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 잠자고 있는 남편을 향해 와불이라 생각하고 108배를 시작한 오늘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행정진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대연법당 황미정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봄처럼 시작된 인연

이곳저곳에서 봄꽃들이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상쾌한 날씨에 눈이 부신 파란 하늘,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지금 저의 모습을 비춰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로지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로 인한 불만과 불평으로 계절의 흐름을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러던 5년 전 어느 날 친한 벗이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함께 가자는 말에 저도 선뜻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법륜스님과 정토회에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큰아이가 고3이라 마음공부와 기도를 겸해 불교대학에 입학했는데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워낙 불심이 깊어 가정을 등한시했었던 과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남편은 제가 불교대학에 다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눈치껏 수업을 빠지지 않고 잘 다녔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황미정 님(맨 오른쪽)
▲ 도반들과 함께 황미정 님(맨 오른쪽)

당신은 나의 부처님입니다

정토회는 복잡한 큰 길가에 댄스 교실 위층에 있고, 불상도 없고, 스님을 대신해 법복을 입은 보살님만 목탁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그러던 저는 불교대학을 다니며 조금씩 봉사를 하던 중 ‘수행맛보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잠자고 있는 남편을 향해 와불이라 생각하고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눈치 보고, 어떤 날은 무시하던 남편을 향해 ‘당신은 나의 부처님입니다’를 끊임없이 되뇌었습니다. 기도음을 들으면서 고요함, 평온함,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하루가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행정진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행정진과 함께 불교대학 수업, 경전반 수업을 들으며 지난 날 제가 했었던 행동들이 얼마나 무지한 행동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었던 저의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참된 부모가 아닌 학부모로서의 욕심으로, 옆집 아주머니 같은 입장으로 아이들을 키워왔습니다. 남편에게는 별것 아닌 것에 내가 옳음을 주장하며 실랑이했던 지난 날들이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어리석었던 저와 한참을 마주하였습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내가 아는 것이 전부인 양 그렇게 어리석게 살아온 저는 그 동안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에 의지해 그들의 행복과 불행에 좌지우지되며 마치 주인에게 목줄이 메어 종살이하는 인생과 같은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도반과 함께 황미정 님(오른쪽)
▲ 도반과 함께 황미정 님(오른쪽)

내 인생의 주인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고 매일 수행정진으로 어제를 돌이키며 주어진 새날에 감사하기를 반복연습하면서 서서히 저는 내 인생의 주인 된 삶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도 화나게 하거나 기쁘게 하는 것도 그 모두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회원이 아니면서도 법회담당으로 3년째 소임을 이어오면서 정토회와 저의 인연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온 천일결사 수행정진 덕분입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지 않아 정회원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도 법당 소임을 하는데 아무런 걸림이 없었지만 그래도 자격을 갖추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모든 일을 잠시 놓고 문경으로 향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여기 왜 왔지’라는 후회와 자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튿날 저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잊지 못할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그동안 나를 옥죄어왔던 목에 걸린 목줄이 툭 끊어지듯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니 깃털같이 몸이 가벼워지면서 환희가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때 그 마음을 잘 간직하여 나의 일상을 잘 살아가겠노라 다짐합니다. 요즘은 머리와 가슴이 한없이 가볍습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많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이 시절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일상을 어떤 마음으로 임할 것인지 그리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았으니 "예" 하고 하기로 합니다. 문경의 하늘, 산새 소리, 바람 소리, 신선한 아침 공기, 도반들의 환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도반들과 함께 황미정 님(첫째 줄 오른쪽)
▲ 도반들과 함께 황미정 님(첫째 줄 오른쪽)


고집하던 자신을 알아차린 황미정 님의 깨달음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에서 옵니다. 조금 힘들어도 지금 이 순간 알아차림이 있다면 참된 지혜로, 한결 가볍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연둣빛에 초록이 더해지는 계절이 옵니다. 노란 꽃잎도 주황으로 번져갑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연이 주는 계절을 흠뻑 맛보길 바라봅니다.

글_서선아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
그림_서선아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