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3.21 북한 전문가 모임, 8일 출가·열반 정진 5일째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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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8일 출가·열반 정진 5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밥상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세미나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북한 주민의 생활 상황을 살피고 환율과 식량 가격의 변화를 점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식량 가격이 내려간 것은 러시아로부터 밀가루가 들어오고, 정부 보유 식량이 조금 풀리면서 일어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한반도 2국가론과 통일·민족 개념 폐기 선언의 파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스님은 현재의 안보 위기 상황을 깊이 우려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도 남북이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의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북한 전문가들과 두 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조찬 모임이 끝나고 오전 10시부터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8일 출가·열반 정진 5일째 법회를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어제까지 부처님의 출가, 수행, 성도, 초기 전법의 모습까지 법문을 했고, 오늘은 부처님이 성도 이후 교화와 전법의 길을 어떻게 걸어갔는지 여러 가지 사례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제는 부처님께서 성도 후 사르나트에 가서 처음으로 법바퀴를 굴리신 후 우루벨라 가섭과 빔비사라 왕을 교화하시고 죽림정사에 머무시며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는 전법의 초기 과정을 말씀드렸습니다.

급성장이 가져온 위기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성도 후 3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우루벨라 가섭이 교화됨으로 해서 전통 브라만교의 위대한 스승과 그 무리가 부처님께 교화가 되었고, 당시 최고의 권력자인 빔비사라 왕이 부처님의 법을 듣고 교화가 되었습니다. 또 당시 최고의 신흥사상가인 산자야의 제자 사리푸트라와 목갈라나가 부처님께 교화가 되었습니다. 또 당시의 재벌인 거부 장자 칼란디카 장자와 수닷타 장자도 교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부처님은 성도 후 교화 초기부터 당시 사회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법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 빠른 속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니 사회적 저항, 즉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갑자기 돈을 많이 벌거나, 지위가 높아지거나, 인기가 치솟거나 하면,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했다 하더라도 사회적 저항이 따르게 됩니다. 그럴 때 내부적으로는 교만해지기가 쉽고, 외부적으로는 배 아파하는 사람이 생기고, 시기와 질투하는 사람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인기가 치솟거나 벼락부자가 되면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얼마 가지 못해서 몰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내부적으로 교만해져서 그렇습니다. 둘째, 외부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공격을 받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인기 연예인이든 경제인이든 정치인이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도록 지속 가능하려면 내부적으로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외부적인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되더라도 억울해하며 맞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인간의 심리이고 세상의 원리라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요?

부처님도 좋은 뜻으로 법을 전했지만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확산이 되니까 사회적 저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내부적으로는 제자들이 교만하지 않도록 늘 가르쳤고, 사회적 저항이 올 때도 두려워하거나 흥분하지 않도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러한 비난을 감수하며 기다리는 자세로 대처하도록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위축이 될 때는 ‘바른 법을 설하는 자를 누가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하시어 위축되지 않도록 했고, 비난이 거세게 일어날 때는 ‘일주일만 기다려 보라’ 고 말씀하시어 저항에 맞대응하지 않도록 하셨습니다.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비난을 감수하고 기다리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일을 너무 급성장시키게 되면 내부적으로는 부실해지기 쉽고, 외부적으로는 공격을 받기가 쉽습니다. 저항을 덜 받으려면 속도를 늦추어야 하고, 외부적인 비난이나 공격이 따를 것을 예측하고 있어야 합니다. 외부적으로는 억울하다고 맞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교만하지 않고 들뜨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초기부터 부처님이 세상에 급격하게 알려지는 과정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과정은 대부분 부처님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부처님은 출가해서 왕사성 근교의 두 분의 스승 밑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출가 사문들의 수행 방법이나 그들의 성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성도 전 이미 빔비사라 왕을 만나서 대화한 적도 있었습니다. 6년 고행을 하면서 우루벨라 가섭의 수행 방법과 그 무리의 문제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다섯 비구도 부처님과 6년을 같이 수행했던 분들입니다. 그들을 이미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어려움 없이 교화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야사와 그 친구들은 조금 특별한 경우이지만, 야사가 이미 세상의 모순을 체득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교화가 쉬웠습니다. 야사의 친구들도 야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을 받아들이기가 비교적 쉬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호의적으로 열려 있을 때는 법이 쉽게 전달이 되는 반면, 마음의 벽을 쌓고 있으면 법이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부처님이 성도 후 3년까지는 부처님이 파악하고 있는 세계 안에서 교화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외국에 가게 되면 그들의 문화와 정서가 파악이 잘 안 되어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통점도 있고 특수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닷타 장자의 경우 마가다국이 아닌 코살라국 사람이었지만 칼란다카 장자의 소개를 받고 부처님을 만났으며 본래 자선사업을 하던 선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교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한 수닷타 장자는 코살라국 사람들도 부처님의 법을 듣고 기쁨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부처님을 사위성으로 초대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사위성에 살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코살라국은 신흥강국이었기 때문에 군사력은 강하고 경제력이 풍부한 반면 문화적인 수준이 좀 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유럽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강국이라고 해도 미국 사람들을 낮추어 보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중국이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시민 의식은 서구에 비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살라국 사람들과 마가다국 사람들의 차이점도 그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코살라국 사람들은 마가다국 사람들처럼 부처님께 쉽게 귀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코살라국에는 신흥사상 중 하나인 니간타 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이 법을 설하여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류층은 어느 정도 교화가 되었습니다. 수닷타 장자를 비롯해서 파세나디 왕도 부처님께 귀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코살라국의 파세나디왕도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과 비교하면 질문에 많은 차이가 났습니다. 파세나디왕이 처음에 부처님께 물은 것은 ‘내가 어떻게 하면 훌륭한 왕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질문의 수준이 조금 세속적이라고 할 정도로 격이 떨어졌습니다. 진리에 대한 탐구와 관계된 질문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자 코살라국에서도 부처님의 따뜻한 자비의 가르침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교화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질문의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더 많은 배움을 주는 좋은 법문들이 많이 나올 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사위성에 머무실 때도 부처님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부처님에게 많은 젊은이들이 귀의하자 이교도들은 부처님의 명예를 떨어뜨리기 위한 음모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여성을 꼬드겨서 배에다 바가지를 넣고 부처님의 아이를 가졌다고 소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또, 한 여성이 부처님의 처소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나서 그 여성을 죽인 후 부처님의 제자들이 위선적인 행동을 했다면서 여성의 시체를 매고 다니며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민심을 선동하는 권모술수를 썼기 때문에 부처님과 제자들은 굉장히 어려움에 처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과 제자들은 그런 비난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수행과 전법을 해나갔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대박이 난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일부러 대박을 피할 필요는 없지만, 대박이 일어났을 때에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내부를 진정시키고, 외부의 저항을 예상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항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항변하기보다는 그런 비난이나 저항마저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꾸준히 일을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자랑해서도 안 되고, 나쁜 일이 생겼다고 너무 낙담해서도 안 됩니다. 내가 노력해서 좋은 일이 생긴 것이라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노력한 것보다 일이 훨씬 잘 되었을 때는 횡재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빚을 얻어서 생겼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빌린 빚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관리하고 사용하다가 나중에 빚을 갚을 때가 되면 기꺼이 갚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열심히 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나지 않을 때에도 낙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수입이 많아도 저축을 많이 하면 이번 달에 쓸 돈이 부족하듯이, 저축을 했거나 아니면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상외로 어떤 성과가 날 때는 빚을 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일의 결과에 따라 너무 들뜨지도 않고, 너무 실망하지도 않게 됩니다.

