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3.18. 농사일
“아이가 편안하려면”

안녕하세요. 새벽에 도착한 스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오전에는 올해 농사지을 6천여 평의 논을 둘러본 후 원추리나물과 봄나물을 캤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이번 주말에 공동체 행자들과 함께 둘러볼 경주 남산을 답사했습니다. 진달래가 벌써 봄을 알려줍니다. 답사를 다녀온 후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비닐하우스 주변 정리를 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농사일만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7일 룸비니 초청법회 중 ‘아이 키우기’에 대한 법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19개월 된 아기 아빠입니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중심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도 쉽지 않고 자녀에 대해선 팔이 안으로 굽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요?”

“새는 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없을까요? 저는 어릴 때 시골집에 살면서 매년 제비를 관찰할 수 있었어요. 제비가 흙덩어리를 물어 와서 둥지를 짓고, 알을 낳고, 그 알에서 새끼가 나오는데요. 제비를 가만히 관찰해보면 처음에는 날파리처럼 아주 작은 벌레를 물고 와서 새끼마다 입에 넣어줍니다. 그러면 새끼들이 똑같이 자라요.

그런데 새끼들의 노르스름한 털 사이사이로 까만 털이 빼족빼족 나올 때부터는 어미 제비가 조금 큰 벌레를 물고 와요. 그러곤 둥지 입구에 딱 발을 딛고 앉아가지고 벌레를 문 채 가만히 있습니다. 입에 물려주는 법이 절대로 없어요. 그러면 새끼들이 그걸 먹으려고 자기들끼리 막 날갯짓을 하고 짹짹거리고 난리예요. 그렇게 서로 막 먹으려 들다가 제비 새끼가 가끔 떨어져 죽기도 해요. 우리 생각에는 안타까우니까 그냥 먹여줄 텐데, 새끼가 떨어져 죽는 한이 있어도 어미가 절대 먹여주지 않아요.

그 뒤로는 제비 새끼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자기가 막 애써서 먹는 새끼는 빨리 크고 못 먹는 새끼는 덜 커요. 그러다가 까만 깃이 다 나면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둥지를 떠나서 날아가는데, 그 시기가 보통 일주일 정도 차이가 생겨요. 빨리 자란 녀석이 먼저 날아가면 뒤에 남은 녀석은 또 많이 먹을 수가 있죠.(모두 웃음) 수가 주니까요. 그렇게 해서 남은 녀석들은 늦게 날아가요.

새끼가 어릴 때 어미가 작은 벌레를 물고 와서 노란 부리 하나하나마다 넣어주는 건 따뜻한 사랑이에요. 어느 정도 새끼가 자라면 아무리 짹짹거리고 떨어져 죽는 한이 있어도 가만히 보고 있는 건 어미새의 냉정한 사랑입니다. 이게 진짜 사랑이에요. 이 과정을 안 거치면 새끼는 자립을 못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막 몸부림치다 보니 날갯죽지에 힘이 생기고, 어미 입에 있는 것을 빼앗아 먹으면서 벌레 잡는 연습을 하잖아요. 이렇게 해서 둥지를 떠나 날아갈 수 있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어미가 새끼를 걱정해서 따라다니는 법도 없고, 날아서 둥지를 나온 새끼가 어미를 따라다니는 법도 없어요.

닭을 키워보세요. 병아리가 알에서 갓 깨어난 때는 어미가 발로 먹이를 다 헤집어서 병아리가 먹기 편하게 도와주고 품어줍니다. 그런 시기에 가까이 한 번 가보세요. 보통 닭은 다 도망가는데 병아리를 품은 어미닭은 절대로 도망 안 갑니다. 깃을 잔뜩 세우고 사람한테도 막 덤벼요. 그러다 병아리가 자라서 노란 털이 빠지고 붉은 볏이 튀어나오고 어느 정도 크면 어미닭의 태도가 달라져요. 그렇게 새끼를 보호하던 어미닭이 이제는 사람이 새끼를 잡아가던 짐승이 와서 잡아가던 신경을 안 씁니다.

이제 개체가 독립이 되는 거예요. 이게 자연의 원리입니다. 인간이 꼭 자연대로 되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세요. 자식이 어릴 때는 보살펴야 해요. 마치 닭이 알을 품듯이 보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내 일이 바쁘니까, 직장이 바쁘니까, 이렇게 해서 아이를 팽개치고 다니잖아요. 이건 짐승도 안 하는 짓이에요. 그다음에 애가 컸는데도 옆에 붙어서 늘 시중드는 것 역시 짐승도 안 하는 짓이에요.(모두 웃음)

아이가 편안하려면 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심리가 편안해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엄마 품에서 심리가 안정이 되거든요. 그런데 부부지간에 싸우고 막 화를 내면 어떨까요? 애가 어리다고 해서 애는 신경 안 쓰고 엄마가 성질내고 울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들 심리가 불안정해지는 거예요.

