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보시, 봉사 3가지 중에서 봉사는 나의 깨달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도반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정관법당에서는 우리의 수행과제 중에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봉사 현장을 취재해 보았습니다. JTS 모금 활동 참여를 통한 ‘나를 바라보기’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 JTS 모금 활동 현장의 이모저모

나를 바라보는 수행적 가치가 있는 시간

지난 10월 10일, 수행 법회를 마치고 도반들과 공양을 함께하면서 오후에 있을 JTS 모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금 활동이 법당 밖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소임을 맡은 담당자는 매번 인원을 모으고 모금을 추진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수행과정 중의 하나임을 알기에 이내 불평이나 불만을 나를 바라보는 관점의 재료로 삼습니다.

이날은 다행히 평일 낮임에도 제법 많은 9명의 도반이 동참해주었습니다. 모금 활동에 처음 참여하는 정유진 님은 스님의 법문 영상을 보면서 단순히 이번 봉사가 불우한 이들을 돕는 것 이상으로 나를 바라보는 수행적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떼었지만, 현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모금에 임하는 정유진 님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미화 님(왼쪽)과 처음 모금 활동에 동참한 정유진 님(오른쪽)의 밝은 모습▲ 이미화 님(왼쪽)과 처음 모금 활동에 동참한 정유진 님(오른쪽)의 밝은 모습

상구보리 하화중생

기존에 JTS 모금 활동에 많이 참여했던 도반들은 누가 정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입니다.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하고 2인 1조로 나누어 각 방향으로 거리 곳곳을 일사천리로 움직입니다. 그동안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며 살아온 도반들이 우리 아이도 아닌 제3세계 아이들을 위해 구호를 외칩니다. 우리가 수행자라는 이름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 때는 언제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단돈 천 원에 목청껏 소리를 외쳐 보았을까요?

이 모든 것들이 불교 대학을 졸업하고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고 작은 소임을 맡아 봉사를 하면서 알 게 된 것입니다. 비로소 내가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세상을 살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그래서 어디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자 수행하는 것이 '상구보리'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어디에서도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하화중생'이라 합니다.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의 삶을 배웠기에 이 시간 거리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호소력 있는 음성으로 안내멘트를 하고 있는 이미향 님▲ 호소력 있는 음성으로 안내멘트를 하고 있는 이미향 님

봉사는 나를 위한 보시

모금 활동을 하면서 단순히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인식하게 됩니다. 분별심이 생기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주체 또한 나 인 줄을 알며 그 누구도 나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류수경 님 : 처음에는 도저히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누가 나를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입이 떨리고 심장은 몇 배로 뛰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정유진 님 : 처음 와봤는데 떨리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아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막상 해보니 두려운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해보니 기분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미화 님 : 천원을 넣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원을 넣어주는 분이 있었어요. 그 모습이 기뻤고 감사했습니다. 금액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쓰임이 참으로 의미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천원이면 굶주리는 제3세계 아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 김인아, 전성옥 님(왼쪽부터)▲ “천원이면 굶주리는 제3세계 아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 김인아, 전성옥 님(왼쪽부터)

김채선 님 : 모금이 생각보다 잘 안 되었지만 그 덕분에 도반애를 더욱 다질 수 있었습니다. 모금도 하고 도반애도 다지는 겸사겸사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김효영 님 : ‘저 사람은 안 줄 사람, 저 사람은 줄 사람’ 하면서 내 마음속에 미리 줄 사람 주지 않을 사람을 정하면서 다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의 생각과는 달리, 줄 것이라 생각 한 사람은 그냥 지나쳐 버리고,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의외의 금액을 넣고 가셨어요.

전성옥 님 : 우리나라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일하러 온 외국인 근로자가 선뜻 만원을 넣어주고 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며 가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금함을 들고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이미화 님▲ 모금함을 들고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이미화 님

김인아 님 : 처음에 할 때는 호응도 없고 기부하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고 걱정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꼭 누군가는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불안해할 필요도 없으며 하다 보면 문제의 근원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어지는 것을 보면서 ‘하면 되는구나!’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미향 님 :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임을 맡은 담당자가 주축이 되어 우리 법당도 거리에 나와서 JTS모금을 함께 하니 좋았습니다.

모금 활동을 마치고 다함께▲ 모금 활동을 마치고 다함께

비록 많은 인원이 동원되는 중앙법당만큼은 아니지만 수행적 관점에서 행해지고 있는 우리 법당의 JTS 모금 활동! 오늘의 모금 활동은 도반들의 ‘나를 바라보기’ 연습에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남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행하는 일들이 결국은 나를 다시 성찰하는, 나를 위한 보시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_이태기(해운대정토회 정관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