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2.12. 정초 정회원 순회법회 (7) 인천 경기서부
“좋은 외제차를 구입했는데, 왠지 죄책감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초 순회법회를 시작한 지 이레째로 인천경기서부지부 정회원을 위한 법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오후 2시에는 인천법당에서 주간반 정회원을 대상으로, 저녁 7시 30분에는 서초법당에서 저녁반 정회원을 대상으로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어제 창원에서 법회를 마치고 새벽에 서울로 돌아온 스님은 잠깐 휴식한 뒤 9시부터 평화재단에서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주로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해 점검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에는 인천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인천법당에서는 오전부터 법회를 준비하는 봉사자들로 분주했습니다. 꼼꼼히 행사 리허설을 하고, 대법당에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없어 소법당에도 미리 중계방송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후 2시, 정회원들이 빼곡히 앉은 가운데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인천경기서부지부 담당 묘수 법사님의 인사 말씀과 대중 법사님들의 인사, 그리고 정토회 별 참가자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자리가 좁은 관계로 그 자리에 서서 소개를 하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정토회별 소개 끝에는 일산 정토회의 축하공연도 있었는데요.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반복되는 가사에 따뜻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특별상 수여식도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한 해 수행법회 개근과 정근하신 분이 그 주인공이었는데요. 개근하신 한 분, 정근하신 세 분에게 스님이 직접 ‘젊은 불자들을 위한 수행론’ 책을 증정했습니다. 책은 인경지부 대의원회에서 마련해주었습니다. 큰 박수가 터져 나오자 사회자는 웃으며 ‘부러우면 올 한 해 법회를 잘 들으시라’고 당부했습니다. 선배 도반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특별상이었습니다.

법문 시작 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본 스님은 모두 법당 안으로 들어와 다 함께 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사람들은 더욱 옹기종기 앉았고, 모든 사람이 법당 안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명상 시간으로 정돈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좁은 공간에서 소개한다고 수고하셨다”며 말문을 열였습니다. 그리고 “인천 경기서부 지부에는 신생 법당이 많아 활동과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며 수행자의 정체성, 청정하고 화합하는 수행자의 모임에 대해 1시간에 걸쳐 자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자, 이렇게 이야기 들으니까 질문할 게 없죠?”(모두 웃음)

그래도 총 4명이 질문을 했는데요. 덕분에 더 많은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소임을 가볍게 맡았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고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분과의 즉문즉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불교대학팀장 소임을 맡고 있다가, 최근 총무님이 병가를 길게 내게 되어 총무대행 소임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소임을 시작했는데, 불교대학팀장과 총무로서의 소임을 동시에 하다 보니 버거움을 느낍니다. 부족한 제가 이 소임을 맡을 자격이 있을까요?”

“사람은 정말로 능력이 없는 미약한 존재일까요? 능력은 있는데 과한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 미약하게 느끼는 걸까요? 질문자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도 욕심으로 인해 미약하게 느껴진다는 부분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그럼 질문자는 지금 능력이 부족한 거예요, 욕심이 많은 거예요?”

“욕심이 많은 겁니다.”

“예를 들어, 질문자가 원래 법당에서 청소만 하기로 했다고 해봐요. 그러다가 밥을 하는 사람이 필요해서, 언젠가부터 청소도 하고, 밥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는 법당 문을 열고 닫는 사람이 필요해서, 이제는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법당 문을 열고 닫는 일도 하게 되었다고 합시다.

