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2.7 제주한라아트센터 즉문즉설
“100명의 남자를 만났는데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어요”

오늘은 2017년 즉문즉설 강연 중 마지막 강연이 제주도에서 열렸습니다.

제주도는 원래 겨울이 되면 바람이 더 거세어집니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맑고 고요한 날이었습니다.

강연이 열린 곳은 제주 한라아트센터입니다. 아침 10시 30분 강연이다 보니 아침 7시부터 강연장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8시부터 자원봉사자들 48명이 함께 강연 준비를 하였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제주도 감귤과 같은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고 본인들이 속해있는 팀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스님은 10시 20분에 강연장에 도착하셨습니다. 가볍고 빠른 걸음이었습니다. 스님이 강연장에 들어서자 580여 명의 청중이 박수로 맞이했습니다. 사회자 김방주님의 소개로 스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은 일상사에 대한 의문점을 가볍게 대화하는 자리이고, 대화를 통해 괴로움이 소멸하는 것이다” 라고 여는 말씀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은 질문이 많아 바로 대화를 이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총 14분이 질문지를 작성해 주셨으나, 시간관계상 7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삼재라는 게 있는 건지, 한꺼번에 너무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생기다 보니 이것이 삼재 때문인지 자신의 업보인지 질문한 40세 여성분, 과거에 겪게 된 힘든 경험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인생을 힘들게 살고 있어서 그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질문한 40대 여성분, 본인이 담도암 말기 환자여서 이미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데 치료받길 바라는 가족과 그러고 싶지 않은 자신과의 의견 차이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는 50대 남성분, 아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었는데 사주에 원진살이 있다고 하여 아들의 결혼이 걱정인 50대 여성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싶은 마음과 어머님 간병을 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에 부딪혀있는 30세 여성분, 자살한 손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데 손녀가 극락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70대 여성분, 남편 은퇴 후 제주도에서 통일 시민학교를 세워 통일에 관한 문제를 일반 사람들과 많이 나누고 싶은데 통일문제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시는 50대 여성분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제주 강연은 지역여건상 촬영팀이 현장에 가지 못해 강연 내용을 편집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대신 지난 5일에 부천에서 열린 강연 내용 중 유익했지만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질문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00명의 남자를 만났는데도 결혼을 못해서 고민인 분의 질문과 스님의 대답입니다.

“저는 지인들을 통해 지금까지 100여 명의 남자들을 소개 받았어요. 꽤 많이 받았는데도 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 한두 명밖에 없었어요. 20대 때는 남자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30대가 되니까 ‘내가 너무 눈이 높은 건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높은 건가?’가 아니라 높아요.(질문자 웃음)”

“‘너무 까다롭게 고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40대가 되니까 ‘나한테 내면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심리치료를 받아볼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제 안의 문제가 뭔지 정말 궁금합니다.”

“결혼은 하고 싶어요?”

“그 전에는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어요.”

“그러면 눈을 좀 낮추면 돼요.(모두 웃음)”

“어떻게 낮춰야 하는지...”

“‘남자면 된다’ 이렇게 하면 돼요. (모두 웃음)”

“그런데 자꾸 단점만 보이게 돼서 그런 점을 좀 고치고 싶어요.”

“그건 못 고쳐요.(모두 웃음) 보면 딱 단점이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고쳐요?”

“그러니까요.”

“결혼을 하려면 단점도 같이 데리고 산다고 생각해야 해요. 스님은 그런 게 싫어서 결혼 안 하고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도 머리 깎고 지금이라도 스님이 되면 어떨까요. 결혼을 하려면 그런 걸 감수해야 해요.”

“...(질문자 웃음) 그게 마음대로 안 돼요.”

“왜 안 돼요?”

“모르겠어요, 제가 마음의 문을 못 열고 있는 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는 건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에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있는데 못 구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은 실제로 없어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결혼을 하는 거예요?(질문자 울컥)”

“그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라 그냥 고르는 거예요.(모두 박장대소) ‘남자면 됐다’, ‘여자면 됐다’ 이렇게 대강 골라서 사는 거예요. 그렇게 대강 고른 사람은 다 잘 살아요.

