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산법당
인연따라 파도에 휩쓸리는 몽돌이 되기까지!

서산법당은 2015년에 개원해서 올해로 4년째가 된 신생법당입니다. 지역 자체도 작은 데다 신생법당이다 보니 불교대학 주간반의 신입생 인원은 늘 서너 명을 넘지 못했는데요, 이번 봄불교대학 주간반에는 무려 여덟 명이나 입학하는 경사가 있었습니다. 이 경사 뒤에는 봄불교대학, 가을불교대학 담당 등 주어지는 소임을 오롯이 맡아 준 이미숙 님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2018년 봄불교대학 주간반 입학식(아랫줄 왼쪽에서 세 번째 이미숙 님)
▲ 2018년 봄불교대학 주간반 입학식(아랫줄 왼쪽에서 세 번째 이미숙 님)

정토회와 인연

"어느 날 우연히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법륜스님이 나오셨어요. 스님 말씀을 듣다 보니 굉장히 신선했어요. 제가 예전에 알고 있었던 말씀이 아니라, 한방에 탁탁 정리해주는 말씀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게 됐어요. 매일 즉문즉설을 듣고 희망편지를 받아보면서 스님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게 됐죠. 그리고 법륜스님이 서산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오셨을 때 정토회라는 곳도 알게 됐어요. 희망편지에 올라오는 불교대학 소식을 듣고, 서산법당에 직접 제 발로 찾아갔어요."

정토회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깨달음의장>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수련 프로그램을 성지순례하듯 다녀오면서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들여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9박 10일 <명상수련>, <명상바라지>, <인도성지순례>까지 다녀온 이야기는 순례자의 이야기를 듣는 듯 내면이 더욱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딸 결혼식 앞두고 간 <깨달음의장>

"묘광법사님과 상담을 하던 중에 <깨달음의장>에 다녀와야겠다고 하였는데, 딸 결혼식을 잡아놓은 터라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법사님이 딸 시집가기 전에 꼭 <깨달음의장>에 다녀와야 한다고 해서 결혼식을 일주일 남겨놓고 다녀왔어요. 그후 불교대학 담당자의 권유로 명상바라지를 갔다가 명상 맛보기를 체험하게 됐어요. '이건 꼭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4박 5일 <명상수련>을 갔는데, 명상을 하고 오니 이건 뭐 명상을 했는지 안 했는지, 호흡만 찾다가 4박 5일이 다 간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10일짜리를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9박 10일 명상수련을 다녀온 거죠.
인도는 원래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인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인도성지순례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길래 '앗싸, 좋다!' 하면서 따라갔어요.

<깨달음의장>에 다녀오고 나서는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소라가 껍데기 속에 숨어 있다가 자기가 필요한 게 생기면 잠시 나왔다 다시 숨어버리는 것처럼 움츠러들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깨달음의장>에 다녀와서는 내 안에 숨어 있던 내가 껍데기를 깨고 나왔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명상을 다녀와서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지!’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아, 내가 두렵고 무서운 것들을 감춰놓고 살았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죠.

그후 인도를 다녀왔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너무 지저분하게 느껴지고 한 푼만 달라고 동냥하는 모습도 보기 싫었어요. 갠지스강에 가기 위해 릭샤를 타고 바라나시를 지나가는데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옆에 있는 도반에게 시끄럽다고 투정을 부렸어요. 그런데 순간 그 시끄러운 거리에서 편안하게 자고 일어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거예요.
‘어머, 내가 미쳤나 보다. 잠깐. 약 10분 정도밖에 보지 않은 이 거리를 두고 시끄럽고 더럽고 어수선하다고 판단해버리고 생각을 딱 닫아버렸구나. 본래부터 여기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미 그 시끄러움에 익숙해져서 숨을 쉬듯 잘만 살아가는데, 내 마음에 걸린다고 이렇게 시끄럽다 하면서 고함을 질렀나?’
스스로를 내려놓았다고 할까요? 제 생각을 접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인도 사람들을 보니 그 사람들은 “한 푼 주세요.”라고 하면서도 얼굴이 전혀 괴롭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제껏 너무 자신한테 갇혀 살아서 남 눈치 보고, 좀 모자라다는 편견도 많이 가졌었는데, 인도에 와서 많이 깬 것 같아요. 그런 다음에 저를 좀 편하게 볼 수 있게 됐죠.

또,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과 얕은 지식으로 너무 쉽게 남을 평가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는 돌이킬 수 있다는 거죠."

큰 깨달음을 준 인도성지순례(맨 오른쪽 이미숙 님)
▲ 큰 깨달음을 준 인도성지순례(맨 오른쪽 이미숙 님)

이렇게 말하면서 수줍게 웃는 이미숙 님. 아무리 그래도 월요일에는 가을불교대학 주간반 담당, 화요일에는 봄불교대학 주간반 담당, 수요일에는 10시 사시기도부터 시작해서 수행법회, 오후 2시 통일정진 기도까지. 일주일에 기본 3일은 법당에 나와서 봉사하는 생활이 너무 버겁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법당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청소를 할 때면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하는 분별심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법당에 나와서 화장실 청소하고 냉장고 정리하는 일까지도 일상으로 생각한다는 이미숙 님.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

"저는 수행을 해나가면서 스스로를 바르게 보는 힘이 생긴 것 같아서 참 좋았어요. 예전에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밖으로 돌렸다면 이제는 제 안으로 돌리는 힘이 생겼다는 거죠.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하고 명심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는 말이 있어요. “불수자성수연성(모든 것은 스스로 정해진 바가 없고, 인연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람은 언제나 여러 인연과 상황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살아야 하는데, 예전에는 빨간색만을 고집하고 남편, 자식, 친구 모두에게 빨간색을 강요하는 바람에 항상 부딪히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파도에 휩쓸리는 돌은 몽글몽글한 몽돌이 되는데 뻘 속에 박혀있는 돌들은 파도가 와서 때려도 마모되지 않고 날이 서 있거든요. 옛날에는 남이 건드리지 못하게 날을 세우고 있었다면, 이제는 조금 저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된 거죠. 우리 도반들도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조금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가을경전반 졸업식에서 고마운 도반들과 함께(가운데 이미숙 님)
▲ 가을경전반 졸업식에서 고마운 도반들과 함께(가운데 이미숙 님)

주간반 담당을 도맡아 하며 홀로 외로운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수행의 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대학 도반들, 그들 곁에는 도반들의 마음에 작은 등불 하나씩 담고 싶다는 든든한 지원군인 이미숙 님이 있어 2018년 봄불교대학 도반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글_허지혜 희망리포터(천안정토회 서산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6

0/200

묘광

서산의 아름다운 얼굴들
모두 몽돌이 될때까지 쭈욱 함께가요
고맙습니다^^

2018-05-06 22:43:44

선광

감사합니다.

2018-05-03 07:35:42

광명일

추춧돌 같은 보살님
파이팅 입니다.
고맙습니다.

2018-05-03 07: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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