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부부도반의 모습▲ 불교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부부도반의 모습

희망리포터: 두 분은 2년 전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현재는 경전반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요. 그동안 변한 점은 무엇인가요?

그 남자: 그 전에는 절망적이었거든요. 사람은 변하기 힘들다 생각했어요. 처음 불교대학에서 공부할 때는 잘 몰랐어요. 도반님들과 담당자님 덕분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변화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어요.

그 여자: 가장 큰 것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그전에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옳고 그른 게 분명했어요. 그리고 내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 남자: 아수라였죠(웃음)

그 여자: 처음에는 남편으로부터 내가 많이 이해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좀 멀리서 스스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어요. 옳고 그름이 따로 없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스님을 알게되고, <깨달음의장>을 다녀왔다고 해서 한 번에 확 깨치는 것이 아니라 기복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언가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어요.

그 남자: 볼 수 있다는 게… 108배는 하지 않아도 아침마다 불법대로 살겠다는 원을 세워요. 그렇게 하면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퇴근을 할 때도 오늘을 돌이켜보게 되고, 하루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정토회를 통하여 그런 것들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 여자: 남편과의 대립 관계가 많이 완화되었어요. 헤어질 생각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같이 살 만 해서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웃음) 그 전에는 ‘나니까 이 사람과 같이 산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끔 ‘이 사람이니 나와 살아주는구나’ 하는 마음까지 듭니다. 그리고 삶의 기준이 바뀐 것 같아요. 전에는 나 자신이 그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남편과 아이들, 환경보호 실천 등으로 기준이 옮겨졌어요.

불교대학 졸업수련에서. 왼쪽 맨 끝이 그 여자, 오른쪽에서 여덟번 째가 그 남자.▲ 불교대학 졸업수련에서. 왼쪽 맨 끝이 그 여자, 오른쪽에서 여덟번 째가 그 남자.

희망리포터: 정토회를 오기 전 가장 큰 괴로움이 무엇이었나요?

그 남자: 아내와의 관계, 직장 내에서 사람과의 관계, 고된 일 등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외부 환경에 의해 자꾸 기본적인 것들이 유지되지 않는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어요. 가정에서의 시간이 부족하니 균형이 깨지고 연결되어 있는 많은 것들이 어려웠어요. 그때는 그냥 헤매고 있었던 것 같아요. 동굴 속에 갇힌 것처럼요. 여기서 당기고, 저기서 당기다 보니 저는 안에서 찢어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불교대학을 다니며 나만의 기준과 태도로 생활하기 시작하니 많은 부분들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아내도 변화하는 것을 보며 저도 이 사람과 살아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게 참 많은 것들이 좋아졌다 느낍니다. 지금은 바깥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토회와 지도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참 고마워요.

그 여자: 저희 둘 다 정토회에 빚을 졌다는 마음이 있어요. 스님이 빚지고 살지 말라고 하시잖아요. 그러니 또 빚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서 꼭 정토회에서 빚을 갚지 않고 딴 곳에서 갚아도 되겠다 싶어요. 그래서 저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한테 잘하는 걸로도 빚을 갚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생활의 폭이 넓어지고, 감사해야 할 대상, 빚을 갚아야 할 대상이 많아졌어요. 저희 부부는 정토회를 만나 인생의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하고 나서 거의 바로 아이를 가졌어요.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고, 내가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를 키우는데 어떻게 키우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혼란스런 와중에 남편 회사 때문에 아는 사람도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남편에게 더 집착을 하게 되었죠. 회사냐 나냐, 시댁이냐 나냐 물으며 남편이 내게 집중해주길 바랐어요.

희망리포터: 같은 또래로서 두 분의 고민이 절실히 공감되는데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성에 따른 고질적 괴로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하는 시간이 길어 기혼의 남성의 경우 회사와 가정 양립의 문제에서 괴로워하는 경우가 흔한데요. 그런 부분에 있어 굉장히 편안해 보이세요.

그 남자: 회사생활은 개인이 거기에 맞추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정토회를 다니면서 예전과는 달리 가치관과 태도가 가정을 우선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부부와 아이들이 중요하니까요.

그 여자: 예전에는 남편은 돈, 저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가치를 더 두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서로 상충되어 많이 다투었죠. 한 번은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데 저희 부부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남성분이 있었어요. 그때 스님이 그 남성분에게 아내의 말을 들어줘라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남편과 이야기도 나누었고요. 남편이 행복을 위해서는 돈보다 가정이 먼저라는 걸 깨닫고 나니 우리의 관계가 더 좋아진 것 같기도 해요.

그 남자: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회사에 법당에 가야 한다고 말하고 무조건 정시 퇴근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삶이 부드러워지고 난 후에는 ‘법당을 나오는 이유가 가족과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니 또 법당보다는 가정이 우선이 되더라고요. 내가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을 먼저 하자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게 바뀐 것 같아요. 퇴근해야 하는데 상사가 “자료 보자” 하면 “지금 퇴근해야 하는데 어떻게 봐요” 하고 나옵니다. 예전에는 나의 그런 태도들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게 문제 되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이제 퇴근할 때는 아무도 제게 일하자고 안 해요. 그러다 보니 저절로 내가 내 일의 주인이 되더라고요.

그 여자: 예전에는 남편에게 “회사 관둬. 집에 와.”라고 했는데 이제 남편이 집에 잘 오다 보니까 “이렇게 와도 괜찮아? 평가기간 아냐?”라며 도리어 제가 회사 걱정을 해요. 내가 쥐려고 했던걸 남편이 놓아버리니 나도 함께 놓게 되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제가 일을 하니 남편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요. 돈을 따라가서도 안되고, 회사를 따라가서도 안되고, 저희는 스스로 주체의식을 갖고 살려고 해요. 제가 인문학을 강의를 할 때에도 돈이 더 되는 강의보다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강의를 선택해요. 남편이나 저나 일을 할 때에도 주체적으로 선택하려 해요.

