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9.21 해외 즉문즉설 강연(17) 샌디에고(San Diego)
“애완견 수술비가 3500달러, 동물에게 돈을 어디까지 써야할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 위치하고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라고 하는 샌디에고(San Diego)에서 해외 즉문즉설 강연 17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어제 오렌지카운티에서 강연을 마친 후 미국 서남부 지구장인 김명례님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문 스님은 오늘 새벽 5시에 수행팀과 함께 108배와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새벽 5시. 108배와 명상

 

기도를 마친 후에는 식사와 숙소를 제공해 준 김명례 지구장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 준 김명례 지구장님

 

아침 9시에 숙소를 출발한 스님은 10시에 LA중앙일보사에 도착했습니다. 사장님과 잠시 차담을 나눈 후 약 30분 동안 미국 방문 일정과 소감에 대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 중앙일보 인터뷰

 

11시부터는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가치관의 정립, 육아 문제, 자녀 교육, 2017년 한국 대선 전망, 언론 개혁 방향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은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 중앙일보 사내 직원 대상 강연

 

▼ 인터뷰 기사 바로가기

[LA중앙일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행복을 물었다


LA카운티를 출발해 저녁 강연을 하기 위해 샌디에고로 향했습니다. LA에서 샌디에고까지 이동하는 5번 고속도로 오른편으로는 태평양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 해안가를 따라 빼어난 경치를 볼 수 있는 5번 고속도로

 

고속도로를 따라 샌디에고로 향하던 도중 ‘라구나 비치(Laguna Beach)’라는 곳에 잠시 내려 태평양 바다를 구경했습니다. 스님은 주변 풍광을 잠시 둘러본 후 SNS 구독자들을 위해 인사말을 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 라구나 비치(Laguna Beach)

 

“이 바다를 건너서 똑바로 가면 바로 한국이에요. 제가 손을 내밀어 볼테니 같이 손잡아 볼까요? 손이 안 잡히네요. 하하하.(웃음)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여서 햇살이 강하고 날씨는 따뜻한 반면 아주 건조합니다. 노인들이 살기는 참 좋습니다. 오늘은 샌디에고에서 강연을 하고, 내일은 LA에서 강연을 한 후 모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또 여러분께 인사드리겠습니다.”

 

[영상 보기] 샌디에고에 도착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린 끝에 오후 5시에 샌디에고 정토법당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샌디에고 정토법당 김혜진 부총무님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 샌디에고 정토법당

 

샌디에고 정토법당에서는 UCSD(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고) 한인학생회 ‘KOJOBS’라는 모임 구성원들과 40여 분 동안 인터뷰를 했습니다. 학생들은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몇 가지 고민들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고, 스님은 학생들의 고충에 공감하면서 애정이 담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 UCSD 한인학생회 ‘KOJOBS’ 인터뷰

 

이어서 저녁 7시부터는 천주교 샌디에고 한인성당에서 해외 즉문즉설 17번째 강연이 열렸습니다. 

 


▲ 천주교 샌디에고 한인성당

 

스님이 성당 앞에 도착하자 신부님이 반갑게 환영해주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할 수 있게 장소를 마련해 준 신부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새책 ‘행복’을 사인해서 선물한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자 한인성당은 300여 명의 청중들이 빼곡이 자리해 시작부터 열기가 가득 느껴졌습니다. 소개 영상에 이어서 스님이 연단 앞으로 걸어 나오자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얼마 전에 일어난 북한 두만강변 홍수 피해 소식을 전하면서 이상기후 현상을 보며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총 6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중에서 50대 남성 분은 두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의 눈에 이상이 생겼는데 수술비가 많이 나와서 고민인 것과 핵을 개발하는 북한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 고민인 것에 대해 질문이 있었고, 스님은 두 가지 질문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제 아내는 애완동물을 매우 좋아하는데 저는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굶어죽는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애완동물에 돈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당신이 하고 싶은 골프는 치면서 나는 애완동물을 못 기르게 하느냐’라며 제가 없을 때 한두 마리 데리고 온 것이 지금은 개 두 마리, 고양이 두 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개 한 마리가 백내장으로 앞이 안 보여서 병원에 가보니 수술하는데 3,500불이 든다고 합니다. 수술을 해도 눈이 보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을 듣고 저는 내심 다행이라며 수술하지 말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개의 눈동자가 허옇게 되어서 그것을 보는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도 굶어죽고 어려운데 거기다가 돈을 쓰는 것은 저도 저지만 다른 사람이 쓰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애완동물에게 어느 정도까지 돈을 쓰는 게 합리적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살 자유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칠 자유는 없어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에게 손해 끼질 자유는 없어요. 또 사람은 즐거움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을 괴롭힐 자유는 없어요. 사람은 말할 자유가 있는데 말로 남을 괴롭힐 자유는 없습니다. 뭘 먹든 자유가 있는데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힐 자유는 없어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살 자유가 있어요. 그러나 남의 자유를 침해할 자유는 없습니다. 그것이 아닌 경우는 그 사람의 자유의 영역에 속합니다. 

