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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 어르신의 ‘지혜’와 자원활동가의 ‘패기’가 어우러진 두북어르신 봄나들이

사하법당 | 조재범
2017-04-20 05:00:00 | 조회수 560

젊음의 패기와 완숙함의 지혜 어울림 한마당
‘젊음은 패기가 있어 역사를 만들고, 늙음은 지혜가 있어 세상을 순리로 이끈다’는 말이 있습니다. 패기가 넘치는 부산울산지부 자원활동가들과 완숙한 지혜를 갖춘 어르신들의 하모니가 빚어낸 ‘두북어르신 봄나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봅니다.

4월 10일 월요일. 온 세상이 아직 잠들어 있는 새벽 6시. 해운대, 기장, 대연, 정관, 반여, 사하법당에서 가장 멋진(?) 정토행자 32명이 어두운 새벽을 가르며 두북 수련원에 모였습니다. 이들이 과연 부산에서 몇 시에 출발했는지 그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돌립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왔다는 활동가, 오늘 행사 준비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는 활동가 등. 화광법사님의 인사말로 시작된 행사점검회의.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외치며 어르신 동선을 하나하나 점검할 때마다 자원활동가들의 비장감마저 감돕니다.

봄나들이로 즐거워하시는 두북어르신들. 동화사 통일약사대불앞에서 찰칵!  어르신들 ‘김~치~’▲ 봄나들이로 즐거워하시는 두북어르신들. 동화사 통일약사대불앞에서 찰칵! 어르신들 ‘김~치~’

천진스런 아이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어르신들의 미소
날은 밝아오고, 7시가 되기도 전에 어르신들은 벌써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와리, 외와리, 양지, 음지마을 등지에서 어르신을 태운 버스도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법륜스님도 일찍 도착하셔서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맞이하고 버스마다 방문해서 어르신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가 섞인 인사말에 정이 묻어 나왔습니다. 천진스러운 아이의 웃음소리보다 세상의 모든 풍상에서 베어 나오는 140여분 어르신의 미소가 더없이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젊은 청춘의 달콤한 키스(?)보다 어르신과 마주잡은 손마디가 더없이 아름답고 향기로와 보이는 것은 지나친 표현일까요.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거니는 법륜스님과 어르신들.▲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거니는 법륜스님과 어르신들.

저기 가는 저 사람아 똑똑하다 자랑마라.
지식 보다는 지혜가 소중한 것
어르신네 이마의 주름살이 그냥 생긴 게 아니란다.
지혜와 경륜이 쌓인 훈장이란다.

정성껏 모시는 자원활동가에서 수행자의 향기가 배어 나와
내일부터 비가 온다며 농사준비 때문에 걱정하시는 어르신, 어느 집에 누가 아프다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어르신들. 버스 안은 장터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버스는 첫 번째 목적지인 팔공산 동화사에 도착했습니다. 자원활동가들은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도 약간 쌀쌀해 혹시 어르신의 건강을 해칠까봐 노심초사 걱정했지만 봄을 맞이한 것처럼 밝기만 한 어르신들의 표정에 오히려 위로를 받습니다. 선발대 자원활동가들은 벌써 도착해 어르신 안내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각 차량의 자원활동가들은 어르신들 걷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챙기느라 분주합니다. 집안의 부모님을 모시듯 정성을 다하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습에서 수행자의 향기가 배어 나옵니다.

높이가 30미터에 이르는 통일약사여래대불이 한 눈에 보이는 통일대전에서 동화사 효광 주지스님이 기념 법문으로 어르신을 맞이해 주셨습니다. 주지스님께 법문을 청하며 법륜스님께서는 삼배를 올리며 예를 갖추셨습니다. 스님이라는 상 없이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교만하려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해 주시는 스승님의 모습을 발견해 무엇보다 환희심이 일어났습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명심문으로 어르신을 챙기는 자원활동가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명심문으로 어르신을 챙기는 자원활동가들