이때 처음부터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문도 여는 일을 시작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예요. 원래는 청소만 하기로 했는데 밥도 해야 하니까 일이 많은 것 같고, 거기에 문을 열고 닫는 일까지 더해지니까 버겁게 느껴지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자가 처음부터 총무 소임을 맡았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지금 질문자가 고민하는 문제는 현재 담당하는 소임의 2배를 맡게 되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때 ‘아, 예전이 좋았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모두 웃음)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가지가 겹쳐있어요. 첫째, 지금 질문자가 자기의 한계를 정하는 데서 오는 문제가 하나 있고, 둘째, 현재 소임을 너무 잘하려고 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을 할 때 한계를 정하지 말고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해보세요. 그러다 못하면 ‘아이고, 저 사람 소임이 너무 많구나’ 싶어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생겨요.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보다 보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짐을 가득 들고 길거리를 걸으면 옆에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주겠다고 하잖아요. 하물며 지나가던 사람도 도와주려고 하는데 같은 법당에 다니는 사람들이 왜 안 도와주겠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볼 때 별로 많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질문자가 많다고 하면 주변에서 별말이 없겠죠. 지금까지 주변에서 별이야기가 없다면 아직 그리 무거운 짐을 든 건 아니에요. 도움을 받으려면 조금 더 들어야 해요.(모두 웃음)

스님은 늘 많은 일을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하잖아요. 저도 부처님께서 참 많은 일을 하셨기 때문에 늘 ‘우리 일은 우리가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질문자도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많은 일을 한다 싶으면 ‘보살님, 밥은 제가 할게요’, ‘보살님, 법당 문은 제가 열게요’ 이런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그러니 아직 하고 있는 일이 충분히 무겁지가 않은 거예요.

우선 ‘나는 총무가 아닌데’ 하는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총무라는 사람이 원래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하다 보면 총무가 되고, 하다 보면 국장이 돼요. 정토회에 총무 하러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 웃음)

질문자도 법당 총무님이 아프다 보니 총무 대행을 하게 되었고, 또 그러다가 총무가 되기도 해요. 그러니 일을 할 때 한계를 정하지 말고 하는 데까지 해봐요.

그리고 아직 젊다 보니 일을 잘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하는 데까지 해요. 자꾸 잘하려고 하니까 그것에 비해서 자기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총무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 누가 나이 때문에 시비를 걸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며 핀잔을 주면, 직접 하라고 하세요.(모두 웃음)

질문자의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총무 대행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고맙게 생각합니다. 말은 안 해도 ‘젊은 사람이 총무 소임을 맡아주니 참 고맙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 눈치를 너무 볼 필요는 없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임을 하다 보면 집에 있는 아이들 밥을 잘 못 챙겨주는데...”

“아이들이 몇 살이에요?”

“이번에 고등학교 올라가요.”

“아이가 고등학생이라면 밥을 못 해줘도 괜찮아요. 고등학생이면 밥은 다 챙겨 먹을 줄 아는 나이잖아요. 지금 질문자는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일을 하는데, 아이들이 자기가 알아서 밥 해 먹고 다녀야죠. 아이들이 뭐라고 하면 ‘밥은 너희가 좀 해 먹어라. 엄마는 지금 지구특공대이기 때문에 지구 살리러 나가야 해’ 이렇게 말하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시간 나면 법당에 데리고 가서 ‘너희들도 엄마 하는 일을 좀 나누어해라’ 이렇게 법당 일도 시켜보세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도 ‘엄마, 밥은 우리가 해 먹을 테니 법당 일만 시키지 마세요’ 이렇게 나와요. (모두 웃음)

엄마가 이 정도로 중심을 잡으면 다 해결됩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질문자는 돈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완전히 떠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정토회 총무를 맡으면 한 달에 월급 500만 원을 받는다고 하면 남편이나 아이들이 반대할까요?”

“안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결국 돈 문제잖아요.(모두 웃음) 지금 질문자는 500만 원짜리 일을 해요, 더 중요한 일을 해요?”

“더 중요한 일을 합니다.”

