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4.19 무안 미륵사 즉문즉설 법회
“시어머니가 미워서 이혼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안 미륵사에서 즉문즉설 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무안으로 출발하기 전 아침 일찍부터 스님은 엄나무순을 땄습니다. 엄나무순이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고 있는데, 해뜨기 전에 따야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에서 딴 엄나무순을 박스에 담았습니다. 알고 보니 선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늘 법회 하러 가면 무안 미륵사 스님들에게 선물로 주자.”

선물로 드릴 엄나무순은 비닐로 밀봉을 해서 종이 가방에 담았습니다. 엄나무순을 따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아침 7시 10분이 되어 서둘러 무안으로 출발했습니다.

무안에 도착하기 전 익산 미륵사지를 잠시 들렀습니다. 미륵사지 석탑이 최근에 복원을 마치고 개방이 되었다고 해서 한 번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미륵사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터입니다. 동서로 172m, 남북으로 148m에 이르는 절터에는 서석탑, 1993년에 복원된 동석탑, 당간지주 두 기, 목탑터, 금당터 세 곳, 회랑, 강당, 승방, 남문과 중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600∼641년) 때 창건되었으며 고려 때까지도 성황을 이루었으나 조선 중기 이후 폐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스님은 넓은 절터를 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규모가 굉장하다. 황룡사를 따라지었는지 모양이 비슷하네. 백제와 신라가 경쟁 관계였기 때문에 신라에서 황룡사를 지으니까 그 이후에 백제가 더 큰 규모로 지은 것 같다.”

스님은 최근에 복원 공사를 마친 서석탑을 한 바퀴 돈 후 합장하고 삼배를 했습니다.

미륵사지 석탑 복원 작업에서 나온 중요한 돌들이 복원이 다 끝난 후에도 밖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문제가 있어 복원 작업에 사용하지 못한 돌들이 남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가는 길에는 연못에 비친 나무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깊어 보이지 않은 곳인데 거울처럼 반사된 모습에 절로 찬사가 나왔습니다.

미륵사지를 나와 다시 무안으로 향했습니다. 잠깐 휴게소에 들러 점심으로 국수를 먹었습니다.

오후 1시 20분에 무안 미륵사에 도착했습니다. 동쪽 끝에서 출발하여 서쪽 끝에 도착한 셈입니다. 울산에서 익산까지 280km, 익산에서 무안까지 147km, 총 427km를 달렸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미륵사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요사채로 가서 주지인 법주 스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스님은 법주 스님께 아침에 직접 따 온 엄나무순을 선물했습니다. 법주 스님은 무척 기뻐했습니다. 오늘 법회에는 무안군수님과 전남지방경찰청장님도 함께 자리해서 잠시 차담을 나눈 후 2시 정각에 법회가 열리는 대웅전으로 올라갔습니다.

스님은 무안군수님에게 짧게 인사말을 청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법륜 스님을 봬서 영광입니다. 군민 여러분 잘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모두 박수)

이곳에 상주하는 법주 스님, 법현 스님, 상빈 스님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법회가 시작됐습니다. 대웅전은 대중들로 꽉 찼습니다. 대웅전 문을 활짝 열고, 마당에도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미륵사 신도님들과 정토행자 2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법상에 오르려다가 야외에 있는 대중을 살펴보고는 대웅전 밖으로 나와 _“이렇게 밖에서 하는 게 낫겠죠?”_라고 물었습니다. 대중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스님은 대웅전 앞에 서서 법문을 하고, 법당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밖으로 나와 법문을 들었습니다. 마침 적당하게 날도 흐렸습니다. 봄산을 병풍으로 두르고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시작됐습니다. 스님은 먼저 미륵사를 기증해주신 법주스님의 뜻을 설명하고,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햇볕이 쨍쨍했는데, 구름이 딱 천막을 쳐주네요. 햇볕이 쨍쨍했으면 안에서 했을 텐데, 이렇게 높은 천막 아래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게 돼서 좋습니다.