“불상이 중한가, 옆에 있는 아이가 중한가”
“목불, 석불은 부처님을 대하듯이 지극정성 절을 하면서 옆에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절을 할 생각은 해 본적이 있습니까? 생명도 없는 석불이 중한가, 저 아이가 더 중한가?”
동화사 주지스님의 죽비같은 법문에 자원활동가들은 사뭇 숙연해집니다. 한 활동가는 “나를 있게 해 준 부모님께 불상에 향한 정성의 10분의 1, 아니 1000분의 1만큼 지극정성으로 모신 적이 있는가 하며 저를 꾸짖는 것 같다” 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님의 징후가 조금 안 좋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사하법당의 한 자원활동가는 “제 부모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불효자가 남의 집(?) 어르신 나들이를 봉사하겠다고 나서 미소를 띄우며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이 위선적이지 않는가”하며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물론 가까운 사람에게 붓다처럼 대하라는 깨달음을 주려고 저를 어르신 봄나들이 봉사에 오게 한 것 같습니다.”는 한 자원활동가의 말처럼 ‘효도가 곧 도’라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쌀밥도 좋고, 보리밥도 좋듯이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은 다 좋은 것이지요.”
오늘의 하이라이트!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이어서 진행됐습니다. 동화사에 예불을 드리러 온 대구에 사시는 한 노보살이 불청객으로 나타나 질문을 쏟아냈지만, 스님은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아들이 건강이 좋지 않은데 능엄경을 염불하면 좋다고 하는데, 금강경을 독송하면 안 됩니까?”
“보살님, 쌀밥이 몸에 좋습니까, 보리밥이 몸에 좋습니까?”
“쌀밥도 좋고 보리밥도 좋지예”
“맞습니다. 경전은 다 부처님 말씀인데 더 좋고 덜 좋은 게 어딨습니까?”
부처님의 말씀에도 분별을 짓고 상을 짓는 우매한 대중들을 더 쉬운 언어와 비유로 깨우치게 하는 스승님의 모습에서 붓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트로트 가사가 ‘법문’이요, 가무가 ‘전법’이며, 여기가 극락이다”
법회를 마치고 동화사 근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점심을 드시면서 약주도 한 잔하시며 여흥의 시간을 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반짝이 옷과 춤까지 준비해와 어르신들의 흥을 돋우었습니다. 젊은이도 흉내 내기 힘든 엄청난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셨던 90세 어르신의 모습에 나이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상기했습니다. 밝고 천진난만한 어르신들을 보며 트로트 가사가 ‘법문’이요, 가무가 ‘전법’이며 극락이 따로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설익은 유식한 논설보다 어눌하지만, 삶의 경험에서 온몸으로 뱉어내는 어르신의 노랫가락이 더 가슴에 와 닿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가 봅니다.

“나도 소싯적에 좀 놀았다”며 한껏 노래를 뽐내는 90세 어르신▲ “나도 소싯적에 좀 놀았다”며 한껏 노래를 뽐내는 90세 어르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두 번째 목적지인 파계사로 향했습니다. 계단이 많은 관계로 자원활동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챙겼습니다. 짧게 둘러 볼 수 있는 곳만 살펴보고 바로 이어 송림사로 갔습니다. 송림사는 양지바르고 평지라 어르신들이 돌아보는데 수월했습니다. 법륜스님은 보물로 지정된 통일신라 시대의 5층 전탑 앞에서 송림사에 관한 설명을 하셨습니다. 스님이 오신 것을 전해 들은 송림사의 불자들이 모여 같이 경청하기도 했습니다. 한 불자는 “여기에 몸담은 우리보다 더 송림사에 대해 상세히 아시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며 박수를 아끼지 않습니다. 잠깐 틈을 비집고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는 재치까지 발휘하는 송림사 불자들을 보며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송림사 5층 전탑 앞에서 어르신들께 설명하시는 법륜스님.▲ 송림사 5층 전탑 앞에서 어르신들께 설명하시는 법륜스님.

어느덧 삼사순례를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젊음의 패기는 무엇이든 바꾸고 변화시키려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 법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더 여유롭고 관대하신 어르신들은 삶의 지혜를 통해 젊은이들의 등대가 되어 주십니다. 패기와 지혜는 두 개의 수레바퀴 같아서 늘 같이 가야 합니다. 노인의 지혜가 인드라망이 출렁이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아름답게 익어 웃는 어르신들이 그냥 좋습니다.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기에 어르신에게 더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쳐주십니다.

"젊은 날의 일년보다 가치 있는 하루에
황금보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고 다듬어
인생의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단다.
너희는 모를게다, 우리가 사는 이유를
우리가 웃는 이유를 너희들은 정말 모를게다.
깊고 깊은 인생의 비밀을…"

글_조재범(사하법당)
편집_유은희(화봉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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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2017-04-21삭제
글을 참 맛깔나기도 하고, 실감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하게 쓰셨네요. '두북 어르신 나들이' 스님의 하루에서 슥 읽고 넘겼었는데 역시 정행사 아니랄까봐 뒤에 많은 분들의 노고가 숨어 있었네요. 재밌고 유익한 글 잘 보았습니다_()_
유은희|2017-04-20삭제
잘 쓰이는 삶이 이런것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주|2017-04-20삭제
어르신을 배려하는 스님과 수고하신 활동가들께 감사하네여^^~
고명주|2017-04-20삭제
왠지 뭉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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