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편안하게, 눈뜨고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이 고맙습니다.’라고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강연화 님. 처음 뵈었는데도 익숙한 인상 덕분에 금방 친근해졌습니다. 강연화 님의 소중한 인연 이야기를 나눕니다.

경주 남산에서 강연화 님
▲ 경주 남산에서 강연화 님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

올해 2월 제가 운전하던 차가 교통사고가 나서 폐차를 했습니다. 차도 차지만 제 잘못으로 상대편 운전자까지 다치게 되어 119구급차에 저와 나란히 실려 갔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죄책감에 머리가 절로 숙여지고 가슴이 아픕니다. 사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몇 번이고 그분을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였고, 그분은 제 진심을 알았는지 용서해 주었습니다.
 
한 달 정도 입원 하고 퇴원한 저는 몸을 추스르며 사무실에 복귀했습니다. 상대편 운전자도 저와 다친 정도가 비슷했고, 그때 쯤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사고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사고가 날 무렵 저는 사무실 일로 심적으로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절뚝거리며 복귀하면서, '일에 집착해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생각이 들어 억울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출근하고 퇴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제가 하는 일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이렇게 만든 주변 사람들이 미워졌습니다.
 
 

경주 남산 순례에서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 경주 남산 순례에서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그리운 부처님 법을 공부하다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허한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로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불교 공부가 간절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가끔 듣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떠올랐습니다. 거기에도 불교대학이 있는지 싶어 인터넷을 검색했고, 사천법당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교 공부는 시작되었습니다. 1강을 들으면서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며 어리석은 중생을 깨달음에 이르도록 가르침을 주는 종교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모든 저의 두려움과 괴로움은 무지에서 오고, 그 무지는 오로지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는 얘기를 듣었습니다. '아!' 그 순간, 제가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통사고가 왜 났는지, 왜 맨날 신랑 탓, 아이 탓, 시부모 탓을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욕불 의식
▲ 부처님 오신 날 욕불 의식

이만하기 다행이다.

'보이지 않는 큰 힘이 작용하여 사고가 났고, 다치게 된 것이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늘 두려웠습니다.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병실에서도 매일 예불문, 반야심경, 천수경, 관세음보살보문품을 읽고,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며 가피를 바랐습니다. 그러면서 제 잘못이 뉘우쳐지고, 두려웠던 마음은 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보이지 않는 큰 힘은 여전히 두렵고 의문이었습니다. 그 의문은 정토회 불교대학 실천적 불교사상을 공부하면서 풀렸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닌 저의 잘못된 운전습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뭔가 큰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무지가 저를 나약하고 괴롭게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매일 아침 분주히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동동거리며 직장에 출근하고, 퇴근하면 집에 돌아가기 바쁜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의 절정이 2019년 1월과 2월이었습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책임감은 더해져 한시도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에도 일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고 교통신호를 잘못 인식해 사고가 났습니다. 모든 사물과 존재는 연결되어 작용하는 것과 같이 모든 것이 제가 낳은 원인과 결과임을 알았습니다.
 
맡은 일을 잘 처리하려는 집착은 소중한 제 삶을 송두리째 잡아 삼켜버릴 뻔했고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만하기 다행이다. 달리던 것을 멈춰 나를 돌아보고 살라고 닥친 일'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은 편안합니다.

  

9-10차 백일기도 입재식(첫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
▲ 9-10차 백일기도 입재식(첫번째 줄 왼쪽에서 두 번째)

기도! 나를 비우고 자비심이 일어나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면서 저와 주변을 돌아보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공부하니 기도를 하고 싶어졌고, 법륜스님의 《기도》책을 읽으면서 '아~ 기도는 이런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복신앙의 불교가 다인 줄만 알고 산속 절에 찾아가서 저와 제 가족의 복을 빌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얻어지는 것이지 그냥 기도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9-9차 입재식 때부터 한 새벽기도는 제 마음을 보게 해 주었습니다. 한없는 회한의 눈물이 일었습니다. 또한, 공직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현실이 '결국 나에게 준 건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임과 의무감으로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것입니다. 벗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경제적인 현실이 녹록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이 제게 주는 보람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도 행복하고 시민들도 행복해질까?' 그동안 저는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잘해야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행복해야 시민들의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분들의 불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분별심을 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한량없는 자비한 마음을 생각하며 그분들의 마음을 감싸고 해결해 주고 싶습니다.
 
새벽기도를 할 때마다 저를 돌아보고, 비울려고 합니다. 매일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도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부처님의 법을 모두 깨달을 것 같이 넓어지고 한없는 자애로움이 일어났습니다. 정말로 신기한 변화였고, 그래서 기도를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JTS 거리모금(왼쪽에서 첫 번째)
▲ JTS 거리모금(왼쪽에서 첫 번째)

불도를 이루기 위한 실천

정토회는 부처님 가르침으로 사회운동과 환경운동을 실천해서 놀라웠습니다. 환경 분야에 근무하는 공직자로 매일 시민들의 쓰레기 처리 업무로 골머리가 아픈 정도입니다. 각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고 재활용품은 분리하여 배출해야 하는데, 종량제 봉투 시행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법 쓰레기 투기와 소각이 많은 현실입니다.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오직 순환만 있습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이야말로 자연 속에 완전히 하나가 되는 자연정화의 삶입니다.' 이런 글귀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널리 시민들에게 퍼뜨리면 좋은 글귀인 것 같습니다.
 
처음 ‘JTS 거리 모금운동’을 참여하는 날은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1,000원의 기부자에게 쉴 새 없이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는 도반들을 보면서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배고픈 자는 먹여야 하고 아픈 자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2,600년이 지난 지금 도반들이 받들어 실천하고 있습니다.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그 마음은 아침에 기도하며 일어나는 한량없는 자비한 마음임을 알았습니다.
 
세 번째 ‘JTS 거리 모금운동’에 참여하면서 아이가 말문이 트이듯이 저절로 말이 나왔고 고개도 숙여졌습니다. 제 안의 또 다른 저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가족들과 한 컷!
▲ 부처님 오신 날 가족들과 한 컷!

저는 지금 행복한 수행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요즘 불교대학 마지막 세 번째 교재 《근본불교와 불교의 변천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여전히 처음 들을 때는 어렵지만, 조금씩 마음작용을 알아갈 때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경함한 것 같아 계속 듣고 싶어집니다.
 
매 순간 깨어 존재의 참모습을 보고 모든 생명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길 기도합니다. 제 마음에 참된 선근[善根] 을 심어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진정한 보살의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정토회 도반들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글_강연화(진주정토회 사천법당)
정리_박선영(진주정토회 사천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