 


 

그러니 남의 자유를 뺏거나 남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면 강아지를 키우든, 돈을 어디에 얼마를 쓰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술을 먹는 것은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술 먹지 마라’가 아니라 ‘술 먹고 취하지 마라’라는 것은 남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기라는 겁니다.  

 

제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떻게 해도 괜찮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해도 죄가 아니고 안 해도 죄가 아니에요. 자연에 있는 동물은 눈을 다치든 다리를 다치든, 다치거나 안 좋아지는 것이 한 두 마리 겠어요? 했다고 선(善)도 아니고 안 했다고 악(惡)도 아니에요. 그것은 그냥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됩니다.”

  

“또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저는 전에는 햇볕 정책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생기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북 지원을 많이 하는데 대북 지원하면 그만큼 무기개발이나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까요? 스님께서는 주민들과 북한 정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하시지만 실제로는 할 수 없는 게 아닙니까? 우리가 북한을 도와줘야 하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지원 안 해도 됩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안 하면 되는데 제 마음 속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그냥 보는 게 좀 걸려서요.”

 

“자기의 삶의 자세예요.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개도 수술하려니까 3500불 드는데 그렇게 돈 들일 필요 있나 하다가 안 하니까 또 마음이 아프다고 이야기 하신 것과 똑같아요. ‘도와주려니까 핵개발에 도움 되지 않느냐, 안 도와주려니까 죽는 사람 외면하는 것 같다’ 이게 같은 이야기에요.”(청중 웃음)

 


 

“네. 같은 이야기죠.”

 

“내가 수술해 주고 싶으면 해 주면 됩니다. 안 한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해도 편하고 안 해도 편한 쪽으로 사는 게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인도적 지원도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면 됩니다. 내가 안 하면 되지,  남이 하는 것을 보고 하지 마라 말할 필요도 없고, 내가 하면 되지 하지 말자는 사람을 욕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의 두만강 홍수 피해에 대해서 돕자는 것은 우리 민족이기 때문에 돕자는 건 전혀 아닙니다. 이건 인류 보편적인 측면에서 하는 것입니다.

 

UN의 인도적 지원 원칙은 두 가지에요. 첫 번째, 정말 피해가 있느냐. 두 번째, 우리가 도와서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느냐. 이 두 번째를 ‘모니터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원했는데 피해지역에 하나도 전달이 안 됐다면 도와줘봐야 효과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도와준 것이 그 피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느냐 이것을 반드시 모니터링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때는 반드시 약속을 받아야 합니다. 먼저 피해 상황과 지원물품이 어디에,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전달된 것을 누구한테 줬는지 거기에 사인도 해줄 수 있는지, 누군가 따라가서 관찰해도 되는지, 사진은 첨부해줄 수 있는지, 한국 사람이 가도 괜찮은지, 안 되면 미국 사람이 가도 괜찮은지, 아니면 중국 사람이 가도 괜찮은지, 이것을 협의해야 합니다. 지금 이렇게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감정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줘야 한다 주장할 것은 아니고 각자 자기 신념대로 하면 되겠지요. 줘도 되겠다고 생각하면 줄 수 있는 통로를 통해서 후원하고,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안 주면 됩니다. 

 


 

북한은 우리와 경제시스템이 좀 다릅니다. 우리는 ‘국민경제’라고 모든 게 통합되어 움직이는데 북한은 현재 경제시스템이 그렇게 안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일상적인 국민경제를 제 1경제라 하고, ‘군수산업’에 관련된 것을 제 2경제라 합니다. 경제가 한 나라 안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 경제의 돈을 제 2경제인 군수산업에 쓰지 않고, 군수산업에 쓰는 돈을 국민경제에 쓰는 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굶어죽어도 군수산업 돈을 국민경제로 가져오지 않아요.

 

그럼 우리가 볼 때는 북한의 군수산업이 무슨 경제성이 있나 싶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어요. 왜냐하면 값이 싸니까요. 거기서 나온 돈으로 미사일 개발도 하고 핵 개발도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군수산업에 투자되는 돈은 사람들이 굶어죽어도 멈추지 않아요. 이것은 돈이 서로 달리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민경제에 있는 돈을 가지고 군수 산업에 넣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넣을 돈이 없습니다. 국민경제 쪽 돈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도와주면 그만큼 덜 굶어죽을 수가 있고, 안 도와주면 그만큼 열악한 상태가 되는 거에요. 만약 집을 짓는 데에 우리가 도움을 주면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고, 못 도와주면 천막 치고 살 것이고, 이런 문제이지 안 도와준다고 해서 제2경제 돈을 끌어와서 집을 짓지는 않습니다. 제가 지금 20년 가까이 북한을 지원해 본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시스템이 우리와 다릅니다. 그러니 이런 사실을 알고 기부를 할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판단하셔서 지원을 하면 됩니다. 