아이가 자립을 해야 할 나이, 즉 초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면 자기가 자기 일을 조금씩 해나가야 할 시기인데도 우리는 거꾸로 하죠. 설거지 거들겠다고 하면 괜찮으니 주방에서 나가라고 하고, 청소도 ‘하지 마, 하지 마!’ 이렇게 해서 부모가 다 대신해주니 애들은 배울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 놓고 어느 날 애더러 밥도 안 한다, 빨래도 안 한다, 청소도 안 한다고 야단치는데, 해봐야 할 줄 알죠. 나이가 50, 60, 70세가 됐다고 이걸 할 줄 아는 건 아니잖아요. 안 해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제가 나이가 70세가 돼도 영어 할 줄 모르는 것과 똑같아요.(모두 웃음)

지금 이런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에 자식은 부모로부터 억압을 받고 있고, 부모는 자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거예요. 부모 자식 사이가 사실상 이렇게 원한관계처럼 돼 있으니까 이걸 합리화시켜서 ‘부모 자식은 다 전생의 원수가 만난다’ 이렇게 말해요.(모두 웃음) 부부도 마찬가지예요. 관계의 이치를 모르니까 ‘전생에 원수가 져서 이생에 부부로 만났다’(모두 웃음) 이렇게 갖다 붙이는 것이거든요. 그런 데서, 이 관계성을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세 살 때까지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우리가 말하는 ‘자아’라고 하는 것이 형성되는 데 3년 걸립니다. 아무리 최면을 걸어 과거로 돌아가서 기억을 끄집어내려 해도 세 살 이전의 것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기억을 하는 자아가 아직 생성이 안 된 시기여서 그래요. 그게 심리의 바탕인데, 그것이 안정이 돼야 해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게 갈수록 불안정하게 형성되고 있어요.

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있을 때, 엄마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고 따뜻함을 느낄 때 제일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고 해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에게 이 심리적 안정이라고 하는 근원적인 인간성의 바탕이 형성될 시기가 없어요. 어릴 때는 엄마가 자식한테는 무조건 다 해주잖아요. 조건 없는 사랑이 아이의 생애 초기에 형성되는 심리의 바탕이 돼요. 그래서 우리의 심리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 보면 어떤 악독한 사람이라 해도 이게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게 양심이에요.

그런데 애가 조금 크면 부모가 어떻게 해요? ‘울지 말랬는데 왜 울어? 왜 똥오줌도 못 가려!’ 이러면서 이제 이해관계를 따집니다. 무조건 베풀었던 사랑 다음 순서로 형성되는 게 이기심이에요. 심리의 축적 순서가 그래요.

그리고 이미 미국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세 살 때까지 학대받은 아이와 사랑받은 아이는 대뇌의 크기도 굉장히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학대받으면 뇌가 발달을 잘 안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첫째, 세 살 때까지는 엄마가 좀 돌봐줘야 하고, 둘째, 좀 심리적 안정을 갖춘 상태에서 돌봐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렇게 말씀드리기 때문에 저의 가장 큰 안티 세력이 30대 직장맘입니다.(모두 웃음) ‘스님이 그런 소리 하니까 우리가 곤란하다. 우리더러 어떡하란 얘기냐’ 이런 저항이 굉장히 많아요. 반면 4-50대 어머니들은 또 제일 적극적인 지지층입니다. 아이를 사춘기까지 키워보면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거든요. 자기 경험을 돌아보면 제 얘기와 딱 맞으니까 적극적인 지지층이 돼요. 30대 직장맘은 지금 자기 살기도 힘든데 스님 하는 소리를 들으면 ‘직장 다니면서 애 키워야 하는 엄마 속도 모르고, 남자인 데다 승려니까 저런 소리를 한다’(모두 웃음)고 저항감이 생기거든요. 그런 저항감이 생기는 것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기 때문에 저는 그냥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엄마’라는 것은 ‘생모’라는 개념이 아니에요. 엄마의 의미는 ‘기른 자’ 예요.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모델입니다.