세상은 인연과보의 이치로 이루어져 가기 때문에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과 실패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수행도 마찬가지이고, 전법 활동도 마찬가지이고, 사회 실천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의 모든 교화 사례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보고서를 쓸 때에도 성과는 많이 쓰고 실패한 것은 조금 쓰는 것처럼 교화가 잘 된 것은 기록에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은 기록에 남기지 않은 것뿐입니다. 부처님을 만난 사람들이 법문을 듣자마자 단박에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부처님의 교화 사례는 초기에 구전으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다 기억할 수가 없어서 깨달음의 과정이 축약되어 후대에 전해진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교화되지 않은 사례나 교화의 세세한 과정까지 구전으로 전해지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경전에는 대다수의 교화 사례가 법문을 듣자마자 깨달았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게 교화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나쁜 사람이 어렵게 교화된 것은 아주 특별한 사례여서 세상에 보여 줄 만하기 때문에 자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앙굴리말라가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교화가 경전처럼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교대학을 열 명에게 권하면 열 명이 다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열 명에게 권하면 세 명이 들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스무 명에게 권하면 여섯 명이 듣겠구나’, ‘서른 명에게 권하면 아홉 명이 듣겠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전법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됩니다. 불교대학을 듣는다고 해서 모두가 교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중 절반은 교화가 되고 절반은 안 됩니다. 50퍼센트를 60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야지, 100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실패해서 전법을 꾸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100명에서 200명으로 입학생 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화되는 사람을 늘려나간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수행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정토회도 향후 시간이 흘러 교화 사례를 남기게 되면 실패한 사례보다는 주로 성공한 사례를 남기게 될 겁니다. 이처럼 부처님의 교화 사례도 모든 사례가 성공한 것은 아님을 알면, 우리가 전법을 할 때 성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다만 꾸준히 해나가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됩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5일째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한 배 한 배 절을 하며 오늘 스님의 법문을 가슴에 새기고, 나도 부처님이 제시한 길을 향해 나아가 볼 것을 다짐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은 병원으로 이동하여 지난 월요일에 받지 못했던 진료를 받고, 오후에는 사회 인사와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니 하루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실내에서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8일 출가·열반 정진 6일째 법회를 하고, 점심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오후에는 괴산에서 정토회에 건물을 기증한 분을 만난 후, 저녁에는 수원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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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4-04-15 15:08:20

드림하이

인기 연예인이든 경제인이든 정치인이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오래도록 지속 가능하려면 내부적으로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외부적인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되더라도 억울해하며 맞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인간의 심리이고 세상의 원리라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2024-04-04 12:45:23

김윤정

스님 감사합니다. 꾸준히 정진하겠습니다.

2024-04-01 08: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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