 


 

저는 유엔의 원칙하에서 지원을 하는 거에요. 내 민족이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굶어죽으면 보호받아야 되는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병들면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고, 북한주민들도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오면 난민으로서 보호 받아야 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안에 굶어 죽는 사람들을 지원하면 한국의 보수가 반대를 하고, 북한 밖으로 나온 난민들을 도우면 북한 정부가 난리가 납니다. 민족의 배신자들을 왜 돕냐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제사회가 정한 원칙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동족이라고 특별히 더 도울 것도 없고, 내 동족이라고 돕지 않을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도왔는데, 한국의 많은 불교 신자들이 ‘탈레반들이 바미얀이라고 하는 세계 최대의 불상을 파괴해 버렸는데, 불상 다 때려 부순 사람들을 왜 돕느냐’라면서 난리였습니다. 그런데 불상을 때려 부순 사람들이 그 동네 아이들이 아니잖아요. 병들고 굶주리는 건 그 동네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이 죄를 다 뒤집어 쓰는 겁니다. 인도 아이들을 도우면 또 한국사람 중에는 ‘아니 북한도 어려운데 왜 우리 민족을 내버려두고 남의 나라를 돕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반대로 ‘인도 사람들 돕는 건 괜찮은데 북한 사람들 돕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저도 이해는 합니다. 사람마다 자기 가치관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굶주리는 사람은 나라와 민족, 종교에 관계가 없이 도와야 합니다. 그 사람이 무슬림이라도, 그 사람이 기독교인이라도, 그 사람이 외국인이라도, 우리는 도와야 합니다. 거기에 북한만 뺄 수는 없다는 거에요. 북한 주민들도 똑같은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던 질문자의 표정이 어느새 편안해졌습니다. 알겠다고 큰 목소리로 대답하자 청중들도 공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외에도 5명이 더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3년 동안 불만이 많았던 직장에서 현재 휴직을 하고 있는데 다시 복직을 하게 되면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분, 6년 동안 트라우마 증상으로 힘들게 살다가 약물 치료를 받고 나서 회복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그 효과를 널리 알려도 될지, 친구도 본인 때문에 비슷한 증상으로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는 분,  ‘너 누구냐’ 라고 물었을 때 스님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협력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을 서로 협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스님의 건강관리 비결이 무엇이고, 즉문즉설에서 명쾌한 답변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묻는 분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스님은 자상하게 답변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즉문즉설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고생을 많이 하면 된다”라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또는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라고도 하지요. 일부러라도 고생을 할 만한데, 일부러 고생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장애를 두려워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여러분에게 닥친 인생의 재앙이야말로 여러분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재앙이 복인 줄 알면 인생 전체가 행복입니다. 인생이라면 행복과 불행이 돌아가는 건데 불행이 행복인 줄 알면 전부 행복 밖에 더 있겠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불행이 복인 줄 모르는 것 같아요.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 바로 여러분들에게 재앙으로 나타납니다. 그 선물이 여러분들이 원하지 않는 재앙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예수님에게 십자가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분이 하나님이 되셨을까요? 삶을 대할 때 요리조리 피해가는 삶을 살지 마세요. 삶에 좋은 삶, 나쁜 삶이 없어요. 내가 겪는 것은 이런 일이든 저런 일이든 내 삶의 일부예요. 지금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좋지만 지나고 보면 뜻대로 되면 교만하기 쉽습니다. 뜻대로 안될 때, 오히려 반성도 하고 겸손하고 원숙하기 쉬워요. 여러분들이 겪는 모든 것이 여러분에게 하나의 경험으로 쌓일 수 있다면 그것이 복이에요. 