남편들은 아이의 엄마, 즉 아내에게 잘해줘야 해요. 아내가 심리적인 안정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죠. 일찍 들어오길 아내가 원하면 일찍 들어와 주고, 설거지해주기를 원하면 설거지를 해주세요.(모두 웃음) 아내는 설거지하고 내가 애 하고 놀아주는 것보다는, 애 엄마가 애 하고 놀아주고 내가 설거지를 해주는 게 아이한테는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아내가 ‘여보, 애 하고 좀 놀아줘’라고 하면 그건 괜찮아요.(모두 웃음) 애가 아빠하고 놀고 싶다고 해서 놀아주는 것도 괜찮아요. 그런데 애는 아빠하고 놀고 싶지 않다는데 자기가 막 와서는 억지로 놀자고 하고, 애가 우는데도 막 ‘나하고 놀자’ 이러면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모두 웃음)

‘내가 무엇을 원하냐’라는 건 욕구일 뿐이에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걸 필요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도 그래요. 아까 예를 든 제비를 생각해보세요. 새끼는 입에 넣어주기를 원하지만 새끼를 위해서는 어미가 넣어주지 않아야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아이가 어떤 것을 원하지만 ‘그것을 하게 되면 아이가 버릇이 나빠지거나 문제가 있으니까 내가 이걸 해줄 수가 없겠다’ 하고 판단하면 안 해줘야 하는 거예요. 이렇게 안 해주는 냉정함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그걸 갖고 교훈을 삼아서 ‘아, 이건 하면 안 되겠구나.’하고 삶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에게 야단은 치면 안 돼요. 야단을 치면 심리적 억압이 일어납니다. 심리가 위축되는 거예요. 이렇게 억압이 되면 나중에 반드시 반발이 일어납니다. 군대처럼 가장 억압이 심한 곳에서 하극상이 가장 심하게 일어나잖아요.

내가 판단하기에 아이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그것은 해주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냉정한 사랑이 필요해요. 대신, 그럴 때 야단은 치면 안 돼요.

여러분은 대부분 이렇게 해요. 애가 뭐 해달라고 하면 ‘안돼!’라고 윽박지르고, 그래도 자꾸 해달라면 막 고함을 질러대요. 그러다 아이가 울면서 발을 구르고 악을 쓰면 ‘알았다, 알았다! 해줄게, 해줄게’라고 합니다.(모두 웃음) 이 방식은 교육상 제일 나쁜 거예요. 야단을 쳐서 심리적 억압을 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옳지 않은데도 해줘서 버릇을 나쁘게 만들잖아요. 지금 우리 대부분이 다 이런 식으로 하고 있어요.

내가 밥을 차려놓고 아이를 부른다고 해봅시다. ‘얘야, 밥 먹어라. 밥 먹자’ 이렇게 불렀는데 애가 안 왔을 때 ‘안 먹을 거야?!’(모두 웃음) 이렇게 고함을 치면 안 돼요. 그냥 놔두고 나는 밥을 먹는 거예요. 먹다가 애가 오면 같이 먹으면 되고, 안 먹으면 그냥 치우면 돼요. 치워놓고 있다가, 나중에 애가 와서 ‘엄마, 밥 줘’ 하면 ‘응, 찾아 먹어라’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이걸 차려주면 아이가 버릇이 나빠져요. 그러면 애는 늘 식사에 늦는 습관이 들잖아요. 늘 식사하라고 불러야 하고, 찾으러 가야 하고요. 그냥 ‘왔니? 밥 먹어라’라고 하고, 아이가 ‘밥 줘’라고 하면 ‘응, 찾아 먹어라’ 이러면 돼요. ‘엄마가 차려줘’ 이러면 ‘엄마 근무시간 끝났다’ 이러면 돼요.(모두 웃음) 애가 ‘엄마가 밥도 안 차려주고 뭐 그래!’라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세요.

‘너만 인생이 있니? 엄마도 인생이 있단다. 정해진 시간에는 네게 밥을 차려줄 의무가 있지만 그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엄마는 엄마의 일이 있다. 배고프면 알아서 챙겨 먹든지, 시간을 놓쳤으니까 저녁까지 기다려라.’

그래서 자기가 찾아먹든지, 굶고 저녁에 합류를 하든지 해야죠. 그런데 이럴 때는 절대로 야단을 쳐서는 안 돼요. 나무라면 안 됩니다. 그건 자기 선택이니까요. ‘네가 제 때 안 먹기를 선택했으니까 너도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지금 아이에 대해서 그런 관점을 안 가지고 있어요.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진정으로 무엇이 좋은지를 생각하지 않고 내 감정만 앞세워요, 내가 좋으면 아무거나 다 해주고, 내가 싫으면 막 팽개치고 악쓰잖아요. 부모가 아이의 모델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 이런 관점을 안 가지고 있어요.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하루 종일 각종 회의가 있습니다. 내일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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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당

이제라도 바로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

2021-01-12 07:51:00

정명데오

‘"내가 무엇을 원하냐’라는 건 욕구일 뿐이에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걸 필요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04-05 17:35:19

임규태

감사합니다!!!^_^

2019-03-29 1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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