“네, 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집안일을 잘 못 챙기고, 아이들 밥을 못해주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니지는 말아야 해요. 남편이 뭐라고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아이들이 뭐라고 해도 ‘얘야, 미안하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요구를 다 못 들어줘서 미안하다는 뜻이에요. 남편이 ‘당신은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해’ 이렇게 말해도 또 ‘죄송합니다’ 하는 거예요. ‘몸으로는 못하니 입으로라도 미안하다고 해야지’ 하는 자세로 하면 됩니다. 대신 기죽어서 살면 안 돼요. 당당하되 겸손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지구 전체로 보면, 지금 질문자가 아이들 밥해주는 게 중요할까요, 평화운동을 하는 게 중요할까요?”

“평화운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요. 전쟁 한번 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때는 아이들에게 밥을 만 그릇 해주는 게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당당함을 가지셔야 해요. 동시에 상대방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죄송합니다’하고 겸손한 자세로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여기에도 기죽어서 사는 사람들 있지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면서 기죽어서 살면 어떡해요? 옛날에 부잣집 아들이 독립운동가들에게 열심히 자금을 지원했는데, 그 아버지가 볼 때는 정말 못마땅한 일이었어요. 그렇다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죄를 지은 건가요?”

“아니요.”

“아버지는 세상을 내 재산이라는 좁은 시야로 보니까 불만을 토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족 전체를 보면 독립운동은 해야 합니다. 그러니 자금을 대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당당해야 하고, 동시에 부모님께는 ‘독립운동 자금을 대야지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재산을 축 냈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전라도에 있는 많은 부잣집들, 또 경주의 최부자집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의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런 부잣집들 중에는 독립운동 자금을 대느라 후대에 집안이 망한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나라가 독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친일 행위를 해서 그때 모은 재산으로 지금도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중요할지 모르지만 나라 전체를 보면 독립운동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도 어떤 개인을 위하거나 누구에게 손해 끼치는 일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스님의 답변에 청중들도 진지하게 몰입하여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노회찬 의원 자살, 손석희 앵커 소식 등 뉴스를 보며 상실감이 느껴져요.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할까요?
  • 어느 법사님의 성추행에 대한 법문에 거부감이 들었는데, 제가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 원칙을 잘 안 지키고 소통을 잘 안 하는 책임팀장 때문에 속이 상해요.
    예정된 시간을 지났지만 스님은 마지막 질문까지 모두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런 후 “수행자는 항상 겸손하고 당당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법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수행정진 열심히 하세요. 언제, 어떤 이유로든, 마음이 괴로운 건 누구 문제라고요?”

“내 문제요!”

대중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새해인사로 세배를 드렸습니다. 스님은 손사래를 쳤지만, 대중들은 얼른 일어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했습니다.

신규 정회원을 대표해서 한 분이 감사의 꽃다발을 드리면서 다 함께 ‘스승의 은혜’를 불렀습니다.

노랫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불렀습니다. 다 함께 기념촬영을 한 후 대중들은 노래 ‘터’를 들으며 밝고 가벼워진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마치고 돌아가는 분들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질문자 중 한 분은 “질문을 할까말까 망설였는데 하기를 잘했네요.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구나 알게 되었고, 질문을 하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졌어요.”라고 소감을 전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저녁 법회를 위해 바로 서초법당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서초법당 입구에는 여러 봉사자들이 밝은 미소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방석도 가지런히 깔려있고, 정회원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회원들은 서로 악수도 하고 눈인사도 하며 법당 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자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인천경기서부 지부의 상임법사인 묘수 법사님은 “새 날, 수행자의 길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며 월광, 향실, 향왕, 선주 법사님도 함께 소개해주었습니다.

각 정토회를 소개한 후 특별 공연이 있었습니다. 거사님들이 합창을 준비했는데요. 부드럽고 우렁찬 목소리가 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대중들은 다 같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앵콜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스님이 “오랜만에 남자 구경을 하였다.”며 웃자 대중들도 함께 웃으며 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저녁 정회원법회에도 지난 한 해 동안 수행법회에 개근하고, 정근한 분들에게 특별상을 수여했습니다. 뿌듯한 다섯 분의 표정을 보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었구나 싶었습니다.