법주 스님께서는 불교 발전을 위해 평생 미륵사 불사를 해오셨습니다. 제가 볼 때는 아직 20-30년 더 사실 것 같은데 스님께서 몸이 불편하시니까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미륵사를 그냥 썩히기보다 정토회에서 이 절을 맡아서 전법을 위한 교육장으로 쓰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정토회는 이런 기증을 잘 받지 않습니다. 현재 정토회 법당은 전부 남의 건물에 세 들어 있어요. 옛날에는 누가 절을 기증한다고 하면 ‘아이고, 우린 못 합니다’하고 거절했습니다. 정토회에는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전부 자원봉사자입니다. ‘절을 보시할테니 관리를 해달라’라고 해도 관리할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몇 번을 사양했는데도 큰스님께서 여러 번 간곡하게 말씀하셔서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큰 스님께서 살아계실 동안은 원래 방식대로 운영하고 열반하시면 저희가 관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먼저 죽을지도 몰라요.(모두 웃음)

그런데 ‘주지스님이 미륵사를 팔았다’고 소문이 이상하게 났나 봐요. 전혀 아닙니다. 전라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주지스님의 뜻을 잘 이어가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 마음공부하는데 도움 주는 사람이지 불사는 잘 몰라요. 불사는 유수 스님이 다하고 계세요.(모두 웃음) 앞으로 유수 스님이 큰스님 도와서 잘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법문만 하겠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습니다. 법문이란 게 따로 없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불법의 핵심입니다. 자, 이제 괴로운 사람들 얘기를 들어봅시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무엇이든지 이야기해보세요.”

이어서 즉석에서 자유롭게 손을 들고 법륜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스님!”하고 손을 들었습니다. 먼저 시어머니가 미워서 이혼을 하려고 한다는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시어머니 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시어머니에 대해 질문하려고 합니다.”

질문자는 망설이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얘기해도 괜찮아요. 시어머니 흉보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네. 저는 시어머니 때문에 남편과 이혼하려고 합니다. 시어머니는 제가 임신했을 때 아이를 지우라고 하시고, 다른 남자가 있는 거 아니냐고 계속 간섭을 하셨어요. 성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돈 문제, 친정 부모님에 대해서도 계속 뭐라고 하세요. 또 제가 아이를 낳고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시어머니 때문에 그 시기도 놓쳐서 큰 수술도 해야 했어요.

남편은 저에게 무지 잘해줘요. 그래서 ‘남편에게는 어머니이고, 아이에게는 친할머니인데 잘해드려야지’하고 마음을 먹어도 잘 안 돼요.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마음은 이해가 돼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미운 것과 이혼하는 게 무슨 상관이에요?”

“시어머니가 되게 가까이 사세요. 시어머니가 계속 간섭하시니까 남편하고 시어머니 때문에 싸우기도 해요.”

“남편과 시어머니 관계는 어때요?”

“좋죠.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잘해주고 제 흉도 보세요.”

“시아버지는 안 계세요?”

“시아버님이 밖으로 도시니까 시어머니가 항상 외로워하세요. 그 외로움을 항상 제 남편에게 채우려고 하세요. 아들이 아니라 남자 친구처럼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시어머니는 빼놓고 남편은 괜찮은 사람이에요?”

“제가 이혼하려고 마음먹으니까 엄청 잘해주고, 노력하고 있어요. 설거지도 하고요.”

“‘이렇게는 못 살겠다. 늙은 여자하고 나하고 둘 중에 하나 선택해라’라고 한 거예요?”(모두 웃음)

“네. 남편에게 나하고 살든지, 엄마하고 살든지 결정하라고 했어요. ‘제가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이혼하려고 하니 더 잘해주고, 오늘도 법회 끝나면 데리러 오겠다고 했어요.”

“남편은 이혼을 안 하려고 해요?”

“네, 안 하려고 해요.”

“아이는 몇 살이에요?”

“만 13개월 된 아이 한 명 있습니다.”

“이혼하면 아기는 자기가 키울 거예요?”

“네. 아이는 제가 키울 거예요. 저희 아버지가 잘 살아서 제 명의로 집도 있고, 가게도 있고, 축사도 있고, 소도 있거든요. 경제적인 부분은 걱정 없어요.”

“뒷배가 있으니까 배짱이 있네요.”(모두 웃음)

“시어머니는 남편의 어머니기도 하고, 아이의 할머니니까 시어머니를 좋아하고 용서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요? 안 되는 게 당연한 거예요. 미운 걸 어떡해요. 그런데 남편과 연애결혼했어요? 중매로 만났어요?”

“연애결혼했어요.”

“남편이 뭐가 좋았어요?”

“다 잘해주고요.(울먹임) 왜 눈물이 나지.”

“시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좀 누그러지면 1년은 노력해볼 생각이 있어요? 아니면 바로 이혼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혼하고 싶어요.”

