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0.30 행복한 대화 (14) 용인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남편이 싫어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용인 수지 여성회관에서 강연장 안팎으로 팔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즉문즉설을 하였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이미 600여 석이 꽉 찼습니다. 수지 여성회관에서는 좌석 외에는 서서 듣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하여 입장하지 못한 이백 여명은 로비에 설치된 중계 모니터를 통해 즉문즉설을 보았습니다. 그냥 돌아가신 분들도 이백 여명 정도 되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을 받기 전, 한국인의 행복도가 낮은 원인을 사회적인 이유와, 개인적인 이유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행복도가 낮은 개인적인 이유로 급한 성격에서 오는 짜증, 욕심에서 오는 불만, 그리고 고집 때문이라고 하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습니다.

“세 번째, 한국 사람들은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자기 고집이 센 편이에요.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면 결혼 생활을 50년 했는데도 대화가 안 돼서 자식이 통역을 해줘야 해요. 자기 얘기만 하니까요. (모두 웃음)

대화가 안 되는 핵심 이유는 상대의 말을 잘 안 듣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소통이 안 된다고 해요. ‘아이고, 우리 남편하고 소통이 안 돼요.’ 소통이 안 된다는 말은 남편이 내 말을 잘 안 들어준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분은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소통은 다른 사람이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게 소통이에요. ‘아이고, 우리 남편이 나하고 소통이 안 돼서 죽겠어요’ 이 말은 내가 남편 말을 안 듣는다는 거예요.

우리는 자기를 좀 변화시켜야 해요. 이런 문제는 사회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이게 오늘날 우리가 대화하는 하나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대화를 통해서 이런 자기 문제가 개선이 되면 좀 더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스님의 말씀이 끝나고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을 보는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유쾌했던 질문 두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가 너무 안 좋아요.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가 너무 안 좋습니다. 남편이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 참석을 안 하게 된 게 5년 정도 돼요. 저랑 아이들만 참석을 하는데, 아이들이 그런 아빠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배울까 봐 조금 두렵습니다. 제가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네, 아무 역할도 할 것 없습니다.”(모두 웃음)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는 해요.”

“그래요, 원래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에요. 놔두면 돼요.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면 ‘아들 때문에 그렇구나’하고, 남편이 뭐라 그러면 ‘엄마 때문에 그렇구나’하고 놔두세요. 엄마와 아들 사이의 문제니까 그저 구경하면 돼요.(모두 웃음)

둘이서 싸우니까 질문자한테 유리한 게 굉장히 많아요. 둘이 사이가 좋으면 질문자가 엄청나게 고생해야 해요.(모두 웃음) 둘이 사이가 좋으면 소위 고부갈등을 겪는데 둘이 사이가 나쁘니까 질문자는 그 문제없이 살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항상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러고 살면 돼요.”(모두 웃음과 박수)

“그런데 저희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서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아이들한테는 아무 나쁜 영향이 안 가요. 질문자가 시어머니하고 갈등을 일으키면서 질문자가 힘들면 아이들한테 영향을 줘요.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애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는 거의 8, 90퍼센트 엄마를 닮습니다. 엄마는 절대로 아이한테 ‘저거 누구 닮았나?’ 이런 말을 하면 안 돼요.(모두 웃음)

예를 들자면 나중에 아이가 아빠를 닮아서 나중에 질문자하고 사이가 나빠질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질문자 하고 사이가 나쁘면 또 새로 온 며느리한테 좋지요.(모두 웃음) 그래서 그건 아무 부작용이 없는 거예요.”

“네. 그런데 남편이 몇 년씩 엄마를 보지 않고 계속 그렇게 지내고 있는 건 괜찮을까요? 벌써 5년째예요.”

“아무 문제없어요.(질문자 웃음) 20살이 넘었으니까요. 그렇게 서로 싸워야 독립이 딱 되는 거예요. 사이가 너무 좋으면 독립이 안 돼요.”

“그런데 어머님은 저를 보면 아들이 보고 싶다며 늘 우세요. 그래서 저는 중간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돼요.”

“어떤 말도 필요 없어요. 그냥 두고 보면 돼요. 대신에 질문자가 어머니를 조금 위로해주면 돼요. 남편이 와서 어떻게 하도록 하지 말고요. 그건 남의 문제니까요. 질문자가 절 찾아와서 이렇게 고민을 얘기할 때 제가 질문자를 위로해주면 되지, 이야기에 나오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해주려 하지 않잖아요.