좀 까다롭게 ‘진짜 이건 내 마음에 드는 남자다, 여자다’ 이렇게 구한 사람은 5년도 못 살고 헤어져요. 한눈에 딱 반한 경우에는 살아보면 단점이 보이거든요. 질문자는 처음부터 단점이 보여서 결혼을 못 하는 거고, 한눈에 반하는 사람은 살아보면 단점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 오래 못 가요.

그런데 대강 사는 사람들은 오래 가요. 단점이 보여도 ‘뭐 그러려니’ 하니까요.(모두 웃음) 늦게 들어와도 그러려니 하고, 술 마셔도 그러려니 하고, 그래도 뭐 혼자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혼자 살면 좀 무섭잖아요. ‘저 인간이 집구석에서 빈둥거려도 수위 역할은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면 사는 데 지장이 없다니까요.(모두 웃음) 그래서 다 사는 거예요.”

“스님처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되는데...(질문자 웃음)”

“아니, 저는 가볍지 않아요. 저는 까다로워요.(모두 박장대소) 저는 까다롭기 때문에 혼자 산다니까요.”

“굉장히 가볍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니죠, 결혼해서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가볍게 생각한다는 거예요.(스님 웃음, 모두 웃음) 그러니까 결혼하고 싶으면 가볍게 생각하고, 결혼하기 싫으면 까다롭게 굴어도 돼요. 20년 이상 기다렸는데 백 명만 봐서 되겠어요? 그래도 천 명은 봐야죠.(모두 박장대소) 매일매일 한 명씩 만나보세요.”

“매일매일 한 명씩이요?(모두 웃음)”

“그렇게 많이 만나보다 보면 ‘이거다’ 싶은 게 있을 거예요. 만약 그런 게 있으면 질문자는 지금 제비를 만나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요.”

“아, 그럼 절망적인데요.(질문자 웃음)”

“아니에요. 절망할 필요 없어요. 내가 혹 할 때는 꽃뱀이나 제비일 확률이 높고, ‘에이, 저거 뭐 별 볼일 없네. 저런 인간은 누가 데려가나’ 이럴 때는 진국이 있을 수가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질문자 웃음, 모두 박수)”

“결혼과 연애는 조금 다릅니다. 연애는 좋은 감정이 생겨야 연애가 되겠죠. 좋은 감정이 생기면 나이가 스무 살 많아도 괜찮고, 스무 살 아래라도 괜찮고, 이혼남이나 이혼녀라도 괜찮고, 외국인이라도 괜찮아요. 연애는 그래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됩니다. 남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결혼은 안 그래요. 좋은 감정이 있으면 물론 더 좋겠지만 우리가 보통 결혼을 할 때는 제일 먼저 인물을 봐요. 일단 인물이 마음에 들어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인물 보고 ‘오케이’ 하면 다음으로는 능력을 봐요. 그래서 인물이 괜찮고 능력이 괜찮으면 ‘아, 됐다’ 이렇게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같이 살아보면 무엇 때문에 갈등이 생길까요? 성격과 생활 태도가 문제가 돼요. 성격이라는 것은 화를 잘 낸다, 짜증을 잘 낸다, 말투가 어떻다, 이런 거예요. 늦게 일어난다, 술 마시고 들어온다, 늦게 들어온다, 옷을 벗어서 아무데나 던져놓는다, 지저분하게 한다, 샤워를 안 한다, 이런 건 전부 생활 태도에 속합니다. 생활 태도가 성격보다도 더 부딪히는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결혼할 때 이걸 전혀 고려를 안 해요. 그래서 열에 아홉은 결혼하면 갈등이 생겨요. 처음부터 이걸 딱 고려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죠. 결혼 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결혼을 결정할 때 보는 순서하고 살면서 갈등이 일어나는 순서가 정 반대로 돼 있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이 결혼을 하려면 제일 먼저 성격과 생활 태도를 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걸 안 보잖아요. 그러니까 결혼하면 갈등이 생기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질문자는 지금 우선 인물하고 능력만 보고 사람을 찾는데 그건 결혼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물론 찾는 건 자유죠. 그런데 삶이 화목하거나 행복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저렇게 너무 기대가 높으면 실제로 결혼 생활 해보고 실망이 크겠죠. 그래서 오래 못 살아요.