 

만약 제가 원하는 대로 다 이뤄졌다면 저도 교만한 인간이 되었을 거예요. 사회에서도 내가 원하는 대로,  내 계획대로, 승승장구 했으면 진짜 교만한 사람이 되었을 거고, 스님이 된 뒤에도 그렇게 나아갔으면 진짜 교만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뒤죽박죽이 되다 보니 이만큼이라도 여러분과 대화 할 수준이 된 거예요. 이것도 저 개인으로 보면 큰 복이에요.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종교에서도 배척당하고, 하려는 것마다 안 되었던 이것이 오히려 큰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병에 걸리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그런 걸 가지고 너무 안달복달할 필요 없어요. 잘되는 것, 그것은 독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딱 들어오는 남자나 여자를 잘못 만나서 신세 한탄하는 사람들 많잖아요.(대중웃음)

 


 

쥐약을 쥐약인 줄 꿰뚫어 봐야 하는데 어리석은 중생은 ‘이게 웬 떡인가!’ 해서 재앙을 부릅니다. 그러니까 ‘좋은 게’ 위험합니다. 항상 잘 될 때 위험해요. 회사도 인수합병해서 커질 때 위험하지 작아서 위험 한건 없습니다. 지위가 높아서 위험해지고, 인기가 높아서 위험해지지 인기가 없는데 손해 볼 일은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잘 되는 걸 좋아하지 마세요.(대중 웃음) 인류가 앞으로 망한다면 문명이 너무 발달했을 때,  하루아침에 망할 일이 생기지, 원시사회가 하루아침에 망할 이유가 없지요. 

 

항상 봄이 오면 여름이 있고, 여름이 오면 가을이 있고, 가을이 오면 겨울이 있는 겁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관조하면서 살아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살면 힘들게 뭐가 있겠어요. 아이 낳고 키우는 게 힘들지, 저는 혼자 사니까 집에 가봐야 짹짹거리는 애가 있습니까, 바가지 긁는 마누라가 있습니까, 제가 오늘은 이 집에, 내일은 저 집에 가서 산들 누가 잔소리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이보다 더 편한 게 없지요. 저는 이렇게 말 할 수 있어요. 

 

‘제가 당신보다 나이는 더 많지만 저는 당신보다 행복합니다. 

제가 당신보다 재물은 더 적지만 저는 당신보다 행복합니다. 

제가 당신보다 지식은 더 적지만 저는 당신보다 행복합니다. 

제가 결혼은 못했지만 (대중웃음) 결혼한 당신보다 제가 더 행복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괴로움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상대와 비교해서 볼 때, 상대가 ‘나는 결혼해서 좋다’라고 하면 ‘저는 혼자 살아도 행복합니다’ 하는 정도의 자부심은 갖고 있어요. 이렇게 각자 자기 자부심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연을 모두 마치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청중들은 먼 곳까지 와서 소중한 가르침을 준 스님에게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강연장 뒤편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길게 줄을 선 교민들을 위해 스님은 일일이 눈을 맞춰주며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책 사인회

 

한층 밝아진 표정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연장을 나가는 청중들에게 오늘 강연을 들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한 분은 이렇게 소감을 말했습니다. 

 

“해외에 살면서 힘들 때마다 유튜브로 스님의 강연을 봤는데요. 오늘 직접 강연을 들어보니까 통찰이 정말 깊으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에 불행이 곧 행복이라는 말씀이 진짜 좋았습니다. 지금 건강이 좀 안 좋은데, 이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아요.”

 

다음은 오늘 강연을 준비한 샌디에고 정토법당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성공적으로 강연을 마친 것에 대해 모두들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샌디에고 정토법당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수행법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샌디에고 정토법당 회원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총괄한 샌디에고 정토법당 김혜진 부총무님, 김경원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별도로 사진을 같이 찍는 것에 대해 옆에 있던 봉사자들이 부럽다는 얘기를 하자 스님은 “부러우면 부총무를 맡으세요”라고 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 강연을 총괄한 김경원님과 샌디에고 정토법당 부총무 김혜진님

 

차를 타고 성당 밖으로 나오니 연세가 지긋한 몇몇 분들이 함께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스님이 처음 샌디에고에 왔을 때 잠자리와 식사를 마련해주는 등 오래전부터 인연이 된 분들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물어보며 잠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 샌디에고에서 오래전부터 스님과 인연이 된 분들과 함께

 

밤10시에 샌디에고를 출발한 스님은 12시가 다 되어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김명례 지구장님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오전 10시부터 미국 서남부 지구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수계식 및 졸업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에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건물에서 해외 즉문즉설 18번째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미국 JTS를 통한 북한 두만강변 홍수 피해 긴급 모금이 미국 JTS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동참을 바랍니다.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세요.

 


 

<북한 두만강 홍수 피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모금 참여 방법>

홈페이지 www.jtsamerica.org

이메일 jtsamerica.ngo@gmail.com

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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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숫대야

괜히 하기싫은 이 마음을
군사비로 써서싫다
사람도 아닌데 개른 하며 이유를 댑니다
저를 보는것 같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2016-12-12 15:29:44

전춘우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6-09-26 21:39:34

이현숙

인도적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랐는데 기준이 잡히네요. 감사합니다.

2016-09-25 17: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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