“아기를 생각해서 1년은 한번 노력해보고 결정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미련이 덜 남아요. 이혼하고 나중에 ‘그냥 같이 살 걸’하고 후회해도 그때는 돌이킬 수 없잖아요. 질문하는 걸 보니 지금 미련이 있어요. 미련이 없으면 제가 말려도 ‘스님이 뭘 알아요?’라고 할 거예요.

내 입장을 내려놓고 시어머니 입장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시아버지가 밖으로 도니까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정을 붙이고 살았어요. 머리로는 아들이지만 마음으로는 남편처럼 의지하고 살았던 거예요. 그리고 질문자가 봐도 남편이 괜찮은 남자라서 연애를 했잖아요. 그러면 그 남자를 키운 엄마는 자기 아들이 괜찮아 보일까요, 안 괜찮아 보일까요?”

“괜찮아 보이겠죠.”

“질문자도 자식 한 번 키워 봐요. 그런 아들이 너무 좋겠죠?”

“네.”

“한 남자를 두고 아내가 ‘우리 남편 괜찮네’ 하는 것과 남편의 엄마가 ‘우리 아들 괜찮다’ 하는 걸 비교하면 어느 게 더 강할까요?”

“엄마가 더 강하겠죠.”

“시어머니가 평생을 투자해서 괜찮은 사람을 하나 만들어 놨어요. 시어머니도 머리로는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 컸으니까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결혼을 하면 무의식에서는 다른 여자가 와서 자기 남자를 데리고 가버린 것처럼 느끼는 거예요.”

“이해는 해요.”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여자가 나타나서 젊다는 이유 하나로 아들을 가져가버린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괘씸한 겁니다. 그걸 말로 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시비를 자꾸 하는 거예요.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자기 남자를 빼앗긴 섭섭함이 있는 겁니다. 질문자가 뭘 뺏은 건 아니지만 시어머니는 ‘빼앗겼다’고 느끼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는 시어머니를 볼 때마다 두 가지를 해야 해요. 어머니가 약간 짜증을 낼 때는 질문자가 먼저 ‘어머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돼요. 겉으로 말은 이렇게 하고, 속으로는 늘 ‘당신 남자를 빼앗아서 죄송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대하는 거예요. 시어머니가 ‘뭐가 죄송하니?’라고 물으면 ‘제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돼요. 시어머니께서 시비를 안 하실 때는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하세요. 그만큼 자식을 키우려면 힘들어요, 안 힘들어요?”

“힘들죠.”

“힘들게 키워서 나에게 줬잖아요. 그러니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은 남편을 내가 차지하고 있지만 원래 주인은 누구예요?”

“시어머니요.”

“시어머니가 원래 주인이죠. 질문자는 지금 임대해서 살고 있는 거예요. 남편과 둘이 있을 때는 내가 주인이지만, 원래 주인이 오면 돌려줘야 해요. 남편에게도 ‘네 주인 왔네. 가라’ 이렇게 돌려주는 마음을 내면 시어머니와 갈등이 안 생겨요. ‘원래 주인이 와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데, 하게 두지’라고 생각하면 시어머니하고 경쟁할 일이 없어요. 지금은 남편을 두고 시어머니와 질문자가 ‘네 거냐, 내 거냐’ 경쟁하고 있잖아요.

남편도 줏대가 없네요. 결혼을 했으면 어머니가 나를 키워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되 자기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해요. 두 여자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면 안 되죠. 어머니를 딱 끊고 자기 여자 쪽으로 가야 해요. 그런데 엄마가 아들에게 잘해 주는 것과 부인이 남편에게 잘해주는 걸 비교하면 누가 더 잘해줄까요?”

“엄마가 더 잘해 주죠.”

“시어머니는 남편을 키웠기 때문에 뭘 좋아하는지 속속들이 알잖아요. 그러니 조금만 잘해줘도 남편이 혹하는 거예요. 나는 잘 모르니까 애써서 맛있는 음식이라고 만들어줘도 그 입맛을 딱 맞출 수 없어요. 시어머니와 경쟁하면 이길 수가 없습니다. ‘내가 더 잘하면 이길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시어머니가 원래 주인이다’ 이렇게 딱 인정하면 갈등이 안 생겨요. 한번 해봐요.”

“시어머니는 아이를 지우라고 하셨는데 막상 낳고 나니까 예쁘다고 데리고 오라고 하세요. 아이의 원래 주인은 저잖아요.(모두 웃음) 시어머니께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아요. 둘째도 생겼는데요.”