질문자도 ‘내가 남편을 설득해서 남편이 어떻게 하도록 해봐야지’ 이런 생각이 어리석은 생각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됩니다. 시어머니가 좀 안 됐다 싶으면 질문자가 할 수 있는 건 ‘아이고, 어머니. 제가 있잖아요. 저라도 잘 하겠습니다’ 이렇게 위로해주는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 하고 어머니하고 사이가 아주 좋아집니다. 남편이 자기를 희생해서 우리 둘 사이를 좋게 만들어주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리고 또 남편이 시댁에 안 갈수록 질문자가 시댁에 가도 좀 편합니다. 남편까지 따라가면 질문자는 내내 부엌일만 해야 해요. 남편도 안 오고 질문자만 오면 질문자를 못 부려먹습니다.”

“네, 어머님께서 굉장히 잘 해주세요.”

“그것 봐요.”

“감사합니다.”(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과 박수)

질문자는 편안해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토끼 키우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 이혼 위기예요.

“제가 토끼를 3마리 기르는데, 남편은 제가 애완동물한테 자식처럼 너무 집착한다고 합니다. 남편은 토끼를 토끼장에만 넣어놓고 자기가 꺼내고 싶을 때만 꺼내면 좋겠대요. 저는 어항 속에 사는 물고기가 아닌 이상 토끼도 좀 뛰어다녀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밥도 물도 제가 주고 똥도 제가 치우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이혼 위기예요.

우리끼리는 해결이 안 되니까, 제가 스님한테 질문을 하고 스님께서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하고 인천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모두 웃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애완동물로 뱀을 키우든, 돼지를 키우든, 토끼를 키우든, 강아지를 키우든, 고양이를 키우든 그건 자유예요. 미국에서는 뱀을 키우는 데도 많고 거북이를 키우는 데도 있습니다. 키우면 된다, 안 된다가 없어요.

그런데 지금 문제는 두 사람이 지금 견해가 다른 거예요.
두 사람이 견해가 다를 때 내가 남편보다 애완동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가끔 그래요.”(모두 웃음)

“그러면 이혼을 해야 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어떻게 남편보다 애완동물이 더 중요할 수가 있나!’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독선이에요. 그럴 수도 있어요. ‘아내보다도 하느님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식과 아내보다도 나라가 더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걸 우리가 어찌할 수가 없어요. 인간은 남을 해치지 않는 이상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첫째, 질문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유예요.(질문자 웃음) 그런데 남편은 토끼 키우는 걸 싫어할 자유가 있어요, 없어요?”

“있어요.”

“맞아요. 그걸 어쩌겠어요? 제가 이번에 독일에 갔는데 봉사자 한 분이 저를 태워준다고 차를 가지고 왔어요. 그러면서 차를 가져온 분이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뒤로 요새 너무너무 행복하대요.

이분은 강아지하고 안 떨어지려고 강아지를 늘 차에 태우고 다녀요. 그런데 제가 그 차를 타게 돼서 강아지를 다른 차로 옮겼어요. 그런데도 저는 개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 차를 딱 타자마자 강아지 냄새 때문에 눈이 따갑고 목구멍이 따가운 거예요. 너무너무 숨이 막혀서 타는 내내 창문을 열어놨다가 저녁에 강의가 있는데 감기가 걸렸어요.

그런데 강연을 마치고 또 그 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벨기에 국경 아헨까지 세 시간을 가도록 계획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개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그냥 버스를 타고 갈게요. 그 차는 못 타겠습니다’ 이렇게 말했어요. 누가 저 같은 사람에게 ‘개가 너무 좋아요’ 하면서 개를 옆에 앉혀놓고 뒤에 타라고 해서 제가 그 차를 안 타겠다고 했더니 ‘스님이 개도 싫어해요?’ 이러면 제가 뭐라 그럴까요?

그러니까 남편이 싫어한다면 제가 생각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질문자가 토끼를 데려온 곳에 돌려주는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하는 거예요. 남편이 굉장히 이해심이 많네요.”

“네?”

“남편이 ‘토끼를 토끼장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만 꺼내라.’라고 한 건 자기는 싫다는 거잖아요.(모두 웃음)

남편이 하자는 것보다 조금 더 하면 더 좋죠. 성경 말씀을 빌리자면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라는 거예요. ‘토끼장에 넣어놨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라’ 그러면 아예 ‘토끼장을 없애겠다’ 이렇게 가면 제일 좋아요. 남편보다 한 술 더 떠주면 제일 좋죠. 그다음으로는 남편이 하자는 수준으로 ‘알았어. 그러면 토끼장에 넣어놓고 당신이 말한 대로 할게’ 이렇게 하면 좋죠.”