이어서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이 법회는 정초에 정회원들이 모여 수행자임을 다시 확인하고, 어려움이나 건의사항을 함께 나누는 자리”라며 법문을 시작하였습니다.

“수행자란 괴로움이 나의 탐심, 성냄, 어리석음으로부터 오는 것을 알아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아 지혜를 증득하여 괴로움이 없도록 나아가는 자입니다. 수행자로서 청정하게 살아가고, 자신과 도반의 소중함을 알아 화합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 시간 동안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 설명한 후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중 맛집을 찾아다니고 좋은 차를 타면서 수행자로서 죄책감이 든다는 분과의 즉문즉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는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옷을 사러 갈 때 조금 더 좋은 옷을 고르게 되고, 친구들과 밥을 먹을 때도 맛집을 찾게 됩니다. 작년에는 차를 바꾸었는데, 처음에는 정토행자라는 자부심으로 소형차를 사리라 마음먹었지만 결국 외제차를 사게 되었습니다. 차를 가지고 다닐 때는 기분이 좋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수행에 대한 발심을 했습니다. 제가 맛집, 좋은 차를 가지고 싶으면서도 한편 죄책감에 빠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법문을 들을 때는 법당에 나와서 봉사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막상 봉사를 할 때는 조금만 하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법문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 실생활 사이에 차이가 많은데요. 제가 정토행자로서의 자격이 있을까요?”

“정토행자로서는 자격이 부족하지요. 그걸 꼭 물어야 알아요?”

“저도 질문하면서 부끄러웠습니다.”(모두 웃음)

“질문자는 아직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사고, 좋은 차를 사는데, 그래도 정토회 나오기 전보다는 나아졌어요, 전보다 더 심해졌어요?”

“정토회 나오기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걸로 됐습니다. 좋은 것은 권장사항이지 의무는 아닙니다. 선(善)은 권장사항이에요. 반면 나쁜 것은 멈추어야 해요. 악(惡)은 금지해야 합니다.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악은 금지해야 하고, 선은 권하는 거예요. 악은 선택의 여지없이 금지해야 하고, 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선은 행하면 칭찬받지만, 안 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악을 멈추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칭찬받지 않지만, 멈추지 않으면 비난을 받습니다. 이렇게 선과 악은 성격이 다릅니다.

그러니 선을 행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을 거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를 세 살까지 돌보지 않는 것은 악에 해당됩니다. 반면 80세 노모를 돌보지 않는 것은 악에 해당되지는 않아요. 노모를 돌보면 그것은 선한 행동으로 칭찬을 받지만, 돌보지 않는다고 해도 악은 아니기 때문에 비난받을 일은 아니에요. 물론 칭찬은 못 받겠죠. 그렇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어린아이를 세 살까지 돌본다고 해도, 그건 동물도 하는 일이기 때문에 칭찬들을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돌보지 않으면 비난받습니다.

질문자가 질문한 내용은 선행(善行)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수행자가 되는 것은 선한 행동이에요. 그건 하면 좋은 일이지만, 그걸 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사고, 비싼 차를 샀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좋은 옷을 사고 비싼 차를 살 수 있는데도 검소하게 살면 칭찬을 받겠죠.

엊그제 교황에 대한 기사 나온 거 보셨죠? 교황이 쏘울이라는 차를 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칭찬하잖아요. 교황이 설령 롤스로이스 같이 좋은 차를 타고 다녀도 사람들이 비난하지는 않을 거예요. 반면 검소하게 사는 모습이 알려지니까 사람들이 칭찬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한 행동들도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그러니 그것에 대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한 번 생각해 볼 수는 있겠죠. 검소하다, 사치스럽다 하는 것에는 정해진 기준이 없습니다. 내가 가진 재산 수준에 비해 적게 쓰고 살면, 그걸 검소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50평 아파트에 살 경제 수준인데 30평 집에 살면 사람들이 검소하다고 합니다.