“남편과 사니 안 사니 하면서 왜 둘째까지 만들었어요? 저는 혼자 살아서 그런지 정말 이해를 못 하겠어요.(모두 웃음)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혼자 살아도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힘들겠지만 제 얘기 듣고 1년만 매일 108배 절을 하면서 ‘어머니, 죄송해요’, ‘어머니, 감사해요’라고 기도해보세요. 시어머니가 약간 짜증을 내시면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안 그러면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감사한 것은 ‘잘 키운 아들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이고, 죄송한 것은 '당신 아들을 뺏아서' 죄송하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기도하면 어머니가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아져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년 동안 기도해보고 안 되거든 그때 헤어져도 돼요. 질문자는 이혼할 권리가 있어요. 그래도 아이는 엄마, 아빠가 조금 타협해서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을까요? 아이 입장도 생각해봐야죠.

그렇다고 참고 살지는 마세요. 참고 살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머니에게 잘하려고 하면 힘들어요. 힘이 들면 오래 할 수 없습니다. 결심해서 한 일주일 하다가 그만두고, 또 결심해서 하다가 그만두면 오히려 불신만 생겨요. 상대방은 ‘또 저런다’고 할 거예요. 잘하려고 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만 하세요. 시어머니가 짜증을 내면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돼요. 그렇다고 짜증 내는 데 ‘고맙습니다’ 하면 안돼요. (모두 웃음) 얼굴이 약간 펴지면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며느리가 그렇게 하면 시어머니 가슴에 있는 한이 풀립니다.

그래도 시어머니를 보면 잘 안 될 거예요.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매일 절을 하면서 ‘어머니 좋은 아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을 빼앗아가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꾸 연습을 해야 해요. 그렇게 기도하다 보면 시어머니 얼굴만 봐도 저절로 그런 마음이 들 거예요. 오늘 질문 잘하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울먹이던 질문자는 대화를 할수록 밝아지더니 나중에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다음으로 꿈에 자꾸 돌아가신 분들이 나타나 괴롭다는 질문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짧지만 유쾌하고, 기도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대화였습니다.

“저는 스님의 즉문즉설을 1487회까지 들었어요.”

“그걸 다 들었어요?”(모두 웃음)

“예. 두 번, 세 번 들은 것도 있어요.(모두 웃음) 저는 밤마다 꿈에 돌아가신 분들이 보여서 매우 괴롭습니다. 그분들을 안 만나려고 저녁에 광명진언을 3,000번, 반야심경을 1번, 금강경을 3번을 읽고요. 아침에는 천수경을 1번, 반야심경을 1번, 법성게를 3번, 천지팔왕경을 3번을 읽어요. 근데 왜 밤마다 꿈에 돌아가신 분들이 나타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경전을 읽어야만 돌아가신 분들이 꿈에 안 보일까요?”

“밤마다 꿈에 돌아가신 분들이 보이는 것과 경전을 읽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어요. 돌아가신 분들을 안 만나기 위해서 경전을 읽으면 안 돼요.”

“저는 친정 식구부터 시댁 식구, 주변에 아는 분들까지 다 나타나요.”

“꿈에 돌아가신 분들이 나타나는 게 왜 나빠요? 어떤 사람은 죽은 남편이 자기 꿈에만 안 나타난다고 질문했어요.”

“괴로워요.”

“왜 괴로워요?”

“꿈에 법륜스님이 나타나면 기분이 좋을 거 같은데 돌아가신 분들이 나타나면 매우 괴롭습니다.”

“귀신이 있어서 꿈에 나타나는 게 아니에요. TV에 생방송이 나올 때가 있고 녹화해 놓은 영상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법문 듣고 있는 것은 생방송과 같고 꿈에 보이는 건 녹화 방송과 같은 거예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들은 우리 뇌 속에 녹화돼 있어요. 눈을 감으면 꿈에 그 녹화된 영상이 자동으로 틀어지는 겁니다. 누군가를 굉장히 미워했거나 싫어했던 경험이 주로 재생돼요. 내가 뱀을 너무 싫어한다면 몸이 안 좋을 때 꿈에 뱀이 나타납니다. 아니면 좋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거나,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가끔 꿈에 나타나요.”

“스님, 며칠 전에도 꿈을 꾸다가 너무 괴로워서 깼어요. 소금 한 줌을 대문에도 뿌리고 엘리베이터에도 뿌리면서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려가십시오’하고 다시 잤거든요. 그 이후로 5일 됐는데 꿈에 죽은 사람들이 안 나타나요.”