“어, 그게...”

“문제를 제기하려면 저한테 묻지를 마세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얘기했잖아요. 스님이 시키는 대로 딱 하겠다고요.”

“네, 네.... 지금 충격을 좀 받아서요.”

“질문자가 질문의 전제로 “스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묻지 말라는 거예요. 질문자가 그 전제만 안 했으면 얼마든지 얘기해도 돼요.”(모두 웃음)

“네, 알겠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아이, ‘그러니까’ 하지 말고요.”(모두 웃음)

“알겠습니다. 본전도 못 건졌어요.”(모두 웃음)

“본전 건졌죠. 저렇게 이혼할 위기를 극복시켜 줬는데도 본전도 못 건졌대요.”(모두 박수)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남편이 질문했다면, 남편이 맞추는 방법을 설해주었을 겁니다. 관객들은 웃고 박수를 쳤지만, 한편 당황스러워 보이는 질문자를 찾아가 인터뷰해보았습니다.

“스님의 답변이 충격적이었어요. 지금 패닉 상태예요. 그렇지만 제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입장과는 달리 멀리 오래갈 수 있는 혜안을 저에게 주신 것 같아요. 남편이 토끼를 없애라고 하면 없애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은 해결되었어요.

그런데 토끼를 버려야 할지도 모르니까 마음이 시원하진 않네요. 제가 원했던 대답은 아니었는데, 스님이 저보다 더 지혜로우시니까, 하기 싫지만 스님 말씀대로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혼 직전까지 갔었는데, 남편을 선택하겠습니다!”

질문자는 마지막까지 망설이더니 스님이 워낙 단호하게 말하니까 결국 남편을 선택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 외에도 6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17살 여고생입니다. 지적 장애우인 동생이 폰에 빠져 살아서 엄마가 힘들어하세요. 어떡하죠?
-30대 청년입니다. 특별한 병은 없는데 건강염려증이 심해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하는 27살 딸이 너무 짜증을 많이 내요. 엄마로서 자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해요.
-임신 8개월 차입니다. 궁합을 보니 자식을 낳으면 남편과 이별할 수 있대요. 도사님이 정해준 날짜에 제왕절개를 해야 할까요, 예정일에 맞춰 자연분만을 해야 할까요?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많이 납니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나요?
-특수학급 교사입니다. 중증장애인을 돌보기 힘들어요. 한 편 죄책감도 들어요.

스님과 함께 대화를 하다 보니 같은 상황도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길로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윤리도덕적인 인간은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희생해요. 지금 힘들게 스트레스받으면서 이를 악물고 억지로 참습니다. 그런데 쾌락주의자는 지금을 위해서 나중을 희생해요. 지금 좋은 데 빠져서 미래의 이익을 희생하고, 도덕주의자는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스트레스받고 사는 거예요. 이건 다 극단에 치우치는 자들입니다.

지금도 좋고 미래에도 좋아야 해요. 나도 좋고 너도 좋아야 해요. 나만 좋고 네가 나쁘면 상대가 가만히 안 있어요. 상대만 좋고 나한테 손해가 나는 희생은 오래 못 해요. 참다가 터집니다. 그래서 이건 지속 가능한 게 아니에요. 지속 가능하려면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아야 합니다. 이게 성인의 가르침이에요.

이걸 상부상조, 상이상존이란 말로 씁니다. 서로 좋은 거예요. 부부가 결혼하면 서로 좋은 거지, 누구 하나가 이익이 되고 누구 하나가 손해 나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다 서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서로 손해 났다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내가 우리 남편한테 조금 도움되는 인간이 돼야 하겠다’, ‘내가 우리 애한테 조금 도움되는 인간이 돼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갈등이 생길 게 없어요. ‘나는 이만큼 해줬는데 너는 해준 게 뭐 있냐? 내가 손해다!’ 이렇게 자꾸 주산 알을 튕기기 때문에 미워지고 섭섭해지는 일이 생깁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 별일 아니에요. 또 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여러분들이 인생을 좀 행복하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스님은 오전에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과천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미정 권류경 손명희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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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다~~~좋은 일!!!
감사합니다 꾸벅^^

2018-11-09 09:08:16

송미해

"그럴 수도 있다" 내 옳다는 생각 내려 놓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11-02 10:51:59

임무진

늘 계산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나를 봅니다. 조금 마음내어 남을 위해 다가갑니다

2018-11-01 18: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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