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영등포법당
신호(분노, 화)가 온 순간부터 조금만 더 기다리기, 10분의 미학

영등포법당 정지화 님은 최근 정일사 회향 중 법사님과 한 도반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금강경에서의 부처님과 수보리존자의 대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 대화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업식과 직면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정지화 님의 경험담을 함께 들어보아요.

금강경을 좋아하셨던 정지화 님

경전반 다닐 때 특히 금강경 법문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법륜스님께서 금강경 법문을 해 주실 때면, 제가 마치 기원정사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빠알리어로 법문을 해주시면, 다른 한쪽에서는 법륜스님이 우리말로 해석해주시는 것이 아닐까? 수보리 존자와 부처님의 대화를 들으면서 회사에서 협상을 하고 회의를 주재할 때, 부처님처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제아무리 똑똑한 수보리 존자라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제자가 못 알아들을 때면 절대 화내는 법도 없이 이렇게도 이야기하고, 저렇게 이야기하시면서 몇 번이고 다시 질문하고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은근과 끈기를 갖고 하면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실전에서는 잘 안됩니다. (웃음).

정지화 님
▲ 정지화 님

정일사 회향에서 내 모습을 만나다

엊그제 정일사 회향이 있었습니다. 법사님과 어떤 도반님과의 대화가 30분째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질문과 같은 대답이 계속해서 오고 갔습니다. 제가 옆에서 듣기에는 도반님 자신의 문제인데, 자신과 갈등관계에 있던 다른 도반의 문제라고 계속해서 주장합니다. 법사님이 그 내용에 관하여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시는데도, 계속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아 시간을 점점 더 끌고 있었지요. 저는 정말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때, 제가 폭발하는 순간을 본 거예요.

제가 그동안 꾸준히 기도는 하고 있었지만, 어떤 일이든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확! 이렇게 화를 내는 때가 있어요. 잘 버티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끝에 재를 뿌리는 것이 저의 업식이었습니다. 오고 가는 두 분, 법사님과 도반의 대화 속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법사님은 은근과 끈기로 그 도반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 가셨습니다. 제 마음 속에서는 “도반님, 그거 도반님 문제인데, 그것을 도반님만 모르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분별심이 일어났거든요 (웃음). 법사님은 그것이 그 분 문제라고 딱 꼬집어서 왜 얘기를 안 해주나 싶고 (웃음). 제 기준에는 자기 문제인지도 모르는 도반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는데, 법사님은 별다른 내색 없이 대하셨거든요. 나중에는 '알겠습니다'라고 그 분이 얘기하셨고요.

윗줄 맨 오른쪽, 정지화 님
▲ 윗줄 맨 오른쪽, 정지화 님

지금 불교대학에서 봉사 소임을 맡고 있는데, 학생들에게도 가능하면 커리큘럼대로 하라고 말씀을 드려요. 제가 정토회에서 봉사를 계속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 활동들이 제게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봉사를 통해 다른 이도 돕지만, 무엇보다도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정토회의 커리큘럼이 정말 좋아요. 순차적으로 실행하기만 하면 되거든요. 불교대학, 경전, 봉사, 계속 거기에 나를 맞추고, 꾸준히 하다 보면 계속해서 그동안 내가 쌓아온 업식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 업식을 보면서 공부를 하게 돼요.

신호(분노, 화)가 온 순간부터 조금만 더 기다리기, 10분의 미학

지난 5월, 부처님 오신날 봉축 법요식때 나누기를 하는데, 서울제주지부에서 파견 나오신 분께서 지부에 와서 봉사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 법당에서 저와 함께 일을 하는 다른 도반들이 제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그때 충격을 받았어요. 일을 하다 약간의 부딪침이 좀 있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제가 눈치를 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300배 하면서 수행중이에요. 지금도 제 업식을 많이 돌이키려고 노력하는데, 정일사를 마치고 회향할 때 느낀 것이 많았어요. 그 분 덕분에 제가 폭발하는 순간을 봤지만, 그 이후 법사님께서 그 분이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도록 10여 분을 더 이야기 하셨거든요. 저 역시 폭발하는 순간부터 10여 분은 더 버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분노가 갑자기 치밀어 오를 때 말도 멋대로 나오게 되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알아차려야 하는 거지요. 법사님과 도반님 대화의 모습이 마치 금강경에 나오는 부처님과 수보리존자의 대화 같았어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보시면서 본인 스스로 알아차리게끔 시간을 주시더라고요. 확 찌르면 상대가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동안 그것이 제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법당에서, 저 때문에 다른 도반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아랫줄 왼쪽에서 세번 째 정지화 님
▲ 아랫줄 왼쪽에서 세번 째 정지화 님

부처님과 같은 법맥을 꾸준히 이어나가겠다는 다짐, 천 배를 할 각오로

정토회에서 죽을 때까지 정진하겠다는 그 관점은 정확하거든요. 제가 정토회에 맞지 않는다면, 그곳에 저를 맞춰나가야 하잖아요. 나를 계속 밀어 넣고, 구겨 넣어 보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절밖에 없으니까 300배를 해서 안 되면 다시 500배를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700배, 하루에 천 배라도 해야 한다면 저는 할 거예요. 거기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생각은 확고해요. 어느 날 경전반 특강에서, 법륜스님께서 부처님부터 이어져오는 법맥을 이야기 해주시는데, 법륜스님이 스승이면, 부처님과도 맥이 같은거구나! 하는 것을 느꼈거든요. 이제는 내가 보통사람이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을 느끼면 좋겠어요.

글_복주옥 희망리포터(양천정토회 영등포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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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광

언제나 열심이신, 보살님. 많은 귀감이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7-07-12 18:41:14

이기사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언젠가는 행복의 장애물들이 되는 모든 업식이 허깨비처럼 다 녹아내릴 것입니다~!
고맙습니다_()_

2017-07-11 15:37:11

황소연

끈기와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끝까지 남아있는자가 승리자임을^^ ㅎㅎㅎ

2017-07-11 14: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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