“그게 믿음이라는 거예요. 굿을 하면 조금 나아지는 이유가 그렇게 하면 낫는다는 믿음이 우리의 무의식을 움직여서 그렇습니다. 보살님이 생각을 좀 바꾸시면 돼요. ‘오늘은 더 많이 나타나라!’ 하고 기도하고 자세요.”

“자기 전에 법륜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자요.”

“그러지 마시고요. 자기 전에 삼배를 하면서 ‘오늘은 어머니, 아버지, 시어머니, 시아버지 다 나타나서 모두 만났으면 좋겠다’ 이러고 한번 자보세요. 열 명 만나기로 했는데 셋이 나타나고 일곱 명이 안 나타나면 다음 날, ‘왜 일곱 명은 안 나타났나? 내일은 다 나타나라’ 하고 자는 거예요. 그래도 다 안 나타나요. 그러면 죽은 사람들이 꿈에 나타나도 기분이 안 나빠요. ‘나타나지 마라’ 하니까 더 나타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럴까요?”

“물어놓고 제 말을 안 믿으시네요.(모두 웃음) 저녁에 잘 때 어떻게 하라고요?”

“친정 식구들, 시댁 식구들 다 나타나라.”

“‘오늘 저녁에 다 나타나서 나하고 좀 놀자’ 이렇게 기도하고 주무세요. 그리고 꿈에 보이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 보세요. ‘왜 다 나타나라고 했는데, 3명밖에 안 나타났지?’ 그러면 아침에 기분이 하나도 안 나빠요.”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외에도 외로움을 잘 느끼는 분, 남편이 8년째 일을 안 하고 집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어서 남편을 고치고 싶다는 분,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모셔야 할지 고민이라는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올해 80세가 되신 할아버지는 유투브로 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본다고 하시며, 종교로서 불교가 아닌 불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불교대학에 입학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정정하신 목소리로 수행을 많이 하신 큰스님들이 왜 권력 싸움을 하는지, 법륜스님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출가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자연과학, 유전학, 문명, 인류 등 다방면으로 지식을 습득하셨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5년 전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한 학생도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학생은 '자가면역 뇌염'에 걸려 병원에서 매주 주사를 맞고 있는데 아빠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죽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오늘은 학생의 어머니가 아들 교육 문제로 남편과 의견이 달라 힘들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이 질문자와 대화한 후, 어떤 자세로 기도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정리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기도는 이렇게 해야 해요. ‘아이고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 깨어나서 다행입니다.’ 그래야 엄마가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고 기쁨이 생깁니다. ‘빨리 치유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오히려 아이의 병을 악화시킵니다. 항상 감사기도를 먼저 해야 해요. 처음에 아들이 쓰러져서 의식 없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깨어난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워요. 감사기도를 해야 엄마도 좋고, 아이의 치유에도 도움이 돼요. 꿈에 죽은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할머니도 ‘나타나지 마라!’하면 죽은 사람들이 더 나타나요. ‘이왕 나타날 거 한꺼번에 다 나타나라!’ 이렇게 기도해야 해요.(모두 웃음)

이렇게 마음의 자세를 탁 바꿔야 무의식이 편안해집니다. 그렇게 마음을 쓰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불교의 궁극적 목표는 해탈과 열반입니다. 스님뿐만 아니라 모든 수행자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입니다. 아픈 아들을 데리고 살아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죽을 때까지 불행하게 살아야 돼요?”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이가 의식이 없을 때를 생각하면, 깨어난 것만 해도 고맙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힘들고 아픈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인생을 팽개치는 사람은 바보예요. 고집 피우는 남편이 있고, 아픈 아이가 있어도 그 속에서 질문자는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질문자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요. 엄마가 근심 걱정이 많으면 아이도 근심 걱정이 많아져요. 질문자는 아이를 위해서 걱정한다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를 해치게 됩니다. 그러니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눈물을 머금은 질문자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두 시간 동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도 하고,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법회를 듣는데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대중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미륵사 스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안에서 울주까지 한반도를 가로질러 4시간을 이동하고 나니 밤이 되었습니다. 보름달처럼 꽉 찬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선유동 정토 연수원에서 정토회 법사단, 전국 법당 총무,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대중공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9

0/200

서은영

감사합니다

2020-10-16 06:49:57

정지나

다~나타나라^^ 지금 그 상황에서 탁 바꿔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04-30 04:23:32

박용삼

감동입니다.

2019-04-29 20: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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