞게 고치려고 하는 욕심을 내려놓겠습니다

2017-09-28 16:05:32

정지나

"가르치려 하면 아이들은 저항을 합니다"
그전 상대가 필요한 만큼 그만큼 내가 보여주면 나도 상대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9-25 0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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