요즘 사람들은 결혼하면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질 줄 알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부모가 해주는 밥 먹고 해주는 옷 입으면서 살다가 결혼하면 이보다 더 좋을까요? 더 나빠지게 마련이에요. 결혼하면 다 부모 밑에 있던 처녀 총각 시절에 비해 환경이 못합니다. 일도 많고요. 그래서 다들 결혼하기가 어렵고, 결혼해도 만족을 못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처럼 그렇게 까다로우면 더 힘들어요. 저런 사람은 스님이 될 수밖에 없어요.(모두 웃음) 그렇게 까다로우면 결혼 못 해요. 우선은 할 사람이 없고, 또 한다 해도 오래 못 살아요. 결혼 생활이라는 건 동거 생활이잖아요. 생활이기 때문에 그 중에 좋아하는 감정까지 있어서 겹치는 경우를 꼽아보려면 열에 한 명 꼴밖에 안 됩니다. 대부분 다 결혼해서 몇 년 살다 보면 따끈따끈하다거나 가슴이 설렌다는 건 온데간데없고, 그냥 둘이 한 방 쓰는 룸메이트에 불과한 거예요.(모두 웃음)

결혼 생활이 그런 거라고 알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결혼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커요. 영화며 소설을 자꾸 보고 환상을 키우니까 문제예요. 실제로 살아보면 영화나 소설과는 달라요.

여러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야 결혼 생활이 원만하고 그 속에서 행복함을 찾을 수 있어요. 너무 꿈속을 그리기 때문에 현실에 문제가 없는데도 늘 입이 나오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자기 삶에 만족할 줄 아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스님과 청중들의 대화는 2시간가량 이어졌으며 청중들은 웃기도 하고 눈물도 닦으면서 경청 했습니다. 질문자들의 사연과 질문에는 박수로 그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연 막바지에 스님은 “인생은 부정적으로 보면 부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긍정적입니다. 오늘 이야기 한 모든 사람이 눈물 날 것 같은 사연인데요, 그런데 우리는 남의 사연이니 웃고 즐겼잖아요. 인생이 그런 거예요”라는 말씀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스님은 자리를 이동해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한 분 한 분 눈 마주치며 사인하고 가끔 악수도 했습니다. 청중들은 스님 사인을 받기 위해서 한 줄로 서서 조용히 본인의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스님은 사인회를 마치고 수고한 자원봉사자들과 단체촬영을 한 후 바쁜 걸음으로 강연장을 떠났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질문자 중 한 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자살한 손녀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할머니께 조심스레 다가가 스님과 대화한 소감이 어떤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스님과 대화를 마치고 나니 손녀가 극락세계에 갔다는 믿음이 들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청중들에게도 강연 소감을 인터뷰했습니다,

“스님 강연을 듣고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가 행복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깨우는 부처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지 작성은 했지만 질문이 채택되지 못한 한 남성분을 인터뷰했습니다.

“질문신청을 했지만 질문이 채택될까 봐 맘이 조마조마했답니다. 남들 앞에서 말을 잘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질문이 채택되지 못한 아쉬움보다 스님 강연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 문제는 아주 사소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좀 더 큰 생각을 지니고 앞으로 질문하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스님의 강연을 통해서 많은 분의 생각이 변화된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변화가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의 변화까지 끌어낸다면 먼 길에 발걸음을 내어주신 스님의 행보가 고단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7년 스님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가 제주도에서 이렇게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제주정토회 희망리포터 조서윤입니다. 올 한해 스님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를 마무리하는 기사를 쓰게 되는 사람이 되어 영광입니다. 그동안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강연을 위해 노력해주신 많은 자원봉사자분께 온 마음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제주도는 섬입니다. 우리도 어쩌면 각각 섬인지도 모릅니다. “Island is land”라는 문구가 떠오릅니다. 생각을 바꾸면 그 섬들이 또 다른 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땅이 우리가 꿈꾸는 정토 세상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사람의 힘이 모아지면 참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강연장 현장에서 몸소 체험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조서윤, 손명희, 범호영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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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저 높이 커져있는 환상을 지금 현실에 맞추어서, 만족하며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감사합니다. 저도 온 맘으로 박수보네 드려요^^

2017-12-12 09:46:12

일 상

스님 강의 듣고 깨달았습니다. 그냥 가볍게 살아보려 합니다.!!!

2017-12-10 22:56:14

문보경

스님~~ 일년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일 많이 해주세요^^

2017-12-09 23: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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