그 남자가 <깨달음의장>에 가는 날 그 여자가가 배웅하면서 함께 남긴 추억 한 컷.▲ 그 남자가 <깨달음의장>에 가는 날 그 여자가가 배웅하면서 함께 남긴 추억 한 컷.

희망리포터: 정토회에 얻는 기쁨은 무엇인가요?

그 남자: 정토회를 나오면 스님 말씀을 듣고 깨닫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보다 친근하고 기쁘고 마음이 오가는 기분이 듭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거부당하거나 공격당하기도 하지만,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기뻐해주고 슬퍼해주는 것이 마음이 오가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정토회를 나오면 힘들었던 하루가 녹는 것 같고 편안해지고, 일주일에 한 번 쉬러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지금은 집이 더 좋고 편안합니다(웃음)

그 여자: 한 주에 한 번 나사를 푸는 느낌이 들어요. 어렸을 적부터 경주마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당장 눈앞의 이익과 이겨야 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왔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토회에 오면 타이트하게 조였던 나를 느슨하게 푸는 느낌이 들어요. 모든 것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시선을 넓혀 남편도 보고 아이들도 보고 이웃도 보게 돼요. 물론 불법대로 사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어요. 중도를 찾는 것이 힘들고 세상과 어디까지 타협해야 할까 의문이 들 때도 있어요. 수행도 꾸준히 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기 힘든 점들이 어렵기도 합니다.

그 남자: 아이들을 데리고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어려운 점입니다. 어린이 정토회라든지 불교와 관련해서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부부도반으로써 훨씬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희망리포터: 앞으로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그 여자: 세상에 잘 쓰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남자: 우리의 문제가 좀 해결되면(웃음) 세상을 위해서 살고 싶긴 한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스스로 만족할 만큼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한 것 같아요

그 여자: 사실 우리 연령대와 처한 상황에 맞는 것 같아요. 정토회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앞에 말한 것처럼 세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얼마든지 세상에 잘 쓰이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아직은 생산적인 활동도 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돈도 필요하고, 아이들에게 시간도 할애해야 하고요. 아이를 매일 법당 데려가는 게 조금 미안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놀이공원도 가고 하는데 얘들은 맨날 목탁소리만 듣게 하니까요. 그래서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잘 쓰이면 되지 않을까. 그게 다 수행이고 봉사고 보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야 스스로 부담이 덜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참는 것이 아닌 우선은 내가 행복한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게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행복한 것 역시 잘 쓰이는 거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돼서 잘 쓰이는 것이 저의 지향점입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다정스런 부부 도반의 모습▲ 서로를 바라보는 다정스런 부부 도반의 모습

희망리포터 : 서로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그 남자: 지금은 너무 좋아요.

그 여자: 웃기지 마세요. 저희 어제도 싸웠어요(웃음)

그 남자: 그런데 이제는 싸워도 괴롭거나 토라지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귀여워 보여요. 그게 서로에게 좋아요. 제 정신건강에도 좋고요(웃음) 아내에게 바라는 점은 그냥 아프지 말고 아내가 원하는 대로 잘 쓰였으면 좋겠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가 죽는 날까지 도울 겁니다.

그 여자: 저는 불안감이 큰 사람이에요. 어릴 때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커요. 아프지 말고 오래 살라고 하고 싶지만 정토회 식으로 말하자면 남편이 괴로움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각자가 괴롭지 않아야 같이 있어도 괴롭지 않다는 걸 알았거든요. 남편은 참고 누르는 것이, 저는 너무 분출하는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남편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 표현하면서 괴로움이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 남자: 나무로 치자면 저는 뿌리와 줄기고 아내는 활짝 피는 나뭇잎과 꽃처럼요. 아내가 사계절에 따라서 피고 지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저는 아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뿌리와 줄기가 되어 죽는 날까지 굳건히 버티고 싶어요.

그 여자: 하하(손발이 오그라드는 중) 저희는 표현 방식도 많이 달라요. 그런 차이 때문에도 많이 힘들었죠.

그 남자: 맞아요. 그런 것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딱 깨우쳤어요. 아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원래 툴툴대고 주먹 날리는 그런 아내를 내가 좋아했었지 하고요. 애교 있고 안기는 사람을 바랐던 것도 내 상이라는 걸 깨달으니 그 후로 아내가 귀여워 보이더라고요.

그 여자: 맞아요. 그런 걸 깨닫고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남편이 기복이 없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좋아했었는데 결혼하니 내게 집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내가 좋아했던 이유가 결혼하고 나니 싫은 이유가 돼버리는 거예요. 서로 원래 좋아했던 이유를 되새기고 나니 많은 것들이 좋아졌어요.

요즘같이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시기에 따뜻한 마음이 깃드는 인터뷰였습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도 많지만, 한 생각 놓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한없이 감사해지기도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늘 그 한 생각을 놓지 못해 괴로움을 자처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겨울날 꽁꽁 얼어있던 얼음이 녹아 깨어지듯, 서로 쥐고 있던 생각을 깨치며 다시 봄날을 맞기도 하는 그들의 관계가 계절처럼 자연스럽네요. 희망이라는 새순이 돋아난 것 같아 싱그러움마저 느껴집니다. 현실의 계절은 매일 온도가 떨어지며 살갗에 닿는 바람을 피해 옷을 여미지만, 그들은 추운 겨울 서로에게 난로가 되어주며 또 이 한 계절 지나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_문우선 희망리포터(송파정토회 강동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