제가 대통령을 만났을 때 여기에 계신 법사님 대하듯이 대통령을 대하면 사람들이 저를 보고 당당하다고 합니다. 또 저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사람에게도 똑같이 대하면 사람들이 겸손하다고 합니다. 겸손한 태도와 당당한 태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평등하게 대하면 됩니다. 높은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면 당당하다고 하고, 낮은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면 겸손하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경제력이 되는데도 그보다 낮춰서 살면 검소하다고 하고, 경제력이 안 되는데도 그보다 높여서 살면 낭비한다고 해요. 여기에는 어떤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질문자도 지금 사는 대로 살아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정토행자가 되는 기본적인 계율은 따로 있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을 해쳤습니까?”

“아니요.”

“둘째,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금전적인 손실을 가했어요?”

“아니요.”

“셋째, 다른 사람을 성추행했습니까?”

“아니요.”

“넷째, 거짓말을 하거나 이간질하는 말을 했어요?”

“아니요.”

“다섯째, 술 먹고 행패를 부렸어요?”

“...” (모두 웃음)

“다섯 번째는 조금 문제네요. 맛있는 걸 먹거나, 좋은 옷을 입거나, 좋은 차를 사는 것보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술을 먹고 주정을 하거나 행패를 부리면 안 됩니다. 이게 더 우선시 되는 계율이에요. 이 다섯 가지만 되면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내가 비싼 옷을 입는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술을 먹고 주정을 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에요. 정토행자는 우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된 다음에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과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것은 별개입니다. 우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해요. 그런 다음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섯 가지 계율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거예요. 우선 그것이 된 다음에,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계율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섯째, 때 아닌 때 먹지 말라.’
‘일곱째, 장식하지 말라.’
‘여덟째, 높은 평상에 앉지 말라.’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계울에는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장식하지 말라’는 말은 꾸미거나 화장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치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높은 평상에 앉지 말라’는 말은 교만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때 아닌 때 먹지 말라’는 말은 식탐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예요.

질문자는 맛집에 다니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탄다고 하니까, 아직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될 정도는 못 되지 않나 싶어요. 그렇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정토회에서 법회도 듣고 정진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질문한 내용들은 정토행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조금씩 노력해 갈 일이지 죄의식을 가질 일은 아닙니다.”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이 외에도 네 분이 더 질문을 하였습니다.

  • 2차 북미회담이 잘 성취되어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요?
  •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표현을 하되 고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불대 담당을 하면서 법당 총무와 매뉴얼을 가지고 토론을 하면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어떤 마음으로 서원행자가 되어야 할까요?

총 5명이 질문을 하였는데 그중에서 2차 북미회담이 잘 성취되어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는 질문에 대한 스님의 말을 들으며 대중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밝은 표정이 되었고 질문자도 “감사합니다.” 하며 밝게 인사를 했습니다. 남북문제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수행, 보시, 봉사를 강조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정토회는 종교 단체가 아니고 수행자들의 모임이므로 여러분들이 법당의 주인이 되어 봉사를 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보시를 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하지 말고, 순수함이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서 지켜나갑시다. 한 눈을 팔면 금방 변질될 수 있어요. 지난 1년 동안 수고 많았고, 새해에도 열심히 수행 정진합시다.”

스님에게 세배를 하고 스승의 은혜를 함께 부른 후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대중들은 늦은 시간이지만 인경지부에서 준비해준 떡으로 요기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은 강원경기동부지부 정회원을 대상으로 분당 정토법당에서 두 차례 법회가 열립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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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승

스승님의 법문은 한결같이 큰 울림으로 옵니다. 법체 강령하옵소서 ????

2019-02-17 14:23:06

앵두나무

겸손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2019-02-16 20:31:51

김혜경

스님 사랑합니다. 항상 갑사드립니다. 건강하소서.^^

2019-02-15 17: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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